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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간의 오만이 부른 전염병

홍석봉 대구지사장 사람과 동물에 공통으로 전염되는 바이러스에 인간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코로나19’로 인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가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끝은 보이지 않는다. 대중교통의 마스크 해제 40일이 됐다. 아직도 하루 1만4천 명대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인다. 서방은 대유행이 끝났다며 ‘풍토병’을 선언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감염자가 계속 발생,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여기에 ‘엠폭스(원숭이 두창)’가 덮쳤다. 엠폭스는 1958년 실험실 사육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다. 1970년 콩고에서 인체감염 첫 사례가 보고됐다. 2022년 유행 전까지는 서부아프리카 등 열대우림지역의 풍토병이었다.지난해 5월 이후 유럽과 북미 등을 중심으로 환자와 발생지역이 크게 늘었다. 3월 말까지 전세계 110개 나라에 8만6천여 명의 엠폭스 확진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27일 현재 4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엠폭스는 피부·성접촉 등을 통해 전파된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으로 인수공통 전염병이다.인수공통 전염병이란 동물과 사람 사이에 상호 전파가 가능한 전염병을 말한다.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한 ‘페스트’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와 ‘사스’, ‘메르스’도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야생동물이 숙주라는 주장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금류와 개, 고양이 등에서도 발견됐다.세균 질환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반면 바이러스 감염은 바이러스 스스로 변이, 치료가 어렵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치료약 개발때까지는 특별한 방법이 없어 더욱 골치다.보통 다른 생물간에는 서로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 하지만 변이가 가능한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은 예외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동물에게는 특별한 질병을 일으키지 않지만, 인간에겐 치명적이다. 박쥐의 바이러스가 중간숙주를 감염시키고 사람에게 옮아가 사스와 메르스처럼 전 세계를 위협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광견병도 광견병에 걸린 가축이나 예방접종을 않은 반려동물이 사람을 물거나 할퀸 자리에 바이러스가 침입, 감염되는 대표적인 인수공통 감염병의 하나다. WHO에 따르면, 인간의 신흥 전염병의 75%가 인수공통 전염병이다.인수공통 전염병은 인구증가, 환경 파괴, 지구온난화, 반려동물과 가축의 영향을 받는다. 서구화된 생활습관과 청결한 환경이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인간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치명적인 질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엠폭스는 위험성이 낮다고 하지만 앞으로 어떤 전염병이 인류를 위협할 지 알 수 없다. 지구촌 시대에 새로운 인수공통 전염병의 출현은 인류에 재앙이 될 수 있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것이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현재의 의학 발전 속도라면 조만간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세상이 올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오만과 이기심이 새로운 바이러스를 부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2023-04-27

홍준표의 입

홍석봉 대구지사장 입과 손이 문제다. 구설이 잦다. 필화(筆禍)도 적지 않다. 방송 출연과 SNS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슬 퍼렇던 독재 시절에는 논객들의 준엄한 정치평론이 문제가 돼 옥고를 치르곤 했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시기에 때 아닌 구설과 필화가 무성하다. 국민의힘은 구설로 만신창이다.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구설과 필화를 쓸어 담기에 정신이 없다. 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당 지도부가 원인을 제공했다. 최고위원과 고문 등 입만 열었다 하면 탈이 난다. 원군을 자처하는 목사까지 가세해 고춧가루를 팍팍 뿌려댄다.그 중심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있다. 홍 시장의 거친 입과 훈수에 참다못한 당 원내대표가 고문직 ‘해촉’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당 안팎에서 홍 시장에게 훈수정치 중단을 촉구했다. 일각에서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가 꼬이고 있다. 급기야 입단속에 나섰다. 야당도 불똥을 우려,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다.엉뚱한 곳에서 다시 불씨가 되살아났다. 입심 거센 전 여성 의원이 홍 시장과 공박을 벌였다. 홍 시장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싸잡아 ‘놀라운 꼰대’라며 비꼬았다. “이대로면 총선 참패”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루전에 입을 닫겠다고 선언했던 홍 시장이 그 사이를 못참고 즉각 반박했다. “입 다물고 조용히 있으라”고 원색적인 용어까지 사용했다.홍준표 대구시장은 그동안 각종 정치 현안과 관련, 정부 여당은 물론, 정치권에 특유의 직설적 표현으로 훈수를 떠왔다. 지지층은 사이다 발언이라며 반겼다. 홍 시장은 상하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의 아픈 구석을 콕콕 찔렀다. 존재감을 과시했다.홍 시장의 촌철살인의 언변과 SNS글은 정치권에서 가히 대적 상대가 없을 정도다. 정치 9단의 노련한 공세에 상대는 웬만하면 두 손 들고 만다.도전은 가차없이 응징한다. 홍 시장의 입과 손에 형편없이 망가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하는 이들에겐 수치감과 적개심만 남는다. 차기 대권후보를 꿈꾸는 그에게 잦은 구설은 독이 될 수 있다. 지역 보수층에서는 홍 시장이 원로로서 당이 흔들릴 때는 바로잡아 주고, 후배 정치인들에게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예로부터 선비들은 혀끝과 손끝을 조심하라고 했다. 혀끝은 말과 음주를 말한다. 말을 잘못했다가는 구설에 오른다. 손끝은 도박을 가리킨다. 글 쓰는 이들에겐 필화다. 입과 손끝을 잘못 놀려 자칫 명예훼손에 휘말리면 경을 칠 수 있다.주나라 시조 후직(后稷)의 사당에 쇠로 만든 사람이 서 있었다. 공자가 주나라의 태묘(太廟)에 가서 이 금인(金人)을 보았다. 입은 세 겹으로 봉해져 있었고, 그 등에 “옛날에 말을 삼가던 사람이다. 경계할지어다. 말을 많이 하지 말라! 입은 뭐가 문제인가? 화의 문이 된다. 힘을 믿고 날뛰는 자 제명에 못 죽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 반드시 적수(敵手)를 만나게 된다. 경계해야 할 것이다”라고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2023-04-20

전광훈 덫에 갇힌 국민의힘

홍석봉 대구지사장 “정치인들은 권력을 가지기 때문에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 종교인의 감시가 없으면 그 사람들이 자기통제가 불가능하다. 다음 총선에서 200석 서포트하는 게 한국 교회의 목표다” 최근 전광훈 목사가 한 말이다.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의 덫에 갇힌 채 허우적대고 있다.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한 모임에서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추켜세운 게 발단이다. 이 발언이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국민의힘과 전 목사의 관계가 주목받게 됐다.당이 극우 성향의 전 목사에게 휘둘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광훈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당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전 목사와 사랑가와 이별가를 번갈아 부르며 가까와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태극기 부대’의 힘이 필요하면 전 목사를 찾았다. 그가 문제를 일으키면 거리를 뒀다.전 목사는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황교안 대표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는 진보의 ‘개딸들’ 못잖은 인원 동원력과 투쟁력으로 무기력에 빠진 보수당에 힘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태극기 집회 등에서 세를 불린 강성 보수층에는 희망의 아이콘이었다. 당원 가입도 도왔다. 추종자들을 독려, 당원 불리기에 큰 힘을 보탰다. 당 안팎에선 전 목사의 권유로 가입한 당원이 20~30만 명에 이른다는 설이 나돈다.지도부의 잇단 실언과 정책혼선으로 당 지지율은 자꾸 떨어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이 고조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강성 보수’ 성향의 전 목사와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 목사를 차기 총선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 전 목사를 손절매하고 나섰다. 급기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그 사람(전 목사)은 우리 당 당원도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홍준표 대구시장과 국민의힘 일각에서 차기 총선을 위해 전 목사와의 관계 단절을 요구했다. 홍 시장은 전 목사를 비판하면서 전 목사를 숭배하는 자는 국민의힘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그는 책임당원 전수조사를 거쳐 이중 당적자를 퇴출하자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때 전 목사 추천으로 가입한 당원 상당수가 전 목사가 관여하는 정당의 당적을 중복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한 중진은 “목사 손아귀에서 움직여지는 당이 돼선 안 된다”는 말까지 했다. 당 주변에 전광훈의 그림자도 기웃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며 전 목사 추종자들의 지지를 받은 황교안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공천 과정에서 전 목사가 “과도한 요구를 했다”며 당에서의 축출과 단절을 요구했다. 전 목사의 영향력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180석, 200석을 얻게 해주겠다며 보수 정당이 환상을 갖게 했다. 잘못 코가 꿰였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전광훈에 약점 잡혔나는 말까지 들어야 했던 국민의힘이다.이제 전광훈과 절연해야 한다. 분위기는 조성됐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국민의힘에 다음 총선은 없다.

