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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정치`는 끝나야 하는데

등록일 2013-07-22 00:27 게재일 2013-07-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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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국정원에 관한 국정조사, 정치인들의 막말 파문, 국가 기록원 NLL 문서 증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불안한 정국이 내일은 또 어떤 일이 터질까 불안하기까지 하다. 선진 사회에서도 여야 간의 정치적 견해차와 대립은 흔히 있다. 그러나 이 나라처럼 여야 간에 사사건건 격돌하는 사생결단의 정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이 지났다. 국회 선진화 법 통과 후 의사당내의 여야 정치권의 무력 충돌은 사라졌지만 여야 간의 격돌 정치는 여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빈발하게 터지는 막말 정치, 저주에 가까운 폭로 정치, 상대를 동반자로 인정치 않는`증오의 정치`가 우리 정치의 관행이 되고 있다. 흑백 논리를 통해 상대를 비난하고 거부하는 정치가 반복되는 곳에서 화합과 상생의 정치는 아예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여야 모두 `자신들의 정치 행태는 선이고 상대는 악`이라는 흑백 논리는 더욱 증오의 정치를 조장한다. 결국 이러한 정치는 여야 아무도 이득을 볼 수 없다. 서로 상처만 남는 네거티브 게임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의 관행이 되어버린 이러한  `증오의 정치`는 아무런 실리도 없이 계속된다. 정치의 목적인 국리민복인데도 오늘의 한국 정치는 국익도 민복도 다 잃고 있는 셈이다. NLL문제만 해도 국가의 체면이나 국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정상 회담록을 공개해 버렸다. 여야는 물론 국정원도  `오기의 정치`가 초래한 비극이다. 결국 이러한 폭로는 국민적인 의혹 해소는커녕 시민 사회의 여론만 분열시키지 않는가. 다시 광화문의 촛불 집회는 시작되고 국정원 개혁을 외치는 20여개 대학 교수의 시국 선언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보수층의 목소리까지 가세하여 여론은 더욱 분열되고 있다. 이러한 증오의 정치는 다급한 민생 정치를 뒷전으로 밀어 버리고 정치가 경제회생의 발전의 족쇄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정치의 품격만 추락 시키는 증오의 정치, 저주의 정치는 하루 빨리 종식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병리적 관행은 하루아침에 치료되기 어려운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것은 한국정치의 복합적인 고질적인 병리에 따른 합병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역 분할적인 정치의 구조,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된 정당정치, 여야의 타협이나 합의 자체를 야합으로 여기는 정치풍토 하에서는 증오와 저주의 정치가 독버섯처럼 커가는 것이다. 과거의 3김 정치는 사라졌지만 중앙 집권적인 보스 정치는 우리 정치에 그대로 온존하고 있다. 여당의 당 지도부는 아직도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야당 역시 계파간의 이해관계가 강경 투쟁을 선도하고 있어 증오의 정치는 확대되는 꼴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소신보다는 상부의 눈치만 보는 상황에서 상대를 부정하고 상대의 급소를 치는 전사만이 인정받는 우스꽝스런 정치가 우리의 현실이다.

여기에 더하여 여야 가릴 것 없이 하향식 정당 공천제가 갈등과 증오의 정치를 더욱 조장한다. 공천과 선거 과정에서 부터 공천권자나 당 지도부에 대한 정치인들의 충성 경쟁은 시작되는 셈이다. 총선이나 대선선거과정에서 오직 승리만을 위한 중상모략, 흑색선전, 상대 당 흠집 내기를 통한 비방의 정치도 함께 출범하는 것이다. 이번의 국정원의 정치 개입문제나 NLL 포기문제도 이미 지난 대선 때 제기되었던 문제가 아닌가. 증오의 정치는 여야 공히 미워하면서 서로 닮아가는 거울 형상의 정치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증오의 정치, 한풀이식 정치, 오기의 정치, 거부의 정치를 탈피하려면 우선적으로 정치인들의 각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건전하고 양식 있는 중도 유권자 층이 확대되어야 한다. 한국 정치의 쟁점에 관하여 이념적, 지역적 편견을 탈피하여 시시비비를 가리는 중도층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여야가 각종 정쟁을 중지하는`신사협정`이라도 우선 체결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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