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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하기 싫어도 해야

등록일 2023-04-06 20:01 게재일 2023-04-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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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또 배움의 즐거움을 떠나 일단 너무 싫어한다. 아이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스스로 공부한다. 싫다고 안 할 수 없는 것이 공부다. 개인의 장래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국민을 위해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는 말을 했다. 기득권 혁파 및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완성을 언급하면서 한 말이었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윤 대통령이 저항 세력에 굴하지 않고 국민과 약속한 주요 개혁 과제를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약탈하는 이권 카르텔과 일전불사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도 말했다. 방해 세력과는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다짐이다.

지난달 말 예정됐던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 발표가 전격 취소됐다. 국정 지지율 하락에 놀란 여당이 발표 선언 이틀 만에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뒤집었다. 요금 인상을 정치가 막았다.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을 비난할 때가 언제인가 싶다. 빚더미에 올라선 한전이다. 정상화는 점점 멀어져간다.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그냥 뒀다간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일 관계 정상화는 북핵 등 동북아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국내외의 부정적 여론을 무릅쓰고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론은 좋지 않다. 현 정부의 딜레마다. 거기다가 일본 측의 ‘독도’ 발언으로 일이 더욱 꼬였다. 다시 키를 잡고 가야한다. 기왕에 빼든 칼이다. 후퇴는 곤란하다.

국민연금 개혁 방치는 대표적인 포퓰리즘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정치가 개입하면서 수익률 세계 꼴찌라는 터무니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금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국민연금 제도는 지속될 수 없다. 우리의 미래가 불안해진다. 출산율과 국민연금 기금투자 수익률을 대폭 올려도 2060년 이후 기금 소진을 막을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더 많이 오래 내고, 적게 받는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 중이다.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적잖다.

모두 전 정부의 유산이다. 표가 떨어질까 두려워 방치하거나 미뤄둔 것들이다. 이젠 빼도박도 못할 상황이 됐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연금 수령 시점을 2년 늦추는 연금개혁안을 하원 표결 없이 입법하는 초강수를 뒀다. 야당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노동계는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가 시끄럽다. 마크롱은 자칫 레임덕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정치생명을 걸었다. 미래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어차피 모든 국민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정치권은 정치생명을 걸고 연금개혁을 밀어붙인 마크롱을 배워야 한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외통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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