2023-04-13

연금개혁, 하기 싫어도 해야

홍석봉 대구지사장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또 배움의 즐거움을 떠나 일단 너무 싫어한다. 아이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스스로 공부한다. 싫다고 안 할 수 없는 것이 공부다. 개인의 장래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다.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국민을 위해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는 말을 했다. 기득권 혁파 및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완성을 언급하면서 한 말이었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윤 대통령이 저항 세력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약속한 주요 개혁 과제를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윤 대통령은 “국민을 약탈하는 이권 카르텔과 일전불사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도 말했다. 방해 세력과는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다짐이다.지난달 말 예정됐던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 발표가 전격 취소됐다. 국정 지지율 하락에 놀란 여당이 발표 선언 이틀 만에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뒤집었다. 요금 인상을 정치가 막았다.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을 비난할 때가 언제인가 싶다. 빚더미에 올라선 한전이다. 정상화는 점점 멀어져간다.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그냥 뒀다간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한일 관계 정상화는 북핵 등 동북아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국내외의 부정적 여론을 무릅쓰고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현 정부의 딜레마다. 거기다가 일본 측의 ‘독도’ 발언으로 일이 더욱 꼬였다. 다시 키를 잡고 가야한다. 기왕에 빼든 칼이다. 후퇴는 곤란하다.국민연금 개혁 방치는 대표적인 포퓰리즘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정치가 개입하면서 수익률 세계 꼴찌라는 터무니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국민연금 제도는 지속될 수 없다. 우리의 미래가 불안해진다. 출산율과 국민연금 기금투자 수익률을 대폭 올려도 2060년 이후 기금 소진을 막을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더 많이 오래 내고, 적게 받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 중이다.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적잖다.모두 전 정부의 유산이다. 표가 떨어질까 두려워 방치하거나 미뤄둔 것들이다. 이젠 빼도박도 못할 상황이 됐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연금 수령 시점을 2년 늦추는 연금개혁안을 하원 표결 없이 입법하는 초강수를 뒀다.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노동계는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가 시끄럽다. 마크롱은 자칫 레임덕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정치생명을 걸었다. 미래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어차피 모든 국민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정치권은 정치생명을 걸고 연금개혁을 밀어붙인 마크롱을 배워야 한다.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외통수다.

2023-04-06

검찰공화국, 의사 나라

홍석봉 대구지사장 #1. “클린스만? 의외네 어디 지검장 출신이 올 줄 알았더니.” 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을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에 앉히자 SNS에서 뜬 비아냥 댓글이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시중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윤석열 정부를 두고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만사검통, 검찰 카르텔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검찰 공화국으로 만들 생각인가”라고 비난한다. 검찰 출신 인사 편중을 비판한 것이다. 정부는 ‘능력과 전문성’을 내세워 인사를 정당화했지만 자격과 자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에 장관급 4명을 포함, 전·현직 검찰공무원 136명이 근무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 핵심 요직은 물론 금융감독원장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도 검사 출신이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대 정부에서 특정 집단이나 인맥 등이 주목받지 않은 경우는 없다. 문재인 정부 때도 다수의 시민단체 출신 인사로 입방아에 올랐다.대통령과 뜻이 같은 이들이 주변에 있으면 조직은 잘 돌아갈런지 모른다. 하지만 경직화 되기 십상이다. 정책의 다양성도 결여될 수 있다. 검사들은 사법 정의를 구현하는 기술과 역량은 탁월하다. 업무 역량이 뛰어난 이들도 많다. 검찰 조직문화는 상명하복이 원칙이다. 대화, 타협 등 민주주의적 가치와는 거리가 있다. 인재풀이 좁은 대통령이 주변 사람을 쓰다 보니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2. 대치동에서 수능은 ‘메디컬(medical) 고시’로 불린다. 공부를 가장 잘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은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와 서울대 나머지 학과로 나뉜다. 의치한약수는 전문직으로 고소득이 보장된다. 고용안정성과 일자리 측면에서 이런 순서로 꼽는다.의대가 성공 보증수표로 인식되면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몰린다. 이미 대학에 합격하거나 졸업한 인재들까지 앞다퉈 달려간다. 재수는 필수고, 삼·사수를 해서라도 의대에 가려고 한다.최상위권 수험생의 80%가 의약학 계열 진학을 꿈꾼다. 서울 학원가는 초등생부터 의대 진학반이 개설돼 있다. 서울대 자연계는 ‘의대생 양성소’라는 푸념이 나온다.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국가가 학비를 지원하는 과학기술원과 영재·과학고의 이공계 인재들까지 의대행에 줄섰다. 의대 진학을 위해서라면 합격한 대학도 쉽게 포기한다.불경기에 믿을 것은 의사 자격증 뿐이고, 의약학 계열 졸업만이 ‘성공 보증수표’라고 믿는다. 고소득과 정년이 없는 의약학 계열 전문직 선호현상은 신드롬 수준이다. 자연계 우수생이 의대로 쏠리면서 과학인재 양성은 물건너가는 형국이다. 국가 경제를 떠받드는 반도체 산업은 인재난이 심화되고 있다. 계약학과까지 만들었지만 등록 포기가 쏟아진다. ‘의대 블랙홀’이 대입 제도 마저 왜곡시키고 있다.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검사가 나라를 다스리고 교육은 의사가 지상목표인 나라가 됐다. 최종 종착지가 검사와 의사다. 편식은 위험한데도 말이다.

