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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십원빵 소동

등록일 2023-06-26 19:51 게재일 2023-06-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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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경주의 명물 간식거리인 ‘십원빵’이 디자인 도용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십원빵은 불국사 다보탑이 그려진 앞면과 숫자가 새겨진 뒷면의 모양이 시중에 유통되는 10원짜리 동전과 똑같다. 1966년 발행된 10원짜리 동전 모양을 본떴다.

십원빵은 2020년 처음 선보인 이후 경주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경주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도 이 빵을 먹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한국은행이 십원빵이 화폐 디자인을 무단 도용했다며 사용중단을 요청했다. 판매업체들에 공문을 보내고 조폐공사와 함께 법적 대응까지 준비했다.

한국은행의 화폐 도안은 비영리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별도 승인절차 없이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화폐 시스템의 신뢰를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런데 영리 목적의 사용이 문제가 됐다. 빵 제조업체들이 전국 단위로 가맹점까지 모집해가며 도안을 사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체들의 욕심이 초래한 측면이 없지 않다. 업체들은 한국은행의 강경한 입장에 디자인을 일부 바꾸겠다고 했다. 한은도 한발 물러섰다. 소송 대신 적법한 범위내에서 모양 변경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업체들은 빵을 굽는 틀과 시설, 판촉물 등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해프닝으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십원빵이 화폐 홍보도 하고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십원빵은 빵의 도시 경주의 명성에도 한몫했다. 경주는 십원빵 외에도 황남빵과 찰보리빵 등으로 유명하다.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 목록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십원빵이 과연 화폐의 신뢰를 그만큼 해쳤을까. 한국은행의 유연한 대응이 아쉽다. /홍석봉(대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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