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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북한의 수령 우상화는 종식되기 어렵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수령은 북한의 최고 존엄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북한의 3대 수령승계는 봉건 왕조의 세습구조와 같다. 북한 당국은 1956년 8월 최창익·박창옥의 종파 사건 후 김일성 수령의 권위를 절대화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1959년 발간된 ‘항일 빨치산들의 회상기’에는 김일성이 항일 투쟁 시 축지법(縮地法)을 썼다고 기록되어 있다. 1970년 북한의 초등교과서 ‘김일성 원수님의 어린 시절’에도 ‘솔방울로 수류탄’을 ‘모래로 쌀’을 만들고 ‘가량 잎 타고 강 건너’는 모습이 나타난다. 수령은 축지법까지 쓰면서 시공을 초월하여 활동한다는 허구이다.6월 20일 노동신문은 ‘축지법의 비결’에서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 축지법을 이제 쓰지 않겠다.’고 선포하였다. ‘사람이 땅을 주름잡아 다닐 수 없다’고 고백한 것이다. 지난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김정은은 ‘수령을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게 된다.’는 발언의 후속 탄이다. 30대 후반의 김정은은 10대 후반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2년 유학하였다. 이번 그의 발언은 수령에 대한 상징조작이 이제 과거처럼 먹혀 들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는 정보화 초기 단계인 북한 땅에서 이제 사라질 것인가.그러나 이번 조치만으로 북한의 수령 우상화는 쉽게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 곳곳에 수령의 우상화 정책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요 광장에 세워진 수령 부자의 동상, 주요 명승지 바위마다 새겨진 김일성 어록, 심지어 가정집에도 수령의 사진은 걸려 있다. 평양 곳곳에는 ‘위대한 수령은 우리와 함께 살아계신다’는 표어가 나부낀다. 아직도 수령의 양대 생일 태양절과 광명성절은 국경일이 되어 있다. 하노이 회담 후 김정은의 귀국 행사시 도로변에서 열광하던 시민들의 모습은 여전히 재현되고 있다.수령 우상화 정책은 아직도 당의 핵심적 지도 이념이 되고 있다. 수령은 인민의 ‘뇌수’이므로 당, 군대, 인민은 수령을 절대 옹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인민들의 육체적 생명은 부모로부터 받지만 수령과 결합해야 ‘정치 사회적 생명체’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어버이 수령님’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북한 주민이 수령을 직접 보는 것은 남한의 기독교 신자가 예수님을 뵙는 것과 같다. 이러한 수령론과 수령 승계론이 폐기되지 않는 한 북한사회의 수령숭배는 계속될 것이다.이렇게 볼 때 축지법은 사라져도 수령의 우상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세계 사회주의 어느 국가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수령론이 유지되는 한 수령 우상화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학자들까지 북한의 세습 왕조체제를 비판하고 있다. 아직도 북한 세습체제까지 옹호하는 주사파들은 시대에 역행하는 군상들이다. 다행히 북한은 이미 초기 시장 경제에 편입되었다. 시장화의 진전에 따라 수령 우상화 정책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 주민 1/3이 휴대전화를 소지하게 되었다. 정보화 사회 역시 북한의 일인수령제를 거부할 것이다. 북한의 수령제가 폐기 될 때 우상화 현상은 훨씬 약화될 것이다.

2020-05-26

미래통합당이 개혁에 성공하려면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정당은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선거에 승리하는데 기본 목적이 있다. 지난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처절하게 패했다. 선거 참패 원인을 갑작스런 코로나 재난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야당의 무능 때문이라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물론 180대 103이라는 민주당의 승리는 국정운영을 잘해서 얻은 결과는 결코 아니다. 야당의 시대에 뒤진 당의 정체성, 조직과 운영 방식, 총선 전략이 실패한 초래한 결과물이다. 미래통합당은 총체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이러한 보수 야당의 위기는 그 연원이 상당히 오래다. 박근혜 정부의 탄핵이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파적 이해에 침잠한 당 지배구조, 대통령의 불통의 리더십, 친박의 오만과 부패는 반동의 정당으로 당 위상을 추락시켰다. 대통령과 당 지휘부는 광화문의 수천만 누적된 촛불 함성에 적절히 대응하지도 못했다. 보수 당내의 친박과 비박이라는 계파적인 갈등은 위기 수습은커녕 책임 전가로 일관하였다. 결국 탄핵에 가담한 비박은 신당을 만들고, 친박은 반성은커녕 탄핵에 동조한 탈당파를 비난하는 형국이 연출되었다.미래통합당은 먼저 당 개혁을 위한 당의 정체성부터 확립하여야 한다. 미래통합당은 합당 후에도 당의 정체성은 오리무중이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승민 의원의 주장은 아직도 당의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당내 강보수의 주류는 돌아온 비박을 아직도 배신자 프레임으로 가두려고 한다. 탄핵당한 대통령 시의 총리가 당 얼굴이 될 때 당의 정체성은 더욱 위기에 봉착했다. 보수 정당은 ‘인권과 자유’의 가치를 중시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한다. 야당은 ‘개혁 보수’, ‘참 보수’에서 당의 정체성을 찾을 수밖에 없다.주호영 새 원내대표는 당 조직을 개편하여 정당을 역동적으로 운영할 책임이 있다. 세계 선진 보수 정당은 당 조직과 운영을 새롭게 정비하여 보수층의 지지를 회복하였다. 미래통합당은 전통 보수 정당인 미국의 공화당과 독일 기민당의 역동성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우리의 국가 위상이 G20에 이르고 4차 산업시대 진입했는데도 한국의 보수정당은 아직 ‘개발 독재 시대’의 환상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탈 이념화 시대가 도래한지 오래인데 반공과 냉전적 사고에 갇혀있다. 야당은 영남 지역 당, 노인당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야 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뇌가 없는 무능 정당’이라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한국 야당의 이러한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역동적인 한국 정치는 급변하는 민심처럼 요동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등락을 반복하는 것도 한국 정치의 한 단면이다. 2022년 지방선거와 대선은 아직 약 2년이 남았다. 미래통합당은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중도 보수 세력의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 위기 시마다 처방전으로 썼던 비상 대책위원회 만으로 병의 근원은 다스릴 수 없다. 김종인 신드롬에 너무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야당은 ‘미래도 통합’도 없는 당명부터 바꾸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2020-05-17

