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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정희 영문 표기조차 통일하지 못하나

홍석봉 언론인 TK라는 단어는 대구·경북의 로마자 표기 줄임말로 많이 사용된다. 정치 성향을 나타낼 때 흔히 쓰인다. PK(부산·경남)와 대비된다.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TK가 아니라 DG(Daegu-Gyeongbuk)가 맞다.하지만, 개정 로마자 표기법(2014년 시행)이 사용되기 이전에 굳어진 말로 관행화됐기 때문에 TK(Taegu-KyEB20ngbuk)가 보편화했다. 현재 DG는 대구시의 머리글자로 더 많이 쓰인다. 언론 등에서도 ‘DG’와 ‘TK’를 병행 사용하는 등 한동안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TK’로 굳어졌다.우리나라 5대 성씨인 김, 이, 박, 최, 정은 Kim, Lee, Park, Choi, Jung으로 표기한다. 개정 로마자 표기법으로는 Gim, I, Bak, Choe, Jeong이 맞지만, 표기법에 어긋난 Lee, Park, Choi 등이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5대 성씨가 표준을 이기고 정설이 된 것이다. 성씨 표기는 국어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됐다.급기야 국립국어원이 성과 이름은 독자적으로 표기를 정할 수 있도록 로마자 표기법을 개정했다. 원칙을 깨고 관례화된 표기를 공인한 것이다.동대구역의 박정희 광장, 영문 표기 논란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 이름을 ‘박정희 광장’으로 바꿨다. 이곳에 세운 표지석에 ‘Park Jeong Hee’라고 명기했다. 논란이 거셌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시가 “박 전 대통령은 여권과 방명록에 자기 이름을 ‘Park Chung Hee’로 썼다”며 “박 전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 영문 표기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록물에 고유명사처럼 쓰였고 정부 대통령기록관, 박정희대통령기념관에도 그대로 표기됐다고 했다.반면 대구시는 로마자 표기법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정’은 ‘Chung’이 아니라 ‘Jeong’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박정희기념사업위원회에서 재논의했지만 결국 원안을 유지하기로 했다.박정희 영문 표기는 두 가지의 공존이 불가피해졌다. 외국인들은 헷갈리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통일했어야 했다.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추진 중인 대구·경북신공항 이름을 박정희 공항으로 짓는 방안이 유력하게 대두한다. 현재 대구·경북 통합과 관련, 통합 청사 위치와 관할 범위 등을 두고 신경전을 펴는 마당에 양 시도가 신공항의 영문표기를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제7항에는 ‘인명, 회사명, 단체명 등은 그동안 써 온 표기를 쓸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한때 ‘짜장면’ 표기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표준어는 ‘자장면’이 맞지만 ‘짜장면’이라는 말이 워낙 대중화돼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이 ‘짜장면’과 ‘자장면’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하고 말았다. 그만큼 언어 습관은 무섭다. 대구시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2024-08-22

체육계의 불편한 진실

홍석봉 언론인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의 선전은 무더위에 지친 국민에게 청량제가 되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호투는 불쾌한 열대야 마저 날려주고 있다. 그들이 있어 8월은 행복하다. 메달 순위는 스포츠 정신과는 거리가 있지만, 경제력과 국력의 상징으로 여겨져 관심이 높다. 아무리 올림픽 정신이 참가에 의의가 있다고 해도 메달의 의미는 크다. 우리나라는 올림픽 개막 초기부터 메달집계판 상단을 차지하며 국민 자긍심을 한껏 드높여 주고 있다.올림픽 경기 종목 간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국민의 환호를 받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도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급 성적을 거둔 양궁과 사격은 공정한 선수선발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 체육의 고질병이다시피한 관련 협회의 전횡, 인맥, 유명세 위주의 선발 등이 배제된 채 오직 실력만으로 선수를 뽑아 놀라운 결과물을 내놓았다.모두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의 산물이긴 하지만 협회의 인적, 물적 지원이 없었더라면 어려웠을 터이다.이런 와중에 선수를 등한시한 협회의 불성실한 태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배드민턴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가 발단이다. 그는 대회 준비 과정에서 국가대표팀에 환멸을 느끼고 한때 은퇴를 결심했었다며 폭탄 발언을 했다. 안세영은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인터뷰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등에 관한 문제점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협회)과 계속 (함께)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안 선수의 작심발언은 수년 동안 대표팀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불합리한 운영 관리에 대한 고발이었다. 잔칫날 굳이 그랬어야 하느냐는 비판도 없진 않지만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응어리를 풀어던졌다. 국민은 선수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데 힘 쏟아야 할 협회가 아직도 선수 위에 군림하는가 하는 생각을 갖는다.문화체육관광부도 안세영의 폭탄발언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파문은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지역 예선에 탈락, 올림픽을 TV로 지켜볼 수밖에 없던 대한축구협회도 투명치 못한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축구협회장의 독선 운영으로 팬들로부터 지탄받았다.사람들이 묵시적으로 동의하지만, 대놓고 말하기는 꺼리는 사실이 있다. 사실일지라도 공개하면 비난받을 가능성이 큰 것을 우리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한다. 말하기도 거북하고, 듣는 사람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쉬쉬하며 감추는 게 보통이다. 불편한 진실은 묻어두면 당장은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뒤에 곪아 터지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안세영은 용기를 내 내부 고발을 했다. 차제에 체육계의 병폐를 도려내고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상자 속 썩은 사과를 내버려두면 곧 모든 사과가 함께 썩는다. 우리 사회 곳곳에 불편한 진실이 넘쳐난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하길 바란다. 한국 선수단 파이팅!

2024-08-08

죽어가는 소나무, 이대로 둘 텐가

홍석봉 언론인 대구 근교 산들이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대구~성주 간 국도변 소나무 숲이 재선충 피해가 크다. 필자는 한 달에 2~4차례 성주에 있는 시골집을 찾는다. 대구∼성주 간 국도변은 장관을 이루는 벚꽃길 등 4계절 피고 지는 각종 꽃과 나무들이 국도 이용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달성군 다사면 대구~성주간 국도변 야산에 갈색으로 변해 말라 죽는 소나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최근엔 고사목이 발견되는 지역이 폭넓게 확산하고 있다. 국도변 곳곳의 소나무들이 재선충에 감염돼 흉한 모습으로 죽은 채 방치되고 있다. 소나무 고사목이 자꾸 느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진다. 마치 내 몸의 일부가 상처를 입은 느낌이 든다. 지구의 허파이자 생명의 숲이기도 한 귀중한 산림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고통이다.이곳뿐 아니다. 대구·경북의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이 심각하다. 얼마 전 지역의 한 환경단체는 경북 일부 지역은 확산을 막기 어려운 정도로 감염이 광범위하다고 경고하며 당국의 대응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녹색연합은 지난 4월 영남 동해안 권과 낙동강 인근 지역 중심으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상태가 심각하다고 발표했다. 경북 포항·경주·안동시와 성주·고령군 등은 확산을 더는 막을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들 지역은 정부가 소나무재선충병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어떤 곳은 멀쩡한 소나무 숲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오랫동안 방치된 고사목도 적지 않다. 10년 내 전국소나무의 78%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전문가들은 감염 지대가 길고 넓게 퍼져 방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현재 당국이 방제를 아예 않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만큼 상황이 악화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재선충병 확산 초기 방제 시기를 놓친 탓이 크다. 점점 재선충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는 기후변화도 피해 확산의 한 요인이다.재선충은 1㎜ 안팎의 실처럼 생긴 선충(線蟲)이다. 소나무가 재선충에 걸리면 100% 말라 죽는다. 소나무에는 치명적이다.산림청에 따르면 소나무와 잣나무 등 소나무 숲은 우리나라 산림의 27%를 차지한다. 환경, 문화, 휴양 등 연간 71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2540억원의 임산물을 생산한다. 대표적인 것이 울진 금강송과 울진·영덕의 송이 숲이다. 재선충 피해목을 잘라내면 산사태 우려가 커진다. 잘라 내 쌓아놓은 나무는 산불 발생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이래저래 손실이다.재선충병으로 소나무가 멸종되다시피한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방제작업이 성과를 내 소나무 숲이 어느 정도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예산과 노력이 들겠지만 애써 가꾼 소나무를 베어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상시 예찰과 신속한 방제작업으로 추가 피해는 막아야 한다. 대구∼성주 간 국도변 소나무 숲도 하루빨리 싱싱한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

