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교사 정영상은
잠결에 웃으며 심장마비로 죽었다
모든 죽음이 마찬가지다
청량리에서 밤기차를 타고 제천에서 내려
단양으로 총알택시를 갈아타고
정영상의 죽음을 확인하러 갈 때
어둠은 아늑하게 우리의 삶을 확인해 주었다
젠장,산다는 것이 눈물 한 방울로 정점을 찍어
살아갈 목표를 확인시킨다는 것
그 무심함에 몸서리가 쳐졌다
관(棺)을 부여잡고 운들 무엇하리
살아 죄 한 점 없었던 사람이
어린 아들 딸 남겨 놓고, 마누라만 남겨 놓고
그렇게 간 죄가 많은 사람이 되어 떠났다
나는 그를 노려보며
이유도 없이 분노했다
정작 벌을 받아야 할 나는 멀쩡히 소주를 마시며
먼 월악산을 보고 있었다
다만, 다행인 것은 마음이 저승에 닿아
강물로 흐르면서, 그가 굵은 손으로
나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것,
그러나 그 감촉은 가을비보다 혹독했다
상(賞)보다 벌(罰)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
정영상은 결코 죽지 않았다. 정영상은 연일읍 출신으로 공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안동 복주여중에서 근무했으며, 전교조 활동으로 투쟁 중 심장마비로 세상과 이별했다. 내가 2학년 여름방학 때 임용대기 중이던 형은 자전거 뒤에 도시락을 묶어 화실로 출근하여 나와 자주 놀았다. 도시락과 막걸리를 나눠 먹으며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큰 자양분이 되었다. 털털거리는 그 자전거 소리가 아직 귀에 쟁쟁하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