북한 관련 가짜 뉴스부터 막아야 한다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해 말 어느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여교수가 식사 중 카톡을 보더니 북한에서 쿠데타가 났다고 전했다. 식사 하던 사람이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단번에 그것이 ‘가짜 뉴스’임을 직감했다. 주변에는 북한 관련 이런 식의 ‘가짜 뉴스’가 상당히 많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생시 사망보도는 여러 번 있었다. 이번에는 미국의 CNN까지 김정은의 중병설을 흘려보냈다. 탈북 국회의원 당선자 지성호까지 ‘김정은 99% 사망설’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김정은의 깜짝 등장에 모두가 놀라고 발설자도 언론도 모두 망신을 당했다.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가짜 뉴스가 확산되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도 북한 사회에 대한 정보 부족과 접근의 한계 때문이다.북한 당국은 자신들의 정보를 엄격히 통제한다. 북한당국은 김정은의 출생연도, 자녀 출생여부까지 비밀에 부치고 있다. 다행히 남한에는 북한관련 연구기관과 정보에 밝은 연구자도 많다. 여러 해 전 박사논문을 쓴다는 어느 폴란드 대학원생이 나를 찾아 왔다. 그의 연구 주제는 ‘북한 일인 체제 장기 유지 배경’이었다. 그는 평양에 1년 체류했어도 북한체제는 도저히 알 수 없다고 했다. 북한 체제에 대한 이러한 궁금증이 가짜 뉴스의 기본 진원이 되고 있다.또한 북한 관련 가짜 뉴스는 한국정치에서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건국 초기의 용공 조작에서부터 좌익 관련 흑색선전은 아직도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해방 후 대선에서 조봉암의 보안법 위반 사건, 2002년 대선의 ‘병풍사건’은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는 골동품이 된 맥카시즘이 한국정치에서는 아직도 유효하다. 북한 관련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는 아직도 상대에 대한 압박하는 수단이 된다.이러한 가짜 뉴스가 미치는 폐해는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북한이나 통일 문제에 관한 우리의 객관적인 시각을 흐트려 놓는다. 북한 관련 허위보도나 추측 보도는 종종 사회적 갈등만 야기한다. 우리 사회에는 민족 통일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북한 정권과는 대화할 수 없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분단국의 냉전적 반북적 사고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의 보수 정당의 참패는 시대에 뒤진 극우 이념의 결과라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가짜 뉴스나 추측 보도, 오보 등은 결국 민족의 화해에 역행하고 분단고착화의 수단이 될 뿐이다.이 사회에 수시로 등장하는 북한관련 가짜 뉴스를 막을 방도를 찾아야 한다. 정치적 목적이나 정파적 이해에 따라 확산되는 가짜 뉴스 전반을 차단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일부 보수 언론의 편파보도, 안보 상업주의, 오보는 철저히 막아야 한다.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개인이나 언론매체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관련법도 만들고 단속 전담팀이 구성되어 있다.우리도 가짜 뉴스의 생산자 뿐 아니라 전달자도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가짜 뉴스 방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형법상의 사이버 범죄 수사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이번 국회는 가짜 뉴스 방지를 위한 입법부터 선행되길 바란다.

2020-05-10

탈북자 태영호 국회의원에 거는 기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 총선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당선자가 여러 명 있다. 태구민이란 이름으로 강남 갑구에서 당선된 그도 그중의 한 명이다. 야당의 총선 참패가 공천의 잘못이라고들 비판하지만 이번 탈북자 2명의 보수 정당 공천은 매우 신선한 측면이 있다. 자유를 찾아온 탈북자가 3만 명을 훨씬 넘어섰지만 아직도 남한 땅에는 성공했다는 사람은 찾아 보기 힘들다. 태영호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조명철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에 입성하게 되었다. 이번 꽃 제비 출신 비례 대표 지성호도 있지만 그는 탈북자 중 지역구에서 당선된 첫 국회의원이다.그는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오랜 외교관 생활을 하다 탈출에 성공한 사람이다. 황장엽 선생 보다는 직위는 낮지만 외교관으로서는 탈북민 중 가장 고위직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탈북 동기에 의아심을 품는 사람이 많았다. 그가 ‘북한 공금 횡령자’, 심지어 ‘미성년자 강간범’이라는 유언비어까지 나돌았다. 심지어 그는 북한의 이중 스파이로 매도되기도 했다. 그는 북한 탈출 동기를 언론을 통해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들의 북한 소환이 임박한 상황에서 자식의 장래를 위해 탈북했다고 증언했다. 사실 그는 영국 런던에서 함께 거주하는 일부 탈북민 보다 형편없는 처우인 북한 외교관 생활에 환멸을 느꼈을지 모른다.그의 2016년 남한 땅 정착 과정은 비교적 순탄했다. 그는 평양에서 중국 유학을 다녀오고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친가와 처가 모두 핵심계층 출신이다. 그는 이곳에서도 정부 기관 특임 연구원직을 맡아 특권을 누렸다. 그의 ‘3층 서기실의 암호’는 나는 아직 읽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칼럼에는 그의 남한 사회 정착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그는 지난 2월 보수 정당인 ‘미통당’에 전격 입당하고, 강남 갑구에서 58.4%의 득표로 당선되었다.그의 당선 소식은 북한 땅에서 분명 전파되었고 북한당국은 여전히 그를 맹렬히 비난했다. 북한 당국은 탈북자를 수령의 품을 떠난 ‘배신자’로 간주한다. 10여 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남북 학술 토론회에 참석한 바 있다. 북한의 저명 J 교수는 북한 땅에서는 탈북자가 없다고 주장하다 독일인들의 빈축을 산적이 있다. 태영호의 남한 지역구 당선은 그 자체만으로 북한 당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은 그를 ‘인간쓰레기’로 비판하지만 그의 당선 소식은 북한 당국에 더욱 무거운 짐이 되어 괴로울 것이다.이제 태영호는 태구민이라는 주민 이름을 버리고 대한민국 의원으로 당당히 출발한다. 그의 이번 남한 지역구 당선은 남북 분단사에서 남을 수 있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북한의 고위 탈북자로서 그는 이제 남한 정착의 역할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그는 남북 화해라는 민족적 대업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의원이 되길 바란다. 그의 활동은 세계 언론의 주목도 받고 한국 정치의 다원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남한의 일부 진보그룹에서는 그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비판하고 있다. 지극히 정당치 못한 처사이다. 그는 이 땅을 남북의 젊은 세대들에게 열려진 ‘희망의 땅’이라는 점을 보여주길 바란다.

2020-05-03

TK 보수 일당 독점 구도의 회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 4·15 선거일 하루 전 대구 수성구 신매광장 유세장, 4선의 김부겸 후보가 ‘새도 양 날개가 있어야 날 수 있습니다, 대구를 경쟁하는 도시로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절규했다. 북구 아울렛 광장 네거리에서는 2선의 홍의락 후보가 마지막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모레 아침 언론에 대구의 선거가 온통 핑크 색으로 표시되면 좋겠습니까.’ 국회 예결의원인 자신을 국회로 보내줘야 대구를 살릴 수 있다고 절절히 호소했다. 16일 총선 지도 TK 25석 선거구는 온통 핑크색으로 채색되었다. TK는 다시 보수 일당 독점구도로 회귀하였다.이번 총선의 TK 표심은 한 마디로 문재인 정권의‘비판’을 넘는 ‘분노’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곳의 표심이 이렇게 기운 심리적 기저는 어디에 있을까. 민주당의 180석이라는 압승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표심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응징으로 집약되었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정서에는 TK 정권 기득권에 대한 박탈이 보수정당 지지로 표출되었다. 아직도 이곳 밑바닥 민심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의 향수가 지하수처럼 흐르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자성론과 비판론도 있지만 이는 소수일 뿐이다. 이곳 보수 주류는 박근혜 탄핵을 용납지 못하고 태극기 집회를 지지하고 유승민 등 보수개혁파까지 배신자로 간주하고 있다.이러한 심리적 기저가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적극 지지하였다. 전국적으로 거의 먹혀 들지 않는 문재인 정권 심판도 이곳에서는 설득력 있게 확산되었다. 오히려 수도권에서 외면당했던 ‘문재인 대통령 탄핵’이나 ‘좌파 독재 종식’이라는 구호까지 이곳 보수층은 적극 지지하였다. 이곳에서는 야당의‘사회주의 개헌론’에 동조하면서 선거 직전 터진 야당의원들의 엄청난 막말도 선거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유시민의 ‘180석 발언’은 TK 주류에게 위기감을 불러와 보수층의 결집을 촉진하였다.사실 대구 경북의 이러한 선거 표심은 곳곳에서 예감되었다. 이곳 장년층의 친목 모임에는 의례히 문재인 정권의 응징이라는 화두부터 등장하였다. TK의 친목 모임에서는 이에 대한 반론과 비판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 문재인 정권의 옹호나 지지는 좌파 용공세력으로 매도되기도 하였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도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난이나 분노는 카톡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문재인 정권은 철늦은 ‘친북 좌익 정권’이라는 흑색선전이 확대 재생산되었다. 그것이 결국 통합당 공천은 무조건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었다. 이러한 TK의 분노한 표심은 4선의 김부겸마저 추락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제갈량이 와도 이곳에서 민주당 간판으로는 패할 수밖에 없다. 역으로 이곳에서는 통합당 공천만 받으면 누구라도 당선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선거 결과에 TK의 보수 주류는 자존심을 살렸다고 위로할지도 모른다. 결국 이번 총선 결과는 정치의 지역주의 회귀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한 이곳의 보수 독점 일당 정당구도는 이 지역 발전을 기약할 수도 없다. 중앙 정치와 연결되는 작은 숨구멍마저 막아 버리고 자폐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2020-04-26

