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대선에서 쟁점이 되었다 수면 아래로 잠적했던 NLL 문제가 국정원에 의해 전격적으로 다시 공개되었다. 국정원장은 이번 공개는`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함`이며 `국론 분열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하였다. 이 조치에 대하여 새누리당은 남재준 원장의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보답으로서 `고심에 찬 결단`이라고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대화록 공개는 국정원의 제2의 국정개입 사건이며 `국기문란행위`로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야당의 반대로 전문 공개는 유보되었지만 이미 대화록은 이미 언론에서 공개되고 노출되어 버렸다.
이번 국정원장의 전격적인 남북 정상회담의 대화록 공개는 엄청난 파장을 초래하고 있다. 국회 선진화 법 제정이후 비교적 조용하던 여야의 입장이 극한적인 대립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 단체의 시국선언과 광화문에서의 촛불 집회는 다시 점화되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를 반대하는 집회도 보수진영의 집회도 열리고 있어 충돌의 기미까지 보인다.
여야가 지난주 국정원 정치 개입 문제에 관한 국정조사에 합의하여 이 문제가 원내로 수렴될 전망이 있어 다행스럽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국정원에 대한 규탄시위와 반정부적 집회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국정원의 이번 대화록 공개는 그 파장이 커서 우려되는 측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국정원은 이번 대화록 공개가 NLL에 대한 진실성 공방에 종지부를 찍어 국론 분열을 방지한다는 주장과는 달리 국론은 오히려 더욱 분열되고 있는 점이다. 여당의 NLL를 `포기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과 야당의` 포기했다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애초부터 대화록 공개는 그 초점인 NLL 포기 발언의 진위보다는 그 해석을 둘러싼 이념적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둘째, 국정원의 이번 공개는 조직의 명예를 지키기 보다는 국익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공개로 국가안보와 국민적 알권리 보장과 외교관행 위배와 국기문란에 관한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정원의 NLL 대화록 공개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모노리서치, 대표 이형수) 결과 41.2%가 `국정원이 잘못했다`고 응답하고, 28.3%만이 `국정원이 잘했다`이며, 25.0%는 `상황을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볼 때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는 얻은 것 보다 잃는 것이 많으며, 국정원은 물론 여당과 야당 누구에게도 실익이 없음은 더욱 분명하다. 빈대 한 마리 잡기 위하여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국익도 지키지 못하고, 국정원의 명예도 지키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것만 같아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셋째, 이번 공개로 인해 앞으로 정상 간의 외교에도 남북 관계 정상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정상회담의 내용을 절차의 위법성 논란을 무시하고, 당사자 간의 양해도 없이 그것도 대표성이 없는 정보기관이 공개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외교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향후 외교적 합의에 있어 다른 나라에게 꼬투리를 잡힐 행위로 비판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대북 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북한 당국의 며칠전 반응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국정원장의 이러한 결단이 과연 이 나라의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결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언론도 여야도 이 정도에서 대화록 공개에 대한 비생산적인 논쟁은 하루 빨리 중지하여야 한다. 정상회담의 대화록이 이념이나 정쟁으로 악용되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 사태의 수습차원에서도 문서 공개에 관한 책임은 정치적 공방이 아닌 법리적 판단에 맡기고 국정 조사과정을 조용히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