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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앙TV `남한정치 평론`의 역설

등록일 2013-11-25 02:01 게재일 2013-11-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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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지난주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남한 정치 현안을 정치 평론 형식으로 방영하였다. 3인의 북한 평론가가 등장하여 진지한 표정으로 남한의 이석기 사건과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를 논평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보였다. 방송 내용인즉 예측한데로 이석기 사건은 남한 정치인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대표적 정치 탄압 사건이라 비난하고 국정원 대선 개입은 보훈처와 국군 사이버 사령부까지 동원된 조직적인 부정선거라고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북한 방송매체가 `불 바다 보복론`이나 우리 정부나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자주 접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남한의 특별한 정치 현안에 대해 3인이 등장하여 토론 형식의 방송은 이색적이며 우리의 흥미를 끄는 장면이다. 북한당국으로서는 우리 종편에서 자주 보는 탈북자들의 북한 체제의 폭로발언에 자극받아 그러한 토론식 형식을 모방했는지도 모른다. 북한 중앙 TV 기자와 소위 조국 평화통일위원회의의 대남 선전원이라는 출연자는 과장된 폭로와 비난으로 일관하였다. 북한 중앙TV는 항상 그들의 체제 선전이나 수령에 대한 충성 드라마가 주종을 이루는 단조로운 방송이다. 이번의 남한 정치 평론은 그들서는 일종의 변신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북한 주민들이 북한의 공식적인 공영매체를 통해 남한 사회나 현실을 알 수 있는 기회는 철저히 봉쇄되어 있다. 탈북자들에 의하면 두만강, 압록강 주변 지역의 일부 주민만이 중국을 통해 남한 방송을 비밀리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남한 드라마나 노래 등의 CD가 유포되지만 그것은 무척 제한된 주민들만 볼 수 있다. 그들의 중앙 TV 방송을 통한 남한 정치에 관한 폭로 방송의 목적은 주민들에게 남한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보겠다는 것이다. 탈북자가 계속되는 현실에서 그들의 다급한 조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방송을 통해 남한 정치의 어두운 측면을 부각하려다 역설적으로 남한 자유 민주 체제의 장점을 알리는 기회가 됨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그들의 국정원의 선거 개입의혹 사건에 대한 비난 역시 남한에서는 북한식의 찬반 투표가 아닌 자유선거가 시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역설적 기회가 된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52 : 48 %로 여당 후보인 박 근혜 대통령이 박빙으로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남한의 치열한 경쟁적인 선거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선거도 없이 권력이 승계되는 그들의 수령 세습에 대한 회의와 불만을 유발할 소지도 있다. 북한에서는 어느 선거나 노동당에서 추천한 사람이 무조건 당선되고, 투표행위 자체가 강제되어 100%선거에 100% 당선되는 선거이다. 이번의 북한 방송의 선거 부정 의혹 제기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선거에 대해서 눈뜨는 계기를 만들지도 모른다.

이석기 사건 역시 남한 사회에서 북한을 지지하고 따르는 종북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데 목적이 있지만 동시에 남한에는 다양한 야당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사회민주당과 천도교천우당이라는 복수 정당이 있다고 선전하지만 사실상 노동당 일당 독재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독일은 통일 전 양독 간의 방송 교류를 통해 동서독의 소식이 완전히 개방되었다. 통일 전 양독간 상호 특파원까지 교류되고 상주하는 인원도 있었다. 분단 상황에서도 동독주민 80%가 서독의 TV을 보고 동서독인은 주말에 분데스 리그 축구 경기를 같이 즐겼다. 그것이 독일 통일의 원동력이 되었음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도 통일 전야의 독일처럼 남북한 언론이 상호 교류하고 개방하는 협정을 체결할 수는 없을까. 우리 측이 과거 남북한의 방송 개방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적극 반대하였다. 그래도 우리는 남북관계의 진전에 발맞추어 양쪽 언론 개방을 꾸준히 제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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