야당이 선거에서 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선거의 결과는 제1야당의 처절한 패배로 끝났다. 이번의 여론조사는 총선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다. 선거 결과는 더불어 민주당 180명, 미래통합당은 103석 당선으로 나타났다. 범여권 당선자 190명, 범야권 당선자 110명은 야권의 처절한 패배이다. 야당은 총선, 대선, 지방선거에 이은 4연속 패배이다. 이번에는 사이 보수도 사이 진보도 없었다. 열성적인 야당 지지자들의 실망은 더욱 컷을 것이다. 6·25 전쟁 중 치른 선거에서도 야당이 이렇게까지 패하지 않았다. 선거의 철칙인 구도, 정책, 인물 면에서 야당은 패할 수밖에 없었다.야당은 선거구도 면에서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야당의 보수 통합은 진정한 통합이 아닌 급조된 임시 통합이었다. 이는 보수 개혁 통합과는 거리가 먼 각자 생존을 위한 자구적 통합이었다. 또한 이번 선거전에서 야당은 황교안 대표 외에는 잠재적 대권 후보가 보이지 않는데 문제가 있었다. 이낙연 외에도 박원순과 이재명이 지원사격하는 여당의 구도와는 판이하였다. 더욱이 야당은 선거의 사령탑마저 구축하지 못했다. 황교안 대표의 종로구 출마부터 혼선이 있었고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영입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야당은 공약이나 슬로건 등 정책과 이미지전에도 실패하였다. 야당은 코로나 사태가 심각했음에도 ‘문재인 정권의 심판’론에만 매달려 있었다. 문재인 정부를 ‘좌익 독재 ’로 규정한 것도 총선 민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여 문재인 정권을 탄핵하자고 주장하였다. 전 세계가 한국의 방역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데 그들만 방역 실패만을 강변하였다. 야당은 정부의 탈 원전, 소득주도 성장을 비판하면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구태의 선전 선동 이미지는 중도 보수층의 표심을 얻을 수 없었다.야당은 후보의 공천도 실패하였다. 급조된 공관위는 ‘개혁공천’이라는 슬로건은 요란하게 걸어 놓았지만 후보 검증에는 실패하였다. 그들은 물갈이를 강조하면서도 공천 후보의 참신성은 보여 주지 못했다. 선거 결과에 악영향을 초래한 막말 파동에 대한 대응책도 적절치 못했다. 황 대표는 공천확정 후에도 공천취소와 재공천이라는 파동까지 겪었다. 관료 출신 황 대표의 리더십의 한계가 노출되었다. 공천에서 탈락했다 당선된 5명의 무소속은 이를 잘 입증한다. 대선 주자급의 공천 배제는 ‘이기는 선거’를 포기했다는 비판이 처음부터 따라다녔다.이번 야당의 패배는 결국 구도, 정책, 인물이라는 선거의 3대 고리의 총체적 실패에 기인한다. 근원적으로 보수 야당의 개혁 없이는 선거의 승리는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야당은 식물국회, 동물국회, 대여 강경 투쟁, 삭발과 청와대 앞 시위만으로 변화된 표심을 끌어들일 수 없었다. 세월은 빠르고 유권자의 표심은 변한지 오래인데 과거에 안주하는 수구 꼴통 정당에 누가 표를 주었겠는가. 결국 야당은 텃밭인 경상도와 강남, 60대 이후의 노령 보수층의 지지만을 얻어 좌초하였다. 그러나 내 후년 2022년은 다시 대선과 지방 선거가 있다. 야당은 이번 총선 패배가 당의 체질 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임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2020-04-19

총선 막판 변수가 선거판을 뒤집기 어렵다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4·15 총선 이틀 전이다.전국적으로 관심 있는 접전 지역이 30여개나 된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선거의 결과는 더욱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선거 종반에 올수록 여야 모두 이번 선거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동정표를 노리는 ‘언더독’전술 보다는 자신 있는 집을 밀어준다는 ‘밴드왜건’ 효과를 기대한 탓일 것이다. 선거에서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이해찬 대표의 말이 맞을지, 여야를 넘나들며 선거의 마술사를 자칭하는 김종인 위원장의 말이 적중할지는 두고볼 일이다.이번 선거는 쟁점도 바람도 없이 조용한 선거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라는 돌발 사태가 초래한 선거분위기 탓일 것이다. 여야는 경쟁적으로 재난 지원을 위한 포퓰리즘 식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야당 류승민 의원만이 자당의 재정 지원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야당이 제기한 ‘조국 살리기냐, 경제 살리기냐’는 슬로건도 착근되지 못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응징이라는 강풍이 불지 않으면 야당의 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대구 경북의 표심은 예외일 것이다.야당의 막말 변수가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김대호와 차명진 후보의 막말은 선거의 악재가 되고 있다. 김대호 후보의 30∼40대 유권자의 착각, 무지라는 세대 ‘비하 발언’, 차명진 후보의 세월 호 텐트 속의 ‘불륜 발언’은 엄청난 파장을 낳았다. 선거 전야에는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야 한다는데 두 후보의 망발은 자신의 선거구뿐 아니라 남의 선거구까지 재를 뿌린 격이다. 이 같은 막말은 상대방의 표심을 결집시키고 부동층의 지지를 멀어지게 한다. 당 지도부가 급기야 제명과 탈당 권유라는 조치를 취했지만 전세를 만회하기는 어려을 것이다.선거 전야에 흔히 등장하는 마타도어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는 가장 퇴행적 선전 행태지만 우리 선거 전야에 종종 등장하는 변수이다. 우리는 과거선거에서 북풍, 총풍, 병풍이라는 흑색선전을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근거도 없이 폭로되는 마타도어가 수습도 하지 못하고 선거는 끝난 경우가 많다. 지난 주말 이미 여당 대표가 곧 2∼3개의 대형 공작이 주말에 폭로될 것이라 발표했다. 야당의 선거 전략 본부장도 가증스런 사건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벌써 N번방의 유력인사 개입설, 대형 부정 축재 설, 윤석열 검찰 총장의 갑작스런 사퇴설 등 종잡을 수 없는 시나리오가 퍼지고 있다.한국 갤럽의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55%에 이르고, 정당 선호도는 민주당 44%, 통합당 23%로 간격이 더욱 벌어졌다. 여론 조사가 반드시 선거 결과와는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러 선거 막판 변수를 어떤 것을 대입해 봐도 총선 판세는 야당에게 불리하다. 여야는 마지막 변수인 투표율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틀간의 사전 투표율은 26.7%로 급등하여 15일 최종 투표율마저 상당히 높아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고, 낮으면 여당에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이 가설이 적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15일 저녁의 선거 결과를 지켜 볼 수밖에 없다.