2024-07-25

나이 들면 약을 달고 산다

홍석봉 언론인 환자는 두려움 때문에 병원에 가고 의사는 두려움 때문에 약을 처방한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습관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크게 늘렸다. 속칭 ‘의료 쇼핑’ 방지책으로 내놓았다. 의료 과소비 방지와 합리적 의료를 위해서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이용수는 15.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5.9회보다 높다. 지난해 기준 연 365회를 초과한 외래진료자가 2천448명이다. 필요 이상 병원을 찾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우리나라는 내년이면 65세 이상 노년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다. 2022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82.7세다. 건강수명은 그보다 훨씬 낮은 65.8세다. 무려 15년을 여러 가지 질병과 사고로 말미암은 부상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다. 예전엔 비실비실 10년이라고 했는데 이젠 식생활 개선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15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장수가 축복이 아닌 세상이다.나이가 들면 여러 질환을 한꺼번에 앓는 경우가 많다. 만성 질환은 하나의 약으로 완치되지 않아 여러 가지 약을 먹어야 한다. 노인은 약을 해독하는 간 기능과 소변으로 배출하는 신장 기능이 약하다. 약 농도가 젊은 층보다 더 높아져 부작용이 많이 나타난다. 복용하는 약물 간의 상호작용도 한 요인이다.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10개 이상의 약을 60일 이상 복용하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91만 명, 2021년 108명으로 100만 명을 넘어선 이후 2022년엔 117만 5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고령화 추세라면 여러(다제) 약물 복용자는 더욱 늘 전망이다. 5개 이상 약을 처방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입원 위험은 18%, 사망 위험은 25% 더 높다. 비슷한 약물이 중복처방 되거나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적지않다. 병 고치려다 병을 얻는 셈이다.불필요한 약물이나 노인 부적절 약물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잘못된 처방은 되레 노인 건강을 위협한다.노인들의 부적절 약물 복용은 장기적으로 신체 기능 저하를 촉진할 수도 있다. 투약 부작용이 더 많은 의료 이용과 또 다른 약의 처방을 부르는 도미노현상도 우려된다. 환자와 의료진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구구팔팔이삼사’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병 없이 살다가 죽는 것은 만인의 소망이다. 하버드 대학 연구진은 영양가 있는 식단, 규칙적 운동, 건강한 신체 질량 지수 유지, 금연, 금주를 건강 백세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다섯 가지 생활 방식을 실천하면 기대수명이 여성은 14년, 남성은 12.2년 증가한다고 했다. 식탁 위에 병원 약이 수북이 쌓여간다. 내과, 신경과, 안과, 정형외과, 종합 비타민까지. 얼마 전엔 눈 영양제가 추가됐다. 나이 들면 약을 달고 산다. 온갖 병치레를 하며 오래 살면 뭣하나. 늘어나는 약 봉지만큼 한숨도 높아진다.

2024-07-11

양보와 배려가 실종된 사회

홍석봉 언론인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이 단독 개원하고, 국회의장도 단독 선출했다. 입법 권력을 독점한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검사를 특검과 탄핵으로 압박하고 있다. 판·검사 법 왜곡죄, 수사기관 무고죄 등을 만들겠다고 엄포 놓는다. 특검과 국정조사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거대 야당은 쪽수를 앞세워 입법권을 전횡하고 사법부를 겁박하며 행정부를 마비시킨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이 위협받고 있다.민주당은 이재명 사당이 돼 국회를 쥐고 흔든다. 관례는 무시한다.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지적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언론을 개 취급하고 반 언론적 입법을 쏟아낸다.지금 정치권에는 투쟁과 대립만 있다. 야당 탓이 크다. 공존을 인정하지 않는다. 혼자만 살겠다고 상대를 배척한다. 정치의 요체는 대화와 타협이다. 소수당의 입장을 배려하고 양보하지 않고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협치는 불가능하다.의사 휴진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정부도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의정갈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싸늘해져갔다.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존중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것을 희망했다. 의사는 본분과 사명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포기했다. 의정 치킨게임에 환자와 가족들은 절망했다. 의사만 바라보는 환자와 가족들을 생각했어야 했다. 대화와 타협으로 가야 했다. 그것이 환자에 대한 배려다.우리 사회에서 배려와 양보가 실종됐다. 얼마 전 한 택배기사가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욕설 낙서’ 테러를 당했다. 주민이 엘리베이터를 오래 잡아두는 택배 기사에 앙심을 품고 ‘엘베 적당히 잡아 XXX야’라는 낙서를 했다. 2020년엔 전남 영광의 한 아파트에서 몇몇 입주민이 택배 기사 부부가 물건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승강기를 오래 잡아둔다는 이유로 사용을 아예 금지해 ‘갑질 논란’이 일었다. 택배 기사와 입주민 사이의 분쟁은 종종 있었다. 택배 문화가 생활 깊숙이 스며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주민은 택배의 편리함과 엘리베이터 이용의 불편함을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택배기사도 주민 불편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층간소음 갈등, 보복 운전,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등 모두 양보와 배려가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서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양보하지 않고는 공동체가 존속할 수 없다. 양보는 타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수단이다. 채근담에는 ‘길이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 머물러 남에게 양보하여 먼저 지나가게 하라. 그리고 맛이 좋고 진한 음식은 10분의 3을 덜어 남에게 주어 먹게 하라. 이렇게 하는 것이 세상을 지극히 즐겁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파했다. ‘명심보감’에 ‘남의 흉한 일을 민망히 여기고, 남의 좋은 일은 기쁘게 여기며, 남이 위급할 때는 건져주고, 남의 위태함을 구해주는 것’을 배려라고 정의하고 있다.무한경쟁 사회에서 양보와 배려가 구시대의 유물 취급을 받으며 밀려나고 있다. 정치실종과 의정갈등, 경제 양극화, 사회 갈등 등 퇴보의 늪에 빠져드는 한국 사회를 어떻게 하나.

