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교 산들이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대구~성주 간 국도변 소나무 숲이 재선충 피해가 크다. 필자는 한 달에 2~4차례 성주에 있는 시골집을 찾는다. 대구∼성주 간 국도변은 장관을 이루는 벚꽃길 등 4계절 피고 지는 각종 꽃과 나무들이 국도 이용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달성군 다사면 대구~성주간 국도변 야산에 갈색으로 변해 말라 죽는 소나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최근엔 고사목이 발견되는 지역이 폭넓게 확산하고 있다. 국도변 곳곳의 소나무들이 재선충에 감염돼 흉한 모습으로 죽은 채 방치되고 있다. 소나무 고사목이 자꾸 느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서늘해진다. 마치 내 몸의 일부가 상처를 입은 느낌이 든다. 지구의 허파이자 생명의 숲이기도 한 귀중한 산림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고통이다.
이곳뿐 아니다. 대구·경북의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이 심각하다. 얼마 전 지역의 한 환경단체는 경북 일부 지역은 확산을 막기 어려운 정도로 감염이 광범위하다고 경고하며 당국의 대응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녹색연합은 지난 4월 영남 동해안 권과 낙동강 인근 지역 중심으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상태가 심각하다고 발표했다. 경북 포항·경주·안동시와 성주·고령군 등은 확산을 더는 막을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들 지역은 정부가 소나무재선충병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어떤 곳은 멀쩡한 소나무 숲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오랫동안 방치된 고사목도 적지 않다. 10년 내 전국소나무의 78%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판이다.
전문가들은 감염 지대가 길고 넓게 퍼져 방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현재 당국이 방제를 아예 않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만큼 상황이 악화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가 재선충병 확산 초기 방제 시기를 놓친 탓이 크다. 점점 재선충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는 기후변화도 피해 확산의 한 요인이다.
재선충은 1㎜ 안팎의 실처럼 생긴 선충(線蟲)이다. 소나무가 재선충에 걸리면 100% 말라 죽는다. 소나무에는 치명적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소나무와 잣나무 등 소나무 숲은 우리나라 산림의 27%를 차지한다. 환경, 문화, 휴양 등 연간 71조원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2540억원의 임산물을 생산한다. 대표적인 것이 울진 금강송과 울진·영덕의 송이 숲이다. 재선충 피해목을 잘라내면 산사태 우려가 커진다. 잘라 내 쌓아놓은 나무는 산불 발생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이래저래 손실이다.
재선충병으로 소나무가 멸종되다시피한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방제작업이 성과를 내 소나무 숲이 어느 정도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많은 예산과 노력이 들겠지만 애써 가꾼 소나무를 베어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상시 예찰과 신속한 방제작업으로 추가 피해는 막아야 한다. 대구∼성주 간 국도변 소나무 숲도 하루빨리 싱싱한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