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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정은 체제의 3대 악재는 극복될 것인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한지 벌써 9년이 지났다. 부친 김정일은 일찍부터 북한 권력의 상당 부분을 김일성과 분점하였다. 그해 비해 1984년생 김정은은 부친 사망으로 27세에 갑자기 최고 통치자로 추대되었다. 백두 수령론에 의해 권력을 승계한 그는 집권 초기 내부적 위험요소를 제거하면서 핵과 경제 발전의 병진정책을 펼쳤다. 선대와 달리 서구 유학경력을 가진 그가 북한 개혁을 과감히 추진하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유엔의 대북 제재, 코로나 전염, 수재는 북한 경제의 목줄을 틀어쥐고 있다. 김정은의 당면 악재는 극복될 것인가.유엔의 대북제재가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다. 김정은이 대외여론을 무시하고 개발한 핵무기의 부메랑이다. 김정은은 핵개발을 통해 대미 협상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의 선행을 요구하면서 그 협상은 중단되고 말았다.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탑다운 방식의 협상을 통해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원했으나 무위로 끝나버렸다. 현 상황에서 유엔이나 미국의 대북 제재는 완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계속 유지되는 한 북한 경제의 회생은 사실상 어렵다.코로나19의 폭발적인 전파는 북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선전하지만 그 사실 여부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 방역당국은 북·중 국경지대와 동서 해안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의료 보건체제가 형편없는 북한으로서는 코로나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후진적인 조치이다. 이번 서해안 남한 공무원 실종자 총살도 북한의 방역 비상체제가 초래한 비극이다. 그러나 북한의 국경차단과 내부의 주민 통제는 중국과의 소규모 밀무역마저 막아 북한 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지난번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마이삭은 남북한에 동시 피해를 입혔다. 한반도 남북의 기상여건은 비슷한데도 수재는 북한에 집중되었다. 여러 해 전 북한지역을 다녀보았지만 북한의 야산에는 나무 한 포기도 없는 민둥산이었다. 북한 주민들이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한 결과이다. 그래서 북한지역은 비만 오면 홍수가 초래되고 그 피해는 엄청나다. 최근 북한 언론이 수재 현장의 ‘김정은 지도자 동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은 올해도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인정하였다.이러한 3대 위기는 결국 북한 경제의 총체적 위기로 직결된다. 북한에서 인민들의 어려운 민생을 해결치 못하면 결국 수령에 대한 불만으로 누적된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 내부 권력 주변의 소수 불평분자를 과감히 척결하였다. 그러나 인민들의 생존을 위한 불평은 원천적으로 막기 어렵고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범 수용소 수감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북한도 이미 시장경제가 확대되고 정보사회에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정은이 ‘애민 정치’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을 전면 폐기할 수도 없고, 주민들을 엄격히 통제할 수도 없다. 이것이 김정은 체제의 위기 극복의 가장 큰 딜레마이다.

2020-10-20

그래도 북한과 대화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우리 사회 내부에는 북한과는 대화도 끊고 철저히 단절해야 한다는 사람이 상당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퍼주기 정책이 결국 핵개발로 연결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대북 협상은 불필요하고 북한을 철저히 고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도 그들을 짝사랑할 뿐이고 떡 줄 사람은 꿈도 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정부의 4·27 판문점 선언이나 9·19 평양 공동 합의는 개성 남북 공동 연락소 폭파로 이미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사실 북한 당국은 과거 우리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인도적 만행을 수차례 저질렀다. 1968년 북한 124군 부대의 청와대 습격 사건, 1976년에는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그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피살사건, 2010년 연평도 피격사건, 천안함 폭파사건도 이어졌다. 김정은 정권 이후에도 핵개발은 더욱 강화되고 주민들에 대한 인권 탄압은 더욱 노골화 되었다. 이러한 북한은 결코 우리가 상대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강경 보수층의 주장이다. 대북강경책만이나 봉쇄정책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것이다.그러나 남북관계가 냉전시대처럼 얼어붙고 한반도 상황이 불안할 때의 손익을 냉철히 따져야 한다. 남북관계의 단절과 한반도의 불안 구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discount)로 연결되고 그것이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GDP규모 세계 12위이며 수출 의존적인 한국 경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폐쇄적인 북한의 소위 ‘자립 경제’ 구조는 잃을 것이 별로 없다. 북한은 그때마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고 북한 주민의 고통만 증대될 뿐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미워도 다시 한 번 정책’을 펴야할 이유이다.독일 통일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가장 큰 교훈은 양독 간 꾸준한 교류와 협력 정책이다. 분단 독일과 우리의 분단 상황이 다소 다른 측면도 있다. 그러나 2차 대전 후 강대국 분할 점령이라는 상황구도는 우리와 비슷하다. 사민당 브란트의 동방정책은 기민당으로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통일 정책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되었다. 서독은 연 평균 약 26억불의 대 동독 지원 정책을 펼쳤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 10여 년간 대북 지원액과 맞먹는 액수이다. 독일에서는 퍼주기 논쟁도 없었다. 결국 동독인들의 탈출이 후손을 위해 유익하다는 판단이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었다.결론적으로 우리는 북한당국의 억지와 부당성을 알면서도 대화의 끈만은 이어가야 한다. 우리의 화해 협력 정책만이 장기적으로 북한 주민의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야당인 국민의 힘도 대북 화해 협력 정책의 당위성만은 인정하였다. 여야가 통일 문제나 대북 정책이 정쟁의 수단이 되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다행히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이후 북한 김정은은 공식 사과문을 보내왔다. 그는 당 창건 75주년 기념사에서도 남북 관계개선의 의지를 보였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인내력을 갖고 그들을 협상의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

2020-10-13

나훈아 공연장의 정치적 메시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가수 나훈아는 여전히 한국 가요사에 우뚝한 존재다. 그의 노래에 열광하는 팬들을 뒤로 두고 그는 방송매체에서 10여 년 간 사라져 버렸다.이번 추석 명절에 가황(歌皇) 칭호를 얻은 나훈아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의 공연은 코로나 전염병으로 지쳐있는 우리 모두의 정서를 위로해 주었다. 공연 중간 중간의 그의 멘트는 시중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상당한 정치적 메시지로 읽혀지기도 한다.공연 중 나훈아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자는 발언을 하는 도중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던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고 단언하였다. 상당히 공감하는 발언으로 들렸을 것이다.우리 역사에서 임진란이나 병자호란 등 수많은 외침 시 도망친 군주는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됐다. 6·25 남침 시에도 이 대통령은 한강 다리를 끊고 서울을 떠나 남쪽으로 향했다. 나훈아의 말대로 국가적 위기 시 목숨 바쳐 백성을 구한 왕은 찾아볼 수 없어 민망할 뿐이다. 해방 후 이 나라에 십여 명의 대통령이 통치했지만 진정으로 범국민적으로 존경받는 대통령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최대 비극이다.나훈아의 말대로 위기 시 나라를 구하기 위한 백성은 수없이 많다. 일제 시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일제 시 대구 형무소에서는 176명의 애국지사들이 옥중에서 순국하였다. IMF 경제 위기 시에도 우리 국민들은 장롱의 금붙이로 나라를 구했다.나훈아는 국민의 힘이 (나쁜) 위정자를 물리친다는 주장도 하였다. 당명을 ‘국민의 힘’으로 바꾼 야당에서는 그의 발언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 국가의 ‘국민의 힘’을 정파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나훈아는 그간 ‘고향 역’, ‘홍시’, ‘18세 순이’, ‘잡초’, ‘청춘을 돌려다오’ 등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발표하였다. 그가 직접 작사한 노랫말은 우리 민족의 이별과 슬픔, 눈물의 정서를 유감없이 잘 표출한다. 오직 평생을 대중가요에 헌신한 전문 음악인 나훈아는 훈장까지 거부했다. 그는 노태우 정권 시절 총선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이마저 거부하였다. 그의 거부 이유는 자신의 ‘울긴 왜 울어’를 자신처럼 부를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나라의 성공한 기업인, 유명 교수, 시민운동가, 언론인들이 몰려가는 정치판에서 새겨들을 이야기다.나훈아의 이번 공연은 이래저래 억눌린 우리의 응어리진 가슴을 풀어주었다. 그는 분명 자신의 노래에 자부심을 가진 전문 예술인이다. 천박한 상업주의에 빠져 돈과 인기에 목숨을 거는 연예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는 이 나라 최고 재벌 이건희 회장의 생일 초대 공연도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일본의 초청 공연에서도 공연 말미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후렴을 슬쩍 넣었다. 이번 KBS 주최 공연에서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신곡 ‘테스 형’에서 ‘세상이 왜 이렇고, 세월이 또 왜 저런 지’를 겸손히 묻고 있다.

