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라는 단어는 대구·경북의 로마자 표기 줄임말로 많이 사용된다. 정치 성향을 나타낼 때 흔히 쓰인다. PK(부산·경남)와 대비된다.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TK가 아니라 DG(Daegu-Gyeongbuk)가 맞다.
하지만, 개정 로마자 표기법(2014년 시행)이 사용되기 이전에 굳어진 말로 관행화됐기 때문에 TK(Taegu-Ky<EB20>ngbuk)가 보편화했다. 현재 DG는 대구시의 머리글자로 더 많이 쓰인다. 언론 등에서도 ‘DG’와 ‘TK’를 병행 사용하는 등 한동안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TK’로 굳어졌다.
우리나라 5대 성씨인 김, 이, 박, 최, 정은 Kim, Lee, Park, Choi, Jung으로 표기한다. 개정 로마자 표기법으로는 Gim, I, Bak, Choe, Jeong이 맞지만, 표기법에 어긋난 Lee, Park, Choi 등이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5대 성씨가 표준을 이기고 정설이 된 것이다. 성씨 표기는 국어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됐다.
급기야 국립국어원이 성과 이름은 독자적으로 표기를 정할 수 있도록 로마자 표기법을 개정했다. 원칙을 깨고 관례화된 표기를 공인한 것이다.
동대구역의 박정희 광장, 영문 표기 논란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 이름을 ‘박정희 광장’으로 바꿨다. 이곳에 세운 표지석에 ‘Park Jeong Hee’라고 명기했다. 논란이 거셌다.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시가 “박 전 대통령은 여권과 방명록에 자기 이름을 ‘Park Chung Hee’로 썼다”며 “박 전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 영문 표기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록물에 고유명사처럼 쓰였고 정부 대통령기록관, 박정희대통령기념관에도 그대로 표기됐다고 했다.
반면 대구시는 로마자 표기법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정’은 ‘Chung’이 아니라 ‘Jeong’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박정희기념사업위원회에서 재논의했지만 결국 원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박정희 영문 표기는 두 가지의 공존이 불가피해졌다. 외국인들은 헷갈리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통일했어야 했다.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추진 중인 대구·경북신공항 이름을 박정희 공항으로 짓는 방안이 유력하게 대두한다. 현재 대구·경북 통합과 관련, 통합 청사 위치와 관할 범위 등을 두고 신경전을 펴는 마당에 양 시도가 신공항의 영문표기를 두고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제7항에는 ‘인명, 회사명, 단체명 등은 그동안 써 온 표기를 쓸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한때 ‘짜장면’ 표기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표준어는 ‘자장면’이 맞지만 ‘짜장면’이라는 말이 워낙 대중화돼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이 ‘짜장면’과 ‘자장면’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하고 말았다. 그만큼 언어 습관은 무섭다. 대구시의 결정에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