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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실각보다 공개처형을 더욱 주목한다

등록일 2013-12-09 02:01 게재일 2013-12-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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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북한 권력의 실세 장성택의 실각 의혹문제에 대해 국내 언론은 연일 관련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여러 해 전 북한 대표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고 진해, 울산 공단을 둘러보고 대구까지 왔던 그는 남한의 실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사이다. 그는 북한의 개혁 개방론자이며 비교적 유순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어떤 연유로 실각되고 현재 어떤 상태인지는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우리는 그의 실각보다는 북한 노동당 고위 간부 2명의 공개처형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미 “장성택의 측근 두 명이 공개처형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장성택의 최 측근인 노동당 간부인 리용하와 장수길 부부장의 공개처형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리용하는 1947년 생으로 항해북도 당 비서 출신이며, 2011년 `노력 영웅`칭호를 수여받고 김정은의 현지 지도를 수행했던 북한 권력의 핵심실세이다. 장수길 역시 인민 보안성 장성 출신이며 금년 2월 김정일 70회 생일에 중장 칭호를 받은 핵심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장성택 휘하에서 그들이 속했던 노동당 당 행정부는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검찰소, 재판소 등 북한의 사법·검찰·공안을 총괄하는 권력 핵심 부서이다.

북한 당국은 정권 출범이후 10대 유일사상 원칙을 내세워 이에 순응치 않는 수많은 인사를 반당·반혁명 분자로 낙인찍어 처형하였다. 남로당 출신인 박헌영, 종파 사건의 박금철· 이효순, 연안파의 무정 등 일일이 거론 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고위급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2010년에는 노동당 계획재정 부장 박남기(76)도 화폐 개혁의 실패라는 명분으로 리태영 부부장과 함께 평양의 시멘트 공장 마당에서 처형되었다. 이번 국회에서도 남재준 국정원장은 작년에 17명, 올해는 40명이 공개 처형되었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하였다.

이러한 북한 고위층이나 주민에 빈번한 공개 처형은 어두운 북한 권력 구조의 내막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번에도 북한 당국은 `혁명적인 신념을 버린 자는 용서치 못한다`는 명분을 세웠다. 당 수령체제에서 지도 노선에서 조금만 이탈해도 가차 없는 처벌이 따른다는 일벌백계(一罰百戒) 원칙을 가르치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처형도 그들은 `사법적 절차`를 거쳐 소수의 제한된 인원만 참관 하는 자리에서 처형되었다고 하지만 우리로서는 용납될 수 없는 참극이 아닐 수 없다. 어찌 21세기 개명 천지에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봉건 왕조시대도 보기 힘든 공개 처형이 이 시대에 이렇게 빈번하게 자행된다는 것은 무서운 독재 권력의 횡포이며 인권 유린의 극한치이다.

내가 일시적으로 멘토 역할을 했던 어느 탈북 교수는 자신도 어릴 때 처형 장면을 직접 보았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한 적이 있다. 처형 현장에서 피가 티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날 무서워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시신도 빨리 수습치 않고, 여러 날 방치한다고 하니 어찌 인간으로서 볼 수 있는 일이겠는가. 남아 있는 처형자 혈육의 찢어지는 심정은 어찌 말로 표현 할 수 있으랴. 남은 가족들은 소위 그들의 특별 독재구역인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되어 평생을 보내야 한다니 더욱 안타깝다. 어느 보고서는 여기에 수용된 인원을 20만 명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차제에 우리는 장성택 실각 등 북한의 권력 변동 보다는 북한 당국에 의해서 저질러지는 처형 등 인권 말살 행위에 적극 대처하여야 한다. 유엔 인권 위원회의 보고서 채택과 유엔 총회의 인권 결의안에 우리 정부나 시민 단체도 보다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남북관계를 우려하여 심각한 북한 인권 문제를 계속 묻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여야 정치권이나 통일 관련 NGO가 북한 인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해야할 연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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