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봉 대구지사장
주민등록 인구가 작년 한 해 20만 명이 줄었다. 3년 연속 감소됐다. 합계출산율은 0.79명으로 역대 최저다. 세계 꼴찌다. 저출생, 고령화 때문이다. 산업 현장과 농어촌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마비될 지경이다. 학교는 학생이 없어 줄줄이 폐교다. 병역자원도 급감했다.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점점 더 떨어진다. 백약이 무효다. 빈 자리는 다문화 가정이 겨우 메워주고 있다.국내 체류 외국인 250만 명 시대다. 코로나19로 주춤하던 국내 체류 외국인이 다시 늘고 있다. 외국인이 우리 사회의 버팀목이 됐다.2천200년 동안 나라를 지속한 로마는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1천 년 동안 번영을 누렸다. 로마인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가 이같이 오랫동안 나라를 유지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로마인의 개방성에서 찾았다.지혜는 그리스인만 못했고, 신체적인 면에선 켈트인(게르만인) 보다 떨어졌으며, 기술은 에트루니아인보다 못하고 경제 개념은 카르타고를 능가할 수 없었던 로마인이 이들을 지배했다, 개방성 때문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로마는 초기 왕정시대 7명의 왕 중 라틴족은 시조인 로물루스를 포함, 단 2명뿐이었다. 나머지 5명이 이민족 출신이었다. 그 만큼 열려있었다. 전쟁의 패자까지도 포용, 로마인으로 동화시켰다. 심지어는 노예가 관료가 될 정도였다. 다신교를 인정했다. 서로 다름을 받아들였다. 종교분쟁은 없었다.진나라는 중국 서북방 변방 국가이자 오랑캐라고 천시 받았다. 이런 진이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군대와 인재 중용 정책이 있었다.진 효공은 위나라 출신 상앙을 재상으로 등용해 나라의 골격을 세우고 국부를 튼튼히 했다. 진의 재상 중에는 백리해, 건숙, 유여 등 다른 나라 출신이 많았다. 진시왕의 책사인 이사도 추방당할 위기가 있었다. 이때 이사는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는 자세 때문에 높아지고, 하해는 작은 물줄기도 버리지 않아 더 깊어진다’는 글을 지어 올렸다. 진시황은 이사의 간언을 수용하고 재등용, 마침내 국가를 부강케 하고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다. 진나라의 재상 25명 중 타국 출신이 17명이고 7명은 출신 불명이다. 확실한 진나라 출신은 단 한 명이었다고 전해진다. 진나라가 천하의 주인이 된 배경에는 이런 개방적인 인사정책이 있었다.경북도가 외국인 유치 묘안을 내놓았다. ‘외국인 광역비자’제도 도입이다.광역비자는 비자 발급 권한 일부를 도지사에게 넘겨주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지방정부가 외국의 산업 인력, 이공계 유학생과 그 가족 등 지역에 필요한 인력을 주도적으로 선정해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있다.국회도 광역비자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작업 중이다. ‘아시아의 작은 미국, 경북’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꿈이다. 이 지사의 모범적인 다문화 사회 구상이 조만간 꽃 피울 수 있길 기대한다. 로마와 진 나라 사례에서 보듯 나라가 번성하려면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활짝 열어야 한다. 개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외국인과 공존하는 사회가 돼야만 인구소멸 위기를 피할 수 있다.
2023-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