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우리 산의 생태가 살아나고 있다

등록일 2021-09-08 19:02 게재일 2021-09-09 18면
스크랩버튼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산림청은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63%를 산지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어딜 가나 산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대구 앞산은 필자의 아파트 코앞에 있다. 50년대 중반 어린 시절 필자의 고향 산은 모두 황폐한 민둥산이 많았다. 우리는 어른들을 대신해 민둥산에 나무 심기 부역을 다녔다. 나무라고는 없는 황토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는데 이제 어딜 가나 산림이 울창하다. 십여 년 전 북한 개성공단 야산에 나무를 심은 적이 있다. 필자가 본 북한의 산은 대부분 내 어릴 때 보았던 민둥산이다. 북한 주민들이 땔감으로 벌목한 결과이다. 비만 오면 북한의 비 피해가 큰 것도 이와 결코 무관치 않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산에는 나무가 빽빽하다. 고향 산의 산림이 너무 우거져 산소 잃은 사람도 상당수다. 대구 앞산에서도 이제 산 짐승을 종종 볼 수 있다. 올 초 어느 따뜻한 봄날 앞산 순환도로에서 멀지 않는 산비탈길을 혼자 산책하고 있었다. 지난해 태풍에 넘어진 아카시아 고목 위에 귀여운 새끼 고양이 4마리가 정겹게 앉아 있었다. 황갈색 줄무늬의 새끼 고양이는 너무나 귀여웠다. 어미를 기다리는지 새끼 고양이는 가까이 가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어릴 때 시골집 뒷마당에서 밤늦게 울던 도둑 고양이들이 떠올랐다.

앞산에는 용두, 고산, 강단, 안지랑, 큰골 등 계곡이 많다. 골골마다 길의 경사가 다르고 풍광 역시 다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강단골은 도로만 건너면 바로 접할 수 있다. 이곳에서도 필자는 고라니를 수차례 만났다. 노루나 고라니는 포수를 피해 도망치다 왜 도망치는지를 몰라 다시 뒤를 돌아본다는 이야기도 있다. 얼마전 궁둥이의 흰털이 아름다운 큰 고라니 한 마리를 보았다. 그날 저녁 산을 내려오는데 고라니의 외마디 울음소리가 들렸다. 새끼를 찾는 것인지 배고픔인지 알 길이 없었다.

지난달에는 큰 골로 산행을 갔다 멧돼지 무리를 만났다. 덩치가 큰 어미는 새끼 여러 마리를 데리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멧돼지는 필자를 먼저 보았는지 가파른 길로 새끼를 데리고 도망쳤다. 초등학교시절 집에서 키웠던 까만 토종 돼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산 입구에는 멧돼지를 만나면 조용히 피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일전에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동네까지 출몰한다는 기사도 읽었다. 오늘 본 멧돼지도 새끼의 먹이를 찾아 내려오다 도망친 것일까.

고향집 돼지우리에 키우다 늑대에게 잃어버린 귀여운 돼지가 생각났다.

대한민국 산은 이처럼 산림의 생태가 복원 되었다. 우리 산이 살아 있음은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한다. 우리나라는 넓고 황량한 러시아나 미국과도 다르다. 우리는 어딜 가나 차로 10여분이면 아름다운 강산을 접할 수 있다. 삼천리금수강산 우리의 산하는 잘만 가꾸면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우리 국토의 삼면이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으로 연결되어 있다. 남북의 철길이 열리고 동해와 서해길이 연결되면 우리는 아름다운 관광국이 될 수도 있다. 산림당국이 일찍부터 우리 산에 경제성 있는 나무로 조림까지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시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