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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임신 협박’

홍성식 기자
등록일 2025-05-21 18:12 게재일 2025-05-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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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언필칭 ‘막장 드라마’ 방불이다. 

 

젊은 여성 하나가 두 명의 남성과 동시에 연애를 했다. 와중에 임신을 했는데 여성은 그 아이가 어떤 남성과의 관계에 의해 생긴 것인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둘 모두에게 “임신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게 싫으면 돈을 내놔라”고 한다. 남성 가운데 하나는 협박을 무시했고, 나머지 한 남성은 3억 원이란 거액을 송금한다. 이후 여성은 낙태를 했고, 결국 아이는 누구의 자식인지 알지 못하게 됐다.

 

여기까지만 해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혀를 찰 일인데, 이야기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여성은 또 다른 남성을 만나 교제한다. 헌데, 그 남성이 3억 원을 여성에게 준 남성에게 연락해 “여성이 당신을 만날 때 양다리를 걸쳤다. 사기와 공갈로 고소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줄 테니 내게 7000만 원을 달라”고 했다. 

 

이건 여성 한 명과 남성 세 명이 등장하는 ‘치정 스릴러 영화’ 스토리가 아니다.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요약한 것이다. 협박에 못 이겨 3억 원을 건넨 사람은 유명 축구선수 손흥민이고, 협박을 한 여성과 7000만 원을 요구한 남성은 구속됐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 그것도 자신의 아이를 범행도구로 사기와 협박을 일삼은 여성의 행태는 ‘금수(禽獸)와 다르지 않다’고 질타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웬걸.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판사 출신 변호사가 덤덤한 어투로 말했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이것과 유사한 사건이 적지 않아요. 나도 재판정에서 여러 번 봤고요.”

 

대체 세상이 왜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21세기 한국 천민자본주의의 한 단면을 본 듯해 입맛이 한없이 쓰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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