2020-10-07

김종인의 좌 클릭 노선, 성공할 것인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몇 달 전 미래통합당의 구원 투수로 등장했다. 지난 선거에 4연패한 야당은 궁여지책으로 그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김 위원장의 경력은 대학교수, 청와대 비서관, 장관, 국회의원 등 매우 화려하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5선에 여야를 넘나들며 비대위원장과 선대 위원장을 맡았던 80대 고령의 그가 야당의 개혁의 선봉장이 되었다. 보수 야당은 그간 인명진 목사, 유석춘·김병준 교수 등 여러 명을 비대위원장으로 맡겼으나 당 개혁은 성공하지 못했다. 김종인의 좌 클릭 노선은 보수정당 개혁을 성공으로 이끌 것인가.김종인 위원장은 첫 회의에서 “진취적 정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과거 수구 정당의 개혁을 위해 당의 노선을 중도 좌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박근혜 탄핵문제에 종지부를 찍고, 이제 광화문 태극기 집회와도 단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보수 야당의 비대위원장이면서도 스스로 ‘보수’라는 말을 싫어하고 있다. 또한 그 스스로 광주를 찾아 5·18 국립묘지에서 회개의 무릎을 꿇었다. 그는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북한과의 ‘화해 협력’을 강조하여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모두가 그의 좌 클릭 행보의 일환이다. 그는 미래통합당의 당명을 ‘국민의힘’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으로 변경하였다.그의 좌 클릭 행보는 경제 정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김종인 위원장은 자신의 ‘경제 민주화’ 노선을 당의 정강 정책에 담았다. 그는 국민에게 일정 규모의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국민 기본 소득’안을 제시하였다. 그는 복지 어젠다도 선점하면서 집권 여당의 ‘공정경제 3법’의 수용의사까지 밝히고 있다. 당의 경제 노선이 재벌과 시장 중심에서 친 노동, 친 서민 정책으로 바뀌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물론 당내의 반발도 상당하다.이러한 김종인 비대원장의 개혁노선을 보는 당내의 시각은 찬반으로 갈린다. 당내의 보수 강경파들은 이러한 그의 좌 클릭 행보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아직도 입당치 못한 홍준표 의원은 “좌파 2중대 흉내 내기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좌파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은 “보수의 소중한 가치마저 부정하며 보수라는 단어에 화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그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주요 당직자들은 그의 당 개혁노선에 부분적으로 불만이 있지만 현재로선 묵인 수용하는 입장이다.김종인 비대위의 임기는 내년 3월로 잡혀 있다. 이 기간 내에 김종인 위원장의 당 개혁의 성공 여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그의 좌 클릭이 성공하려면 최소 몇 개의 관문은 통과해야 한다. 그 하나는 차기 당대표가 그의 노선을 따르는 인사가 선출되어야 한다. 김종인의 노선을 반대하는 당대표가 선출되면 그의 개혁노선은 수포로 돌아간다. 또한 내년 3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그의 개혁노선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당 대선후보로 그의 노선을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 항간의 풍설대로 그가 대선후보로 나선다면 당의 개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관문이 아니다.

2020-09-22

트럼프의 ‘자아도취형’ 정치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밥 우드워드의 저서 ‘분노(Rage)’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폭로로 일약 유명해졌으며 현 워싱턴 포스트 부편집인이다. 그는 언론의 노벨상격인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그가 트럼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발간할 이 책은 대통령 트럼프의 내면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를 끈다. 트럼프는 왜 이 유명 언론인과 18회나 만나 자신의 입장을 그대로 표출했을까. 11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발간된 이 책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이 책의 내용 중 우선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코로나 사태에 대한 트럼프의 이중적 모습이다. 코로나 발단 초기 금년 1월 말과 2월 초 트럼프는 코로나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밥 우드워드는 트럼프의 ‘코로나는 독감의 5배나 위험하여 치명적’이라는 발언을 그대로 소개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골프를 치고 마스크까지 착용하지 않았으며 3월 17일 ‘코로나는 별것이 아니다’고 폄하하였다. 이는 트럼프의 코로나 위험성에 대한 오판일까 아니면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계산된 언행일까. 결국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663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가 19만7천명에 이르렀다.또한 김정은의 친서 27통도 이 책을 통해 공개되었다. 밥 우드워드는 친서의 내용을 녹취하여 비공개된 친서까지 공개해 버렸다. 김정은의 편지에는 트럼프에게 ‘각하’(your excellency)라는 최 존칭어를 사용하고, ‘존경심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아첨하고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간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만남이 ‘영광의 순간’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정상 간의 친서가 양국의 합의 없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외교 관례에 크게 어긋난다. 친서 폭로는 트럼프의 자기 과시욕의 발로이겠지만, 김정은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트럼프 대통령은 대담에서 자신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각인되기를 희망하였다. 트럼프도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루즈벨트, 링컨처럼 러치모어산 화강암 20m 크기의 큰 바위 얼굴로 기억되길 바랐다. 4명의 대통령은 모두 미국인들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가장 헌신한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인종 차별, 이란과의 핵 협정 파기, 해외 미군 주둔 비의 턱없는 인상 등 패권주의적 정책을 구사하였다. 그의 부동산 흥정하듯 후려치고 합의하는 협상정책은 앞의 4명의 대통령상과는 부합되지 않는다. 이 욕구 역시 트럼프 특유의 자기 과시용이며 과대 망상적인 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이 책에는 트럼프가 워터게이트 사건의 닉슨 대통령을 자신의 롤 모델로 삼는다는 주장도 있다. 닉슨은 미중 관계를 전격 개선하여 국교를 수립하였다. 그는 루터 킹 목사 암살 상황에서 미국 백인 중산층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을 벤치마킹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국내외적 위기를 미국 우선주의로 극복하려는 그의 정치적 야망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코로나와 미국의 경제적 위기 앞에서 또 다시 백인 중산층의 지지방책을 구사할 것이다. 정치지도자로서 트럼프의 신뢰 위기를 미국 유권자들은 어떻게 판단할까.

