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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공연장의 정치적 메시지

등록일 2020-10-07 18:51 게재일 2020-10-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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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가수 나훈아는 여전히 한국 가요사에 우뚝한 존재다. 그의 노래에 열광하는 팬들을 뒤로 두고 그는 방송매체에서 10여 년 간 사라져 버렸다.

이번 추석 명절에 가황(歌皇) 칭호를 얻은 나훈아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의 공연은 코로나 전염병으로 지쳐있는 우리 모두의 정서를 위로해 주었다. 공연 중간 중간의 그의 멘트는 시중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상당한 정치적 메시지로 읽혀지기도 한다.

공연 중 나훈아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자는 발언을 하는 도중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던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고 단언하였다. 상당히 공감하는 발언으로 들렸을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임진란이나 병자호란 등 수많은 외침 시 도망친 군주는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됐다. 6·25 남침 시에도 이 대통령은 한강 다리를 끊고 서울을 떠나 남쪽으로 향했다. 나훈아의 말대로 국가적 위기 시 목숨 바쳐 백성을 구한 왕은 찾아볼 수 없어 민망할 뿐이다. 해방 후 이 나라에 십여 명의 대통령이 통치했지만 진정으로 범국민적으로 존경받는 대통령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최대 비극이다.

나훈아의 말대로 위기 시 나라를 구하기 위한 백성은 수없이 많다. 일제 시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일제 시 대구 형무소에서는 176명의 애국지사들이 옥중에서 순국하였다. IMF 경제 위기 시에도 우리 국민들은 장롱의 금붙이로 나라를 구했다.

나훈아는 국민의 힘이 (나쁜) 위정자를 물리친다는 주장도 하였다. 당명을 ‘국민의 힘’으로 바꾼 야당에서는 그의 발언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 국가의 ‘국민의 힘’을 정파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나훈아는 그간 ‘고향 역’, ‘홍시’, ‘18세 순이’, ‘잡초’, ‘청춘을 돌려다오’ 등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발표하였다. 그가 직접 작사한 노랫말은 우리 민족의 이별과 슬픔, 눈물의 정서를 유감없이 잘 표출한다. 오직 평생을 대중가요에 헌신한 전문 음악인 나훈아는 훈장까지 거부했다. 그는 노태우 정권 시절 총선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이마저 거부하였다. 그의 거부 이유는 자신의 ‘울긴 왜 울어’를 자신처럼 부를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나라의 성공한 기업인, 유명 교수, 시민운동가, 언론인들이 몰려가는 정치판에서 새겨들을 이야기다.

나훈아의 이번 공연은 이래저래 억눌린 우리의 응어리진 가슴을 풀어주었다. 그는 분명 자신의 노래에 자부심을 가진 전문 예술인이다. 천박한 상업주의에 빠져 돈과 인기에 목숨을 거는 연예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는 이 나라 최고 재벌 이건희 회장의 생일 초대 공연도 단호히 거부했다. 그는 일본의 초청 공연에서도 공연 말미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후렴을 슬쩍 넣었다. 이번 KBS 주최 공연에서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신곡 ‘테스 형’에서 ‘세상이 왜 이렇고, 세월이 또 왜 저런 지’를 겸손히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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