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출발부터 좌초됐다” “대구시 신청사 용역 5건 모두 보류, 더 이상 논쟁 없었으면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최근 언급이다.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대구시 신청사 건립 사업을 두고 맞부딪혔다. 대구시는 최근 3년 전 시민평가단 회의 등을 거쳐 마련한 신청사 사업계획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의회는 130억 원의 내년도 신청사 설계용역비를 전액 삭감하며 맞불을 놓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즉각 신청사 용역사업 5건을 모두 보류했다. 시청 내 관련 조직도 없앴다.
홍준표 시장의 일부 신청사 부지 매각안이 발단이다. 신청사 건설 재원을 마련키 위한 방안이었다. 달서구 출신 등 일부 시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시의회의 관련 예산 전액 삭감과 관련부서 폐지 및 용역 보류로 이어졌다. 시청사 건립사업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최악의 경우 무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구 시민의 숙원 사업이 예산 조달 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채 무산 위기다. 지역간 치열한 유치경쟁과 갈등, 공론화와 시민 합의까지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신청사 건립안이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될 판이다. 소통부재의 현장이다.
#2. 지난 15일 대구 중구의회의 여성의원 3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 직원들이 예산 감액을 이유로 욕설하고 공포감을 조성했다”며 구청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틀 전 예결특위 최종 심사 직후 간부 공무원들이 회의장에 들어가 “예산을 다 깎으면 일하지 말라는 말입니까”라며 위협적인 태도와 고성으로 두려움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내년도 중구청 예산안 심사가 단초다. 중구의회는 구청이 당초 제출한 예산안 3천25억 원 중 58억 원을 삭감했다. 삭감 예산 중 52억 원은 구청장 핵심 공약 사업 예산이다. 중구의회는 해당 관광 사업의 실효성이 부족했다고 했다. 중구청은 예산 삭감을 수용할 수 없다며 소명 기회를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폭력 시비로 번지며 대화가 단절됐다. 뒤 이어 의회 의장 등 구의원 4명이 ‘집행부 폭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폭력’을 주장하는 구의원들의 예결위 복귀도 촉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예산 갑질을 넘어 폭력이라며 가세했다.
중구청의 경우 대규모 예산 사업에 대해 집행부가 사전에 구의회와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상대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 후과다. 서로 감정 싸움만 벌이고 있다.
위 두 사례는 대화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 부족이 요인이다. 소통부재다. 집행부와 의회가 힘겨루기를 하며 서로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몫이다. 집행부는 의회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원칙만 내세우면 행정 만능주의로 흐르기 쉽다. 의회는 집행부가 머리 숙이고 대접해 주길 바란다. 서로 맞부딪히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집행부와 의회는 행정의 양축이다. 집행부는 의회의 기능과 권한을 인정하고 의회는 집행부가 행정을 잘 펼 수 있도록 협조하고 감시하는 것이 그 주된 역할이다. 서로 힘을 겨루면 주민만 죽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