2024-06-27

사드 엔딩

홍석봉 언론인 경북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에서 ‘사드 반대’ 집회를 주도하던 상징이 자취를 감췄다. 주민들이 시위 지휘부가 사용하던 천막을 자진 철거한 것. 사실상 사드 반대 운동의 종언을 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7년 동안 소성리 마을엔 사드반대 구호가 넘치고 플래카드와 깃발이 넘실대며 살풍경했다. 전자파 괴담은 괴물이 되어 성주와 김천을 휘저었다. 진압 경찰과 시위대의 함성과 몸싸움으로 치열했던 시골 마을 회관 앞 도로가 이제 일상을 되찾았다. 2017년 4월 소성리 마을 인근 골프장 부지에 사드(고고도미사일)가 배치된 지 7년 만이다.2016년 정부는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소성리 마을 회관 앞은 사드 반대 집회의 중심지가 됐다. 이곳에서 성주투쟁위, 사드반대 김천시민대책위 등이 수시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초기에는 집회참가자만 수천 명에 달하는 등 위세가 대단했다. 인구 4만2000명의 조그마한 농촌 마을 성주가 한순간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다.민주당과 좌파 단체들은 “사드 전자파가 참외까지 오염시킨다”며 전자파 괴담을 퍼뜨렸다. 주민들은 사드 장비와 물품 반입을 막았다. 주민과 반대단체들은 거의 매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시위에 나섰다. 최근엔 반대 집회도 잦아들고 참석자가 10여 명 수준에 그치는 등 열기가 식었다고 한다. 규모는 줄었지만, 시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600회 이상 집회를 했다. 지친 주민들은 하나 둘 시위에서 빠져나왔다. 반대 단체들은 시위를 멈출 생각이 없다. 진보의 집요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사드 반대시위는 이젠 힘을 잃었다. 지난해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왔다. 지난 3월엔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도 각하됐다. 반대 명분이 없어졌다.사드 사태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사드 배치의 본질은 국가 방위였다. 하지만, 우리는 전자파 괴담으로 안보는 뒷전인 채 자중지란을 일으켰다. 국론은 분열되고 지역 민심은 찢어졌다. 주민과 반대 단체의 집회 및 시위가 장기간 이어졌다. 대규모 경찰력이 동원됐고 시위대와 충돌, 인적·물적 손실을 끼쳤다. 주민과 시위주동자는 전과자가 됐다. 철석같았던 한미 동맹에도 금이 갔다. 우리 사회가 듣도 보도 못한 전자파라는 괴물과의 싸움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얻은 것이라곤 진보의 선동과 악한 영향력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진보의 선동은 나라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다. 그래놓고도 진보는 사과 한마디 없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희생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성의 계기가 됐다.우리 사회는 그간 ‘광우병 파동’, ‘세월호 사고’, ‘이태원 참사’ 등 심한 성장통을 앓았다. 사드앓이는 또 하나의 성장통이었다. 쉬 아물지 못할 상처를 안은 소성리가 하루빨리 평온과 안정을 되찾길 바란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도와야 한다. 북한 김정은의 도발이 자못 심각하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느슨해진 안보의식을 다잡아야 할 때다.

2024-06-20

특검과 거부권

홍석봉 언론인 특검과 대통령의 거부권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거대 야당은 특검을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 대통령은 거부권이 전가의 보도다. 야당과 대통령이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치킨게임을 벌인다. 야당의 입법 폭주와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로 22대 국회 시작부터 정치권이 혼미 상태다.1심 법원이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과 관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중형을 선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화영 특검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되자 방탄 특검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다.민주당은 22대 국회가 문 열자마자 무더기로 ‘특검법’을 내놓았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 개원 첫날 ‘1호 당론 법안’으로 각각 ‘채 상병 특검법’과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했다. 다음날엔 ‘김건희 특검법’을 꺼냈다. 22대 국회 시작 열흘 만에 5건을 발의했다. 특검법 발의는 20대 국회 때 16건, 21대 18건이었다. 18건 중 15건이 야권이 내놨다. 야당은 나아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상설 특검법까지 추진하고 있다.정치권이 다시 무한 정쟁에 빠져들고 있다. 정치 공세용 특검과 거부권 남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거대 야당의 특검법 공세에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맞서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국회를 장악한 야당의 폭주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야당은 특검법으로 윤석열 정부를 몰아치면서도 삼권분립을 내세워 대통령의 거부권을 포기하라고 주장한다.윤석열 대통령은 21대 국회 마지막 날 민주유공자 특별법 등 4건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임기 2년 동안 14건의 거부권을 썼다. 노태우 전 대통령 7건, 노무현 전 대통령 6건, 박근혜 전 대통령 2건, 이명박 전 대통령 1건과 비교된다. 야권은 ‘불통 정치’라는 비난을 쏟아냈다.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입법권은 국회 고유의 권한이다. 거부권은 신중히 행사돼야 하며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 2년 동안 14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비판 여지가 적지 않다. 쪽수로 밀어붙이는 거대 야당의 실력행사에 기인한 바가 크다. 정치의 생명인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은 실종됐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양보도 없다. 오직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목적만 돋보인다. 과거 여대야소 시절엔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모두 야당 단독 처리한 것이다. 대통령을 불통 프레임에 가두고 선거에 유리한 구도로 끌고 가기 위한 전략이다. 정부여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 대부분이다. 야당 단독 처리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여당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 총선 압승에 취한 민주당의 오만이 빚은 산물이다.민주당은 특검에 이어 윤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단독 원 구성에 이어 상임위원장 자리도 독식할 태세다. 입법 독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삼겹살 1인분이 2만원인 시대다. 야당이 정치를 농단하는 사이 애먼 서민들만 죽어간다. 민생부터 챙겨라.

2024-06-13

미래세대를 위한 희생

홍석봉 언론인 아이들은 노는 것을 좋아하고, 공부를 싫어한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공부가 하기 싫어 농땡이 친 기억이 있을 터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자신의 일과 업무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다. 심지어 자신의 진로를 바꾸기도 한다. 공부는 그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공부를 해야 만 자신의 장래를 보장받을 수 있고 스스로 길을 헤쳐나갈 수 있다. 우리 주위에선 자식을 성공시키기 위해 유치원부터 과외를 하는 때도 있다. 억지로 하는 공부다.하지만, 이러한 공부가 장차 성공의 초석이 된다.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공부다.국민연금 개혁 및 의료개혁, 전기료 인상은 우리나라의 당면 과제다. 늦추면 우리 사회의 부담은 물론, 미래세대에게도 짐이 된다. 무조건 해야 한다.국민연금법 개혁은 국민이 모두 시급성을 인식하고 있고 동의하는 부분이다.하지만, 정작 연금 요율 조정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주저앉고 말았다. 연금 개혁의 핵심은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2055년이면 기금이 고갈된다. 저출생,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주 요인이다. 미래세대에겐 심각한 문제다. 현 세대의 평안을 위해 후손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연금은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미래세대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연금 개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막 첫발을 뗀 22대 국회지만 개원과 함께 연금 구조개혁과 재정 안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야는 연금 개혁부터 추진해야 한다.의료개혁도 의사 증원 문제를 두고 심각한 의정 갈등을 겪었지만 큰 틀에서의 증원 문제는 문턱을 넘어선 셈이다. 당장 정부가 선언한 2000명 증원 선에는 못 미치지만 곧 1500명이 2025학년도부터 증원된다. 물론 의사집단의 반발은 정부가 나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의사 인력난 역시 그냥 두면 미래세대에는 부담이다.전기 및 가스료 인상은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와 가스 공급으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올해 한전과 가스공사의 이자만 4조~5조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말 현재 양 공사의 총 부채는 250조 원. 사상 최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 여파다. 2022년 이후 원가 이하로 전기 등을 공급했다. 한계에 이르렀다. 늦출수록 경제부담만 커진다. 조기 인상 외엔 방법이 없다.정부는 공공요금 인상, 기업의 생산비 증가, 수출입 감소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요금 인상 시기를 재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싼값에 에너지를 이용해 왔다. 하지만, 추가 인상분은 미래세대의 부담이다.6월이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장병과 순국선열들의 애국충정을 기린다. 그들과 산업전사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국민연금 등 개혁은 현 세대의 희생이 필요하다. 하기 싫고 힘들어도 해야 한다. 22대 국회가 출범했다. 정부와 여야는 이번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 등 시대 과제를 조기 마무리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희생해야 할 때다.

