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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의 불편한 진실

등록일 2024-08-08 19:40 게재일 2024-08-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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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언론인
홍석봉 언론인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의 선전은 무더위에 지친 국민에게 청량제가 되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호투는 불쾌한 열대야 마저 날려주고 있다. 그들이 있어 8월은 행복하다. 메달 순위는 스포츠 정신과는 거리가 있지만, 경제력과 국력의 상징으로 여겨져 관심이 높다. 아무리 올림픽 정신이 참가에 의의가 있다고 해도 메달의 의미는 크다. 우리나라는 올림픽 개막 초기부터 메달집계판 상단을 차지하며 국민 자긍심을 한껏 드높여 주고 있다.

올림픽 경기 종목 간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국민의 환호를 받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도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역대급 성적을 거둔 양궁과 사격은 공정한 선수선발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 체육의 고질병이다시피한 관련 협회의 전횡, 인맥, 유명세 위주의 선발 등이 배제된 채 오직 실력만으로 선수를 뽑아 놀라운 결과물을 내놓았다.

모두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의 산물이긴 하지만 협회의 인적, 물적 지원이 없었더라면 어려웠을 터이다.

이런 와중에 선수를 등한시한 협회의 불성실한 태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배드민턴 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가 발단이다. 그는 대회 준비 과정에서 국가대표팀에 환멸을 느끼고 한때 은퇴를 결심했었다며 폭탄 발언을 했다. 안세영은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인터뷰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등에 관한 문제점을 작심 비판했다. 그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협회)과 계속 (함께)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안 선수의 작심발언은 수년 동안 대표팀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불합리한 운영 관리에 대한 고발이었다. 잔칫날 굳이 그랬어야 하느냐는 비판도 없진 않지만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응어리를 풀어던졌다. 국민은 선수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데 힘 쏟아야 할 협회가 아직도 선수 위에 군림하는가 하는 생각을 갖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안세영의 폭탄발언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파문은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역 예선에 탈락, 올림픽을 TV로 지켜볼 수밖에 없던 대한축구협회도 투명치 못한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축구협회장의 독선 운영으로 팬들로부터 지탄받았다.

사람들이 묵시적으로 동의하지만, 대놓고 말하기는 꺼리는 사실이 있다. 사실일지라도 공개하면 비난받을 가능성이 큰 것을 우리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한다. 말하기도 거북하고, 듣는 사람도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쉬쉬하며 감추는 게 보통이다. 불편한 진실은 묻어두면 당장은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뒤에 곪아 터지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

안세영은 용기를 내 내부 고발을 했다. 차제에 체육계의 병폐를 도려내고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상자 속 썩은 사과를 내버려두면 곧 모든 사과가 함께 썩는다. 우리 사회 곳곳에 불편한 진실이 넘쳐난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하길 바란다. 한국 선수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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