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이 단독 개원하고, 국회의장도 단독 선출했다. 입법 권력을 독점한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검사를 특검과 탄핵으로 압박하고 있다. 판·검사 법 왜곡죄, 수사기관 무고죄 등을 만들겠다고 엄포 놓는다. 특검과 국정조사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거대 야당은 쪽수를 앞세워 입법권을 전횡하고 사법부를 겁박하며 행정부를 마비시킨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이 위협받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사당이 돼 국회를 쥐고 흔든다. 관례는 무시한다.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지적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언론을 개 취급하고 반 언론적 입법을 쏟아낸다.
지금 정치권에는 투쟁과 대립만 있다. 야당 탓이 크다. 공존을 인정하지 않는다. 혼자만 살겠다고 상대를 배척한다. 정치의 요체는 대화와 타협이다. 소수당의 입장을 배려하고 양보하지 않고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협치는 불가능하다.
의사 휴진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정부도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의정갈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싸늘해져갔다.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존중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것을 희망했다. 의사는 본분과 사명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포기했다. 의정 치킨게임에 환자와 가족들은 절망했다. 의사만 바라보는 환자와 가족들을 생각했어야 했다. 대화와 타협으로 가야 했다. 그것이 환자에 대한 배려다.
우리 사회에서 배려와 양보가 실종됐다. 얼마 전 한 택배기사가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욕설 낙서’ 테러를 당했다. 주민이 엘리베이터를 오래 잡아두는 택배 기사에 앙심을 품고 ‘엘베 적당히 잡아 XXX야’라는 낙서를 했다. 2020년엔 전남 영광의 한 아파트에서 몇몇 입주민이 택배 기사 부부가 물건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승강기를 오래 잡아둔다는 이유로 사용을 아예 금지해 ‘갑질 논란’이 일었다. 택배 기사와 입주민 사이의 분쟁은 종종 있었다. 택배 문화가 생활 깊숙이 스며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주민은 택배의 편리함과 엘리베이터 이용의 불편함을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택배기사도 주민 불편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층간소음 갈등, 보복 운전,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등 모두 양보와 배려가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
서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양보하지 않고는 공동체가 존속할 수 없다. 양보는 타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수단이다. 채근담에는 ‘길이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 머물러 남에게 양보하여 먼저 지나가게 하라. 그리고 맛이 좋고 진한 음식은 10분의 3을 덜어 남에게 주어 먹게 하라. 이렇게 하는 것이 세상을 지극히 즐겁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파했다. ‘명심보감’에 ‘남의 흉한 일을 민망히 여기고, 남의 좋은 일은 기쁘게 여기며, 남이 위급할 때는 건져주고, 남의 위태함을 구해주는 것’을 배려라고 정의하고 있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양보와 배려가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으며 밀려나고 있다. 정치실종과 의정갈등, 경제 양극화, 사회 갈등 등 퇴보의 늪에 빠져드는 한국 사회를 어떻게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