2023-03-30

잊혀진 민족교육자 홍주일

홍석봉 대구지사장 경북 청도 출신의 홍주일(洪宙一·1875~1927)은 개화기의 선각자다. 민족교육에 눈 뜬 그는 일본 유학 후 귀국, 교사로 일하며 학교 설립에 정성을 바쳤다.민족교육에 치중하는 한편 국권 회복을 위해 항일운동에 참여했다. 그는 대구·경북 교육의 사표(師表)이자 민족교육의 선각자로, 항일애국지사로 묵직한 이름을 남겼다.그는 31세(1906년) 때 일본에 유학한 후 돌아와 평북 옥천학교, 안동 예안학교, 구포 구명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1910년 한일강제합방 후 대구 협성학교 교사로 대구에 정착했다.협성학교는 1899년 달성학교에서 출발했다. 1909년 고등과가 협성학교로 바뀌었다. 협성학교는 홍주일이 구심점이 돼 민족교육이 이뤄졌다. 그러나 1916년 일제가 관립 대구고보를 신설하면서 폐교됐다. 1917년엔 명신학교(현재 복명초등) 교장을 잠시 맡았다.홍주일은 1913년 서상일 등과 함께 1908년 계몽운동을 위해 결성됐다가 활동 중단된 달성친목회를 재건했다. 달성친목회는 배일사상을 고취한다는 혐의로 일제에 의해 2년 만에 강제 해산됐다. 홍주일은 1916년 정운일·최병규·김진만·서상준 등과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구 부호 서우순의 집에 권총을 들고 침입, 현금을 탈취하려다가 실패했다. 이후 일제 경찰에게 체포돼 홍주일은 1917년 징역 5월형을 언도받고 옥고를 치렀다. 출소 후 홍주일은 서상일이 운영하는 대궁상회 점원으로 일하면서 대구 3·1운동 참여 준비를 한다. 하지만 일제 관헌의 예비검속에 걸려 격리 조치됐다.홍주일은 1921년 9월 정운기·김영서 등과 대구 북성로 우현서루를 가교사로 사용하는 교남학원(嶠南學院·대륜고 전신)을 설립했다. 당시 동아일보에 ‘대구 유지들이 끓는 피로서 설립한’ 학교라는 기사가 보도됐었다. 그만큼 대구시민들의 기대가 컸다. 홍주일은 6년 간 교남학교 교사로 일했다. 1927년 6월 교남학교 교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 한 달 여 만에 숨졌다. 당시 신간회 대구지회 설립 준비위원으로 선임돼 활동 중이었다. 홍주일의 장례식은 학교장으로 치러졌다. 언론은 대구교육계의 은인이 서거했다며 애도했다. 후일 국회의장을 지낸 이효상은 ‘스승 홍주일은 사상가였고 애국자·독립운동가였다’고 회상했다.홍주일은 1977년 건국포장,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2002년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 안장됐다. 그의 교육 기여 뜻은 종손인 홍영기가 청도 운문에 설립, 경산으로 이전한 문명고등학교에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잊혀진 인물이다. 그에 대한 기록은 별로 없다. 독립운동자료집의 재판 기록과 경북중고등학교60년사 등에 기록이 남아 있어 겨우 그의 흔적을 짚어볼 수 있을 따름이다.홍주일은 20년 간 교육과 독립운동에 몸바쳤다. 민족교육의 선구자이자 항일애국지사인 그를 국민의 사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지역 교육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늦었지만 관련 자료를 확보, 교육박물관 등에 전시하고 그의 헌신을 기릴 수 있길 바란다.

2023-03-23

'무노동 무임금' 예외는 없다고?

홍석봉 대구지사장 ‘무노동 무임금’은 파업 기간 동안은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노동 원칙이다.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기준이자 관행이다. 우리 사회에 폭넓게 적용된다. 정치인들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적용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민단체 등이 줄기차게 주장해왔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권리 침해로 여기고 외면해온 터이다. 구속된 지방의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논란의 중심에 선 국회의원의 ‘무노동 무임금’ 적용 법률 개정 요구와 함께 지방의원에게도 이를 적용하자는 것이다.대구의 한 시민단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있으면서도 꼬박꼬박 월정수당을 받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며 “세금이 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시의원의 사퇴와 월정 수당 340만 원의 지급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구속 4개월이 지났는데도 그대로다. 여론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대구시의회는 윤리특별위원회를 열고 조례 개정 의견을 듣는 등 제도개선 분위기가 일었지만 의장단은 함구하고 있다. 논의 필요성만 인정한 채 관련 조례 개정 움직임에는 소극적이다. 대구시의회가 관련 조례를 개정하면 다른 기초의회도 뒤따를 가능성이 높은 데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 오히려 국회부터 먼저하는 것이 순리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말 지방의원이 구속되면 월정수당을 주지 않거나 감액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대구시의회 등 지방의회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월정수당을 제한하는 곳은 10곳 뿐이다. 지역에서는 수성구의회가 유일하다.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자는 법안이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도 여러 건 발의됐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의원들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 법안은 마냥 계류 중이다. 내년 4월이면 총선이다. 이렇게 또 넘어갈 모양이다.지금 국회는 가관이다. 기껏 방패 국회나 열고 상정된 법안은 잠재운 채 해외나들이엔 열심인 국회의원들이다. 국회의원 1인당 세비는 연 1억5천426만 원이다. 이와 별도로 업무추진비, 차량유지비, 사무실 소모품비 등 각종 명목으로 1인당 평균 1억150만 원이 지원된다. 의원마다 8명씩 둘 수 있는 보좌진 인건비로 5억 원 안팎이 나간다. 의원 1명 당 세금 7억5천여만 원이 지급된다. 해외시찰 명목의 해외여행 경비도 세금으로 지원한다. 각종 혜택이 어마무시하다. 총선 때마다 내놓던 ‘보수 삭감 공약’엔 아예 눈 감았다. 그런데도 2018년부터 5년 연속 세비를 올렸다. 매번 셀프 인상이다. 국민 눈총과 비판 여론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권익위도 국회의원에 대해선 권고 조차 않았다. 2019년 한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 세비 반납 법안 제정에 찬성 80.8%, 반대 10.9%의 답변이 나왔었다. 국민 대부분이 국회의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선출직 공무원들의 옥중 월정 수당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국민이 분노한다.

2023-03-16

홍준표의 SNS정치

홍석봉 대구지사장 얼마 전 이문열 작가의 소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주인공‘엄석대’가 정치판에서 화제가 됐다.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기자회견이 발단이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당권 경쟁 상황을 두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빗대 비판했다. 곧바로 홍준표 대구시장이 치받으면서 이준석 전 대표와 SNS 공방이 이어졌다. 뜨거운 논쟁이 오갔다.홍 시장은 천하람 후보와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홍 시장의 “무명의 정치인이 망언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에, 천 후보는 “대구 온돌방에 앉아 계시니 따뜻하시냐”며 되받아쳤다.전당대회 전날엔 안철수·황교안 후보와 이준석 전 대표가 타깃이 됐다. 홍 시장은 전당대회에서 분탕질을 친 정치인은 앞날이 없을 것이라고 힐난했다.정치권에선 위기에 빠져 허우적대는 여당 상황을 꾸짖는 홍 시장 특유의 사이다 화법에 시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방안 옹호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미·일 동맹을 위한 고육지계라고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홍 시장은 아니라고 판단하면 상대를 혹독하게 몰아붙인다. 사정없이 깎아내리고 면박 준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수 차례 당했다. 준엄하게 꾸짖었다. 선배로서 적절한 훈계라는 평가와 ‘꼰대’의 헛소리쯤으로 치부하는 시각이 공존한다.홍 시장의 SNS 행보는 차기 대권을 꿈꾸는 그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방편이란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찰떡 궁합을 과시하며 현 정부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홍준표 시장의 SNS정치가 불을 뿜고 있다. 경지에 오른 느낌이다. 대구시장이 된 후 간헐적으로 올리던 SNS글이 최근엔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다. SNS를 통해 시국과 대구시정에 관한 견해를 밝힌다. 시의적절한 평을 쏟아낸다. 짧은 코멘트는 촌철살인의 글로 상대방을 저격한다. 성역도 없다. SNS정치는 그의 전매특허가 됐다. 어느 정치인도 범접키 어려울 정도다.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홍 시장의 SNS정치는 정치 9단의 훈수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적절한 타이밍에 노련하고 거침없는 촌평을 한다. 숱한 정치평론가들의 평론을 압도한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국민들의 관심사를 캐치해 내놓는 촌평에 젊은층은 열광한다. 짧은 글과 촌철살인의 평은 젊은층의 취향에 딱 맞다. 반면 너무 잦은 글 게재에 식상해 하는 이들도 없잖다. 당 원로로서 기강을 잡고, 인생 선배로서 사랑의 매질도 필요하다. 하지만 자칫 개인의 정치 성향 및 신념을 바꾸라는 꼰대질이 되어선 곤란하다.대구시정은 신경쓰지 않고 중앙정치만 바라본다는 비판도 많다. 중앙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여 시간도 적고 그외 시간은 대구 시정에만 전념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역의 시각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본업에 충실하고 중앙정치에는 훈수 정도에 그치라고 한다. 대구시정을 등한시할 경우 시민들이 한순간에 등 돌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유불급이다.