2020-04-12

4·15 총선의 핵심 포인트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코로나19 사태로 힘들지만 총선은 성큼 눈앞에 다가와 있다. 후보 등록이 끝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 선거판은 아직도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300석의 의석을 앞에 놓고 여당과 야당은 과연 몇 석을 확보할 것인가. 여야 모두 130+α라고 승리를 장담하지만 예측은 사실상 어렵다. 현재의 여론 조사만으로도 총선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역대 총선의 여론조사는 결과와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총선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몇 개의 포인트를 살펴본다.먼저 이번 선거에서 대통령 중간 평가 등 코로나 외의 이슈 부각 여부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로서는 ‘문재인 정부 심판론’도 ‘야당 심판론’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당은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 ‘국민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집중부각하고 있다. 현재는 유권자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여야의 이러한 정책 자체가 대립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의 세계적 확산 때문이다. 여기에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 비판보다는 코로나 수습이 총선 결과에 더욱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후보나 지지 정당을 선택하지 못한 무당층 표심이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보수층과 진보층 지기기반은 여야로 선명히 양분화 되어 있다. 그러기에 아직 20∼30%인 중도층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1야당이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영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고 집권여당이 개혁보다는 안정과 책임을 강조하는 정책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선거 막판 중도층의 선택으로 전체 투표율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총선 투표율이 21대 총선 투표율 58%를 넘으면 야당에 유리하고 오히려 낮아지면 여당에 유리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투표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선거 운동 과정의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천 파동이 선거 판세를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 당시의 진박 감별사의 등장과 김무성 당대표의 잠적은 집권당의 총선 패배로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의 ‘노인 폄훼 발언’은 대선 참패의 요인이 되었다. 지금과 같은 선거 구도에서의 지도부의 ‘말실수’등 돌발 변수는 선거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황교안 대표의 최근 발언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현재로서 전체 선거 판세는 수도권과 호남에서 여당이, 영남에서는 야당이 앞선다고 분석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라는 양극화된 구도는 뚜렷이 보이는데 중도나 제3당의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선관위 등록 정당이 50여 개이며 비례 후보를 낸 정당이 35개에 이른다 한다. 준 연동제 비례대표의 선거법 취지와는 달리 이들의 입지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다간 이번 총선이 촛불과 태극기의 대립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가 갈등의 해소보다 갈등의 증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10일간 선거 과정을 잘 지켜보자.

2020-04-05

코로나 정국에 휩쓸린 4·15 총선 이슈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아무도 예견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한국 총선 정국마저 흐트러지게 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상대를 향해 준비했던 전략들이 쓸모없게 되었다. 학교는 휴교하고 거리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언론마저 하루 종일 온통 코로나로 장식하고 있다. 제일 답답한 사람들은 총선 후보자들이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악수 할 사람도 없다. 어제는 하루 종일 거리에서 방역 소독약만 뿌렸다는 어느 후보의 하소연을 들었다. 코로나 사태 앞에 정치도 선거도 실종되어 버린듯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만큼 총선의 열기도 식어가고 있다.어느 선거나 구도, 인물, 정책이 승리의 관건이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정국은 선거판의 기본 구도까지 헝클어 버렸다. 여야 양강이라는 팽팽한 대결구도마저 잘 보이지 않는다. 야당이 벼르던 문재인 정부 실정론은 코로나 사태로 설 자리를 잃어 버렸다. 그동안 어렵사리 이룩한 보수정당의 통합도 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개혁이나 공수처 신설, 조국사태도 울산 선거 개입도 이번 총선의 이슈는 되지 못한다. 코로나 방역 대책만이 가시적으로 보일 뿐이다. 코로나 재앙이 역설적으로 팽팽하던 대결구도를 뭉개버렸다.이러한 상황 하에서 여야의 총선의 전략도, 정책도 부각되지 못한다. 여당의 급조된 ‘국민을 지킵니다’와 야당의 ‘바꿔야 산다’는 구호만 나부낄 뿐이다. 코로나 사태는 이처럼 선거의 쟁점마저 블랙홀에 삼켜버린다. 미래통합당이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문 정권의 ‘소주성’ 정책, 외교 안보 정책의 실종, 대북 정책까지 코로나 ‘방역 정책’에 밀리고 있다. 코로나로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야당 심판론은 먹혀 들 수 없다. 급기야 야당은 김종인 전의원을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왔다. 선거의 달인이라는 그의 선거 메시지가 어떤 효과를 낼지 아직은 미지수다.흔히 총선 선거에서는 후보 당사자의 인물이 선택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후보를 검증할 시간마저 너무 촉박하다.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이 35곳으로 확정되면서 정당투표용지는 48.1㎝ 길이로 제작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준 연동제 선거법에 의해 급조된 위성 정당 이슈도 이제 장군멍군식이 되어 버렸다. 야야 모두 실리 앞에 명분도 원칙도 상실해 버렸다. 이번 지역 총선에서는 야 성향 무소속 후보가 많다. 지역 선거에서 3파전은 제 1야당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집권 여당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여러개 보인다.이처럼 코로나 사태는 총선의 구도, 정책, 인물을 알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언론은 이제부터라도 후보와 정책을 유권자들이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언론은 코로나 사태의 방역과 홍보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총선관련 프로그램을 보다 확충해야 한다. 후보도 정책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는 대의 정치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이제는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만이 민주 정치의 대의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정당이나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30%의 무당층의 표심이 총선 결과를 좌우할 기간이다.

2020-03-29

사이비 종교에 취약한 한국 사회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신천지를 경계하자는 주장은 일찍부터 있었지만 기독교 내부의 흔한 ‘이단’ 논쟁쯤으로 여겼다. 코로나19의 ‘신천지’ 집단 감염이 없었다면 신천지 정체는 묻혀 버릴뻔 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사이비 종교들의 폐해를 여러 번 경험했다. 전용해의 백백교, 박태선의 감람나무, 조희성의 영생교, 근년 유병언의 구원파도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신천지의 정체도 반드시 백일하에 드러나야 할 것이다.차제에 우리는 사이비 종교가 쉽게 착근하는 우리 사회의 토양부터 살펴보자. 우리사회는 물질적 풍요 속에 정신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되고 희망의 사다리마저 사라진 절망의 구조는 쉽게 사이비 종교의 온상이 된다. 이런 사회에서 인간의 신뢰는 무너지고 경쟁적 사슬 구조는 더욱 강화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소외되고 불안한 사람들은 정신적 도피처를 찾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식당과 술집, 노래방, 모텔 등 유흥업소가 증가할수록 교회도 증가하는 기이한 구조이다. 사이비 종교는 이러한 취약한 틈새를 파고드는 괴물이다.우리와 같은 다종교 사회도 사이비 종교의 온상이 된다. 한국사회는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불교, 기독교, 천주교 등 다종교의 공존 사회이다. 기독교는 여러 종파로 분열되어 특정 종파는 다른 종파는 구원이 없다고 선전한다. 일본산 신흥종교까지 번창하고, 서울에는 이슬람 사원까지 문을 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종교는 형식주의로 흘러 꽃을 피우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기독교 망국론’을 열변하던 어느 철학 교수님 모습이 떠오른다. 세계 종교의 전시장이 된 우리 사회는 사이비 종교가 언제라도 슬쩍 끼일 수 있는 토양이 있는 것이다.한편 사이비 종교가 파고든 것은 우리의 기성 종교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어느 종교나 배금주의와 물신주의가 유행하고 있다. 종교는 이미 사회적으로 상처받은 외로운 사람들의 위로처가 되지 못하고 있다. 기성 교회의 세습 문제나 파벌 싸움으로 송사로 번지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교회는 매너리즘에 빠져 신자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다. 여기에 신천지 같은 사이비 종교는 생활 밀착형 방식으로 쉽게 접근한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재림 예수가 되고 달콤한 구원 메시지로 신자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신천지집단이 기독교나 천주교의 신자를 포섭대상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사이비 종교의 척결은 아직도 그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사회의 불평등한 불안 구조부터 바로 잡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우리는 물질문화와 정신문화의 간극을 메우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 중 최상위의 욕구를 ‘초월적 존재’에 대한 욕구로 규정했다. 인간이 절대자를 추앙하는 종교심은 고상한 단계의 욕구라는 것이다. 오늘날 기성 종교는 자신들의 역할과 사명을 바르게 깨달아야 한다. 모든 종교인들은 자신의 신앙이 세상 것만 추구하는 기복 신앙에 흐르지 않았는지 자성해야 할 시점이다.