2020-09-15

남북관계는 언제쯤 개선될 것인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11월 대선 승리만을 위해 북미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 북한 역시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중국, 러시아, 일본 등도 남북문제에 관심이 없다. 우리 정부만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중이다. 새로 취임한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경색된 북한 관계를 풀기 위해 남북 교역을 시도했지만 유엔의 제재로 좌절됐고 금강산 개별관광과 이산가족 상봉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남북관계의 기본 변수가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남북관계 개선의 기본 변수인 미국의 대북 정책은 고정 불변이다.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후 체제 보장’이라는 대북 정책 틀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다급하게 협상전술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성공 가능성이 없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트럼프는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미국의 보수 강경파와 군수 업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미 워킹 그룹을 통해 미국이 남한의 대북 정책을 엄격히 통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대북 협상에 관심이 없다.당사자인 북한 역시 대미 협상에는 관심을 돌릴 겨를이 없다. 북한은 유엔 제재 상황 하에서 코로나19와 태풍으로 북한의 대외 노선이 더욱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여전히 종래의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 틀을 견지하면서 미국 선거 결과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대북제재로 타격을 입은 북한 경제는 수재까지 겹쳐 회생될 전망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내부 주민 통제와 결속을 다지는 것이 그들의 통상 수법이다. 그들은 핵과 미사일을 증강하면서 대미 협상의 조건만 강화할 것이다.이러한 환경에서 정부도 독자적인 대북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 지난번 청와대는 통일 안보 라인을 대폭 교체했지만 새로운 해법은 찾기 어렵다. 대북 관계의 3대 축인 국가 정보원, 통일부, 청와대 안보의 수장을 적극 협상론자로 교체되었지만 북한의 대응은 기대하기 어렵다. 앞서본 미국과 북한의 외부 변수가 우리의 정책의지 변수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코로나 방역 위기와 만연된 반북 여론이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억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관계 복원의 물꼬는 더욱 틀 수 없을 것이다.이처럼 내외의 환경 변수는 남북 관계의 재개를 어렵게 한다. 그러나 분단 이후 남북관계에서 보듯이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상황을 급변시킬 수도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선거 승리를 위해 조건 없이 북미 대사급 외교관계의 수립을 선언할 경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역으로 북한이 경제 제재를 풀기 위해 조건 없이 핵시설 파기를 선언하는 경우이다. 비밀 협상에 의한 4차 남북 정상회담도 하나의 시나리오는 될 수 있다. 이러한 돌발적 변수는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상의 일은 상식을 뛰어 넘는 경우도 있어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

2020-09-08

전광훈 목사에 관한 비판적 시각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반정부 집회의 주역이 된지 오래다. 지난 4·15 총선 전의 태극기 집회는 서초동 조국의 지지 집회보다 수적으로 많았다. 지난 8·15 광복절 집회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사전 치밀히 준비한 집회임이 드러났다. 그는 집회 시 마다 문재인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반정부적 집회는 찬반양론이 있다. 극우 보수층에서는 그의 집회를 지지할지라도, 중도 진보층은 그의 정치 행위를 맹렬히 비판하는 입장이다. 그에 관한 부정적 시각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전 목사는 집회 시 독일 신학자 본 훼퍼를 자주 들먹인다. 루터교 목사인 본 훼퍼는 독일 나치 체제하에서 독재자 히틀러 퇴진을 강력히 요구하다 처형된 사람이다. 신학자인 그는 히틀러 암살단에 연루되어 체포되고 1945년 교수형에 처해 진다. 1906년생인 그는 39세로 생을 마감한다. 전 목사는 본 훼퍼의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문구를 문 대통령 퇴진 표어로 사용한다. 당시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의 광기는 수많은 사람을 처형하고 유태인 수만 명을 학살하였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독재자 히틀러와 비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전 목사는 목회자의 범주를 이탈한 정치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극우 후보를 지원하고 총선에서는 자유통일당 후보를 냈지만 의회진출에 실패했다. 자유국가에서 목사도 정치에 관한 주장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의 담임 목사이며 보수 종교 단체의 회장이 반정부 투쟁에 앞장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의 입장은 남미 해방 신학자들의 주장도 아니고, 한국 정의 사제 구현 단 사제의 입장과도 거리가 멀다. 그의 입장은 신앙적 입장은 아닌 것 같다. 그가 진정으로 정치하고 싶다면 목사직 사퇴 후 해야 할 것이다.이러한 전광훈 목사의 정치 행적에 대해 기독교 내부에서도 비판이 많다. 그는 광화문 집회에서 ‘모세 5경만이 성경이고 나머지는 성경의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신자들 앞에서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도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주장하다 무언가 어색했는지 ‘내가 하나님과 이렇게 친하단 말이야’로 변명했다. 교회 개혁 실천위원회에서는 전목사의 언행을 ‘이단’이라 비판하고 나섰다. 교계의 손봉호 교수는 그의 주장은 ‘이단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하였다. 목사의 허위나 추측성 발언이 대중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코로나 2차 감염 확산 시점의 그의 8·15 광복절 집회는 많은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그는 방역 당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참여하고 마스크를 벗은 채 ‘나는 열이 없는데도 정부가 나를 격리조치 하려 한다’고 선동하였다. 그는 집회 후 감염자로 확인되었고 사랑제일교회 감염자는 1천여명을 넘었다. 그의 교회는 경찰의 조사에도 일체 불응하였다. 정부는 그의 행위를 ‘방역체계 도전’이라 보고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하였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의 그의 이러한 행위와 처신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서받기 어렵다.

