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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덫에 갇힌 국민의힘

등록일 2023-04-13 20:01 게재일 2023-04-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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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정치인들은 권력을 가지기 때문에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 종교인의 감시가 없으면 그 사람들이 자기통제가 불가능하다. 다음 총선에서 200석 서포트하는 게 한국 교회의 목표다” 최근 전광훈 목사가 한 말이다.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의 덫에 갇힌 채 허우적대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한 모임에서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추켜세운 게 발단이다. 이 발언이 언론의 관심을 끌면서 국민의힘과 전 목사의 관계가 주목받게 됐다.

당이 극우 성향의 전 목사에게 휘둘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광훈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당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전 목사와 사랑가와 이별가를 번갈아 부르며 가까와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태극기 부대’의 힘이 필요하면 전 목사를 찾았다. 그가 문제를 일으키면 거리를 뒀다.

전 목사는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황교안 대표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는 진보의 ‘개딸들’ 못잖은 인원 동원력과 투쟁력으로 무기력에 빠진 보수당에 힘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태극기 집회 등에서 세를 불린 강성 보수층에는 희망의 아이콘이었다. 당원 가입도 도왔다. 추종자들을 독려, 당원 불리기에 큰 힘을 보탰다. 당 안팎에선 전 목사의 권유로 가입한 당원이 20~30만 명에 이른다는 설이 나돈다.

지도부의 잇단 실언과 정책혼선으로 당 지지율은 자꾸 떨어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이 고조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강성 보수’ 성향의 전 목사와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 목사를 차기 총선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 전 목사를 손절매하고 나섰다. 급기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그 사람(전 목사)은 우리 당 당원도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국민의힘 일각에서 차기 총선을 위해 전 목사와의 관계 단절을 요구했다. 홍 시장은 전 목사를 비판하면서 전 목사를 숭배하는 자는 국민의힘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그는 책임당원 전수조사를 거쳐 이중 당적자를 퇴출하자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때 전 목사 추천으로 가입한 당원 상당수가 전 목사가 관여하는 정당의 당적을 중복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한 중진은 “목사 손아귀에서 움직여지는 당이 돼선 안 된다”는 말까지 했다. 당 주변에 전광훈의 그림자도 기웃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며 전 목사 추종자들의 지지를 받은 황교안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공천 과정에서 전 목사가 “과도한 요구를 했다”며 당에서의 축출과 단절을 요구했다. 전 목사의 영향력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그는 180석, 200석을 얻게 해주겠다며 보수 정당이 환상을 갖게 했다. 잘못 코가 꿰였다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전광훈에 약점 잡혔나는 말까지 들어야 했던 국민의힘이다.

이제 전광훈과 절연해야 한다. 분위기는 조성됐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국민의힘에 다음 총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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