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루한 장마같이 코로나의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기를 끌었던 방송 프로는 트로트 열풍이었다. 어느 종편에서 시작한 여성 트로트 경연은 여러 방송으로 확대되어 방송가를 뒤흔들었다. 뒤이은 남성 트로트 경연은 더욱 인기 프로그램이 되어 여러 명의 신인 가수를 배출했다. 그간 젊은 세대들이 거부하고 인기 없었던 트로트가 다시 부활하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의 비극이 이 땅에 트로트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코로나 시대 트로트를 들으면서 한국 정치의 파행을 생각한다. 방송가에서 트로트가 다시 각광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트로트는 한동안 뽕짝으로 불려지며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 받았다. 우선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문화가 가족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코로나라는 비극적 상황이 트로트를 통해 심리적 위안을 초래한 결과이다. 트로트 특유의 슬픔과 이별, 한이 서린 노래 가사는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제가 되었다. 트로트에 심취한 사람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트로트가 힐링 수단이 되고도 남았다. 전쟁과 비극, 가난과 보릿고개, 이별과 달뜨는 저녁, 봄바람과 연분홍 치마는 자신의 희망봉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파행적인 정치 현실은 아무런 위안도 희망도 주지 못했다.트로트 가수는 시청자들에게 노래로서 마음을 위로하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민초들의 희망마저 빼앗아 가 버린다. 트로트는 민초들의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묶지만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가슴에 불만 지르고 갈라놓았다. 검찰 개혁, 부동산 정책, 비리 수사 등은 본질에서 멀어져 국론 분열만 조장하고 있다. 우리 정치는 여전히 이념 과잉과 진영 대립, 지역적 틀에 묶여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이번 트로트 경연은 연줄이나 배경보다는 공정한 룰을 통해 신인을 과감하게 선발하였다. 나이, 연령,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실력으로 승패를 갈랐다. 내공과 실력을 쌓은 무명 가수도 판정단의 공정한 심사와 일반 관객의 투표로 선발되었다. 솔직히 트로트 경선 방식은 한국 정치의 대선 후보나 당대표 선거과정 보다 공정성이 담보되었다. 우리 정치도 이제 패거리 정치, 마타도어, 흑색선전 정치를 탈피해야 한다. 우리 정치도 이제 트로트 경선처럼 배경과 힘없는 흙 수저가 등판하여 성공하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우리 한류는 이제 곳곳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코로나의 ‘K 방역’도 세계적 모범으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아직도 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우리 경제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의 정치도 이제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정치로 재탄생해야 한다. 경선을 마친 트로트 가수들의 상호배려 하는 정신이라도 배워야 한다. 아직도 우리 정치는 상호 비방과 폄훼를 일삼고 승자 독식, 패자 거부의 저주의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우리 트로트 계에는 존중받는 원로들이 여럿이지만 우리 정치계에는 아직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 한 명 없으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2020-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