2020-09-01

김정은 성격으로 본 통치 스타일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정은이 정권을 승계한지 벌써 9년이 지났다. 13년간(1990∼2003) 김일성 일가의 요리사였던 후지모리는 일찍부터 김정은이 후계자가 될 것을 예고했다. 김정은은 어릴 때 형 정철과의 구슬치기에서도 승부욕이 유별나게 강했다. 그는 이복형 김정남과 친형 김정철을 제치고 아버지의 정권을 세습하였다. 그의 강한 승부욕이 권력승계로 이어졌다. 2011년 김정일의 사망 당시 27세(1984년생)였던 그는 세습 준비기간도 짧았고, 정치 경력 구조도 일천했다. 그의 성격유형과 리더십을 살펴본다.김정은의 성격은 칼 융의 이론에 따르면 ‘외향적 사고형’이다. 그의 성격은 아버지 김정일의 ‘내향적 감각형’과 매우 대비된다. 외향적 사고형은 추진력이 강하고, 현실적이며 순발력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독단적이고, 공격적이며, 충동적인 단점이 있다. 그간의 김정은의 통치 행태는 이를 잘 입증한다. 내향형인 김정일이 행적을 감추고 대중 연설을 피하는데 비해 그는 대중 연설을 즐겨한다. 그의 연설은 김정일의 군중 앞에서의 ‘전 인민군대에 영광 있으라’는 외마디 연설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최근 당 핵심 간부들과 백마 탄 모습으로 눈 내린 백두산 등정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김정은의 외향적 모습 뒤에는 고도로 계산한 사고형 성격이 깔려 있다. 그의 대미, 대남협상에는 북한의 이익이라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북의 대미협상이 자주 지연되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카다피와 후세인의 종말을 목도한 그는 ‘생존’을 위해 핵개발을 선택하였다. 그의 ‘핵·경제 병진 노선’이 현재 북한의 ‘경제 발전 노선’으로 변화된 것도 협상을 위한 불가피한 계산이다. 북한이 하노이에서 트럼프에게 ‘새로운 셈법’을 요구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의 제스처나 유화력 만으로 그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이 겉으로는 통이 큰듯하지만 그의 머리에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그의 성격에는 충동적, 즉흥적이라는 단점도 내재돼 있다. 판문점에서 그는 문 대통령과의 평양냉면 식사 자리에서 ‘이것 멀리서 가져 왔는데’ 하다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겠구먼’하고 즉흥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집권 초기 고모부 장성택까지 무자비하게 처형하였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아무런 진척이 없자 그는 개성의 남북 연락사무소까지 김여정을 통해 폭발해 버렸다. 그는 앞으로도 외향적 사고형의 약점을 노출할 가능성이 많다.최고 지도자 김정은은 이러한 양면성을 감추고 애민(愛民)정치의 이미지를 부각한다. 대북 제재, 코로나, 수재라는 극한 상황에서 그는 북한주민들에게 구호품을 보내고 있다. 농장과 어장을 현지 지도하는 김정은의 자애로운 모습이 노동 신문에 등장한다. 모두가 인민을 지극히 사랑하는 지도자 모습이다. 그의 애민 정치는 김일성의 위민(爲民)정치, 김정일의 인덕(仁德)정치에 버금간다. 봉건시대 군주의 인의(仁義) 정치를 모방한 민심 수습책이다. 최근 김여정에 대한 ‘위임통치’도 마찬가지이다. 여전히 현대 민주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2020-08-25

코로나와 트로트, 한국 정치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루한 장마같이 코로나의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기를 끌었던 방송 프로는 트로트 열풍이었다. 어느 종편에서 시작한 여성 트로트 경연은 여러 방송으로 확대되어 방송가를 뒤흔들었다. 뒤이은 남성 트로트 경연은 더욱 인기 프로그램이 되어 여러 명의 신인 가수를 배출했다. 그간 젊은 세대들이 거부하고 인기 없었던 트로트가 다시 부활하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의 비극이 이 땅에 트로트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코로나 시대 트로트를 들으면서 한국 정치의 파행을 생각한다. 방송가에서 트로트가 다시 각광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트로트는 한동안 뽕짝으로 불려지며 젊은 세대로부터 외면 받았다. 우선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문화가 가족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코로나라는 비극적 상황이 트로트를 통해 심리적 위안을 초래한 결과이다. 트로트 특유의 슬픔과 이별, 한이 서린 노래 가사는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제가 되었다. 트로트에 심취한 사람들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트로트가 힐링 수단이 되고도 남았다. 전쟁과 비극, 가난과 보릿고개, 이별과 달뜨는 저녁, 봄바람과 연분홍 치마는 자신의 희망봉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파행적인 정치 현실은 아무런 위안도 희망도 주지 못했다.트로트 가수는 시청자들에게 노래로서 마음을 위로하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민초들의 희망마저 빼앗아 가 버린다. 트로트는 민초들의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묶지만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가슴에 불만 지르고 갈라놓았다. 검찰 개혁, 부동산 정책, 비리 수사 등은 본질에서 멀어져 국론 분열만 조장하고 있다. 우리 정치는 여전히 이념 과잉과 진영 대립, 지역적 틀에 묶여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이번 트로트 경연은 연줄이나 배경보다는 공정한 룰을 통해 신인을 과감하게 선발하였다. 나이, 연령,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실력으로 승패를 갈랐다. 내공과 실력을 쌓은 무명 가수도 판정단의 공정한 심사와 일반 관객의 투표로 선발되었다. 솔직히 트로트 경선 방식은 한국 정치의 대선 후보나 당대표 선거과정 보다 공정성이 담보되었다. 우리 정치도 이제 패거리 정치, 마타도어, 흑색선전 정치를 탈피해야 한다. 우리 정치도 이제 트로트 경선처럼 배경과 힘없는 흙 수저가 등판하여 성공하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우리 한류는 이제 곳곳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코로나의 ‘K 방역’도 세계적 모범으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아직도 OECD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우리 경제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의 정치도 이제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정치로 재탄생해야 한다. 경선을 마친 트로트 가수들의 상호배려 하는 정신이라도 배워야 한다. 아직도 우리 정치는 상호 비방과 폄훼를 일삼고 승자 독식, 패자 거부의 저주의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우리 트로트 계에는 존중받는 원로들이 여럿이지만 우리 정치계에는 아직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 한 명 없으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2020-08-18

윤석열 총장 두드리면 커진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 총장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법무장관과 검찰 총장이 다투는 모습은 드문 일이고 보기에 민망하다. 문재인 정부에도 결코 이롭지도 않다. 두 사람은 검찰 개혁에서부터 검찰의 인사문제, 조국 법무장관 가족수사와 울산시장 선거 등 여러 현안에 부딪치고 있다. 추미애 장관은 이번 검찰 인사를 통해 완전한 친정 체제를 구축하였다. 채널A의 이동재 기자와 한동윤 검사장 검언 유착 사건에 대한 수사도 서로 간 입장이 반대이다. 이 문제를 보는 시각도 여야가 다르고 그로 인해 여론도 분열되어 있다.지난주 윤 총장의 신임 검사들과의 첫 대면식 격려사가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오랜 침묵을 깨고 신임검사들 앞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며, 민주주의의 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검찰은 헌법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진짜 자유민주주의’라고 강조하였다.이 같은 발언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설파한듯 보이지만 이를 해석 평가하는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그는 신임 검사들과의 첫 대면식에서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본인은 한마디의 해명도 하지 않지만 정치권은 그 해석이 상반되고 있다.여권은 그의 발언에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의 ‘독재와 전체주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이고, 심지어 신동근 의원은 ‘검찰 총장이 반정부 투쟁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사실 윤 총장은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여당을 향해 상투적으로 쓰는 독재라는 용어를 골라 사용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국회가 윤 총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의원은 윤 총장이 ‘검찰 개혁의 걸림돌’이 된다고 비판하였다. 여권에서는 이럴 바엔 윤 총장이 사퇴하고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좋다고 비난하였다.이에 비해 미래통합당의 입장은 정반대이다. 윤 검찰총장의 최근의 발언이나 행보는 검찰 수장으로서 당연한 직무 수행이라고 그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의 임명 수여식장에서 말한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도 철저히 수사’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윤석열 총장은 전 황교안 대표의 대체재로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있다. 주호영 원내 대표까지 윤 총장의 발언은 문 정권의 일당 독주에 대한 실망의 표시이며 당연한 귀결이라고 그를 두둔하고 있다.그의 발언은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사실상 신임 검사들에 대한 윤 총장의 격려 발언은 법치주의를 위한 교과서적인 발언일 수도 있고, 민감한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여당이 그의 발언을 비판하고 압박하는 것은 적절치 않는 모양새다. 정부나 집권당의 과잉반응은 자가 모순이며, 총장을 때릴수록 그의 대중적 인기는 높아진다. 그 스스로 도 다음 달 초 장모의 사문서 위조사건 재판이 시작된다. 정무 감각이 부족하다고 자인한 그는 스스로 검찰 조직에 충성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행보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2020-08-11

