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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치를 벤치마킹할 수 없을까

등록일 2021-10-06 19:38 게재일 2021-10-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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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우리나라에서는 독일 통일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같은 분단국이었던 독일은 30년 전 통일을 이룩하여 유럽의 중심국가로 우뚝 서 있다. 라인강의 기적이 독일 통일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누구나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독일의 통일은 경제력뿐 아니라 독일의 다원주의 정치 전통과 시민들의 통합 열망이 합쳐진 결과이다. 우리도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 성장이 북한 경제를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통일에 관한 국민적인 열망은 통합되지 않고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도 통일에 앞서 독일의 선진 정치를 배워야 할 시점이다.

먼저 독일의 협치(協治) 전통을 배워야 한다. 다당제인 독일은 오늘날 연정을 통해 협치의 모델이 되고 있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기사연합은 야당과 연정을 구성하여 정치적 안정과 번영을 이끌었다. 이번 하원선거에서도 사회당이 26%의 지지로 불안한 1당이 되었지만 기민당(24%) 등과 연립정권을 수립할 것이다. 우리의 정치는 말로는 협치를 외치지만 실질적으로는 분열과 대립의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협력과 양보를 굴종과 패배로 보는 우리의 나쁜 정치 관습이 초래한 비극이다. 우리 정치는 결국 승자 독식의 정치가 되고 있다. 우리도 독일식 관용과 타협의 정치를 하루 빨리 정착해야 할 것이다.

독일연립정부의 바탕에는 정치적 다원주의 전통이 뿌리 내리고 있다. 서독 본의 독일 의사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의사당 입구 벽면에는 7색의 무지개가 선명히 그려져 있다. 독일의 다양한 정치이념을 상징한다고 했다. 독일은 극좌의 공산당에서부터 극우 히틀러정당에 이르기까지 그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다. 보수 기민당(CD)과 진보 사민당(SPD) 사이에는 녹색당과 자유당이 공존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보수와 진보를 자처하는 양당제가 극한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우리 정치를 성숙시키려면 ‘사이비’ 보수와 진보의 대결정치부터 탈피해야 한다.

독일 정치에서 우리는 외교와 통일문제에 대한 초당적인 협력을 배워야 한다. 전범국가 독일은 히틀러 시대의 잘못을 여야가 철저히 반성하고, 유럽 통합의 초당적인 외교를 꾸준히 추진하였다. 분단 시절 기민당 아데나워의 경제적 기적을 사민당 브란트가 동방정책의 토대로 활용하였다. 결국 기민당의 콜은 독일 통일을 이룩하였고, 동독 출신 기민당 마르켈은 통독 후 독일 통합을 훌륭히 이끌었다. 그러함에도 이번 하원 선거에서는 사민당이 집권하게 되었다. 아직도 틈만 나면 종북과 색깔 논쟁을 일삼는 우리 후진 정치가 배워야할 사항이다.

20여 년 전 아데나워 재단의 초청으로 정치교육과정을 수료하고 독일 여러 곳을 둘러본 적이 있다. 그들의 정치교육원(Politishe Buildung)은 우리로 치면 정치연수원 격이지만 독일식 토론 문화를 성숙시키는 도장임을 알게 되었다. 칸트와 헤겔을 가진 독일인들의 토론문화는 우리가 배워야 할 민주 정치의 토대이다. 우리의 태극기 부대와 촛불 혁명은 아직도 정치적 갈등의 수단이 되고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마저 갈등과 저주의 공간으로 전락한 우리의 정치 풍토에서 독일식 토론과 타협의 정치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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