2024-06-06

정치인의 신의

홍석봉 언론인 21대 국회가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막을 내렸다.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21대 국회 후반기 2년 동안 정부 여당은 거대 야당에 질질 끌려가며 여소야대의 설움을 톡톡히 맛봐야 했다. 여야는 지난 28일 정국의 뜨거운 감자인 ‘채상병 특검법’을 표 대결 끝에 부결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은 논란이 많은 민주유공자법 등 5개 쟁점법안을 단독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4개 법안을 통과 하루 만에 거부, 폐기시켰다. 14번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국민연금 개혁안도 차기 국회로 떠넘겼다. 우리 정치의 민낯이다. 21대 국회는 2만5830건의 법안을 발의, 이 중 36.6%인 9454건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여야가 사실상 합의했거나, 이견이 없는 민생 법안들까지 줄줄이 밀려났다.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법과 당 대표 방탄법만 반짝였다. 정쟁으로 날을 샜다. 국회의 직무유기다. 국민에 대한 신의 배반이다.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바닥이다. 불신받는 대통령의 현주소다.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와 몽니도 한몫했다. 민주당의 ‘채상병 특검’ 재의결도 윤 대통령 불신에서 기인했다. 젊은 병사의 희생 원인을 밝히고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는 것이 우선인데도 본말이 전도됐다. 야당은 ‘대통령 격노’만 부각시켜 윤석열 깎아내리기에 올인이다.여야 간의 신의는 일찌감치 사라졌다. 정치판의 협치는 기대하기조차 어려워졌다. 장기화하고 있는 의정갈등도 신의 상실이 그 근저에 있다. 정부와 의사집단은 서로 불신하고 있다.서울의대 교수들은 “의대 정원 증원이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대로 강행한다면 대통령께서는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불신만 쌓여간다.30일 문을 연 22대 국회도 21대 국회와 판박이가 될 공산이 커졌다. 정치판엔 암운만 가득 드리워져 있다. 여야 무한대치 정국 속에 입법폭주와 대통령 거부권이 맞부딪히는 충돌 사례는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즉시 특검법 재발의를 공언했다. 국회가 열리자마자 여야 충돌이 재연될 전망이다.진(秦)나라의 재상 상앙(商鞅)은 큰 나무를 옮기는 사람에게 상금을 약속하고 이를 지킴으로써 나라가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고사성어 이목지신(移木之信)이 나온 배경이다.상앙은 법을 어긴 태자의 대부를 처형하고 태사를 형벌에 처했다. 이후 10년이 지나자, 길에 떨어진 물건은 줍지 않았고, 도적이 없어졌다. 백성의 살림은 풍족하고 나라는 부강해졌다. 상앙의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부국강병책은 진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는 기틀이 됐다.신의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개인 간은 물론 기업과 기업 간,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신의가 있어야만 원만한 관계가 이뤄진다. 이목지신은 위정자가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22대 국회에서는 윤석열 정부와 정치권이 얼마나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으려나. 통렬한 자기반성과 쇄신에 달렸다.

2024-05-30

일그러진 영웅, 김호중

홍석봉 언론인 김천이 낳은 인기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음주 교통사고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교통사고를 낸 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음주운전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매니저는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허위 자백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열흘 만에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 형사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김호중은 음주 운전을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도 했다. 소속사도 거짓말 해명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미스터트롯 갤러리는 김호중의 엄정한 수사를 요청하는 입장문을 냈다. 누리꾼들은 “너무 뻔뻔하다” “구속돼야 마땅하다” 등 반응을 보이며 질책했다. 검찰총장까지 나섰다. ‘운전자 바꿔치기, 허위진술 교사·종용 등은 사법방해 행위’라며 구속사유 반영을 지시했다. 경찰은 음주, 뺑소니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15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김호중 팬카페도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의 말씀과 용서를 구한다’며 고개 숙였다.김호중은 그동안 “술잔에 입은 댔지만 마시진 않았다”며 누가 봐도 구차하기 짝이 없는 거짓말을 했다. 음주 운전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 했다.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칩은 소속사 직원이 제거했다. 이 와중에 경남 창원에서 대형 콘서트까지 열었다. 그러면서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국민과 법과 공권력을 기만했다.범죄를 저지르고도 부인하는 정치인 등 지도자들의 그릇된 행태를 떠올리게 했다. 뒤틀린 우리 사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잘못을 잡아떼고 은폐 및 조작하려다 결국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사고 후의 대형 콘서트와 거물급 변호사 선임까지 입방아에 올랐다. 대중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다. 가수 생활에 치명상을 입었다.잘못을 저지르고도 발뺌하려 한 대가치곤 혹독하다. 물론 콘서트 등의 막대한 취소 위약금을 고려, 부인했을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하더라도 잘못됐다. 사고 후에도 바로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죄와 용서를 구했더라면 이만큼 사태가 확산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부적절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일그러진 영웅이 됐다. 김호중은 어려운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주위의 도움으로 성악을 하고 외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트롯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 스타가 됐다. ‘개천 용’으로 성공신화를 써가던 중이었다. 김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김천시와 시민들은 ‘김호중 소리길’을 조성할 정도로 각별한 사랑을 보였다. 그런 그가 지역민과 팬들의 사랑과 기대를 외면했다. 그의 빗나간 처신과 행보에 일부 누리꾼들은 사생활까지 파헤치며 인간 까뭉개기에 나서고 있다.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일었다. 사회 일각에선 전도양양한 가수의 추락을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들은 그만큼 자기관리에 엄격해야 한다. 김호중이 법적 처벌을 받고 잘못을 뉘우치며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길 기대한다. 사랑받는 트롯 가수로 돌아와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길 바란다.