2020-03-22

종교의 정치개입은 정당화될 수 없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종교와 정치영역은 구분되는 영역이다. 종교가 영혼 구원이 목적이라면 정치는 국리민복이다. 상호 존중해야할 영역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보았고, 철학적 인간학의 시조 막스 셀러는 종교적 인간을 중시하였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현상을 자주 목도하게 된다. 전광훈 목사의 한기총(CCK)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과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종교를 앞세운 정치 집회는 정당화 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의 종교의 정치개입 행태부터 짚어보기로 한다.우리 역사에서 고려조에는 불교가 호국 불교라는 명분으로 조선조에서는 유교가 통치이념으로 영향을 미쳤다. 종교가 정치와 분리 되지 못한채 상호 야합한 결과이다. 임란 시 일본의 조선 침략에 가톨릭 종군신부까지 동원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해방 후 한국의 독재 정권하에서는 종교가 현실 정치를 옹호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정권이 종교를 정치에 교묘히 방편으로 이용하였기 때문이다. 종교가 특정 정치 세력에 기생하고 권력에 비위를 맞추는 행태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의 신천지와 정치권력과의 관계도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해방이후 한국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종교는 정치권력에 비판적 입장을 표출하였다. 시민사회의 성장이 정체된 사회에서 종교가 비판적 기능을 대행한 셈이다. 특히 가톨릭교회의 정의사제구현단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권위주의 정권시절 반정부적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보수층에서는 종교단체의 이러한 역할을 비판하였고, 진보 측에서는 이를 적극 지지하였다. 여기에는 남미의 해방신학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여하튼 당시 성당, 교회, 사찰은 반정부적 인사들의 보호처가 되기도 했다.그러나 최근 한기총의 광화문 집회와 같은 정치행위는 상당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극우의 입장인 한기총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탄핵집회는 종교의 과잉 정치 참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시민사회의 입장은 그에 대한 평가는 처한 입장에 따라 상반된다. 결국 광화문 집회의 주역인 전 목사는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대통령의 탄핵 주장뿐 아니라 극우 보수 정당 창당의 주역이기도 하다. 그들은 신학자 본 훼퍼의 ‘미친 자에게 운전을 맡길 수 없다’는 표어를 내세우며 현직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정치 개입 행위는 기독교 종교내부 뿐아니라 시민 사회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결론적으로 한기총의 정치 개입 행위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기독교의 교리 상에도 하느님의 권력과 나라와 세상의 권력은 엄연히 구분되어 있다. 일부 급진 기독교에서 예수를 ‘혁명가’로 묘사하기도 한다. 예수가 당시의 유태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는 반기를 들었지만 행위의 본질은 사랑이다. 물론 정치는 종교와 자유 신앙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결국 종교가 정치권력에 기생하고 안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종교의 정치에 관한 무관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기총 식의 과잉 정치 개입은 사회적 분열과 갈등만 야기할 뿐이다.

2020-03-15

‘사회적 거리 두기’와 스스로 돌아보기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직장인 상당수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대구는 지하철도 버스도 텅텅 비어 있고 사람들이 붐비던 시장마저 철시한 상태다. 방역 당국이 급기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선포했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도 중요하지만 사람과의 만남부터 자제하자는 것이다.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도 드물고 상호 경계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결국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를 일정 기간 집에 가두는 ‘방콕’ 신세로 만들어 버렸다.이번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개인이 먼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도 벌써 2주째 집안에만 박혀 있다. 내 삶 속에서 이처럼 오랫동안 집에서만 머물렀던 경험은 전무하다. 어릴 때인 6·25 전쟁 중에도 동네 친구들과 마을 담 안에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모두 장기간 집에 있으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무기력하다고 한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말이 있다. 좌절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모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동안 우리의 삶이 목적보다는 수단적 삶에 치중하지 않았는지 자성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직접적인 만남이 제한된 이 기간, 우리는 자신과 공동체의 관계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삶이 혼자서는 살수 없는 공생이지만 우리는 공동체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간다. 기본적인 가족 공동체의 고마움마저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다. 대구를 향한 마스크와 의료 장비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전라도 광주에서 병실을 제공하고 강원도의 119 구급차까지 도착하였다. 바이러스 공포 앞에 개인은 나약하지만 연대와 연민의 정은 증대되어 다행이다. 이번 사태가 우리 모두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한편 우리 인간은 자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감염의 근원은 아직 명확하게는 밝혀지지 않았다. 박쥐라는 동물을 매개로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었다고만 알려지고 있다. 생태론자들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횡포가 자연의 인간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질 것을 일찍부터 경고하였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이 미세먼지라는 괴물로 현재도 우리를 옥죄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이전에도 사스, 메르스, 신종 플루가 지구촌을 괴롭혀 왔다. 차제에 우리도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삶의 방도를 찾아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신앙인들도 자신과 절대자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코로나19 감염의 진원지로 알려진 ‘신천지’에 대한 비난은 격해지고 있다. 신천지라는 사이비 종교의 잘못된 구원관이 비극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여러 해 전 가톨릭 피정과정을 통해 신앙의 진리를 묵상해본 적이 있다. 이번 기회를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이 인간과 절대자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신천지’의 부상에는 잘못된 기성 교회에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신천지의 요상한 구원관에 빠진 것도 결국 우리들의 잘못된 신앙 때문은 아닐까.