트럼프의 독선적 정치 행각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긴 것은 이변이었다. 그는 ‘힘 있는 미국’,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워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대통령 트럼프는 그간 내치와 외교에서 상식에 어긋난 정책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의 정치는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정치라고 비난받고 있다. 물론 백인 중산층들은 그의 보수적인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인구 3억3천만의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400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15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의 최고 선진국을 자랑하던 미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방역의 선봉에 서야 할 대통령 트럼프는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 예방의 기본 수칙임에도 이를 무시하다가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지난주부터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트럼프의 지나친 자만심과 오기가 코로나 미국의 확산을 막지 못한 것이다. 미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과 코로나 확산이 그의 11월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명약관화한데도 그의 수상한 정책은 계속된다.트럼프는 선거를 넉 달 앞둔 시점에서 느닷없이 대선 연기를 주장하였다. 그는 코로나 위기로 치러질 불가피한 우편 투표를 인정할 수 없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 하원의 결의가 있어야 하며 민주당 의원이 많은 하원에서 이를 통과시키기 사실상 어렵다. 그는 우편투표의 대선 결과는 승복하지 않겠다는 주장도 하였다. 현직 대통령의 괴이한 발상이다. 그가 진정으로 선거 연기를 주장한 것인지 자기 지지층 결집 수단인지는 알 수는 없다. 여론이 좋지 않자 그는 선거 연기주장이 아니라고 입장을 번복하였다. 트럼프의 ‘아니면 말고 식’ 이런 돌출 행동은 그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트럼프는 지난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6배 인상을 요구하였다. 장사꾼들의 거래와 흥정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의 방위비는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한미 동맹보다는 실무진에게 인상된 협상안의 타결을 강요하고 있다. 부동산 재벌, 장사꾼 트럼프다운 협상 전술일지 모르지만 우리 측으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사안이다. 트럼프는 이를 수용치 않으면 미국의 전략 무기 판매와 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마키아벨리식 정치 행각은 미국에서도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이밖에도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외교 관례를 벗어난 외교 행각을 벌였다. 이란과의 핵 협정 파기, 하노이의 북미 회담의 중단 선언, 중국 주도의 WHO 탈퇴, 휴스턴 중국 영사관 폐쇄 등 상식에 어긋난 독선적 외교정책을 펼쳤다. 비정치인 출신 트럼프는 목표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책을 계속 펴고 있다. 그의 위선과 조작의 정치 선전술은 그의 정치 이미지만 추락시킨다. 그는 상대인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 10% 이상 밀리고 있다. 트럼프는 11월 대선 승리를 위해 또 다른 정책을 발표할 것이다. 선거 결과가 매우 궁금한 아침이다.

2020-08-04

북한의 대남 비난 ‘아이러니 현상’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남북관계 경색 후 북한의 대남 비난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하기야 분단 이후 북한 당국은 남한을 한 번도 칭찬한 적은 없다.2007년 개최된 금강산 남북학술회의에서 남한의 진보적 어느 경제학자가 ‘식량문제도 해결치 못하는 북한’이라는 발언으로 학술회의가 중단된 적이 있다.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국가 존엄’을 모독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평화 경제’를 주창한 문 대통령을 향해 그들은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고 비난했다.북한의 최근 비난 발언도 이해하기 힘들다. 북한당국은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하기 전 삐라를 북으로 날린 탈북단체를 ‘인간쓰레기’들이라고 비난하였다. 노동신문의 이 같은 기고문은 공식적으로 탈북자가 없다던 북한이 이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 북한은 ‘한미워킹그룹’을 남한의‘친미 사대주의 굴종외교’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종래 ‘미 제국주의 앞잡이 남한 괴로 도당’에서 다소 완화된 표현이다. 이는 북한 당국의 대미·대남 협상용임이며 남한의 진보적 그룹을 겨냥한 전술적인 발언일 것이다.북한은 오랜만에 남한 국회를 향해 ‘깽판 국회, 난장판 동물국회’가 개원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남한 언론을 통해 남한의 ‘식물국회’나 ‘동물 국회’라는 신조어를 접했던 모양이다. 그들의 이러한 비판은 남한 국회의 비생산적인 국회 모습만 보고 의회 민주주의의 본질을 간과한 결과이다. 사실 우리 남한의 국회도 그들 지적대로 고칠 점은 많다. 그러나 남한의 국회는 북한 최고회의보다는 훨씬 대의 민주주의를 잘 구현한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14기 대의원 687명은 당 중앙이 지명하여 형식적 선거만 치른다. 남한 의회가 비생산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노동당, 사회민주당, 천도교 청우당이라는 우(友)당 거수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북한의 이러한 유치하고 거친 비난발언은 상대에 대한 불만과 선전용이지만 때로는 협상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 여러 분단국이 통일된 마당에 우리 동족만이 분단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다. 유럽 여행길에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흔히 그들은 남쪽이냐 북쪽이냐고 되묻는다. 한번은 독일에서 필자도 장난기가 발동하여 북에서 왔다고 했더니 그들의 큰 눈이 동그래졌다. 그것은 북한의 테러와 폭력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한의 이미지도 좋은 것만 아니며 코리아를 모르는 유럽인이 상당수다.북한이 대남 비방이나 비난의 소리를 높일수록 그들의 체제모순을 노출하는 역설에 직면한다. 북한도 이제 상당한 정도의 정보화 사회에 진입했다.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북한 주민들은 남한의 경제사정의 정확한 정보까지 접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대남 비난에 앞서 자신들의 모순된 현실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북한이 대남비난을 강화하고 주민을 통제해도 탈북 행렬이 이어지는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북한 당국에서도 ‘미워하면서도 닮는다’는 아이러니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2020-07-28