2024-05-23

윤 대통령, 소신과 뚝심이 필요하다

홍석봉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30% 초반 대에서 게걸음하고 있다. 부정이 긍정 평가보다 두 배가량 높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하는 등 자세를 낮췄다. 여론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지역 의료 체계 구축’, ‘저출생 대응책’ 등 정국 타개책을 내놨지만, 국민은 심드렁하다.윤 대통령은 경직된 여야관계, 꽉 막힌 국민소통 등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며 국정 추동력을 잃고 있다.윤 대통령이 외쳐온 4대개혁이 국민 저항에 부딪혀 주춤하고 있다. 의사 정원 확대를 두고 의료계와 마찰을 빚고 있고 연금개혁은 지지부진하다.여기에 민주당은 특검과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까지 거론하며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탄핵까지 들먹인다.윤 대통령이 최근 정치 상황과 이익 집단의 반발 등에 굴하지 않고 2년 전 대통령선거 당시 국민에게 약속한 개혁과제를 묵묵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교육·노동·연금·의료 개혁 등 4대 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선언이자 다짐이었다.윤 대통령은 “개혁은 많은 국민에게 이롭지만, 또 누군가는 어떤 기득권을 뺏긴다”면서 “이로움을 누리게 되는 사람들은 별로 인식을 못 하지만 뭔가를 빼앗기는 쪽에서는 정권 퇴진 운동을 하게 된다”고 했다. 표류하는 의료개혁과 낮은 국정지지율에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정치권 일각에서 지지율에 얽매이지 않고 국가와 시대적 과제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지만 반드시 해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겠다”고 공언했었다.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민 70%의 반대에도 연금개혁을 밀어붙였다. 그는 “단기적인 국내 여론과 국가 이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국익을 선택하겠다”고 했다.애초 국민연금은 ‘낸 돈에 비해 더 받는’ 구조로 설계돼 미래세대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낸 돈보다 덜 받아야 영속성이 있다. 그런데도 공론화위 결론은 반대로 나왔다. 의정갈등도 마찬가지다. 방법엔 문제가 있었지만,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추진하던 의료개혁이었다. 의정갈등은 장기화하고 있다. 국민 피로감만 높아지고 있다.개혁은 기득권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해집단의 양보 없이는 어렵다. 반발은 불가피하다. 이제 겨우 선진국 문턱을 넘어섰나 했는데 우리 경제가 정치·사회의 혼돈으로 다시 뒷걸음치는 모양새다.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 참패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지금,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점수 딸 일도 별로 없어 보인다. 더는 점수를 잃을 일도 없을 듯하다. 방향은 정해졌다. 4대개혁은 국가 과제다. 국가 백년지대계를 위해서도 미룰 수 없다.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지지율에 연연하지 말고 4대개혁을 임기 내에 마무리, 후대에 평가받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그것이 윤 대통령도 살고, 나라도 사는 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소신과 뚝심이 필요하다.

2024-05-16

한국과 대만의 실력 차이

홍석봉 언론인 한국과 대만은 공통점이 많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불렸다. 시장경제의 우등생이 됐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국가로 분단돼 있다. 1980년대 민주화를 이뤘다. 경제적으로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여왔다.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4년 이후 한국이 줄곧 앞섰다. 2013년 대만은 2만2522달러로 2만7178달러였던 한국에 큰 차이로 뒤졌다. 격차가 점점 줄어 2022년 대만은 3만2756달러, 한국은 3만2409달러로 18년 만에 역전됐다. 대만 정부는 2022년 1인당 GDP가 대한민국을 추월했다고 선언했다. 한국에 뒤졌다는 열등감에 빠져 있던 터였다. 절치부심했다. 마침내 한국을 따라잡고 이젠 앞서가고 있다.그 중심에는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있다. TSMC는 국가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대만은 생산설비 없는 반도체 회사들을 타깃 삼아 파운드리 산업을 발전시켰고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의 주축이 됐다. 미·중간 반도체 전쟁에서도 키를 쥐었다. 미국과 일본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주며 투자 유치에 나설 정도다. 지난해 4분기 TSMC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61.2%로 압도적 1위다. 2위인 삼성전자는 11.3%로 쪼그라들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은 가장 먼저 TSMC를 구할 것’이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기업 하나가 나라의 생존을 좌우할 만큼 위상을 갖췄다.대만의 놀라운 성장은 2016년 취임한 차이잉원 총통의 산업 전략 영향이 컸다. 정부의 혁신적인 인프라 구축과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양국의 경제 현주소는 정부의 실력 차이를 잘 보여준다. 대만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동안 우리는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삐걱대고 SK 하이닉스 공장 건설은 용수난과 주민 이주문제로 질질 끌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1위 기업 타이틀을 TSMC에 내주고 인텔에 이어 3위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잘 나가던 원전 산업을 내팽개쳤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으로 경제 추락을 자초했다.경제계 일각에서 대만을 배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이 차츰 살아나고 있지만,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한국은 끝났다’고 진단하는 외국 언론의 시각이 적지 않다.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로 저성장 기조에 빠진 한국이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제조업의 침체가 뼈아프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일자리 창출 부진, 세수감소에 따른 재정여건 악화 등 사면초가다. 정부를 채찍질해 난국을 헤쳐나가도록 해야 할 정치권마저 정쟁에 골몰한 채 오불관언이다.정부는 총선 패배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분위기를 일신하고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대만의 눈부신 변신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정치권과 경제계가 분발, 이재용 삼성회장이 언급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2024-05-09

로마의 교훈

홍석봉 언론인 지난 4·10총선 때 대구시 신청사 건립 문제가 달서구병 공천 과정에서 뜨거운 이슈가 됐었다. 현역 의원과 전 대구시장이 신청사 건립 책임 공방을 벌였다.이에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2022년 말까지 청사건립기금으로 조성한 1850억원 중 1368억원을 기금 목적과 전혀 상관없는 사업에 전용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대구시가 독자적으로 1인당 10만원씩 지급한 대구희망지원금 때문에 2020년 말 사실상 청사건립기금이 고갈 상황에 이르렀다고 해명했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으로 청사 건립 기금을 유용한 탓에 돈이 없어 신청사 건립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구시가 성서 및 칠곡행정타운 등 공유재산을 매각, 신청사 건립 재원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러나 대구시의회가 공유재산 매각을 반대하는 등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결국, 신청사 건립은 다시 재원 암초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코로나 지원금만 아니었더라면 벌써 착공할 수 있었던 것이 이젠 언제 건립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개인에게 10만원은 있으나 없으나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250만 명, 1368억원은 큰돈이다. 결국, 잠시 고난을 면해보자고 한 것이 대구시민에게는 다시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게 됐다.더불어민주당이 4·10총선 때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풀어 민생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무려 13조원이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도 논란이 뜨거웠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의 첫 회동에서도 25만원 지원이 다시 의제에 올랐다. 이 대표는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지원금은 꼭 수용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재정에 부담되고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기 때문에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25만원 지원은 현금 살포로 명백한 포퓰리즘이다. 선거 공약은 매표행위나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는다.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병처럼 번진 현금 살포가 민생 어려움을 이유로 다시 등장했다. 미국 등은 현금 살포 후유증을 앓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경제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민생을 외치는 민주당의 구호는 거창하지만 1인당 25만원을 받는다고 해서 살이 되고 생활에 큰 보탬이 되지는 않는다. 민생은 항상 고달프고 어려웠다. 국가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섰다. 나와 자식들이 갚아야 한다. 인구소멸위기의 나라에서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코로나19 당시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정작 소비 진작 효과는 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헛돈을 쓴 셈이 됐다.집단의 이익이 국익보다 우선시 되고 우선 먹기에 달콤한 눈앞의 이익에 목을 매고 달려드는 현실이 안타깝다. 돌아서면 날아들 청구서는 생각지도 않는다. ‘월 300만원을 무상지급하겠다’는 정부안을 거부한 스위스 국민에게서 배워야 한다. 공짜 빵과 서커스에 빠져 나라를 망친 로마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국민이 작은 이익만 좇고 지배 계층이 대중과 영합할 때 국가는 쇠망한다는 준열한 가르침이다.