2023-03-09

사드가 남긴 것

홍석봉 대구지사장 #1. 국방부는 지난달 경북 성주 사드 기지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발표했다. 2016년 사드 부지 선정 당시 인체 유해 논란이 인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인체보호기준을 만족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향후 전자파 저감 방안과 주민 우려 해소 대책도 내놓았다. 성주 사드가 임시 배치 6년 만에 정상화의 길이 열렸다. 주민 대표가 반발하고 있지만 사드 사태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2017년 사드 임시 배치 직후 민주당과 좌파 단체들이 전자파 괴담을 퍼뜨렸다. 주민들은 사드 장비와 물품 반입을 막으며 집단 시위를 벌였다. 반대 단체 등은 “사드 전자파가 참외까지 오염시킨다”며 ‘전자레인지 참외’라고 비아냥댔다. 선동의 끝판왕이었다. 주민과 반대단체들은 거의 매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김천역 광장에도 주말마다 30여 명 이상 모여 시위를 했다. 시위는 6년 동안 꼬박 이어졌다. 시위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젠 힘을 잃었다.일손을 놓은 채 시위에 나섰던 주민들과 각지에서 몰려든 반대 단체,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로 소성리는 전장터를 방불케 했다. 사드가 남긴 상처는 컸다. 행정낭비와 함께 엄청난 인적, 물적 손실을 초래했다. 공사가 늦어지면서 장병들은 천막과 컨테이너 생활을 해야 했다. 한·미동맹에도 조금씩 금이 갔다. 6년 동안의 간접 피해는 아예 추산이 어렵다. 주민과 반대단체 활동가들은 집시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다.#2.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인에게 광우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MBC ‘PD수첩’의 공포 방송에 여중생까지 촛불시위에 나서는 등 집단 시위로 번졌다. 3개월 동안 나라를 뒤흔들었다. 이후 대법원에서 MBC ‘PD수첩’ 일부 내용이 허위로 확인됐다. MBC가 사과 및 정정보도를 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인간 광우병 사례는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거짓 선동에 넘어간 우리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국민들의 심리적 피해는 더욱 컸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이 밖에도 ‘세월호 사고’, ‘이태원 참사’ 등 관련 가짜뉴스 사례는 수없이 많다.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백제 무왕이 지었다는 ‘서동요’가 있다.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서동이 가짜 노래를 만들어 퍼뜨렸다. 우리나라 가짜뉴스의 원조격이다.1923년 관동대지진 때 일본인들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등의 낭설을 퍼뜨려 수 천 명의 조선인을 살해했다. 가짜뉴스가 참혹한 학살로 이어졌다.가짜뉴스(Fake News)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꾸며낸다는 뜻의 ‘주작부언(做作浮言)’이라는 한자어와 통한다. 특정 세력이 개입되면 파급효과는 폭발적으로 커진다. 우리 사회는 가짜뉴스에 속수무책이다.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도 터무니없는 거짓말에 번번이 당한다. 가짜뉴스는 2, 3차 가해로 이어진다. 국민 분열과 불신을 부추긴다. 많은 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 언제까지 가짜뉴스에 휘둘리며 고통받아야 하나.

2023-03-02

청년 나이, 노인 나이

홍석봉 대구지사장 통상 20대를 청년이라고 한다. 노인은 65세가 기준이다.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늘고 인구 구성비가 변하면서 청년과 노인 연령 기준을 다시 조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지자체마다 각종 청년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청년 상한 기준이 제각각이다. 대상자인 청년들이 심한 혼란을 겪는다. 조선시대 성인 기준은 소위 ‘이팔청춘’16세였다. 청년기본법에는 19~34세를 청년이라고 한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15~29세, 지방공기업 채용시 34세까지를 청년으로 본다.전통시장법에는 39세까지 청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15~39세 까지가 청년인 셈이다. 이렇게 청년 나이가 들쭉날쭉하다보니 청년 정책자금 지원 등 여러 곳에서 혼선이 생긴다.국회에서 청년 연령을 39세로 통일하자는 청년기본법 등 개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정당은 19~45세가 청년 당원이다. 지자체는 더 확대했다.인구 절벽과 마주한 경북 23개 시·군 중 13곳은 40대가 청년이다. 울진과 봉화군은 만 49세까지다. 청년 연령은 점점 확대추세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종전의 청년 개념을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행정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청년 나이 기준을 통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UN이 1956년 65세부터 노인이라고 칭한 이래 세계적으로 65세가 노인 기준이다. 한국은 노인복지법에 ‘65세 이상’ 경로우대 등 조항에 따라 65세 이상을 보통 노인이라 부른다. 대구시가 도시철도 적자 보전 해결책으로 불씨를 당긴 노인 무임승차 논란이 서울 등 대도시로 확산되며 뜨거운 감자가 됐다.대구시는 도시철도 무료 이용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내년부터 2028년까지 해마다 한살씩 높이기로 했다. 대신 버스는 올해 75세를 시작으로 해마다 한살씩 낮춰 2028년 도시철도와 같이 70세 이상이 무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이를 계기로 노인 연령 조정문제까지 불이 번졌다.최근 서울 노인들은 평균 72.6세를 노인으로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생활 습관 변화와 의료 환경 발달에 따라 예전 같으면 ‘상노인’이랄 수 있는 70세 노인이 50대의 건강을 자랑하는 것이 현실이다. 평균 수명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노인 연령 상향 조정문제는 진작 제기돼 왔던 터다. 연령 조정이 불가피해졌다.하지만 노인 연령 조정은 정년 연장과 국민연금 및 노인 복지제도 개선 등 사회 시스템 문제와 맞닿아 있다.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할 형편이다.유엔은 2015년 인류의 평균 수명 등을 고려해 생애주기를 5단계로 나눈 연령기준을 제시했다. 0~17세는 미성년자, 18~65세 청년, 66~79세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노인으로 분류했다. 100세 시대의 기준인 셈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만 65세까지는 청년이다. 곧 눈앞의 현실로 닥칠지도 모른다.청년과 노인 연령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문제를 본격 논의할 때가 됐다. 폭넓은 논의를 통해 새로운 기준을 정해야 할 것이다.

