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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 의사 나라

등록일 2023-03-30 19:47 게재일 2023-03-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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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1. “클린스만? 의외네 어디 지검장 출신이 올 줄 알았더니.” 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을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에 앉히자 SNS에서 뜬 비아냥 댓글이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시중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를 두고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만사검통, 검찰 카르텔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검찰 공화국으로 만들 생각인가”라고 비난한다. 검찰 출신 인사 편중을 비판한 것이다. 정부는 ‘능력과 전문성’을 내세워 인사를 정당화했지만 자격과 자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에 장관급 4명을 포함, 전·현직 검찰공무원 136명이 근무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 핵심 요직은 물론 금융감독원장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도 검사 출신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대 정부에서 특정 집단이나 인맥 등이 주목받지 않은 경우는 없다. 문재인 정부 때도 다수의 시민단체 출신 인사로 입방아에 올랐다.

대통령과 뜻이 같은 이들이 주변에 있으면 조직은 잘 돌아갈런지 모른다. 하지만 경직화 되기 십상이다. 정책의 다양성도 결여될 수 있다. 검사들은 사법 정의를 구현하는 기술과 역량은 탁월하다. 업무 역량이 뛰어난 이들도 많다. 검찰 조직문화는 상명하복이 원칙이다. 대화, 타협 등 민주주의적 가치와는 거리가 있다. 인재풀이 좁은 대통령이 주변 사람을 쓰다 보니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2. 대치동에서 수능은 ‘메디컬(medical) 고시’로 불린다. 공부를 가장 잘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은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와 서울대 나머지 학과로 나뉜다. 의치한약수는 전문직으로 고소득이 보장된다. 고용안정성과 일자리 측면에서 이런 순서로 꼽는다.

의대가 성공 보증수표로 인식되면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몰린다. 이미 대학에 합격하거나 졸업한 인재들까지 앞다퉈 달려간다. 재수는 필수고, 삼·사수를 해서라도 의대에 가려고 한다.

최상위권 수험생의 80%가 의약학 계열 진학을 꿈꾼다. 서울 학원가는 초등생부터 의대 진학반이 개설돼 있다. 서울대 자연계는 ‘의대생 양성소’라는 푸념이 나온다.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국가가 학비를 지원하는 과학기술원과 영재·과학고의 이공계 인재들까지 의대행에 줄섰다. 의대 진학을 위해서라면 합격한 대학도 쉽게 포기한다.

불경기에 믿을 것은 의사 자격증 뿐이고, 의약학 계열 졸업만이 ‘성공 보증수표’라고 믿는다. 고소득과 정년이 없는 의약학 계열 전문직 선호현상은 신드롬 수준이다. 자연계 우수생이 의대로 쏠리면서 과학인재 양성은 물건너가는 형국이다. 국가 경제를 떠받드는 반도체 산업은 인재난이 심화되고 있다. 계약학과까지 만들었지만 등록 포기가 쏟아진다. ‘의대 블랙홀’이 대입 제도 마저 왜곡시키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검사가 나라를 다스리고 교육은 의사가 지상목표인 나라가 됐다. 최종 종착지가 검사와 의사다. 편식은 위험한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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