2020-03-08

‘신천지’ 정체는 명백히 밝혀야 한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초기 중국 우한사태를 보고 ‘설마 우리까지’ 했던 기우가 우리의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다. 전국의 확진자 수가 3천700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중 대구·경북의 환자가 80%를 넘고 ‘신천지’ 관련 감염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신천지의 밀집 형태의 종교 집회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신천지 신도 20만2천명의 명단을 제출 받아 방역 당국이 전수조사를 실시 중이다. 이러한 신천지 집단 쇼크는 그들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이미 신천지에 관한 소문은 종교계에서부터 수없이 회자되었다. 정통 기독교는 신천지는 사교(邪敎)나 사이비 종교로 간주하였다. 그들은 ‘조건부 종말론’을 내세워 불안한 사람들을 유인하였다. 교주 이만희는 재림 예수로 칭송되었다. 그들은 요한 계시록에 근거하여 독실한 신자 14만4천명만이 완전한 구원에 이른다고 선전하였다. 이는 소위 12지파의 각 1만2천명을 합한 숫자이다. 현재 등록 신도만 23만 명이 넘고, 그들은 한 때 40만 명이 넘는다고 교세를 자랑하였다. 한국 최대 여의도순복음교회 43만 신도와 비견되는 숫자이다.신천지는 철통같은 비밀 조직을 유지하며 교세를 확장해 갔다. 그들은 포교 대상을 미리 파악하여 교묘한 방법으로 접근하였다. 특히 한국 기성 교회의 맹점을 이용하여 포섭대상을 확대해 갔다. 기성 교인에 대한 소위 ‘추수 꾼’ 포섭전술은 그들 간부의 평가 자료로 활용되었다. 그들은 현대적 경영기법까지 동원하여 경쟁을 부추기고 대변인 제도까지 두었다. 불성실한 일꾼들에게 1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우수 신도 포상금 제도까지 있었다. 그들의 지역별 교육 센터와 복음방에는 비밀주의를 엄격히 적용하였다. 국제화 프로젝트를 통한 중국 우한 지역까지 해외 선교를 확대했음이 드러나고 있다.신천지라는 사이비 종교가 널리 퍼진 근원에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 정신적 불안 세대는 증가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지났고, 양극화된 사회는 희망의 사다리까지 폐쇄되어버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한 모순을 그대로 고발하고 있다. 신천지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에 교묘히 영적으로 파고들었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신천지 바이러스의 부정적 시너지로 확대된 결과이다. 물론 오늘날 한국 사회의 기성 교회의 타락과 세속화에도 책임은 있다.오래전부터 지탄받았던 신천지의 정체는 이제 백일하에 드러날 운명에 처해 있다. 신천지는 신도 자료 불성실 제출과 역학조사 방해죄로 검찰에 고발되었다. 코로나 3법이 국회를 통과한 결과이다. 교주 이만희는 사실혼 관계인 어느 여인과의 자금유용 협의로 피소되었다. 신천지 교주는 신천지에서 탈출한 신도 ‘피해자 연대’로부터도 청소년 납치 감금 혐의로 피소되어 있다. 그는 새누리당 당명 제작 선전혐의로도 고발되었다. 교주는 이제 재판정에 서서 자신의 혐의부터 밝혀야 할 것이다.

2020-03-01

중도층의 표심은 어디로 갈 것인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유권자의 표심을 말할 때 ‘중도층’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정치적 중도층은 어떤 사람들인가. 중도(中途)층은 사전적 의미로 어느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온건층을 말한다. 정치적 중도층에도 진보에 약간 기운 중도좌파도 있고 보수에 약간 기운 중도우파도 있다. 바라다트는 이데올로기의 스펙트럼에도 중도를 보수와 진보의 중간에 위치시키고 있다. 한국과 같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가 극한 대립하는 정치풍토에서 중도는 상당한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중도층 획득여부에 선거의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극한 대결의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중도층을 형성한다. 4·15 총선에서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부동층도 중도층에 해당된다. 중도층은 좌우익이라는 극단정치를 비판하면서 정치적 판단을 유보하는 유권자층이다. 이들은 극단적인 정치 행태를 비판하면서 양비론적 입장을 취한다. 이들은 표심을 잘 드러내지 않아 좌우의 열성 지지자들부터 기회주의자로 비판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선거 막판에 지지 후보나 정당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정치적 무관심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우리나라에서도 이들 중도층을 대변하겠다는 정당이 수시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안철수의 중도 정당은 38석을 얻어 제3당의 위상을 과시한 적도 있다. 중도 정당이 호남 지역주의를 교묘하게 결합한 결과이다. 이런 정치적 자산을 바탕으로 안철수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과거 제3당인 자민련도 영남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그러나 모두가 중도 제3당의 정치적 한계에 부딪쳐 해산되고 말았다. 중도 정당은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열성적 지지기반이 취약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또다시 출현하였지만 성공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4월15일 21대 총선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여야는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 전략을 세우고 있다. 보수 야권은 미래통합당을 결성하여 개혁을 표방하여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여당 역시 개혁에다 보수적인 정책을 가미하여 중도 진보층의 표심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중도층 표심을 의식하여 당의 정체성에 어긋나는 선거 공약을 표출할 것이다. 가령 보수당이 안보는 보수지만 경제는 진보를 내세우고, 진보는 개혁보다 민생과 안전을 우선하는 것 등이다. 그리하여 현대 정치에서 보수 진보 정당은 모두 ‘잡탕 정당’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다.자유민주정치에서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는 건전한 중도층이 요구된다. 그들이 정치 안정의 균형 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정치적 의리와 결속을 중시하는 패거리 정치에서는 중도의 길은 견지하기 어렵다. 더욱이 선명성을 가장한 흑백 정치가 판을 치는 정치에서는 중도적 유권자의 존립은 더욱 어렵다. 결국 중도 표심은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논리를 거부하다 결국 막판 한쪽 진영으로 편입되기 쉽다. 이를 간취한 보수와 진보 정당은 4·15 총선에서 중도층 확보를 위한 치열한 전투를 전개할 것이다.

2020-02-23

코로나19를 통해 본 ‘중국식 사회주의’체제의 모순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를 강타했다. 중국은 이미 확진자가 7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1천600여 명에 이른다. 중국 우한은 전시처럼 교통이 통제되고 긴급 의료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희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국 의료인까지 2천명이 감염되고 6명이 사망했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철저히 대비하여 확진 자 29명 중 7명은 이미 퇴원하였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사태는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국가의 방역체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코로나19의 확산은 G2 국가인 중국의 국가 위상을 여지없이 흔들어 버렸다. 인구 14억의 중국은 방역체계의 허술함이 전 세계에 노출되었다. 중국 의료체계로는 그들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중앙당의 눈치를 보고 보고조차 못하는 의료 체계, 환자의 통계까지 조작했다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최초로 코로나19 전염병을 알렸던 이원량은 공안에 끌려가 고생하고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를 감시해야할 언론은 통제되고 이를 고발한 언론인은 행방불명되었다. 모두가 중국식 공산당 공안 통치가 초래한 비극이다.나는 젊은 시절부터 중국을 수십 차례 방문하였다. 처음에는 중국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단순 호기심에서 출발하였다.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중국의 시장경제가 확대할수록 그들의 GNP는 성장하였다. 그러나 공산당 권한은 교묘하게 확대되고 당 통제는 강화되었다. 중국 공산당은 공안 통치의 손길을 곳곳에 뻗치고 외국 여행객까지 통제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여행객 중 백두산에서 태극기를 펼쳤다가 구금된 사람도 있다. 사드문제로 심각할 때 중국은 북한 땅을 볼 수 있는 한국인에게 두만강 투어까지 금지시켰다.여러 해 전 중국 상해 교통대학 교수를 우리 대학에 초청하여 학술 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그 대학 마르크스 연구소 소속 교수를 초청하였는데 막판에 중단될 뻔하였다. 그들은 초기의 참가 약속과 달리 갑자기 참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한국 언론에서 국제학술대회 개최 사실을 보도하였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학술대회 개최를 언론에 홍보하는 것이 관례인데 중국 측 입장은 완전히 달랐다. 중국의 학자들은 아직도 당국의 허가로 국제 학술대회에 참가한다. 중국당국은 언론과 학문 자유까지 공산당과 공안에서 통제하고 있다.이번 코로나19 전염병도 이러한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가 초래한 비극이다.아직도 중국 공산당은 언론과 집회, 정보의 흐름까지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1989년 중국 천안문광장의 시위는 폭압적인 탱크가 막아 버렸다. 56족으로 구성된 거대 국가 중국이 하나의 깃발아래 살기는 어렵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중국적 특색의 사회주의’는 반동은 쉽게 잡을지 몰라도 코로나19는 잡을 수 없다. 의료 정보까지 통제되는 중국사회의 모순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한 중국에서 오렌지 혁명은 더욱 어렵다. 코로나19는 중국사회주의 모순을 점검하는 계기임이 틀림없다.

