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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성격으로 본 통치 스타일

등록일 2020-08-25 18:46 게재일 2020-08-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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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김정은이 정권을 승계한지 벌써 9년이 지났다. 13년간(1990∼2003) 김일성 일가의 요리사였던 후지모리는 일찍부터 김정은이 후계자가 될 것을 예고했다. 김정은은 어릴 때 형 정철과의 구슬치기에서도 승부욕이 유별나게 강했다. 그는 이복형 김정남과 친형 김정철을 제치고 아버지의 정권을 세습하였다. 그의 강한 승부욕이 권력승계로 이어졌다. 2011년 김정일의 사망 당시 27세(1984년생)였던 그는 세습 준비기간도 짧았고, 정치 경력 구조도 일천했다. 그의 성격유형과 리더십을 살펴본다.

김정은의 성격은 칼 융의 이론에 따르면 ‘외향적 사고형’이다. 그의 성격은 아버지 김정일의 ‘내향적 감각형’과 매우 대비된다. 외향적 사고형은 추진력이 강하고, 현실적이며 순발력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독단적이고, 공격적이며, 충동적인 단점이 있다. 그간의 김정은의 통치 행태는 이를 잘 입증한다. 내향형인 김정일이 행적을 감추고 대중 연설을 피하는데 비해 그는 대중 연설을 즐겨한다. 그의 연설은 김정일의 군중 앞에서의 ‘전 인민군대에 영광 있으라’는 외마디 연설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최근 당 핵심 간부들과 백마 탄 모습으로 눈 내린 백두산 등정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김정은의 외향적 모습 뒤에는 고도로 계산한 사고형 성격이 깔려 있다. 그의 대미, 대남협상에는 북한의 이익이라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북의 대미협상이 자주 지연되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카다피와 후세인의 종말을 목도한 그는 ‘생존’을 위해 핵개발을 선택하였다. 그의 ‘핵·경제 병진 노선’이 현재 북한의 ‘경제 발전 노선’으로 변화된 것도 협상을 위한 불가피한 계산이다. 북한이 하노이에서 트럼프에게 ‘새로운 셈법’을 요구한 것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의 제스처나 유화력 만으로 그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이 겉으로는 통이 큰듯하지만 그의 머리에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의 성격에는 충동적, 즉흥적이라는 단점도 내재돼 있다. 판문점에서 그는 문 대통령과의 평양냉면 식사 자리에서 ‘이것 멀리서 가져 왔는데’ 하다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겠구먼’하고 즉흥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집권 초기 고모부 장성택까지 무자비하게 처형하였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아무런 진척이 없자 그는 개성의 남북 연락사무소까지 김여정을 통해 폭발해 버렸다. 그는 앞으로도 외향적 사고형의 약점을 노출할 가능성이 많다.

최고 지도자 김정은은 이러한 양면성을 감추고 애민(愛民)정치의 이미지를 부각한다. 대북 제재, 코로나, 수재라는 극한 상황에서 그는 북한주민들에게 구호품을 보내고 있다. 농장과 어장을 현지 지도하는 김정은의 자애로운 모습이 노동 신문에 등장한다. 모두가 인민을 지극히 사랑하는 지도자 모습이다. 그의 애민 정치는 김일성의 위민(爲民)정치, 김정일의 인덕(仁德)정치에 버금간다. 봉건시대 군주의 인의(仁義) 정치를 모방한 민심 수습책이다. 최근 김여정에 대한 ‘위임통치’도 마찬가지이다. 여전히 현대 민주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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