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형 사고가 터졌다. 장관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모두 여야의 정치력부재 탓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책임을 회피했고 야당은 머릿수로 밀어붙였다. 여당은 이재명 방탄용이자, 꼼수의 연속이라고 반발했다. 야당은 장관에게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었다고 했다.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여야의 대립과 갈등은 더욱 깊어졌고 협치는 물 건너갔다.
반도체 대기업 추가세제 지원과 지역균형발전 특별법 등 현안 처리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치 실종과 국정 혼란의 책임에 가장 정점에 선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장관을 해임했으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다. 이 장관이 법적 책임은 없다지만 정치적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야당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고집이 참사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민주당은 품위 유지·성실의무·부실 대응 등을 탄핵 사유로 내세웠지만 논리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이태원 참사 대응이 헌법에 규정한 ‘국무위원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는지 여부도 논란이다. 탄핵 소추위원도 국민의힘 의원이다. 법조계에서는 탄핵 기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 등 괘씸죄도 한 몫 한 것 같다. 헌재 심판 때까지 장관 권한과 직무정지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재명 당 대표 턱밑까지 다가선 검찰의 사법처리를 막으려는 방탄국회라는 국민의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탄핵이 블랙홀이 됐지만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눈 앞에 둔 자중지란도 꼴불견이다.‘윤심(尹心)’과 ‘윤핵관’의 개미지옥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친윤만 있고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개입으로 불공정 경쟁이 됐다. 공천에 목멘 초선 의원들은 ‘집단린치’도 서슴지 않는다. 정당 민주주의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차기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권에 혈안인 국민의힘 모습이다. 어떤 비판과 훈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따갑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오십보백보다. 아니 오히려 더하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처리를 막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 범죄행위를 옹호한다는 비판에는 귀닫았다.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면서 뒤로는 당 대표 구하기에 몰두하고 있다. 결국 차기 공천권이 문제다.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가 대답하기를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운 것입니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고 했다. 바로 정치의 요체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가 맡은 바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 그 사회는 바르게 돌아갈 것이다.
정치인들이 떡밥에만 관심을 두고 민생을 외면하면 나라가 어지럽고 사회가 혼란해진다. 위로부터 아래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에 충실할 때에 정치가 있고 나라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