2020-02-16

위성(衛星)정당과 우당(友黨)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정당정치는 자유민주주의 꽃이다. 다양한 정치적 의견이 정치에 투영되어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현재 우리나라의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은 34개이지만 등록 준비 중인 정당이 16개에 이른다. 지난번 국회를 통과한 준 연동제 선거법은 3%이상의 지지 정당에 비례대표의원을 할당 받는다. 21대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이지만 등록정당은 늘어날 전망이다. 비례 대표를 의식한 신당이 창당되기 때문이다. 개정 선거법이 초래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다.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용 미래한국당을 창당하였다. 황교안 대표는 이 당을 자유한국당의 ‘자매정당’이라고 했지만 언론에서는 이미 ‘위성 정당’으로 지칭하고 있다. 미래한국당 창당식에는 자유한국당 대표와 사무총장까지 참여하였다. 4선의 한선교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고, 자유한국당 출마 포기 의원 3명이 미래한국당에 입당하고 앞으로 의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제1야당이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급조한 것은 정당사에 유례없는 일이다.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원을 얼마나 당선시킬지는 유권자들의 표심에 달려 있다.더불어민주당은 위성 정당을 창당한 자유한국당의 정치 행태를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사실 위성 정당 탄생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측은 정의당이다. 이들의 비판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의당은 비례 득표용 정당의 창당은 헌법과 정당법에도 위반된다고 검찰에 고발하였다. ‘떴다방 식’ 정당의 급조는 민주 정치의 도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정치 개혁의 본질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국회의 패스트 트랙을 통한 준연동제선거법에 대한 불가피한 자구책이라 강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지 않고 미래한국당을 통해 비례대표의원만을 확보한다는 것이다.북한에는 위성 정당에 비견되는 우당(友黨)이 있다. 북한노동당이 친구 정당으로 사회민주당과 천도교청우당을 두고 있다. 북한노동당은 사회민주당과 천도교청우당을 조직하여 정치 선전에 이용한지 오래다. 천도교청우당은 월북한 남한의 전 외무장관 최덕신과 부인 류미영이 중앙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다. 최근 남한의 그의 아들이 월북하여 뒤를 잇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한 당국은 사회민주당을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에 참석시키고 천도교청우당은 민족 종교를 통해 인민들의 충성을 강요하는 수단이다. 그들은 우당을 통해 북한체제가 일당독재가 아님을 선전하려는 의도이다. 모두 그들의 위장된 통일 전선 조직일 뿐이다. 북한의 우당은 노동당 일당의 외곽 단체이며 선전 수단이다. 그러나 미래한국당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맹점을 교묘히 활용한 급조정당이다. 정치적으로 비난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로서는 불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집권 여당이 위성 정당 창당을 맹렬히 비난하지만 이에 대한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집권 여당인 더불 민주당까지 위성 정당을 모방 창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집권 여당의 고민과 딜레마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 위성 정당 문제는 선거의 쟁점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4·15 총선의 결과를 기다려 보자.

2020-02-09

윤석열 총장 누구를 향한 충성인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검찰 총장 윤석열에 대한 평가는 매우 상반된다. 청와대를 향한 그의 칼날을 극찬하는 사람도 있고, 그의 기소를 정치 행위로 매우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에 이어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청와대 비서관 등 13명을 전격 기소하였다. 윤석열 총장의 과묵한 언행과 뚝심은 포청천을 연상시키면서도 정무적 판단력을 상실한 고집불통의 이미지로 비쳐지기도 한다. 어느 여론 조사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차기 대권 후보 2위까지 급상승했다는 보도도 있다. 권력 핵심부를 향한 그의 기소권 행사를 보는 시각도 양분되어 있다.강경 보수층과 제1야당은 윤석열 총장의 검찰권 행사를 적극지지 옹호하는 입장이다. 특히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반문 태극기 세력들은 ‘윤석열 검찰 총장을 지켜내고 문재인을 끌어내자’는 광고까지 내 걸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총장이 이 시대 정의의 징표임으로 그를 지켜 ‘국민혁명’(?)을 완수하자고 주장한다. 결국 윤석열 총장의 청와대 권력 핵심에 대한 수사범위 확대와 기소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의 부당성을 공수처 폐지와 윤석열 보호라는 명분을 적극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반면 집권 여당과 진보층에서는 청와대를 겨낭한 윤석열 총장의 수사권 행사는 상도를 벗어난 탈선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며칠 전 검찰청에 출두하면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기획된 정치적 수사’라고 강력히 비판하였다. 여당 대표도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한 행사는 국민의 인권 침해라고 경고한바 있다. 결국 이들은 윤석열 총장의 조국 교수 가족에 대한 수사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기소에는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다. 그러므로 윤석열 총장의 기소권 남용은 검찰의 기득권 보호 차원이며 검찰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우리는 이 상반된 입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우선 윤석열 총장에 대한 평가는 진영논리에서는 탈피해야 한다. 그는 취임식에서 ‘개인에 대한 충성이 아닌 조직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다. 대통령도 ‘살아 있는 권력’에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하였다. 그의 권력 핵심부를 향한 기소권 행사를 항명이나 청와대와의 대결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의 충성은 임명권자를 향한 충성이기 보다 검찰 조직을 위한 충성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의 조직에 대한 충성이 자칫 검찰의 기득권 유지나 집단 이기주의로 연결될 때 그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윤석열 총장의 기소권 행사 문제는 현재로서는 판단을 유보해야한다. 그것이 정쟁의 수단이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그의 기소권 행사가 ‘조직에 대한 충성’도 ‘정치적 행위’도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도 조직에 대한 맹목적 충성보다는 정의 실현의 기수이기를 바랄 것이다. 그는 타협이 통하지 않는 강직한 검사, 원칙론자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검사 윤석열은 과거 자신의 원칙과 소신 때문에 전 정권에서 좌천(左遷)된 적도 있지 않는가. 그는 현 상황에서 사퇴할 수도 없고, 사퇴해서도 안 된다. 그의 행적은 임기 후 정확히 평가되길 바란다.

