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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

등록일 2013-09-02 00:17 게재일 2013-09-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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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오는 추석 연휴에는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한국인들이 또다시 인천 공항을 분빌 것이 분명하다. 올 초부터 국제 학술회의 등으로 나는 여러 명의 외국인들을 만났다. 내가 만남 사람은 학자들에 한정되지만 대부분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을 우리 이상으로 높이 평가하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들의 찬사가 서구적인 의례적인 인사 일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한국을 많이 알려고 하고, 한국의 문화를 극찬하여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한국 가수 싸이가 얼마 전 빌보드 차트 2위 까지 오른 적이 있다. 그 때 만난 미국의 어느 교수는 날 보고 싸이의 노래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젊은 세대의 노래라 관심이 적고 가사가 너무 조잡하다고 응답하였다. 미국의 이 젊은 교수는 사이의 노래에 열광하고 있었다. 한국 가수 싸이의 노래는 그의 영혼을 건드렸다(touch)고 까지 하여 나는 깜짝 놀랐다.

국내 언론이 연일 한국 정치의 스캔들로 메워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은닉 비자금 추징, 정치적 비리로 쇠고랑 찬 사람들의 어두운 모습이 세계의 뉴스가 되고 있다. 하회에서 만난 필리핀의 어느 교수는 느닷없이 `한국에는 대통령 형님이 아직도 감옥에 있느냐`고 물었다. 전직 MB 대통령 형님에 관한 질문이다. 필리핀에는 독재자 마르코스는 사라졌어도 부인 이멜다는 아직도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마닐라 근교에서 잘 살고 있단다. 심지어 그의 아들 까지 필리핀 상원의원으로 건재하다는 것이다. 대통령 형님이 뇌물죄로 아직도 감옥에 있고 전직 대통령의 수천억원의 추징금 회수만을 기다리는 한국 정치가 그는 신기하고 무척 부러운 모양이다.

지난달 연태에서 만난 중국의 어느 교수는 한국의 박사 학위 수준을 중국 정부가 상당히 높게 평가한다고 전해주었다. 그는 서울에서 유학 생활 5년을 마친 후 중국에서 교수로 있는 정치 경제 학자이다. 그는 중국 대학에서 한국에서 받아온 박사 학위 논문은 북한의 최고 대학인 김일성대학 논문 보다는 높게 평가한다고 전해주었다. 한국에서는 학위 논문 표절 문제로 온통 나라가 시끄럽던 때이라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중국학계는 북한에 대하여 비판적인 친한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해 전 한국에 유학와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연변 대학에 교수로 있는 옛 제자가 언뜻 생각이 났다. 그의 부인은 김일성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는데 그의 최종 학위 수여과정에는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 맹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당성과 이념성에 갇혀있는 북한 땅에서 과학으로서 학문이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며칠 전 부산의 한국국제정치학회에는 국내 대회임에도 외국의 학자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나도 대학원 학생들의 논문 발표장에 심사 겸 패널로 참석하여 그들의 발표 논문을 경청하였다. 어느 독일 유학생은 `북한 중앙 언론 매체 보도 분석`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미국의 어느 학생은 `동북아 평화 체제 구축에서 북한의 역할`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우리 한국 측 교수 3명이 친절히 문제점을 지적해주고 격려까지 해주었다. 과거 한국의 대학원 유학생은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후진국 학생들로 대부분이었으나 이제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외국 여행길에 펄럭이는 우리의 태극기를 보고 가슴이 뭉클하고 민족적 긍지를 가지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사회의 내면에는 아직도 서구인에 대한 `열등 콤플렉스`를 털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기성세대 중에는 일제가 이 땅에 심은 `조센징은 안 된다` 는 열등의식이 아직도 내면화된 결과이리라. 우리가 급성장한 국력을 앞세워 지나친 자만심도 금물이다. 우리는 우리의 위상에 합당한 민족적 자긍심을 가질 때 우리의 정체성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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