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11월 대선 승리만을 위해 북미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 북한 역시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도 남북문제에 관심이 없다. 우리 정부만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중이다. 새로 취임한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경색된 북한 관계를 풀기 위해 남북 교역을 시도했지만 유엔의 제재로 좌절됐고 금강산 개별관광과 이산가족 상봉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남북관계의 기본 변수가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기본 변수인 미국의 대북 정책은 고정 불변이다.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후 체제 보장’이라는 대북 정책 틀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다급하게 협상전술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성공 가능성이 없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미국의 보수 강경파와 군수 업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미 워킹 그룹을 통해 미국이 남한의 대북 정책을 엄격히 통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대북 협상에 관심이 없다.
당사자인 북한 역시 대미 협상에는 관심을 돌릴 겨를이 없다. 북한은 유엔 제재 상황 하에서 코로나19와 태풍으로 북한의 대외 노선이 더욱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여전히 종래의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 틀을 견지하면서 미국 선거 결과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대북제재로 타격을 입은 북한 경제는 수재까지 겹쳐 회생될 전망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내부 주민 통제와 결속을 다지는 것이 그들의 통상 수법이다. 그들은 핵과 미사일을 증강하면서 대미 협상의 조건만 강화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정부도 독자적인 대북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 지난번 청와대는 통일 안보 라인을 대폭 교체했지만 새로운 해법은 찾기 어렵다. 대북 관계의 3대 축인 국가 정보원, 통일부, 청와대 안보의 수장을 적극 협상론자로 교체되었지만 북한의 대응은 기대하기 어렵다. 앞서본 미국과 북한의 외부 변수가 우리의 정책의지 변수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코로나 방역 위기와 만연된 반북 여론이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억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관계 복원의 물꼬는 더욱 틀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내외의 환경 변수는 남북 관계의 재개를 어렵게 한다. 그러나 분단 이후 남북관계에서 보듯이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상황을 급변시킬 수도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선거 승리를 위해 조건 없이 북미 대사급 외교관계의 수립을 선언할 경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역으로 북한이 경제 제재를 풀기 위해 조건 없이 핵시설 파기를 선언하는 경우이다. 비밀 협상에 의한 4차 남북 정상회담도 하나의 시나리오는 될 수 있다. 이러한 돌발적 변수는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상의 일은 상식을 뛰어 넘는 경우도 있어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