한미워킹그룹 이대로는 안 된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한미워킹그룹은 2018년 11월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정책을 조율하기 위해 만든 협의 기구이다. 그룹이 창설된 이후 12회의 공식 회담이 개최되고 수차례 비공식 회의를 통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북한은 지난 6월 17일 김여정의 담화를 통해 한미워킹그룹을 ‘친미사대주의적 굴종’이라고 비난하고 나셨다. 국내에서도 이 워킹그룹이 남북관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워킹그룹은 존치해야 할 것인가 폐기해야 하는가.한미워킹그룹의 작동 이후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되었다. 북한 경제는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우리의 독감 치료제 타미풀루까지 북한 반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인도적 견지에서 약품의 북한 반출은 가능하지만 수송 차량의 통행은 금지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엔의 대북 제재와 무관한 금강산 개별 관광이나 개성 공단 출입까지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폭파 배경에는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불만도 크게 작용했다.이런 상황에서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국내의 여론은 찬반양론으로 갈라져 있다.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워킹그룹은 폐지해야 한다는 진보적 입장과 한미 동맹을 이유로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전자는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한미워킹그룹의 역할이 남북관계를 뒤틀어지게 하는 상황에서 즉각 폐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후자는 한미 방위 조약을 튼튼히 유지하기 위해 존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한미워킹그룹은 그간 대북관련 모든 문제를 워킹그룹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평양 9·19 군사합의에 대한 그들의 불만을 워킹그룹을 통해 해소하려고 했다. 그 결과 한국의 안보는 미국에 더욱 의존되고 남북관계는 한층 경색되었다. 워킹그룹의 해체론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북한의 공동 사무소 폭파사건 이후 남북관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의 ‘보류’라는 긴급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이 기회를 북한의 대외협상력을 높이려는 기회로 삼고 있다. 북한의 계산은 미국에 대해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면서 그들의 협상력을 높이려는데 있다. 북한은 비핵화에 상응하여 체제 안전 보장과 북미 평화 협정체결을 요구하는데 그것이 조금도 진척되지 못하기 때문 초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한미워킹그룹은 해체보다는 그 역할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마침 우리의 대북 담당 행정 팀이 전면 교체되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이미 한미워킹그룹에 올려야 할 사안과 올리지 말아야 할 사안은 구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차제에 워킹그룹의 운영 방식을 전면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미 협상은 과거처럼 우리가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시대는 아니다. 인도적인 대북 지원 문제가 결코 유엔 제재의 범위에 포함될 수 없다.대북 공동 제재 문제뿐 아니라 한미 합동 군사 훈련, 한미 전작 권 이전, 주한 미군 방위비, 미국 첨단 무기 구입 문제 등에도 우리의 자주적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2020-07-20

고(故) 박원순 시장을 추모한다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박원순 시장은 지난 10일 북악산에서 자살로서 한 많은 그의 생을 마감하였다. 한국의 후진적 정치 풍토에서 시민운동의 대부였으며 최장수 서울 시장인 그의 갑작스런 자살은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간 서울 시정을 개혁적으로 이끌고 차기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그의 자살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비극이다. 항상 겸손하고 소탈한 모습의 이웃집 아저씨 같았던 그가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그는 평소 ‘꿈을 가진 사람은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라’는 말을 자주 하였다. 그는 이제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유언만 남기고 고향의 부모님 곁으로 내려가 버렸다.박원순은 고시 합격 후 검사직을 포기하고 스스로 시민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87 민중 항쟁 후 참여연대를 창설하여 시민운동의 토대를 굳건히 다졌다. 당시 하향식 공천이 지배하던 시절 그는 ‘낙천 낙선운동’을 통하여 매니페스토 운동을 정착시키려 무던히 노력하였다. 당시 시민운동을 하던 나는 그를 여러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다. 권력이라는 꽃길을 버리고 스스로 택한 그의 고난의 길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삶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그의 유언장은 이를 잘 입증한다.2018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우리 일행은 서울 시장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서울 시청 그의 집무실은 예상과 달리 무척 검소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의 집무실 책상 정면에는 서울 시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자 상황판이 비치고 있었다. 서울의 교통, 소방, 치안뿐 아니라 의료, 복지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치였다. 넥타이도 매지 않은 차림으로 서울 시정을 소개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3선 시장으로서 관록이 쌓였는데도 그는 권위주의적 모습은 티끌만큼도 찾아 볼 수 없고, 대중 친화적 그의 모습만 기억에 남아 있다.박 시장은 생을 마감하기 전날까지 착실히 공무를 수행하였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그는 자살 전날까지 분초를 다투는 일정을 충실히 소화하였다. 전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부동산 대책관련 회의를 가졌고, 서울 판 그린 뉴 딜 정책까지 직접 발표하였다. 며칠 전 CBS ‘김현정의 뉴스 쇼’에는 직접 앵커로 출연하여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자살 당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오찬 약속을 지키지 못하여 미안하다는 통화까지 하였다. 그는 2명의 자녀 결혼도 시키지 못하고 6억여 원의 부채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원순 시장이 비극적 선택을 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그의 자살은 여직원의 형사 고소 사건과 결코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는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의 변론을 맡아 배상판결을 이끈 적도 있다. 평생 인권 운동가로 더구나 여성권익 보호를 위해 투쟁하던 그였지만 성추행 피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는 결국 자신의 인생 역정을 전면 부정하는 모순 앞에 스스로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닐까. 결국 그는 노무현, 노회찬의 길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연인 박원순의 명복을 빌 따름이다.

2020-07-14

반인륜적인 부모의 자녀 학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부모의 자녀 사랑은 인륜의 기본 철칙이다. 근간 부모의 자녀에 대한 유기, 학대, 치사 사건이 빈번하고 있다. 며칠 전 계모가 9살 의붓아들을 가방에 가둬 사망케 한 사건이 있었다. 아이가 살려 달라고 버둥대니 가방 위에 올라 마구 밟고 그도 모자라 헤어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까지 불어 넣었단다. 또 어떤 엄마는 두 자녀를 산에 데려가 발가벗겨 두고 그냥 내려왔단다. 두 아이가 산에서 피를 흘리며 내려오는 것을 본 등산객이 신고하여 알려졌다. 며칠 전에는 자녀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 부부가 징역 4년형을 받았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동물들도 제 새끼만은 끝까지 보호하는 본능이 있다. 추운 지방의 펭귄이 파도와 싸우면서 물고기를 잡아다 새끼 입에 넣어 주는 장면을 보았다. 강남 갔던 제비도 연방 잠자리를 잡아다 새끼 입에 넣어주는 모습을 어릴 때 자주 보았다. 얼마 전 한 몰래 카메라에서는 송아지 낳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어미 소는 새끼가 뒤집어쓰고 나온 분비물을 혀로 정성껏 핥아 주었다.부모의 자녀 학대는 부모의 왜곡된 심리적 기저에서 출발한다. 부모는 흔히 자녀를 자신의 분신(分身)으로 생각한다. 그 결과 부모는 종종 내 자식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매우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자식이 비록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났지만 부모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은 결코 아니다. 대체로 정상적인 가정에서는 자녀학대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혼이나 재혼, 가족해체 등 결손가정에서 이 같은 학대가 저질러진다. 세상의 자녀는 모두가 고유한 인격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임을 망각한 결과이다. 자녀는 결코 부모의 스트레스나 화풀이 대상은 아닌데도 착각한 부모가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다.우리는 부모의 자녀의 학대로 연결되는 구도만은 막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자녀 학대를 막기 위해 민법 915조의 부모의 자녀 징계권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민법상의 자녀 징계권을 삭제하고, 아동의 복리를 위해 체벌금지 조항을 첨가한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아동복지법 제5조 2항에는 ‘아동의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폭언 등의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차제에 민법을 개정하여 자녀에 대한 유기, 학대, 살인에는 보다 엄격히 규제하는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그러나 이러한 법제화만으로 아동 학대는 근절되지 않는다. 우리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는 가정과 사회 공동체의 기능을 회복하는 노력도 동시에 수반하여야 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물질적 빈곤 속에서도 가정 공동체의 결속만큼은 굳건히 지켜왔다. 국민 소득 3만불 시대 자녀 학대라는 반문명적이고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은 반드시 고쳐 나가야 한다. 운전을 하려 해도 자격증이 필요한 시대인데 우리 공동체는 자격증 없는 부모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차제에 학대받는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더욱 튼튼히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여성가족부와 이 분야 시민 단체의 분발이 요구된다.

