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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의 양안 관계가 부럽다

등록일 2013-06-24 00:41 게재일 2013-06-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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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중국과 대만은 2005년 국민당 주석 롄잔의 첫 방중 이후 벌써 9년째 공산당과 국민당 간 최고위급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과 대만은 지난 6월13일 첫 국공(國共·국민당과 공산당)수뇌회담을 개최했다. 시 주석은 취임 후 처음 가진 우보슝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과의 수뇌회담에서“중화민족 전체의 이익과 위대한 부흥을 위해 공동 노력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제 양안(兩岸) 간에는 `전 방위 차이완(Chiwan) 시대`가 열리고 있다. 2008년 마잉주 대만 총통 취임 이후 양안은 2010년 중국판 FTA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하였다. 그후 대만의 100대 기업 가운데 40개가 푸젠성에 공장을 비롯한 생산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푸젠성을 광둥성과 홍콩, 대만까지를 아우르는 `초급 합작구역(超級合作區域·메가경제권)`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대만 정부 또한 중국의 제조업 등 100여개 업종의 대만 직접 투자를 허용하는 역사적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써 양안은 인구 14억, 국내총생산(GDP) 3조6천억 달러의 거대한 중화 시장이 만들어진 셈이다. 남북의 경제 협력의 마지막 상징인 개성 공단마저 폐쇄된 우리의 현실이 부끄럽고, 양안의 화해가 부럽기까지 하다.

중국과 대만을 오가는 관광객은 연간 730만 명에 이르며, 중국에서 대만인의 개인 관광이 가능한 도시가 현재 26개로 늘어났다. 중국 50여개 도시에서 대만으로 가는 항공편만 매주 616편이며 1년간 직항노선을 이용한 여행객은 모두 159만7천명에 달했다. 중국 본토의 대부분의 공항은 대만인을 환영하고 출입을 간소화하기 위한 별도의 창구까지 열어두었다. 중국에서 대만으로 편지를 보내면 특급 우편의 경우 오전에 보내면 당일 낮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양안사이에 이루어지는 차이완 모델은 아직도 분단의 살 어름 판을 걷고 있는 우리가 시급히 벤치마킹해야할 모형이다. 남북의 정치 지도자들은 중국 양안 지도자의 중화이익을 위한 미래지향적 정치적 결단을 하는 모습과 양안 간 체결된 기본 협정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태도를 배워야 한다. 사실 우리도 1992년 남북 총리간의 남북기본 합의서가 체결됐고, 2000년에는 남북의 정상이 6.15 공동 선언과 뒤이은 2007년의 10.4 공동 선언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그 이행과 실천은커녕 남북 관계의 악화로 사실상 사문화되고 말았다. 독일의 경우 정당간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브란트의 동방정책과 1972년 체결된 양독 기본협정은 후임 정권이 충실히 이행하였다. 그 결과가 1990년 역사적인 독일 통일 대업을 이룩했음을 우리는 다시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주 한반도에는 오랫동안 닫혔던 남북 당국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판문점 실무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가 컸던 남북의 당국 회담은 대표의 격문제로 무산되고 말았다. 중국 양안 간의 통 큰 정치 협상과 그 성과를 볼 때 작고 옹졸한 남북의 협상 자세에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만에도 야당인 민진당은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면서 국공회담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당 마잉주의`선경후정(先經後政)`을 내세운 협상론은 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니 훌륭한 리더십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는 지난 정부 시기의 남북 합의 문헌부터 존중하는 태도에서 출발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시대의 대북 포용 정책의 성과를 이명박 정부처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하하고 질타만 해서는 남북관계가 개선 될 수 없다.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는 그 동안 남북의 최고 지도자가 인준하거나 서명한 합의서를 인정하고, 새로운 대북 협상자세로 임할 때 그 전망은 매우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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