2023-02-23

무너진 공정과 상식

홍석봉 대구지사장 기가 막힌다. 사법정의는 실종됐다. 금융권은 돈 잔치에 흥청망청이다. 국민들은 분노한다. 대통령까지 나섰다.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우리 사회의 공정과 상식이 형편없이 무너졌다.법원과 검찰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과 기소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잇단 법원판결이 원인이다.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죄 무죄 판결이 불을 질렀다. 야당이 들고 일어났다. 재판거래 의혹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는 바닥이다.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대구지법 앞에서 규탄 시위를 했다. 곽 전 의원 아들이 받은 퇴직금이 뇌물이 아니라면 5년10개월 근무한 대리가 받은 퇴직금 50억 원이 정상이냐고 꼬집었다. “퇴직금 50억 원은 대기업 대표로 20년 이상 근무한 사람 아니고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거액”이라며 사법부를 성토했다. 대장동 일당의 뇌물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국민상식이라고 비판했다.“정상적인 퇴직금 지급액의 221배에 달하는 금액, 검사 출신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삶과 그렇지 못한 삶이 이렇게나 달라야 하는지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법치가 무너지고 공정과 상식은 휴지조각이 됐다.검사출신의 홍준표 대구시장은 “요즘 판검사는 샐러리맨”이라며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말이 나오는 이유라고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검사의 봐주기 수사인지, 무능에서 비롯된 건지, 판사의 봐주기 판결인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야당의 특검 추진을 반기며 ‘50억클럽’ 특검을 촉구했다. 대통령실도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반응이다.앞서 법원은 무소속 윤미향 국회의원의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횡령 사건과 관련, 벌금 1천500만 원을 선고하고 주요 혐의 대부분을 무죄판결 했다. 기부금 관리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맞지 않다며 시끄럽다. 홍준표 시장은 “정신대 할머니를 등친 후안무치한 사건이라고 그렇게 언론에서 떠들더니 언론의 오보였나. 검사의 무능인가”라고 꼬집었다.고금리를 틈탄 은행의 ‘돈잔치’는 서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16조6천억 원에 달했다.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과 영세 자영업자 등을 상대로 고금리의 이자장사로 배를 채웠다. 희망퇴직자에겐 수 억에서 10억 원대의 퇴직금을 지급, 서민들의 눈이 돌아가게 했다. 학자금 등 각종 명목의 지원금까지 얹어줬다. 성과급 잔치는 불문가지다.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졌다.정치판도 공정과 상식을 찾을 길이 없다. 여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대통령의 개입으로 이미 난장판이 됐다. 야당은 당 대표의 사법처리를 막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친다. 민주노총은 법 위에서 군림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장애인단체는 약자를 무기로 국민을 불편케 한다. “정치는 실종되고, 사회는 분열되고, 자유는 위협받고 있다.” 야당 원내대표의 말이다.수 없는 좌절과 고통을 극복하고 이 자리까지 온 우리다.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틀을 부수고 알을 깨야 한다.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일깨우고 되찾아야 한다.

2023-02-16

공천권 수렁에 빠진 정치

홍석봉 대구지사장 결국, 대형 사고가 터졌다. 장관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모두 여야의 정치력부재 탓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책임을 회피했고 야당은 머릿수로 밀어붙였다. 여당은 이재명 방탄용이자, 꼼수의 연속이라고 반발했다. 야당은 장관에게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었다고 했다.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여야의 대립과 갈등은 더욱 깊어졌고 협치는 물 건너갔다.반도체 대기업 추가세제 지원과 지역균형발전 특별법 등 현안 처리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정치 실종과 국정 혼란의 책임에 가장 정점에 선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장관을 해임했으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다. 이 장관이 법적 책임은 없다지만 정치적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야당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고집이 참사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민주당은 품위 유지·성실의무·부실 대응 등을 탄핵 사유로 내세웠지만 논리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이태원 참사 대응이 헌법에 규정한 ‘국무위원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는지 여부도 논란이다. 탄핵 소추위원도 국민의힘 의원이다. 법조계에서는 탄핵 기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 등 괘씸죄도 한 몫 한 것 같다. 헌재 심판 때까지 장관 권한과 직무정지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재명 당 대표 턱밑까지 다가선 검찰의 사법처리를 막으려는 방탄국회라는 국민의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탄핵이 블랙홀이 됐지만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눈 앞에 둔 자중지란도 꼴불견이다.‘윤심(尹心)’과 ‘윤핵관’의 개미지옥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친윤만 있고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개입으로 불공정 경쟁이 됐다. 공천에 목멘 초선 의원들은 ‘집단린치’도 서슴지 않는다. 정당 민주주의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차기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권에 혈안인 국민의힘 모습이다. 어떤 비판과 훈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따갑다.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오십보백보다. 아니 오히려 더하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처리를 막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 범죄행위를 옹호한다는 비판에는 귀닫았다.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면서 뒤로는 당 대표 구하기에 몰두하고 있다. 결국 차기 공천권이 문제다.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가 대답하기를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운 것입니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고 했다. 바로 정치의 요체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맡은 바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 그 사회는 바르게 돌아갈 것이다.정치인들이 떡밥에만 관심을 두고 민생을 외면하면 나라가 어지럽고 사회가 혼란해진다. 위로부터 아래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에 충실할 때에 정치가 있고 나라가 산다.

2023-02-09

통합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홍석봉 대구지사장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국 해군의 전투기 조종사인 에드워드 헨리 오헤어는 여러 대의 일본 전투기를 격추시키고 항공모함을 지켜낸 영웅이다. 오헤어의 고향인 시카고 시민들은 오헤어의 뛰어난 공적을 기리기 위해 1949년 미국 중서부에서 가장 큰 국제공항인 시카고의 ‘오차드 디포트 공항’을 ‘오헤어(O’Hare)국제공항’으로 이름을 바꿨다.오헤어의 아버지 에드워드 조셉 오헤어는 악명 높았던 시카고의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의 변호사였다. 조셉 오헤어는 온갖 범죄의 온상인 알 카포네를 감옥에 가지 않도록 지켜주었다. 하지만 그는 아들에게만은 어둠과 악의 굴레에서 벗어난 깨끗한 가문과 빛나는 이름을 남겨주기로 결심했다. 알 카포네의 범죄사실을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조셉 오헤어의 증언과 증거자료에 의해 알 카포네 일당이 소탕되고 시카고는 범죄도시의 그늘에서 벗어나 안전을 되찾았다. 조셉 오헤어는 그해 말 마피아에 의해 생을 마감한다. 그는 자신의 목숨 대신 아들에게 정의감을 일깨워 주었다. 아들 오헤어는 시카고 국제공항과 함께 불멸의 이름을 남겼다.우리나라는 인천공항, 김포공항, 대구공항처럼 공항 이름은 지역 명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한·중·일 3국은 지명을 사용한다. 반면 외국은 대부분이 유명한 사람의 이름을 따왔다. 나라에 큰 영향을 끼친 정치인들의 이름이 많다. 화가나 음악가 등 예술인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 공항,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 베트남의 호치민 공항, 울란바토르의 징기스칸 공항,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바르샤바의 쇼팽 공항 등이 대표적이다. 사람 이름을 붙이지 않은 공항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경북·대구 통합신공항 명칭을 ‘박정희 공항’으로 만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억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 통합신공항 작명에 불을 붙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근대화의 기틀을 세우고, 고도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근대화의 영웅’이란 점에서 ‘박정희 공항’으로 이름 붙이자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주장을 수차례 했다.대구경북지역의 ‘박정희 공항’은 국민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토대를 만든 지도력을 기린다면 그 의미가 세계 속의 한국 브랜드와도 부합된다. 오헤어 공항의 이름을 넘어서는 국제공항이 될 수가 있다. 거기다가 통합신공항은 박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구미 상모동과도 가깝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특별법의 국회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통합신공항 건설이 본격 추진될 것이다. 이제 새 공항의 이름을 지을 때다. 기왕이면 대구경북의 자긍심이자 한국 근대화의 영웅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국제공항을 만들자. 세계 속의 주역으로 우뚝 선 한국과 그 신화의 주인공 박정희를 기념하는 것은 대구경북의 자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참에 광주 공항도 ‘김대중 공항’으로 명명하면 더욱 의미가 깊을 것이다. ‘박정희 공항’의 비상을 기다린다.