2020-02-02

세시(歲時) 풍습은 사라지고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국사회의 세시(歲時)풍습이 사라진 지 오래다.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마저 사라지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내 어릴 때 시골 농촌의 섣달 그믐은 새해맞이 준비 기간이었다. 가난하지만 집집마다 쌀강정을 만들고 찹쌀로 유과를 만들기도 했다. 조청을 고아 엿을 만들고 집집마다 밀주를 담가 제주로 썼다. 당시 맷돌에 콩을 갈 때 어머니 곁에서 팔이 아프도록 도운 기억이 난다. 설 며칠을 앞두고는 이웃 동네의 물레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뽑아 오기도 하였다. 가래떡을 싣고 오던 우리 집 소가 얼음판에 넘어져 일으켜 세우느라 애태운 적도 있다.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섣달 아름다운 풍광이다.다시 2020년 구정(舊正)이다. 어릴 때처럼 기다려지고 설레던 마음이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내 고향 어릴 때의 세시풍습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구정 전야 섣달 그믐날, 우리 또래는 모두 친구 집에 모여 밤을 새우기도 하였다. 배고프던 시절 우리는 어려운 살림에도 쌀을 한 홉씩 추렴하여 밤늦게 밥을 해 먹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과 목이 쉬도록 노래하고 윷놀이도 하였다. 내일 입을 새 옷을 생각하면 신명나는 그믐날 밤이었다. 그믐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쉰다는 말까지 있었다. 같이 놀던 그 고향 그 동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설날이 되면 더욱 고향 사람들이 그립다.설날 아침 우리 집안은 10촌까지 모여 합동 제례를 지냈다. 당시 우리 집안의 제관은 30명이 넘었고 마루뿐 아니라 댓돌위에서도 제사를 지냈다. 제일 서쪽의 큰집부터 작은집까지 제사 후 명절 음식을 나누다 보면 정오가 넘었다. 합동 제례 후 우리는 모두 동네 어른을 찾아 정성껏 세배를 드렸다. 6살 때 나는 동네의 천민인 고직이 어른께도 세배를 드려 조부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명절 막걸리에 취하여 호기를 부리던 집안의 어른들 모두 세상을 떠났다.당시 정월 한 달 동네 이곳저곳에서는 재미있는 윷놀이가 벌어졌다. 아랫동네와 윗동네로 나누어 놀기도 하고, 며느리와 딸네들이 편을 지어 윷을 놀았다. 당시 동편이 이기면 풍년이 들고 서편이 이기면 흉년이 든다는 속설까지 있었다. 정월대보름 뒷산의 달불놀이는 아직도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다. 둥그렇게 쌓아 올린 생솔나무 달집에 불을 붙였다. 불이 활 활 타오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달을 향해 소원을 빌었다. 마을입구에서는 동서로 나눠 줄 당기기기도 하고 제기차기와 팽이놀이도 하였다. 지금은 고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이러한 세시풍습은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며칠 전 고향을 찾아가지만 그 옛날의 그 풍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었다. 이웃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인정이 넘치던 고향의 풍습은 찾을 수 없다. 옛날의 함께하던 놀이 문화는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요즘 아이들은 눈만 뜨면 게임에 빠져 들고, 이제 스마트폰이 그들의 노리개가 되어 버렸다. 공동체가 아닌 혼자 즐기는 개인주의 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 우리 모두는 각박한 세상의 ‘고독한 군중’이 되어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으로 빈곤하게 되었다.

2020-01-27

보수와 진보의 진영 편견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이념 갈등이 우리처럼 심각한 나라는 드문 것 같다.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는 서로 상대를 적으로 간주한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 이후 그 갈등은 더욱 증폭되었다. 대의 민주주의의 불신에서 비롯된 광장 민주주의가 초래한 비극일지 모른다. 보수와 진보 진영은 서로를 부정하고 거부하고 심지어 저주까지 한다. 자기편은 항상 선이고 상대는 악이다. 자신은 정의이고 상대는 불의이다. 이러한 풍토에서는 국정에 대한 올바른 비판도 경쟁도 있을 수 없다. 네 편 내편이라는 감정의 골만 깊어져 정치판이 어지러워진다.보수진영의 일반적 편견부터 살펴보자. 보수진영은 항상 자신들만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분단 상황에서 철저한 반공만이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보수 우익만이 자유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현대 정치사에서 부패한 보수 권력이 몰락한 모습을 수없이 보았다. 이승만 보수 정권의 부정 선거, 박정희 정권의 유신 독재는 정권의 종말로 끝나 버렸다. 개혁하지 못한 보수는 결국 부패로 망한다는 교훈이다.진보진영의 편견도 이에 못지않다. 진보진영에서는 보수를 개혁을 거부하는 방해 세력으로만 간주한다. 보수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이며 역사를 후퇴시키는 부패세력으로 치부한다. 진보 진영은 보수를 ‘수구반동’ ‘수구 꼴통’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이 역시 보수의 참 가치를 모르는 편견이다. 진보는 자신들만이 자주성이 강하고 보수는 외세 의존적이라는 독단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사는 급진적 개혁이 떼르미도르의 반동으로 몰락했음을 보여주었다. 지구상에는 개혁과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좌익독재가 무수히 인권을 탄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편견은 어디에서 유래할까. 무엇보다도 한국 정치의 보수와 진보라는 고질적 적대관계가 이를 증폭시켰다. 우리 정치의 여야의 부정적인 네거티브 게임은 편견을 증폭시켰다. 선거의 승자는 정의가 되고 패자는 모든 것을 상실한 결과이다. 이 모순된 정치가 시민사회를 양분시켜 버렸다. 이런 진영싸움에서 중도 온건층은 설 자리를 잃어 버렸다. 이러한 보수와 진보 진영의 편견에는 이 나라 언론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치를 비판하고 견제해야할 언론마저 진영논리에 편입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의 적대적 구도가 시민 사회를 분열시키고 언론이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구도가 되어 버렸다.이러한 보수와 진영 간의 편향적 시각은 무척 극복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를 방치하고 국민 화합이나 통합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정당간의 정권 교체도 두 번이나 경험하였지만 정치 문화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우리의 보수와 진보는 하루 빨리 진영논리를 극복하여야 한다. 보수와 진보 정당은 체질부터 개혁하여야 한다. 개방사회의 모든 정당은 이념보다는 실용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극단적 보수와 진보의 논리는 결국 정치적 허무주의로 연결된다.이 나라 정당은 언제쯤 보수와 진보라는 이데올로기적 허위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2020-01-19

대통합 보수 신당은 탄생할 것인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4월 15일 총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보수 정당의 통합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보수 통합을 위한 혁신 통합 추진위원회가 통합의 대원칙에는 합의했기 때문이다. 통추위에 참여한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대표도 보수 재건 3원칙에는 동의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황교안 대표가 이 원칙을 수용했는지는 아직도 분명치 않다. 자유한국당, 새보수당, 우리공화당, 안철수계는 과연 대통합 신당을 창당할 것인가. 유승민의 보수 재건 3원칙을 통해 통합과정의 딜레마를 검토해 보기로 하자.새보수당의 유승민은 이미 ‘탄핵의 강을 건너 보수를 개혁하여 새집을 짓자’는 3원칙을 제시하였다. 그의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주장은 탄핵에 관한 책임을 이제 묻어 두자는 것이다. 사실 새보수당 의원 8명은 당내의 비박계와 함께 박근혜 탄핵을 지지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은 일찍부터 탄핵에 반대하고 그들과는 당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대통령 탄핵 시 총리였던 황교안 대표로서는 이 문제를 섣불리 다루기 어렵다. 자칫 탄핵문제 제기는 당의 내홍을 초래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통추위에서는 탄핵문제가 총선의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합의하여 통합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두번째의 ‘보수개혁’은 명분상으로는 합의하기 쉬운 전제이다. 보수 개혁은 불가피한 시대적 소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 내에도 강경보수와 온건보수, 중도보수라는 입장에 따라 개혁의 범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공화당은 보수 강경입장에서 박근혜 탄핵비판에 당 존립근거를 두었다. 한편 새보수당은 중도 보수층까지 포괄하는 보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보수 정당의 정체성 문제로 연결된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보수 개혁’은 형식적 봉합과정을 거치면서 해결될 수도 있다.세번째 원칙은 기존 당을 해체하여 새집을 짓자는 입장이다. 한국당도 신당 창당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고, 새보수당도 협상용 신당 창설을 마친 상태이다. 그러나 보수 정당의 새 집이라는 신당 창당 과정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이나 빅텐트 설치는 항상 당의 헤게모니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과거 합당이나 통합신당이 실패한 주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새 집의 규모와 당직 배분, 공천권 문제의 갈등은 신당 창당을 어렵게 하는 최종적인 딜레마이다.이 점들을 두루 감안할 때 보수 대통합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아직도 대통합의 원칙에는 동의했지만 각론에는 차이가 많다. 그러므로 대통합을 위한 협상과정에는 상당한 갈등과 진통이 예상 된다.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상 당사자들의 통 큰 결단이 요구된다. 정파 지도자들의 기득권 포기 없이는 대통합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더구나 이번 개정 준연동형 선거법은 소수 정당의 이익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그것이 대통합 신당 창설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보수 신당 통합과정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202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