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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폭주

등록일 2023-01-19 17:49 게재일 2023-01-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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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진박감별사’가 정치권에 재소환됐다. 국민의힘 내홍이 여당의 아픈 상처인 ‘진박감별사’를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현재의 여당 상황은 2016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국민의힘이 전당 대회를 앞두고 내홍이 깊어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친윤세력으로부터 불출마 압박을 받아온 나경원 전 의원이 코너에 몰리자 친윤계를 공격하며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됐다”고 했다. 장 의원을 2016년 총선 당시 공천 칼자루를 휘둘렀던 친박계 중진에 비유한 것이다. 당시 ‘공천 파동’과 ‘옥새 파동’이 터지면서 압승이 유력했던 새누리당은 패하고 만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판세가 급격히 불리해지자 대구 지역 새누리당 후보들이 두류공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 퍼포먼스까지 벌였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회초리를 들어주시라”며 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극약처방까지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는 결국 탄핵과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나 전 의원 비판 성명서를 발표하며 나 전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상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급기야 친윤, 비윤, 반윤, 진윤, 멀윤으로 분화됐다. 새누리당 공천 파동 당시와 흡사하다. 배경엔 차기 총선 공천권이 자리하고 있다. 차기 총선을 위한 ‘줄서기’다. 이 줄을 놓치면 공천은 물건너가기 십상이다. 현역 의원들이 동아줄을 잡기 위해 줄 서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통령 바라기는 점입가경이다. 거대야당의 횡포를 나무라던 여당이었다. 그런 여당이 한 솥밥 전 동료 의원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고 있다. 초선들까지 집단 가세, 마구 핥퀴고 있다.

나 전 의원의 발언이 정부 기조와 다르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속내는 그게 아니다. 대표 출마를 막기위해 벌떼같이 덤벼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경선 룰을 ‘당원 투표 100%’로 바꿔 반윤인 유승민 전 의원을 배제, 논란이 됐다. 다시 나경원 솎아내기로 눈총받고 있다. 여당의 잇단 비상식적인 폭주에 국민은 머리를 젓고 있다.

당 분열을 우려하는 내부 위기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자해정치’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친윤계의 대응에는 나 전 의원 간판으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나 전 의원이 대표가 될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공천권을 쥐고 당을 장악해야 다음 총선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이다. 당내 기반이 약한 윤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할 우군 확보도 절실하다. 하지만 유승민과 나경원 등 비주류의 대표 출마를 저지하기 위한 당의 일사분란한 모습이 국민에게는 온당치않다는 느낌을 준다.

현재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힘을 다한 사람들이다. 국민의힘의 내분은 정치 불신을 더할 뿐이다.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국민의힘의 분열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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