2023-02-02

인구 해결책, 개방과 포용 뿐이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주민등록 인구가 작년 한 해 20만 명이 줄었다. 3년 연속 감소됐다.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역대 최저다. 세계 꼴찌다. 저출생, 고령화 때문이다. 산업 현장과 농어촌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마비될 지경이다. 학교는 학생이 없어 줄줄이 폐교다. 병역자원도 급감했다.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점점 더 떨어진다. 백약이 무효다. 빈 자리는 다문화 가정이 겨우 메워주고 있다.국내 체류 외국인 250만 명 시대다. 코로나19로 주춤하던 국내 체류 외국인이 다시 늘고 있다. 외국인이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 됐다.2천200년 동안 나라를 지속한 로마는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1천 년 동안 번영을 누렸다. 로마인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가 이같이 오랫동안 나라를 유지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로마인의 개방성에서 찾았다.지혜는 그리스인만 못했고, 신체적인 면에선 켈트인(게르만인) 보다 떨어졌으며, 기술은 에트루니아인보다 못하고 경제 개념은 카르타고를 능가할 수 없었던 로마인이 이들을 지배했다, 개방성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로마는 초기 왕정시대 7명의 왕 중 라틴족은 시조인 로물루스를 포함, 단 2명뿐이었다. 나머지 5명이 이민족 출신이었다. 그 만큼 열려있었다. 전쟁의 패자까지도 포용, 로마인으로 동화시켰다. 심지어는 노예가 관료가 될 정도였다. 다신교를 인정했다. 서로 다름을 받아들였다. 종교분쟁은 없었다.진나라는 중국 서북방 변방 국가이자 오랑캐라고 천시 받았다. 이런 진이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군대와 인재 중용 정책이 있었다.진 효공은 위나라 출신 상앙을 재상으로 등용해 나라의 골격을 세우고 국부를 튼튼히 했다. 진의 재상 중에는 백리해, 건숙, 유여 등 다른 나라 출신이 많았다. 진시왕의 책사인 이사도 추방당할 위기가 있었다. 이때 이사는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는 자세 때문에 높아지고, 하해는 작은 물줄기도 버리지 않아 더 깊어진다’는 글을 지어 올렸다. 진시황은 이사의 간언을 수용하고 재등용, 마침내 국가를 부강케 하고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진나라의 재상 25명 중 타국 출신이 17명이고 7명은 출신 불명이다. 확실한 진나라 출신은 단 한 명이었다고 전해진다. 진나라가 천하의 주인이 된 배경에는 이런 개방적인 인사정책이 있었다.경북도가 외국인 유치 묘안을 내놓았다. ‘외국인 광역비자’제도 도입이다.광역비자는 비자 발급 권한 일부를 도지사에게 넘겨주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방정부가 외국의 산업 인력, 이공계 유학생과 그 가족 등 지역에 필요한 인력을 주도적으로 선정해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있다.국회도 광역비자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작업 중이다. ‘아시아의 작은 미국, 경북’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꿈이다. 이 지사의 모범적인 다문화 사회 구상이 조만간 꽃 피울 수 있길 기대한다. 로마와 진 나라 사례에서 보듯 나라가 번성하려면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활짝 열어야 한다. 개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외국인과 공존하는 사회가 돼야만 인구소멸 위기를 피할 수 있다.

2023-01-26

여당의 폭주

홍석봉 대구지사장 ‘진박감별사’가 정치권에 재소환됐다. 국민의힘 내홍이 여당의 아픈 상처인 ‘진박감별사’를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현재의 여당 상황은 2016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국민의힘이 전당 대회를 앞두고 내홍이 깊어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친윤세력으로부터 불출마 압박을 받아온 나경원 전 의원이 코너에 몰리자 친윤계를 공격하며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됐다”고 했다. 장 의원을 2016년 총선 당시 공천 칼자루를 휘둘렀던 친박계 중진에 비유한 것이다. 당시 ‘공천 파동’과 ‘옥새 파동’이 터지면서 압승이 유력했던 새누리당은 패하고 만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판세가 급격히 불리해지자 대구 지역 새누리당 후보들이 두류공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 퍼포먼스까지 벌였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회초리를 들어주시라”며 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극약처방까지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는 결국 탄핵과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나 전 의원 비판 성명서를 발표하며 나 전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상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친윤, 비윤, 반윤, 진윤, 멀윤으로 분화됐다. 새누리당 공천 파동 당시와 흡사하다. 배경엔 차기 총선 공천권이 자리하고 있다. 차기 총선을 위한 ‘줄서기’다. 이 줄을 놓치면 공천은 물건너가기 십상이다. 현역 의원들이 동아줄을 잡기 위해 줄 서는 모습이 역력하다.대통령 바라기는 점입가경이다. 거대야당의 횡포를 나무라던 여당이었다. 그런 여당이 한 솥밥 전 동료 의원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고 있다. 초선들까지 집단 가세, 마구 핥퀴고 있다.나 전 의원의 발언이 정부 기조와 다르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속내는 그게 아니다. 대표 출마를 막기위해 벌떼같이 덤벼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경선 룰을 ‘당원 투표 100%’로 바꿔 반윤인 유승민 전 의원을 배제, 논란이 됐다. 다시 나경원 솎아내기로 눈총받고 있다. 여당의 잇단 비상식적인 폭주에 국민은 머리를 젓고 있다.당 분열을 우려하는 내부 위기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자해정치’라는 비판까지 나온다.친윤계의 대응에는 나 전 의원 간판으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나 전 의원이 대표가 될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공천권을 쥐고 당을 장악해야 다음 총선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이다. 당내 기반이 약한 윤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할 우군 확보도 절실하다. 하지만 유승민과 나경원 등 비주류의 대표 출마를 저지하기 위한 당의 일사분란한 모습이 국민에게는 온당치않다는 느낌을 준다.현재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다한 사람들이다. 국민의힘의 내분은 정치 불신을 더할 뿐이다.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국민의힘의 분열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2023-01-19

