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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제대로 되려면

등록일 2013-10-21 02:01 게재일 2013-10-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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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또 다시 국정 감사의 계절이 왔다.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국감이지만 금년의 어느 때 보다 정치적 쟁점도 많은 것 같다. 연일 국감장에서 새로운 사실이 폭로되지만 이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대부분 상반되고 있다. 16개 상임위가 채택한 기업인 증인만 무려 200명이 넘는다. 그간 여야의 정치적 대립과 갈등의 골이 너무 깊이 패여 그것이 국감장에도 투영되어 올해의 국감이 제 기능을 발할지 의문이다.

국정 감사는 문자 그대로 입법부의 행정부의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이며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국회가 정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기능을 잘 수행하여 국정을 바로 잡는다는 취지로 마련된 장치이다. 과거 유신정부 시절 일시 폐지되고 전두환 정부 시절 제한되었던 국정 감사권을 다시 국회가 되찾은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장관의 의원의 겸직이 가능하고 집권당 의원들이 당 지휘부나 청와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치 현실에서 우리의 국정 감사는 원천적인 한계도 수반한다. 그로인해 국감장에서의 의원들의 목소리는 크고 요란하지만 그 결과는 보잘 것 없다는 것이 정설이 되고 있다.

이번 국감 초반의 주요 쟁점은 국민기초연금 등 복지 문제이다. 이에 대한 여야의 정치적 입장은 확연하게 다르며 다시 국감장에서 쟁점으로 재현되었다. 지루했던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사건이나 채동욱 검찰 총장의 사퇴, 국정원 댓글 사건은 또다시 국회에서 여야의 정쟁이 되어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국감 초반 불거진 국군 정보 사령부의 지난 대선전의 정치개입 의혹은 다시 국정원 직원의 구속과 공소장 변경 사건과 연계되어 다시 정쟁으로 번지고 있다. 야당은 국정원 사건에 이은 국군정보사령부의 트위터 사건을 조직적 정치 개입으로 단정하여 다시 장외 투쟁으로 나섰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행정부의 잘못을 비판하고 책임을 추궁하는 국정 감사의 참모습은 우리 국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여론은 국감이 과연 이 나라의 국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감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모두 국정의 난맥상을 차분하게 풀기보다는 쟁점을 부각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야 의원들의 장관이나 기업인에 대한 질의는 여전히 고압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감장의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갑`의 위치에서 증언대에 선 `을`을 향하여 죄인 심문하는 듯한 태도는 보기에도 민망하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부채 문제와 관련 여당의원의 `말을 바꾼 왕사기` `한마디로 엉터리 공약`이라는 비판은 지나친 언사이다. 야당의원들의 신임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과거 전력문제로 국감장 퇴장도 마찬가지 국감장의 단면이다.

이러한 국감 행태는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넘어 올바른 국정 방향의 설정이라는 국감 본래의 목적에는 도달하기 어렵다. 국감장에서의 여야의 정쟁은 또 다른 정쟁을 부추길 뿐이다. 의원들의 무책임한 폭로성 발언과 고압적인 자세는 의원들의 존재감을 일시적으로 부각할지언정 양식 있는 의원의 태도는 아니다.

우리의 국감도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여야 한다. 국민들은 의원들이 충분한 자료를 준비하여 국정을 세심하고 전문적으로 검증하고 실천적 대안 까지 제시하길 바란다. 국민들은 정쟁을 확대 재생산 하는 국감 현장보다는 경제와 민생에 도움이 되는 생활 국감을 원한다. 의원들은 그들의 국감 활동은 시민단체에 의해 철저히 모니터링 되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국감이 본래의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도록 국감 위원들이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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