2024-05-02

의정 갈등 때문에 나라 골병들어서야

홍석봉 대구지사장 서울의 한 식당이 인스타그램에 “당분간 의료파업에 동참하는 관계자분을 모시지 않는다. 정중하게 사양한다”는 글을 올려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유명 식당이다. 반응이 엇갈렸다. 응원 댓글도 많고 별점 테러를 하겠다는 이도 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며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식당 주는 최근 종합병원을 찾았다가 의료 파업 현장을 보고 이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쟁취하려는 게 도대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타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에 국민의 피로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식당주의 의료관계자 입장 거부는 상징적인 사례다.병법의 교과서 격인 손자병법은 ‘전쟁을 피하라’고 가르친다. 전쟁이 벌어지면 이기든 지든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충돌로 우리 사회가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 환자들은 제때 진료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큰 병원들은 이용객이 줄면서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한다고 예상한다. 국민 전체가 피해자가 됐다.결국,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정원 조정 문제에서 발을 뺐다. 정부가 고수하던 선에서 절반 정도로 낮췄다. 그런데 의사 단체는 이마저도 원점 회귀하지 않으면 현장복귀는 없다고 으름장이다. 원점 재논의와 1년 유예까지 주장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정부에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발 더 나가 전국 의대 교수가 사직과 휴진으로 압박하고 있다.의사에 대한 사회 불신이 쌓여만 간다. 이렇게 해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조선 망하고 대국 망하는 꼴이 된다. 손자병법의 전쟁을 피하라는 가르침을 망각한 후과가 너무 크다. 정부가 한발 물러선 만큼 의사들도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환자를 볼모 삼아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것은 엘리트주의의 오만이자 집단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애초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묻지 않은 것이 정부의 큰 실책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사업은 크건 작건 간에 이해당사자와 국민의 뜻을 묻지 않고는 정책시행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집단 간의 이해가 맞물려 있을 때는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시행착오가 적다.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 숙의와 공론을 거쳐 집행해야 별 탈이 없다. 일방통행은 적만 만들고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의사단체가 만나야 한다.의정 갈등 사태에 한발 비켜서 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의료대란 해소 공론화 특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의료개혁특위와 성격은 비슷하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공론화를 통해 해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자존심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서로 밀고 당기기에는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 정부가 한발 양보한 만큼 의사들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의사도 살고 국민도 산다. 의정 갈등 때문에 나라가 골병들 수는 없지 않겠나?

2024-04-25

유영하와 대구·경북

홍석봉 대구지사장 먼저 유영하 변호사의 국회의원 당선을 축하한다. 이번 총선을 지켜보면서 가진 의문 중 하나다. 유영하가 지역민에게 어떤 의미인지. 유영하는 대구와 달서구에 과연 무엇인가.그는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달서갑 공천 신청을 했다. 달서갑과는 전혀 연고가 없다. 전형적인 낙하산이고 전략공천이다. 그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각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유 당선인은 2004년 경기 군포에 출마, 고배를 든 후 2020년 21대 총선까지 매번 국회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법률 참모로 발탁돼 핵심 측근이 됐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변호인을 맡은 후 현재까지 최측근 역할을 해 왔다.그는 202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나 달성 사저에 둥지 틀 때 함께 따라왔다. 이때부터 대구 정치판과 연을 맺는다. 그해 4, 5월엔 대구시장 경선과 수성을 국회의원 재·보선 경선에 출전, 탈락하는 쓴 맛을 봤다. 하지만,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대구에서 달서갑 공천을 받았다. 결국, 정치 투신 20년 만에 금배지의 한을 풀었다. 7전 8기 끝에 이룬 결실이다.그는 왜 대구에, 달서갑에 공천을 신청했나. 당은 왜 공천장을 주었나. 그는 박근혜와 함께 대구에 왔고 지역 정치권에서 기회를 찾았다. 박근혜 정서에 힘입어 자신의 숙원을 풀었다.국민의힘 공관위 발표에서 공천 배경을 짐작케 한다.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의 입장이었다. 지역민들도 처음에는 웬 뜬금없는 공천인가 싶었지만, 용산과 당 입장에서 박근혜의 형편을 살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했다.박근혜는 천막당사 시절 신한국당을 지켜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탄생시켰다. 보수를 일으켜 세운 주인공이다. 대구·경북은 국정농단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고 감옥살이까지 한 그를 보듬고 품에 안았다. 과실도 있지만, 연민을 느꼈다. 지역민의 정서였다.박근혜에 대한 안타까움과 동정이 지역민들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다. 이 연장 선상에서 달성 사저 안착을 반겼고 마음의 쉼터가 되길 바랐다.유영하는 온전히 박근혜 후광을 입었다. 본인은 발끈할지 몰라도 지역 일각에선 박근혜를 이용,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총선 과정에서도 그는 지역민과 뭔가 겉도는 느낌이었다. 타 지역구 후보 지원으로 눈총받았다. 지역민에겐 ‘밉상’이 됐다.유 당선인은 박근혜와 지역에 대한 의리와 초심을 지켜야 한다. 이를 잃는 순간 평가와 지지가 일순간 돌아설 것이다. 지역 심부름꾼과 나라의 일꾼으로 지역구 및 입법 활동에도 성심을 다해야 할 것이다.지역과 함께 호흡하고 지역민과의 스킨십을 늘려야 한다. 유영하가 대구·경북에서 어떤 의미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이제 보여줘야 할 때다. ‘대구의 미래, 달서의 새 희망’이 되겠다는 선거 구호가 빛바래지 않길 바란다.

2024-04-18

마음에도 없는 후보 찍었다고?