‘CES’와 ‘화공’이 열어준 상상력

홍석봉 대구지사장 #1. “신세계였다. 제품을 투자자와 대중에게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엔지니어들이 미래를 함께 상상하는 자리였다.”최근 폐막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3’에 참가했던 포스텍 학생은 안계를 확 넓혔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 세계 3천여 개 기업들이 참가한 이 박람회에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550여 개 기업이 참여했다. 대구경북 스타트업 기업들도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대구시와 경북도, 포항시는 투자를 유치하고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을 찾아 협력 관계를 모색했다.특히 지역 대학생과 청년 창업가들이 대거 참여, 주목받았다.대구시는 CES에 대학생과 청년 창업가 등 2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30명의 ‘청년체험단’을 파견했다. 청년체험단은 대구시가 청년들에게 글로벌 신기술을 맛볼 기회를 제공하고 도전정신과 창의적 활동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9박 11일 동안 라스베이거스와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기업 견학과 신기술 및 창업 노하우를 습득하는 기회를 가졌다.포스텍도 180명의 학생과 교수들이 참가했다. 학생과 동문이 POSTECH 이름으로 21개의 부스를 운영했다. 학생들은 스타트업과 가전 등의 다양한 부스를 찾아 전공 공부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경험했다. 업계의 기술 트렌드를 확인하고 배웠다. CES는 젊은 과학도와 스타트업계에 상상력과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원천이 됐다.#2. 2018년 11월 자기계발과 공직사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작한 경북도의 ‘화공 굿모닝 특강(화공)’이 200회를 돌파했다.지난 3일 열린 201회 특강에선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정부의 지방시대 핵심과제와 추진방향을 제시했다. 오전 7시 이른 시간이지만 139석 좌석이 모두 찼다. 일부 직원들은 선 채로 강의를 들었다.‘화요일에 공부하자’는 의미의 ‘화공 굿모닝 특강’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이 지사는 지방소멸 위기의 경북 현실에 다급해졌다. “변해야 살고 변하려면 공부해야 한다”며 화공을 시작했다.대학총장·연구기관장·기업인 등 국내 유명 인사들을 초빙해 강의를 들었다. 주제는 통합신공항, 메타버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이차전지, 원자력, 양자기술, 그래핀 헴프 등 다양했다. 경북도의 역점사업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강의는 메타버스 등 신정책 발굴로 이어졌다. ‘화공’이 정책의 샘 역할을 했다.‘한국 대중문화사’를 쓴 김창남 교수는 BTS와 ‘기생충’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온갖 역경을 자양분 삼아 키워 온 우리 문화 저력의 산물이라고 했다. 개화기에 도입된 전차와 기차는 충격이었다. 신문이 보급되고 출판과 독서가 확산되며 대중이 각성했다. BTS와 ‘기생충’의 뿌리가 신문과 기차라고 봤다.배움을 갈구하고 신문물을 받아들여 재창조하는 슬기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번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CES에서 시대 흐름을 짚고 지식인 강의를 통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길 바란다.

2023-01-12

이젠 병폐 청산이다

홍석봉 대구지사장 새해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USNWR)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순위 6위에 올려놓았다. 한국 앞에 선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뿐이다. 프랑스와 일본이 우리나라 뒤에 자리했다. 한국이 세계 강대국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을 뛰어넘었다. 반도체와 조선, 배터리 등 분야는 세계 최고다. BTS와 영화 등 K컬처는 세계를 호령한다. 체육 부문에서도 손흥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했다. 우리만 몰랐지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강대국으로 우뚝 섰다.이처럼 대단한 나라지만 내부적으로는 4류 정치에 발목을 잡혀 허우적댄다. 김정은은 사흘이 멀다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며 국가안보를 위협한다. 사회 곳곳이 종북 좌파세력에 좀 먹고 있다. 정치에서 파생된 증오와 분노를 자양분 삼아 몸체를 불린 이념과 지역, 세대 갈등의 고질병이 우리를 옥죈다.지난 연말 우리는 막장 정치의 현장을 생생하게 목도했다. 무리의 이익을 위해서는 정의와 원칙도 내팽개쳤다.여도 야도 모두 한통속이었다. 여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경선룰까지 바꿔버리는 횡포를 자행했다. 국민과 당을 위한 여론 반영 규정을 변경했다. 169석 머릿수를 앞세운 야당은 전횡을 일삼았다. 주요 입법을 미루는 직무유기도 마다않았다. 죄를 범한 동료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았다. 당 대표가 개발비리의 몸통으로 드러나 수사망이 좁혀들자 이를 방해했다. 여야가 서로 이해만 앞세우고 상대방을 공격한다. 서로 헐뜯다가 공멸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정치판의 대결은 곧바로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결로 이어졌다. 광화문 광장은 주말마다 좌우로 나눠 총칼없는 전쟁터가 됐다. 진영 대결로 날을 새운다. “정치성향이 다르면 밥도 같이 먹기 싫다”고 할 정도다. 정치 양극화가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았다.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이슈다. 이념과 지역 갈등의 뿌리가 된 소선거구제를 폐기하고 중대선거구제로 가자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는 총선때마다 이슈였지만 ‘구호’에 그쳤다. 반대가 만만찮지만 바꿔야 한다. 망국병의 원인이 된 선거구제 개편을 외면한다면 국회는 아예 문 닫아야 한다.일부 노동 및 시민단체들의 불법행위와 일탈은 국민 눈 밖에 났다. 약자를 위한 권리 주장과 행동이 코스프레가 되고 사회의 암덩어리가 됐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했다. 민주노총과 화물노조가 뭇매를 맞았다. 장애인연대의 지하철 시위에도 가차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첫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의 각종 병폐를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각분야의 곪은 곳을 도려내야 한다.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부문이 많다. 각각의 영역에서 서로의 잘못을 바뤄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계묘년 토끼해다. 한국의 빛나는 성취를 갉아먹는 사회 병폐를 하나씩 없애 나가야 한다.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고 했다. 이루고자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말이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2023-01-05

홍준표의 질주

홍석봉정치에디터 홍준표 대구시장의 행보가 거침 없다. 질풍노도다. 취임 6개월 동안 쉼 없이 달렸다. 홍 시장 취임 후 대구 시정은 파격이 일상화됐다. 홍 시장은 옳다고 생각하면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우려의 시선도 적잖다. 마뜩찮아 하는 언론과 시의회와는 일전도 불사한다. 그의 질주는 멈출 줄 모른다.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대구시의회가 내년도 대구시 신청사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홍준표 시장은 신청사 건립 유보를 선언했다. 곧바로 관련 부서를 해체했다. 다분히 감정적인 대응이 아닐 수 없었다.신청사 건립을 달갑지 않게 여기던 홍 시장은 청사 예정 부지 일부를 팔아 건립 비용에 충당하려고 했다. 하지만 의회가 반대했다. 땅을 파는 데 부정적이었다. 타협여지도 남기지 않는 홍 시장의 대응에 시의원들은 곤혹스럽다.상급기관과의 충돌도 마다 않았다. 홍 시장은 지자체 공무원의 교육파견 정원축소 방침과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맞부딪혔다. 급기야 행안부가 파견한 고위 공무원들을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이전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홍 시장은 군사정권 시대에서나 하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통제와 갑질이라고 성토했다. 바로 전날 대구시가 파견하던 교육파견 공무원의 정원을 줄이겠다는 행안부 공문이 발단이다. 그는 행안부 조치가 대구시의 한시조직 설치에 대한 보복이라고 판단했다. 공무원의 교육파견 중단을 선언했다.사법기관에 대한 질책도 서슴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수사 및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와 관련, 경찰과 검찰의 무능을 꼬집고 소신있는 수사를 주문했다.홍준표 시장은 정부조차 껄끄러워하는 민노총의 횡포를 한방에 주저앉혔다.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에 반발하는 민주노총 소속 대형마트 직원들의 시청 점거 시위에 가담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특정세력에 의한 공공질서 파괴행위 및 공권력 무력화 등 불법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아무 것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공무원 인사 틀도 확 바꿨다. 연공서열주의를 타파했다. 능력과 성과위주의 발탁 인사를 했다. 젊은 인재들을 전진배치했다. 산하 공기업도 통폐합했다. 숫자를 바짝 줄였다. 대구시 조직을 일신했다. 공무원들은 납작 엎드렸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북한 무인기가 침범하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참에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치할 제2의 중추공항을 만들자고 했다. 발빠른 대응이다.전국시대 위(魏)나라의 정치가 서문표는 업 땅 수령으로 부임, 해마다 처녀를 골라 강물에 던지고 하백에게 제사지내는 폐습을 일소했다. 서문표는 이후 12개의 수로를 파고 황하의 물을 끌어들여 농업 혁신을 가져왔다. 수로작업 동원을 꺼려하는 백성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공사를 했다. 자신을 욕하지만 후손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업 주민들은 수리사업 덕에 지금도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홍준표 시장이 질풍같이 달려온 임인년 끝이다. 서문표 같이 후세에도 평가받길 바란다. 하지만 너무 곧은 나무는 부러지기 쉽다.

