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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입

등록일 2023-04-20 18:40 게재일 2023-04-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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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입과 손이 문제다. 구설이 잦다. 필화(筆禍)도 적지 않다. 방송 출연과 SNS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슬 퍼렇던 독재 시절에는 논객들의 준엄한 정치평론이 문제가 돼 옥고를 치르곤 했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시기에 때 아닌 구설과 필화가 무성하다. 국민의힘은 구설로 만신창이다.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구설과 필화를 쓸어 담기에 정신이 없다. 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원인을 제공했다. 최고위원과 고문 등 입만 열었다 하면 탈이 난다. 원군을 자처하는 목사까지 가세해 고춧가루를 팍팍 뿌려댄다.

그 중심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있다. 홍 시장의 거친 입과 훈수에 참다못한 당 원내대표가 고문직 ‘해촉’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당 안팎에서 홍 시장에게 훈수정치 중단을 촉구했다. 일각에서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가 꼬이고 있다. 급기야 입단속에 나섰다. 야당도 불똥을 우려,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다.

엉뚱한 곳에서 다시 불씨가 되살아났다. 입심 거센 전 여성 의원이 홍 시장과 공박을 벌였다. 홍 시장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싸잡아 ‘놀라운 꼰대’라며 비꼬았다. “이대로면 총선 참패”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루전에 입을 닫겠다고 선언했던 홍 시장이 그 사이를 못참고 즉각 반박했다. “입 다물고 조용히 있으라”고 원색적인 용어까지 사용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그동안 각종 정치 현안과 관련, 정부 여당은 물론, 정치권에 특유의 직설적 표현으로 훈수를 떠왔다. 지지층은 사이다 발언이라며 반겼다. 홍 시장은 상하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의 아픈 구석을 콕콕 찔렀다. 존재감을 과시했다.

홍 시장의 촌철살인의 언변과 SNS글은 정치권에서 가히 대적 상대가 없을 정도다. 정치 9단의 노련한 공세에 상대는 웬만하면 두 손 들고 만다.

도전은 가차없이 응징한다. 홍 시장의 입과 손에 형편없이 망가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하는 이들에겐 수치감과 적개심만 남는다. 차기 대권후보를 꿈꾸는 그에게 잦은 구설은 독이 될 수 있다. 지역 보수층에서는 홍 시장이 원로로서 당이 흔들릴 때는 바로잡아 주고, 후배 정치인들에게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

예로부터 선비들은 혀끝과 손끝을 조심하라고 했다. 혀끝은 말과 음주를 말한다. 말을 잘못했다가는 구설에 오른다. 손끝은 도박을 가리킨다. 글 쓰는 이들에겐 필화다. 입과 손끝을 잘못 놀려 자칫 명예훼손에 휘말리면 경을 칠 수 있다.

주나라 시조 후직(后稷)의 사당에 쇠로 만든 사람이 서 있었다. 공자가 주나라의 태묘(太廟)에 가서 이 금인(金人)을 보았다. 입은 세 겹으로 봉해져 있었고, 그 등에 “옛날에 말을 삼가던 사람이다. 경계할지어다. 말을 많이 하지 말라! 입은 뭐가 문제인가? 화의 문이 된다. 힘을 믿고 날뛰는 자 제명에 못 죽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 반드시 적수(敵手)를 만나게 된다. 경계해야 할 것이다”라고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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