홍석봉 대구지사장 #1. 투표지를 받아들고 기표소 안에 들어서면서부터 한참을 망설였다. 지역구 선거 출마 후보는 단 두 명뿐이었다. 대구·경북 상당수 지역이 비슷한 실정이다. 1번과 2번 중에서 골라야 했다.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명은 보수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인물이다. 지역과는 별 연고가 없다. 지역에는 그동안 수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낙하산 공천이 관례화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후보 개인은 명망 있고 능력도 있는 인물일 터이다. 그래도 못 미덥다.진보 후보는 애초에 마음이 가지 않았다. 보수 텃밭인 지역 탓에 통상적으로 진보 쪽 후보는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거나 중량감 있는 인물은 좀체 보기 힘들다.진보 후보는 인물 됨됨이는 둘째 치고, 지역에서 수차례 선거에 나서 낙선한 전력의 인물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앞섰다. 당 대표부터 잡범 수준의 전과자에 막말 등 품격없는 언행으로 눈밖에 났다. 여러 명의 후보들이 막말과 사기대출, 위선 등으로 지탄받았다. 이런 이들이 금배지를 달면 국회가 어떻게 돌아갈지 불보듯 뻔했다. 아니 아예 국회의원 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탁월한 정치력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고민 끝에 기표를 했지만 마음에도 없는 후보를 찍고 말았다. 투표소를 나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2. 현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의사 집단은 윤석열 정부와 완전히 등을 진 모양새다. 지역의 한 개업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멸문지화를 초래했다”며 “의사들은 무조건 2번 후보는 안 찍기로 했다”고 발끈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사집단과 정부와의 정면 대치는 선거판에도 영향을 미치는 형국이다. 의사집단은 보수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다.#3. 대구 북구갑에 출마한 한 후보는 “16년째 국민의힘은 낙하산 후보만 내려 보내고 있다”며 “선거는 스타가 탄생해야 한다. 이변이 생기고 균열도 생겨야 대구경북도 발전하고 변화한다. 이번에 이변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당선 가능성은 낮지만 지역에 필요한 인물론을 설파했다.선거 결과는 민주당 압승과 국민의힘 참패로 나타났다. 국민은 정권 심판을 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이 문제였다. 정부여당은 앞으로 험난한 파고와 맞부딪힐 일만 남았다.이번 총선에서 지역 유권자 중에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진 이들이 적지 않다. 정치인 꼴보기 싫어 투표를 않았다는 이들도 꽤 있다. 찍을 만한 후보가 없다고 했다. 대구·경북의 낮은 투표율이 이를 반증하는 듯 하다. 유권자들의 가슴만 더욱 공허하게 만들었다.‘합리적이면서도 모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인 투표나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학자도 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차악이라도 택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상황이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방법이 선거 뿐이라는 사실에 절망한다.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제발 국민과 나라를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란다.

2024-04-11

누가 자꾸 박근혜를 불러내나

홍석봉 대구지사장 뜬금없이 박근혜 등판론이 일었다. 대구·경북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온 목소리다. 22대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 강세 지역에 ‘선거의 여왕’ 박근혜를 내세워 바람을 차단하자는 속내다.하나 마나 한 선거가 될뻔했던 대구·경북 선거판이다. 그런데 경산과 대구 중·남구에 무소속 돌풍이 불고 있다. 특히 경산은 박근혜 정부 실세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가 무소속 간판으로 뛰고 있다. 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 후광을 업은 국민의힘 조지연 후보를 앞서가는 형국이다.이에 대구·경북 25석 전석 석권을 노리는 국민의힘이 경산지역에 화력을 쏟아 붇고 있다. 경산에서 선대위원회 현장대책회의를 여는 등 부산하다.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방책이다. 이 와중에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설이 나왔다. 지역정가의 호사가들이 박근혜 등판을 부추긴 것이다.국민의힘 유영하 후보가 출마한 대구 달서갑에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설로 술렁댔다. 유 후보와 함께 시장을 방문하려다가 취소했다고 했다. 그의 선거 지원이 중도층과 수도권 공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고려했다는 그럴듯한 분석도 있었다. 가짜 뉴스였다.박근혜 등판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 출판행사 때 “더 이상의 정치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친박은 없다”고 못 박기도 했었다. 정치권과 거리두기 선언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박근혜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있는 것 같다. 그의 청정한 삶을 더는 흔들지 않는 것이 맞다. 그는 그간 기억하기조차 싫은 탄핵 사태를 겪었고 영어의 신세가 되기도 했다. 이젠 정치라면 몸서리칠 터이다.물러난 전 대통령의 선거 지원 유세는 모양새도 좋지 않다. 격에도 맞지 않다. 물론 틈만 나면 정치판에 훈수를 두는 이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박근혜를 앞세운 선거였던 2008년 18대 총선에선 지역에 박근혜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로 구성된 ‘친박연대’가 대구 3석, 경북 1석 등 지역구 6석과 비례대표 8석을 얻었다. 당과 국민은 “살아 돌아오라”고 한 당시 박근혜의 위력을 실감했다. 친박 세력은 당시 한나라당 내 친박과 김무성 등 친박 무소속연대 12명을 합치면 40여 명에 달했다. 친박연대는 2010년 미래희망연대로 바꿨다가 한나라당과 합당했다. 이후 친박이 한나라당 당권을 장악,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2012년 19대 총선에 들어서면서 정리된다.친박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소추 과정에서 탄생했다.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박근혜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돼 각종 선거를 승리로 이끌면서 등장했다. 이후 부침을 거듭하다가 2017년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 구심점이 사라졌고, 당내 입지는 급속히 위축됐다. 각자도생을 꾀했다. 20년 만에 스러졌다.박 전 대통령의 집사격인 유영하 변호사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배려 케이스로 대구 달서갑에 둥지 틀고 명맥을 이었을 뿐이다. 친박팔이도 자취를 감췄다. 한때 위세를 떨치던 친박당이 부나비처럼 명멸했다. 봄비에 하염없이 지는 벚꽃처럼.

2024-04-04

다시 나온 ‘이게 나라냐?’

홍석봉 대구지사장 2017년 최순실 사건이 나라를 뒤흔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국민은 자괴감을 느꼈다. 당시 집회에서 ‘이게 나라냐?’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 자조적인 심경을 대변하는 표현이었다. 한동안 유행했다.2022년 11월 이태원 핼러윈데이 참사가 터졌다. 많은 신고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관계 당국을 향해 “이게 나라냐?”며 또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각종 시위에 단골 메뉴로 등장, 시국을 관통하는 단어가 됐다.‘이게 나라냐?’라는 말은 대형 사건 사고와 관련, 국가의 대처 미흡을 꼬집으며 질책하는 용어로 폭넓게 사용됐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4년 연거푸 등장한 위성정당을 두고 정치권과 국민이 ‘이게 나라냐?’라며 세태를 한탄하고 있다. 온전한 상식을 갖고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에 범죄꾼과 반 대한민국 세력이 대거 입성할 위기에 놓이자 나온 말이다.야권의 비례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반미·좌파 성향의 진보당 추천 후보 3인을 당선권에 배치했다. 많은 국민이 종북·좌파가 국회에 대거 입성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국가발전에 역행하는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을 보냈다.조국혁신당에는 실형을 선고받았거나 재판 중인 인사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비례 2번인 조국은 자녀입시 비리 등으로 1·2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상위 순번 10명 중 5명이 징역형을 받거나 피고인과 피의자다.국회가 온통 범죄꾼과 사기꾼, 거짓말쟁이의 소굴이 될 판이다. 마침내 ‘범죄자가 판치는 국회, 투표로 심판하자’는 정당까지 등장했다. 비례정당인 가락특권폐지당은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함께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같은 자가 설치는 나라는 막자’고 주장한다.우리나라는 북, 중, 러의 위협과 자원빈곤이란 최악의 조건을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세계가 인정하는 기적의 나라다. 최근엔 문화 및 방산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한데 이런 한국이 추락하고 있다. 성장과 질서가 사라지고 선진국에 겨우 턱걸이하자마자 경제 침체와 무질서로 가라앉고 있다.진보와 보수가 서로 죽고 살기로 물어뜯고 있고, 최빈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가슴 졸이는 한심한 나라가 됐다. 의료계 파업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환자들만 새우등이 터지고 있다. 상식과 합리성이 배제된 나라, 도덕과 질서 등 기본을 잊은 나라의 전형이 됐다.거기에 경제를 견인하던 반도체와 조선 산업도 주춤하고 있다. 사과 한 개 1만원, 감자 한 알 2천500원 등 생활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안 오르는 것은 봉급뿐이라는 근로자들의 탄식이 쏟아진다.세계의 지성들은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 한국이 외형적으로는 번듯해 보이는 나라가 됐지만 속은 곪고 있다. 정치부터 바뀌어야 하지만 썩어가고 있다. 지도층은 팔짱만 끼고 있다. 대한민국이 삼류 사회로 치닫고 있다.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2024-03-28

