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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언어폭력, 이대로는 안된다

등록일 2013-10-14 02:01 게재일 2013-10-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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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는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 인간은 말을 통하여 의사를 소통하고 원활한 공동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최근 이 나라 정치인들의 말이 너무 천박스럽고 조잡하다. 특히 정치인들의 정치적 현안에 관한 입장이나 상대 당에 관한 평가는 하나 같이 비난 일색이고 막말까지 오가고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기본예절도 모르는 듯 야야 정치인들의 정치적 언어는 폭력에 가깝다. 연일 서로 눈앞에서 다투는 정치인들의 거친 말투와 막말은 주권자인 우리를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국회 선진화 법에 의해 물리적 폭력은 이 나라 정치 현장에서 사라진듯하지만 언어적 폭력이 그대로 난무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어느 야당 의원의 박근혜 후보에 대한 `그 년`이라는 발언, 이미 작고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귀태` 발언, 여당의 야당에 대한 `종북 세력의 숙주` 발언, 야당 대선 후보를 `석고대죄 해야 할 사람`, `앞으로 20년은 새누리당이 집권 해야 한다`는 발언 등 모두가 품격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유치한 발언들이다. 지긋지긋한 NLL 문제와 대화록 공개는 아직도 흑백을 가리지 못하고 여야의 독설만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치적 쟁점에 관한 정당 대변인들의 발언은 극명하게 다를 뿐 아니라 상대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수준이라 안타까울 뿐이다.

이처럼 서로 상대를 비난만 하고 질타하는 정치 풍토에서 양보와 타협이라는 정치는 기대할 수 없다. 더욱이 상대를 공생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불신과 저주의 대상으로 여기는 풍토에서 바람직한 정당정치는 자리할 수 없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상대에 대한 골탕 먹이기, 흠집 내기, 비난, 저주, 막말 등이 이제 이 나라 정치의 관행처럼 굳어 버렸다. 그래도 과거에는 집권 여당이 가진 자로서 정치적 언어를 자제하고 관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모습도 사라진지 오래다. 여기에 더하여 정치적 현안이나 쟁점에 관한 종편의 일부 정치 평론가들의 편 가르기 식 발언은 더욱 정치적 분열과 갈등을 부추긴다. 이러한 풍토에서 이 나라의 청소년 세대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지 두려울 뿐이다.

“말은 마치 창과 같아서 입술에서 떠나는 순간 돌아오지 않는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이 나라 정치인들은 상대를 비난하고 흠집 내는 언어폭력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데 문제가 있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고 정략적 계산만 할 뿐 그것이 미치는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이다. 상대에 대한 비난과 혹평은 같은 진영내의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카타르시스 시키고, 내부 결속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그것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심각하다. `아니면 말고 식`폭로 식 발언이 때때로 정쟁의 불씨가 되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막말이나 비이성적 발언은 결국 국론만 분열시키고 국격만 추락시킬 뿐이다. 이로 인해 양식 있는 국민들은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더욱 가중되고, 이것이 한국 정치에 대한 혐오증으로 연결된다.

우리 정치인들은 이제 부터라도 정치 현안에 대하여 보다 품격 있는 말을 쓰도록 하여야 한다. 구화지문(口禍之門)이란 말이 있듯이, 정치가들은 자기가 내뱉은 막말은 언젠가는 자기한테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불신과 원망, 저주에 가까운 정치인들의 언어폭력은 상호 파괴적인 자기 모순적이다. 특히 여야 정당의 간부나 정당의 입을 자처하는 정당의 대변인들의 말은 더욱 절제되고 품격 있는 말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의 사실에 근거한 양식 있는 비판과 절제되지 못한 감정적인 비판은 이제 시민들도 구별 할 수준이 되었다.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를 하늘같이 섬기겠다고 약속하고 당선만 되면 정치판의 말 싸움꾼이 되어버리는 이 악 순환적 정치판을 고쳐야 한다. 국회와 사법부도 법률적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막말정치인의 제재수단을 강구하고, 관련학자, 사회단체도 이에 적극 동참하여야 한다. 마더 테레사의 “친절한 말은 짧고 말하기도 쉽지만, 그 메아리는 오래 간다”는 말을 다시 곱씹어 보아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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