2022-12-29

집행부와 의회의 힘겨루기

홍석봉 정치에디터 #1. “첫 출발부터 좌초됐다” “대구시 신청사 용역 5건 모두 보류, 더 이상 논쟁 없었으면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최근 언급이다.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대구시 신청사 건립 사업을 두고 맞부딪혔다. 대구시는 최근 3년 전 시민평가단 회의 등을 거쳐 마련한 신청사 사업계획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의회는 130억 원의 내년도 신청사 설계용역비를 전액 삭감하며 맞불을 놓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즉각 신청사 용역사업 5건을 모두 보류했다. 시청 내 관련 조직도 없앴다.홍준표 시장의 일부 신청사 부지 매각안이 발단이다. 신청사 건설 재원을 마련키 위한 방안이었다. 달서구 출신 등 일부 시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시의회의 관련 예산 전액 삭감과 관련부서 폐지 및 용역 보류로 이어졌다. 시청사 건립사업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최악의 경우 무산 가능성도 제기된다.대구 시민의 숙원 사업이 예산 조달 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채 무산 위기다. 지역간 치열한 유치경쟁과 갈등, 공론화와 시민 합의까지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신청사 건립안이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판이다. 소통부재의 현장이다.#2. 지난 15일 대구 중구의회의 여성의원 3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 직원들이 예산 감액을 이유로 욕설하고 공포감을 조성했다”며 구청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틀 전 예결특위 최종 심사 직후 간부 공무원들이 회의장에 들어가 “예산을 다 깎으면 일하지 말라는 말입니까”라며 위협적인 태도와 고성으로 두려움을 느꼈다고 주장했다.내년도 중구청 예산안 심사가 단초다. 중구의회는 구청이 당초 제출한 예산안 3천25억 원 중 58억 원을 삭감했다. 삭감 예산 중 52억 원은 구청장 핵심 공약 사업 예산이다. 중구의회는 해당 관광 사업의 실효성이 부족했다고 했다. 중구청은 예산 삭감을 수용할 수 없다며 소명 기회를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폭력 시비로 번지며 대화가 단절됐다. 뒤 이어 의회 의장 등 구의원 4명이 ‘집행부 폭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폭력’을 주장하는 구의원들의 예결위 복귀도 촉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예산 갑질을 넘어 폭력이라며 가세했다.중구청의 경우 대규모 예산 사업에 대해 집행부가 사전에 구의회와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 후과다. 서로 감정 싸움만 벌이고 있다.위 두 사례는 대화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 부족이 요인이다. 소통부재다. 집행부와 의회가 힘겨루기를 하며 서로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몫이다. 집행부는 의회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원칙만 내세우면 행정 만능주의로 흐르기 쉽다. 의회는 집행부가 머리 숙이고 대접해 주길 바란다. 서로 맞부딪히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집행부와 의회는 행정의 양축이다. 집행부는 의회의 기능과 권한을 인정하고 의회는 집행부가 행정을 잘 펼 수 있도록 협조하고 감시하는 것이 그 주된 역할이다. 서로 힘을 겨루면 주민만 죽어난다.

2022-12-22

‘윗돌 빼 아랫돌 괴기’ 인구 대책

홍석봉 정치에디터 비관적인 인구 전망이 쏟아졌다. 골드만삭스는 2050년엔 한국이 인니와 나이지리아에 추월당하고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전망했다.CNN은 한국이 지난 16년 간 260조 원을 인구정책에 쏟아붓고도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저출산·고령화에 극심한 인구 유출로 지방은 인구소멸 위기다. 더 좋은 교육과 직장을 찾는 젊은 층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젊은 인구 유출은 지방 붕괴를 가속화시킨다. 아이는 놓지 않는데 빠져나가는 인구가 많다보니 지방은 노인 왕국이 됐다. 그냥 둘 수는 없고 마땅한 방법도 없다.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경북의 시군 인구가 50만 명, 10만 명의 벽이 붕괴되고 5만 선이 속절없이 무너진다. 저출산·고령화의 수렁에 빠진 한국의 현주소다. 지자체의 인구늘리기 운동이 거세다. 현 인구를 지키기 위한 인구 사수 운동이다.인구감소는 예산과 행정기구 축소로 이어진다. 지역경제와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인구늘리기는 지자체의 숙명이다. 지자체는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봉화군이 인구 3만 명 사수를 위해 ‘봉화사랑 주소갖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10만 명이 넘던 인구가 저출산·고령화로 3만200명까지 줄었다. 인구 3만 명 선도 간당간당한다. 봉화군은 공무원과 유관기관, 기업체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인구늘리기 운동을 시작했다.지난해 50만 명 선이 무너진 포항시도 인구 늘리기에 나섰지만 별 효과가 없다. 주소 이전 지원금, 근로자 이주정착금 등을 내세웠지만, 터진 둑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의 행정 특례도 제외될 처지다.행정권한이 축소되고 남·북구청은 폐지위기다. 경찰서와 소방서, 보건소도 1개로 준다.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인구 늘리기 방안을 찾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찮다.인구늘리기 운동이 경북 대부분 시군의 연례행사가 됐다. 없던 사람이 갑자기 불쑥 생길 리가 없다. 결국 옆집 인구를 빼온다. 그러다가 인근 지자체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인근 도시로 출퇴근 인구가 많은 대구는 주 타깃이다. 하지만 그 때뿐이다. 지자체의 인구늘리기가 ‘윗돌 빼 아랫돌 괴기’ 식의 임시방편에 그치고 있다.온갖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다. 청송군은 기피시설인 교정시설 유치까지 내놓았다.지자체가 ‘생활인구’에 주목하고 있다. 생활인구란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도시와 농어촌 양쪽에 거점을 두고 생활하는 ‘5도2촌’같은 생활 방식을 인정하고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을 같은 주민으로 보자는 것이다. 관련 특별법도 내년부터 시행된다.충북 옥천군은 타 지역 거주자에게 디지털 주민증을 발행하고 숙박과 관광지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준다. 두 달 만에 온라인 주민 1만3천400여 명이 등록했다. 가능성이 엿보인다.내년 시행하는 ‘고향사랑기부제’도 기대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격인 인구 대책, 해결책을 찾는 지자체의 도전은 끝이 없다.

2022-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