국민의힘과 TK

홍석봉 대구지사장 기껏 좋은 일을 해놓고도 사소한 잘못으로 되레 원망을 들을 때 ‘뭐 주고 뺨 맞는다’라는 말을 한다. 지금 TK(대구·경북)가 꼭 그 모양이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낙하산에 지역민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TK는 지난 박정희 정권 때부터 정권의 창출지이자 보수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왔다. 보수의 원조이자 보수 지킴이였다. 이후 5, 6공화국을 거쳐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보수의 터전이 됐다. 그러다가 3김 때부터 영·호남으로 편이 갈리며 ‘망국병’이라는 지역주의의 한 축이 돼버렸다. 이후 선거 때마다 TK는 지역 보수 정당에 표를 몰아주며 성원했다.하지만, 돌아온 것은 처참한 배신이었다. 매번 뒤통수를 맞고 땅을 치는 일이 벌어졌다. 걸핏하면 낙하산 공천으로 지역을 물 먹이기 일쑤였다. 그래도 TK는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듯 선거 때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표를 줬다. 그만큼 당했으면 외면하거나 돌아서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렇게 하질 못했다. TK는 ‘바보’, ‘못난이’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수 십 년이 흘렀다. 하지만, 또다시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4·10 총선 국민의힘 TK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지역민들의 바람은 철저히 배척당했다. 오히려 지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지역의 재선 이상 다선 대부분이 공천 열차에 무임승차했다. 잡음 없이 가려는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의 안전 운영 기조 탓이려니 했다.그게 아니었다.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감동과 혁신 없는 공천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다급해진 공관위는 국민추천제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대구 동·군위갑과 북을 등 국민의힘 강세지역 5곳에 회심의 카드로 내밀었다. 밀실 공천과 전략 공천 우려가 나왔다. 결국, 지역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사들이 벼락 공천을 받았다. 5·18 폄훼 발언으로 공천을 번복한 대구 중·남구도 의외의 인물을 낙점했다. 지역이 부글부글 끓었다.보수의 안방이자 윤석열 정부 탄생에 절대 공헌을 한 TK의 공로와 헌신은 안중에도 없었다. 당 지도부가 해당 분야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생면부지의 인사를 낙하산으로 꽂았다. 당 지도부가 영입인사는 우대하고 지방 정치인은 무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만만한 것이 홍어 X’라고 궁지에 몰리기만 하면 TK에 칼을 들이댔다.결국, 현 정권과 국민의힘을 여태껏 밀어주고 지지한 대가가 TK 홀대로 되돌아왔다.헛물을 켠 TK의 자존심만 형편없이 구겨졌다. TK 유권자 무시와 다름없다.다른 선택지만 있어도 이만큼 허탈하지는 않았을 터다. TK의 정치 냉소와 ‘해보나 마나 한 선거’만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자니 속이 뒤집힌다. 민주당엔 더더욱 눈길이 안 간다.기대했던 제3지대는 지리멸렬이다. 판을 뒤집을 수도 없다. 자칫 투표권 행사 포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민의힘의‘갑툭튀’에 TK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TK는 지금 조건 없는 국민의힘 짝사랑과의 결별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2024-03-21

시들해진 TK 선거

홍석봉 대구지사장 우리말에 ‘굿도 보고 떡도 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굿도 굿이지만 굿판에 차려진 음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굿판은 차려졌는데 음식이 그다지 풍성하질 않다. 손이 갈만한 음식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굿판이 재미가 없다. 구경꾼도 시들하다.22대 총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작 본선은 시작도 않았는데 대구·경북(TK) 선거판은 열기도 식고 유권자도 별로 관심이 없다.국민의힘 공천이 저들만의 리그 속에 마무리됐다. 당 지도부의 ‘안전빵’ 공천 덕분에 별 잡음 없이 끝났다. 혁신과 감동이 없는 맥빠진 공천이 됐다. 절반 이상 물갈이를 요구하던 지역 유권자들의 열망은 ‘희망고문’이 됐다. 공천 결과에 반발해 뛰어나가 무소속 출마를 하는 예비후보도 가뭄에 콩 나듯 하다. 예년 총선의 경우 지금쯤이면 무소속 후보들의 연대가 이어지는 등 시끄러웠다. 경산과 포항북, 영천·청도 정도만 무소속 후보가 나서 국민의힘 후보에 맞서는 형국이다. TK가 역대 선거 중 출마자가 가장 적은 선거가 될 조짐이다.역대 총선 중 22대 총선만큼 재미없는 선거는 없을 듯하다. 각 후보자가 개별적으로 지역 발전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내놓은 공약은 신선미가 떨어진다. 지역 발전과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도 별로 없어 보인다. 당 지도부도 열세 지역만 관심을 쏟고 있을 뿐이다. 집토끼는 아예 내놓은 자식 취급한다. 지역민들도 누가 되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관심 밖이다. 전국적인 지명도 높은 인사도 없고, 주목할 만한 인물도 없다. 밋밋하고 재미없는 선거판이 불 보듯 하다.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한 표의 행사는 국민의 소중한 권리다. 하지만, 극심한 지역주의 구도 아래의 선거에서 뻔한 선거 결과는 한 표의 의미마저 퇴색시키고 만다.제3지대를 표방하며 출발한 이준석의 개혁신당과 이낙연의 새로운미래도 갈라서면서 중도세력 결집에 실패했다. 개혁신당은 TK에서 겨우 1명의 후보를 내는데 그쳤다. 보수와 진보에 실망한 표들이 갈 곳조차 없다. 이들 신당은 조국 신당에도 밀리는 등 존재감이 미미하다.지난 20대 총선 때는 안철수 발 녹색 바람이 일면서 굿판에 어느 정도 신명은 있었다. 대구 수성갑 선거에서 김부겸과 김문수의 대결은 빅히트를 쳤다. 31년 만에 야당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명 장면을 만들었다.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 1명과 무소속 3명이 당선되는 이변도 나왔다. 당시 새누리당이 공천 파동으로 자멸한 결과였다. 결국, 나중에는 정권까지 헌납하고 말았다.그로부터 4년 뒤 치러진 21대 총선은 민주당이 호남을 석권하고 국민의힘 전신인 통합미래당은 TK를 독식했다. 영호남은 지역구도 타파는 고사하고 지역주의에 매몰됐다. 25일 남겨둔 이번 총선도 21대 총선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지역은 다시 폐쇄와 무기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 정치의 근본 틀을 바꾸지 않고서는 지역 정치판의 변화는 백년하청이다. 재미없고 맥빠진 TK총선을 보는 건 고역이다.

202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