2020-07-07

6·25 전쟁, 인민군 점령지역 기억 공간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6·25 한국 전쟁 70주년, 당시의 전쟁을 기억하는 세대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통령이 참석한 70주년 6·25 기념행사에는 전쟁 영웅 147위의 복귀신고가 있었다. 대통령과 육해공해병대 사령관이 유족들과 함께 이들의 뒤늦은 귀환을 가슴으로 맞이했다. 미군 전사자로 분류돼 하와이로 갔던 전사자들이 애타게 그렸던 고향 땅을 밟은 것이다.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부모님은 저세상 사람이 됐다. 희생자의 얼굴도 모르는 아들 딸들이 그 영웅을 맞이했다. 70년 전 인민군 점령지역에 살았던 당시의 비극이 또 다시 떠오른다.1950년 6월 25일 당시 여섯 살 우리 또래는 전쟁 전야에도 종이로 만든 딱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종이마저 무척 귀하던 시절 우리는 빳빳하고 힘이 좋은 일본 헌 교과서로 딱지를 만들어 따먹기 놀이를 했다. 가끔 비행기 소리가 들려오고 멀리서 대포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렸지만 우리는 이에 아량곳 하지 않고 놀이를 즐겼다. 밤에는 집집마다 석유 호롱불을 가리개로 가리고 무명천 커튼으로 불빛을 가렸다. 동네 앞 신작로에는 사람들의 피난 행렬이 늘어나 신기해 보였다. 그것이 전쟁의 시작인 줄은 우리 또래는 전혀 모르고 놀기만 했다.며칠 후 우리 집 마당에는 복장이 다른 북한 인민군들이 들어닥쳤다. 인민군에 점령당한 우리 동네, 천진난만한 우리 또래는 군인 아저씨에게 총을 만져 보자고 조르기도 했다. 철없는 친구는 인민군들에게 총을 한번 쏘아 보라고 보채기도 했다.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르는 격이었다. 국군과 다른 누런 군복을 입은 인민군 아저씨가 신기했으며 그들의 이북 사투리가 더욱 이상했다. 그들은 동네 소를 잡고 쌀을 공출할 때도 북한 인민 패를 사용했다. 모두가 점령지 민심을 얻기 위한 수단임을 뒤늦게 알았다.당시 동네 학생들은 그들에게 불려가 ‘장백산 줄기줄기’로 시작하는 빨치산 노래를 배웠다. 우리는 멀리서 구경만 했다. 당시 동네 청년들은 그들이 조직한 ‘치안대’에 강제 편입됐다. 그들은 매일 훈련을 받기도 하고 인민군들이 지시하는 일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인민군이 철수한 후 그들에게 협조한 ‘부역자’들은 우리 경찰에 의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동네 어른들 중에는 반죽음을 당하여 지게에 실려 오는 모습도 보았다. 우리 동네는 결국 전쟁 초기 인민군에게 피해를 당하고, 수복 후에는 우리 경찰에 의해 엄청난 고통을 당했다. 우리 친구들 중에는 연좌제에 의해 출세 길이 막혀 버린 사람도 있다.당시 북에서 온 어느 인민군은 철수하지 못하고 우리 동네에 그대로 남아 머슴살이를 했다. 당시 서울대 졸업식에 간다던 이웃집 아저씨는 갓 시집온 색시를 남겨두고 행방불명이 됐다. 그가 어수선한 전쟁 통에 인민군에 끌려갔는지 의용군으로 입대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행히 그 아저씨가 10여 년 전 중국을 통해 북에 살고 있다는 전갈이 왔다. 그가 북에서 새 장가가서 자식 5명과 함께 잘살고 있다는 소식에 수절했던 아주머니는 기절하고 말았다. 처절한 6·25 전쟁의 비극은 우리 고향 마을에도 아직도 상처로 흐르고 있다.

2020-06-30

문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4·19에 의한 하와이 망명으로, 박정희 대통령은 최측근의 손에 의해 희생되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비리로 옥고를 치른 후 아직도 재산을 추징당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역시 아들의 비리로 명예의 손상을 남겼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 조사 중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비리로 재판중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농단 사건으로 탄핵되어 아직도 수감 중이다. 해방 후 짧은 정치사에서 이토록 많은 대통령이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사례는 세계사에서 드문 일이다.불행히도 우리는 자랑스러운 전직 대통령을 가지지 못한 셈이다. 상당수의 전직 대통령은 본인과 친인척의 비리, 권력의 남용으로 고통을 겪었다. 권력이 집중된 우리나라의 단임 대통령제는 원천적으로 직권남용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순수성은 지지층뿐 아니라 상당수의 국민들이 신뢰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다행스럽게 대통령 주변의 잡음이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정권이나 말기에 가까울수록 친인척 등 권력 측근들의 비리 가능성은 높아진다.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주변부터 경계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문재인 정부는 재판에 계류 중인 대통령 측근에 대한 재판의 공정성부터 보장하여야 한다.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뿐 아니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정의연과 윤미향 사건은 이미 사법적 심판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조국 전 장관과 그 부인 사건은 아직도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정에서는 대통령의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마음의 빚’이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와 대통령 주변 사건에 대한 심판이 공정해 질 때 권력형 비리의 의혹은 해소될 것이다.또한 여당이 압승한 21대 국회도 문재인 정부의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60%를 유지하고 집권 여당은 민주화 이후 최대의 의석을 확보하였다. 이럴 때일수록 문재인 정부는 오만과 독선의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19세기 영국 역사학자 로드 액튼은 일찍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해방 후 짧은 우리 헌정사에서 우리는 집권 여당의 권력형 비리를 수없이 보았다. 벌써 집권 여당의 ‘의회 독재’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집권 여당의 독주가 임기 말의 문 대통령에게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민중 항쟁인 촛불에 의해 당선된 대통령임을 자인하였다. 대통령은 이제 그가 약속한 ‘공정하고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답변서를 써야 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를 위해 대통령은 독선적 권력은 끝까지 감시 통제해야 한다. 대통령의 눈과 귀는 그를 구해준 친문 여론에만 의존해서 안 된다. 특히 ‘대깨문’이라는 절대적 지지 세력의 좌익 모험주의는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임기 말의 한탕주의적 권력비리는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척결되지 않는다. 신설되는 공수처의 최우선 과제는 권력 측근의 비리 수사에 두어야 할 것이다.

