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대구시는 홍 시장 취임 후 질풍노도를 겪었다. 각종 시정 발전 아이디어를 내고 거침없이 밀어붙였다. 여러 차례 조직개편을 하는 등 쉼없이 채찍질했다. 대구가 민선단체장 30년 동안 이만큼 역동적인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대구시민들도 이런 홍준표 대구시장을 긍정적으로 본다. 취임 1주년 여론조사 결과 시민의 절반 이상이 시정 운영 전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민의 절반은 대구시의 미래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를 품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던 날(27일) 홍 시장은 K-2 공항 후적지를 상상력을 실현하는 미래생산도시로 만들겠다며 대구 미래 50년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금호강을 끌어들여 물길을 만들고, 대형 인공호수를 조성한다고 했다. 수변에 팔공산의 동봉과 서봉을 형상화한 100층 높이의 초고층 랜드마크 계획도 밝혔다. 두바이와 싱가포르를 뛰어넘는 상상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50년 앞을 내다본 원대한 도시계획은 대구시민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홍 시장은 ‘대구국제마라톤대회 권위 격상 추진’, ‘전국 최초 어르신 버스 무임승차 도입’ 등 참신한 정책을 여럿 내놓았다. 대형마트 주말 휴일 폐지 등 민생 방안도 과감하게 시행했다. 지역 숙원인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 통과’에도 정치력을 발휘했다. 당 대표 및 대선후보 관록이 힘이 됐다.
반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독고다이식 행정은 곳곳에서 적잖은 파열음을 냈다. 대구 퀴어축제가 대표적이다. 행정대집행과 집회 보장 논란 속에 대구시와 경찰이 충돌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경찰은 홍 시장의 선거법위반 고발 사건으로 대구시청을 압수수색했다. 뒤이어 대구시의 보조금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홍 시장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홍 시장은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며 벼르고 있다. 양측의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일을 바로잡으려다가 탈이 났다.
행정안전부와도 고위직 간부 교육 파견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예전의 화기애애한 모습은 찾기 힘들다. 홍 시장은 상공회의소와도 한동안 담을 쌓고 지냈다. 시정에 비판적인 몇몇 언론과도 각을 세운다. 곳곳에서 삐걱댔다.
달성군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추진은 대구시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됐다. 주민설명회도 갖지 않는 등 행정절차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홍 시장의 일방통행이 초래한 불상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홍준표 시장은 권력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며 고개 숙이는 행태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가치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불편한 것은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는다. 때문에 적도 많이 만든다. 홍 시장의 거침없는 질주는 진행형이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기질과 추진력에 모두가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의 독단과 아집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홍준표의 대구시정 운영 경험이 자양분이 돼 나래를 펼 수 있기를 바라는 지지자들도 많다. 조금만 머리 숙여 주면 좋을 터인데…. 그게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