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누가 자꾸 박근혜를 불러내나

등록일 2024-04-04 18:32 게재일 2024-04-05 19면
스크랩버튼
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뜬금없이 박근혜 등판론이 일었다. 대구·경북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온 목소리다. 22대 총선에서 무소속 후보 강세 지역에 ‘선거의 여왕’ 박근혜를 내세워 바람을 차단하자는 속내다.

하나 마나 한 선거가 될뻔했던 대구·경북 선거판이다. 그런데 경산과 대구 중·남구에 무소속 돌풍이 불고 있다. 특히 경산은 박근혜 정부 실세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가 무소속 간판으로 뛰고 있다. 최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 후광을 업은 국민의힘 조지연 후보를 앞서가는 형국이다.

이에 대구·경북 25석 전석 석권을 노리는 국민의힘이 경산지역에 화력을 쏟아 붇고 있다. 경산에서 선대위원회 현장대책회의를 여는 등 부산하다.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방책이다. 이 와중에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설이 나왔다. 지역정가의 호사가들이 박근혜 등판을 부추긴 것이다.

국민의힘 유영하 후보가 출마한 대구 달서갑에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설로 술렁댔다. 유 후보와 함께 시장을 방문하려다가 취소했다고 했다. 그의 선거 지원이 중도층과 수도권 공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고려했다는 그럴듯한 분석도 있었다. 가짜 뉴스였다.

박근혜 등판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 출판행사 때 “더 이상의 정치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친박은 없다”고 못 박기도 했었다. 정치권과 거리두기 선언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박근혜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있는 것 같다. 그의 청정한 삶을 더는 흔들지 않는 것이 맞다. 그는 그간 기억하기조차 싫은 탄핵 사태를 겪었고 영어의 신세가 되기도 했다. 이젠 정치라면 몸서리칠 터이다.

물러난 전 대통령의 선거 지원 유세는 모양새도 좋지 않다. 격에도 맞지 않다. 물론 틈만 나면 정치판에 훈수를 두는 이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박근혜를 앞세운 선거였던 2008년 18대 총선에선 지역에 박근혜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로 구성된 ‘친박연대’가 대구 3석, 경북 1석 등 지역구 6석과 비례대표 8석을 얻었다. 당과 국민은 “살아 돌아오라”고 한 당시 박근혜의 위력을 실감했다. 친박 세력은 당시 한나라당 내 친박과 김무성 등 친박 무소속연대 12명을 합치면 40여 명에 달했다. 친박연대는 2010년 미래희망연대로 바꿨다가 한나라당과 합당했다. 이후 친박이 한나라당 당권을 장악,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2012년 19대 총선에 들어서면서 정리된다.

친박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소추 과정에서 탄생했다.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박근혜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돼 각종 선거를 승리로 이끌면서 등장했다. 이후 부침을 거듭하다가 2017년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 구심점이 사라졌고, 당내 입지는 급속히 위축됐다. 각자도생을 꾀했다. 20년 만에 스러졌다.

박 전 대통령의 집사격인 유영하 변호사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배려 케이스로 대구 달서갑에 둥지 틀고 명맥을 이었을 뿐이다. 친박팔이도 자취를 감췄다. 한때 위세를 떨치던 친박당이 부나비처럼 명멸했다. 봄비에 하염없이 지는 벚꽃처럼.

홍석봉의 視角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