2020-06-22

북한은 왜 대남 강경노선을 선택했을까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여정의 강경 발언 이후 북한 당국은 연일 대남 선전포고식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은 남북의 통신선을 전면 단절하고 대남관계를 ‘적대관계’로 바꾼다고 선포하였다. 남북연락사무소를 폐쇄하고, 9·19 군사적 합의마저 폐기할 의사를 표명했다. 폐쇄한 전방 GP를 복원하고 단거리 포사격 훈련도 재개할 의사까지 보이고, 개성공단 지역을 과거처럼 군사적 요충지로의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들은 남한은 이제 ‘괴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북한이 과거의 강경노선인 군사적 모험주의로 회귀한 배경은 무엇일까.가장 직접적 요인은 그들이 밝힌 대로 탈북 시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행위이다. 북한은 ‘수령의 권위’를 손상하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경계하고 비난해 왔다. 그들은 전단 살포 행위의 주체가 일부 탈북 단체라는데 분노하면서 인간쓰레기라고 비난했다. 대북 전단에는 그들의 수령을 비하·비판하는 글귀로 채워져 있다. 여기에 미국 달러 1장과 남한 CD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그들은 더욱 싫어할 수밖에 없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국가 존엄’ 모독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의 단절을 선언한 것이다.북한의 노선 선회의 본질적 배경에는 북미 관계가 조금도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그렇게도 기대했던 하노이 정상 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그간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 3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셈이다. 북한 당국이 애원하는 북한 체제 보장과 북미 수교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에게는 종래의 ‘벼랑 끝 전술’도 핵실험 위협도 통하지 않음을 인식한 것이다. 이러한 정황에서 북한은 트럼프를 직접 상대하기 보다는 남한 당국을 공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또 다른 강경 요인은 외재적 요인을 내부 주민 통치용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북한도 이미 정보화 사회에 진입했고 초보적인 시장 경제는 작동하고 있다. 김정일 시대보다 어려운 민생 경제는 카리스마가 약한 김정은 수령에게 향하고 있다. 더구나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는 북한 경제를 목 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황에서 ‘국가 존엄’에 대한 불만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외부의 적을 이용할 필요가 절박한 것이다. 북한 땅에서 학생, 청년, 군인들의 대남 선전 선동이라는 관제 시위에 연일 동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그러므로 북한의 대남 강경 노선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미국의 11월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이러한 기조는 계속 유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트럼프나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내부적 통제를 강화하면서 대남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지만 강경 노선의 직접적 요인인 전단의 살포만은 막아야 한다. 그것은 4·27 판문점 선언이나 남북 군사적 합의에도 위배되고 남북 교류 협력법이라는 현행법에도 위반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조급히 대화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때를 기다리는 협상의 지연 전술도 필요할 것이다.

2020-06-15

김여정의 대남 위협 발언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여정은 공식적으로는 북한노동당의 선전선동담당 부부장이며 정치국 후보위원이다. 그는 평창올림픽 때 사절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하노이 회담 시에도 오빠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였다. 김정은의 형 김정철은 정치보다 음악에 관심이 많고, 이복형 김정남은 이미 독살되었고 고모부 장성택은 무참히 숙청되었다. 고모 김경희는 투병중이고, 폴란드 대사였던 이복 삼촌 김평일도 귀국했으나 실권이 없다. 결국 김여정은 현재 백두 혈통 중 최고 권력 실세이다.북한 실질적 권력 2인자 김여정의 이번 대남 압박 발언은 그 강도가 높다. 그는 휴전선 일대에서 남측이 대북 전단 살포를 계속할 경우 개성 공단과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폐쇄하고 9·19 남북 군사 합의서까지 폐기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남쪽의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하였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공들인 남북 관계가 다시 냉각상태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치적인 4·27 판문점 선언과 세 차례의 정상회담도 모두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이번 김여정 발언의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김여정의 발언은 김정은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남한의 자유북한 연합 박상학 대표가 보내는 전단의 핵심은 김정은에 대한 폭로에 있다. 탈북자 출신인 그는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북 삐라를 살포하고 있다. 이번 전단에도 김정은을 ‘새로운 핵무기로 충격적인 행위를 하는 배신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발언 배경은 수령 모독은 언제나 응징한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을 뿐 아니라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이 좌절된 시점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자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김여정의 이러한 발언에 대한 여야의 대응은 판이하다. 정부와 여당은 북한의 발언을 이해하고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여당 김홍일 의원은 국회에서 ‘전단 살포 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그러한 법의 제정은 ‘김여정의 하명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초래한 결과로 보고 있다. 사실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의 공동 발의국에도 빠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북한연합은 6·25 70주년인 6월 25일 전단 100만장을 다시 북으로 보내겠다고 선언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정부는 북한의 강경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대화부터 제의해야 할 것이다. 북의 공세적 발언은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대화제의라는 의도도 깔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코로나19 사태와 심각한 경제적 위기가 중첩되어 있다. 그들의 대중 무역과 교류 협력은 현격히 위축되고 식량도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북한은 내부적 위기 앞에 종종 대남 강경노선을 천명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즉각적 반응보다 대북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우선 판문점 연락사무소부터 재가동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0-06-09

김재규 재심 청구는 수용될 것인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지 40년이 지났다. 그는 1979년 10월 26일 저녁 궁정동 만찬에서 차지철 전 경호 실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하여 군사 재판을 받았다. 그는 내란 수괴죄와 내란 목적 살인죄로 6개월 만에 전격 사형이 집행되었다. 이번 새로 입수된 재판 과정의 128시간의 녹음 테이프는 재판시의 김재규의 육성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다. 김재규 유족들은 이 테이프를 근거로 서울 고법에 재심을 청구해 놓은 상태이다. 그의 재심이 수용되어 10·26사건과 김재규에 대한 재평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김재규 전 부장이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찍부터 있었다. 당시 서슬 퍼런 전두환 계엄 정국에서는 누구도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할 수는 없었다. 당시 박정희 유신 독재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그를 ‘민주 투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내란목적 살인죄로 그의 측근과 함께 처형되었다. 이번 테이프에서도 김재규는 대통령 시해 목적은 ‘자유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편’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대통령이 되려는 과대망상’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자유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혁명’이라 주장하였다. 내란 목적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는 최후 변론에서도 자신의 행위가 독재를 막기 위한 혁명인데 어떻게 자신이 집권하겠다는 목적이 있었겠냐고 항변했다. 우리가 영화를 통해서만 보았던 시해당시의 상항을 그의 육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해 ‘각하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는 말과 함께 바로 옆 자리 김계원 비서실장에게 ‘각하를 똑똑히 모셔라’며 툭 치고 차지철 경호 실장에게 “이 버러지 같은 자식’하며 총을 쏘고 ‘1초’ 도 안 되는 순간에 대통령을 향해 꽝꽝 했다”고 진술했다.이번 녹음에서 김재규의 유신헌법에 관한 입장은 재판장의 저지로 발언이 수차례 제지당했다. 그가 10월 유신을 권력내의 쿠데타라고 규정하여 그 부당성을 설명하려 한 것은 분명한데 그의 육성이 녹음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당시 중정 부장 김재규는 10·26 사건 전야 소위 부마사태의 현지를 방문하고 시국 수습책을 제시하려 했다. 이 문제로 경호 실장 차지철과 심각하게 다투었고 당시 박 대통령은 ‘사태가 악화되면 내가 직접 발포 명령을 내리겠다.’고 하면서 그를 질타했다는 내용도 녹음되어 있었다.당시 경남대학 교수로서 마산에서 대학생들의 데모를 현장에서 목도했던 사람으로서 그 감회가 새롭다. 이번 김재규 재판의 재심의 수용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재심의 요건인 새로운 증거인 53개의 녹음테이프가 나왔다는 점이다. 더구나 재판과정의 피고 김재규의 당시 발언이 공판시의 증거로 채택되지 못한 점은 재심의 또 다른 주요 요건이 될 것이다. 이번 재심을 통해 10·26의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고, 김재규 전 부장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바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재심의 수용여부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역사에는 영원한 은폐도 비밀도 없는 것 같다.

2020-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