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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때문에 나라 골병들어서야

등록일 2024-04-25 18:24 게재일 2024-04-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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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서울의 한 식당이 인스타그램에 “당분간 의료파업에 동참하는 관계자분을 모시지 않는다. 정중하게 사양한다”는 글을 올려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유명 식당이다. 반응이 엇갈렸다. 응원 댓글도 많고 별점 테러를 하겠다는 이도 있다. 노이즈 마케팅이라며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식당 주는 최근 종합병원을 찾았다가 의료 파업 현장을 보고 이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쟁취하려는 게 도대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타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정 갈등에 국민의 피로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식당주의 의료관계자 입장 거부는 상징적인 사례다.

병법의 교과서 격인 손자병법은 ‘전쟁을 피하라’고 가르친다. 전쟁이 벌어지면 이기든 지든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의사단체 간의 충돌로 우리 사회가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 환자들은 제때 진료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큰 병원들은 이용객이 줄면서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 의료계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한다고 예상한다. 국민 전체가 피해자가 됐다.

결국,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정원 조정 문제에서 발을 뺐다. 정부가 고수하던 선에서 절반 정도로 낮췄다. 그런데 의사 단체는 이마저도 원점 회귀하지 않으면 현장복귀는 없다고 으름장이다. 원점 재논의와 1년 유예까지 주장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정부에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발 더 나가 전국 의대 교수가 사직과 휴진으로 압박하고 있다.

의사에 대한 사회 불신이 쌓여만 간다. 이렇게 해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조선 망하고 대국 망하는 꼴이 된다. 손자병법의 전쟁을 피하라는 가르침을 망각한 후과가 너무 크다. 정부가 한발 물러선 만큼 의사들도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환자를 볼모 삼아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는 것은 엘리트주의의 오만이자 집단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애초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묻지 않은 것이 정부의 큰 실책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사업은 크건 작건 간에 이해당사자와 국민의 뜻을 묻지 않고는 정책시행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집단 간의 이해가 맞물려 있을 때는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시행착오가 적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 숙의와 공론을 거쳐 집행해야 별 탈이 없다. 일방통행은 적만 만들고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의사단체가 만나야 한다.

의정 갈등 사태에 한발 비켜서 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의료대란 해소 공론화 특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의료개혁특위와 성격은 비슷하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공론화를 통해 해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자존심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서로 밀고 당기기에는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 정부가 한발 양보한 만큼 의사들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의사도 살고 국민도 산다. 의정 갈등 때문에 나라가 골병들 수는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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