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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엔딩

등록일 2024-06-20 18:53 게재일 2024-06-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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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언론인
홍석봉 언론인

경북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에서 ‘사드 반대’ 집회를 주도하던 상징이 자취를 감췄다. 주민들이 시위 지휘부가 사용하던 천막을 자진 철거한 것. 사실상 사드 반대 운동의 종언을 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7년 동안 소성리 마을엔 사드반대 구호가 넘치고 플래카드와 깃발이 넘실대며 살풍경했다. 전자파 괴담은 괴물이 되어 성주와 김천을 휘저었다. 진압 경찰과 시위대의 함성과 몸싸움으로 치열했던 시골 마을 회관 앞 도로가 이제 일상을 되찾았다. 2017년 4월 소성리 마을 인근 골프장 부지에 사드(고고도미사일)가 배치된 지 7년 만이다.

2016년 정부는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소성리 마을 회관 앞은 사드 반대 집회의 중심지가 됐다. 이곳에서 성주투쟁위, 사드반대 김천시민대책위 등이 수시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초기에는 집회참가자만 수천 명에 달하는 등 위세가 대단했다. 인구 4만2000명의 조그마한 농촌 마을 성주가 한순간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민주당과 좌파 단체들은 “사드 전자파가 참외까지 오염시킨다”며 전자파 괴담을 퍼뜨렸다. 주민들은 사드 장비와 물품 반입을 막았다. 주민과 반대단체들은 거의 매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시위에 나섰다. 최근엔 반대 집회도 잦아들고 참석자가 10여 명 수준에 그치는 등 열기가 식었다고 한다. 규모는 줄었지만, 시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600회 이상 집회를 했다. 지친 주민들은 하나 둘 시위에서 빠져나왔다. 반대 단체들은 시위를 멈출 생각이 없다. 진보의 집요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

사드 반대시위는 이젠 힘을 잃었다. 지난해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왔다. 지난 3월엔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도 각하됐다. 반대 명분이 없어졌다.

사드 사태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사드 배치의 본질은 국가 방위였다. 하지만, 우리는 전자파 괴담으로 안보는 뒷전인 채 자중지란을 일으켰다. 국론은 분열되고 지역 민심은 찢어졌다. 주민과 반대 단체의 집회 및 시위가 장기간 이어졌다. 대규모 경찰력이 동원됐고 시위대와 충돌, 인적·물적 손실을 끼쳤다. 주민과 시위주동자는 전과자가 됐다. 철석같았던 한미 동맹에도 금이 갔다. 우리 사회가 듣도 보도 못한 전자파라는 괴물과의 싸움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얻은 것이라곤 진보의 선동과 악한 영향력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진보의 선동은 나라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었다. 그래놓고도 진보는 사과 한마디 없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희생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성의 계기가 됐다.

우리 사회는 그간 ‘광우병 파동’, ‘세월호 사고’, ‘이태원 참사’ 등 심한 성장통을 앓았다. 사드앓이는 또 하나의 성장통이었다. 쉬 아물지 못할 상처를 안은 소성리가 하루빨리 평온과 안정을 되찾길 바란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도와야 한다. 북한 김정은의 도발이 자못 심각하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느슨해진 안보의식을 다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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