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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과 권력

등록일 2025-04-06 20:06 게재일 2025-04-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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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보스턴과 뉴욕에서 출간된 ‘웹스터 사전’(1995)에 나오는 교양(culture)의 두 가지 정의(274쪽)는 다음과 같다. “교육을 통해 사회적, 도덕적, 지적인 능력을 발전시키는 행위”가 그 하나이고, “지적이고 미학적인 훈련으로 형성된 고도의 세련과 취향”이 그 둘이다. ‘우리말 큰사전’에 나오는 교양의 정의는, 미안한 말이지만, 너무 터무니없기에 도저히 인용할 수 없다.

첫 번째 정의에 따르면, 교양은 가정과 교육기관이 담당하며, 세 가지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에 주안점이 있다. 사회적 능력은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영위 능력을 가리킨다. 나와 내 아내, 자식들만 소중한 게 아니라, 남과 그 가족 역시 같은 정도의 가치와 의미 있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을 전제해야 사회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능력은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최소한의 양심과 윤리를 소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나와 내 아내와 자식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동물적’ ‘가축적(家畜的)’ 사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나의 지나친 탐욕과 억제할 길 없는 분노(격노)를 자제하여 타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적인 능력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21세기는 지식과 정보가 지구촌 전체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자리하고 있는 경이로운 시대다. 사유와 독서, 토론과 글쓰기 같은 작업을 일상적으로 유지해야 과학기술이 제공하는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의미의 지적인 능력이 교양에 속한다.

두 번째 교양의 정의는 각자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기에 논외로 한다. 새삼 내가 교양을 운운하는 데에는 분명 까닭이 있을 터다. 지난 4일 오전 11시 22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로써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파면 이후 8년 만에 다시 한국 대통령이 파면되는 우울하고 참담한 헌정사 기록이 남게 되었다. 더욱이 수인번호 503호 박근혜 이전의 이명박은 2018년 각종 비리로 투옥되어 수인번호 716호를 부여받고 감방살이를 하다가 2022년 특사(特赦)로 풀려났다. 이른바 자칭 보수 출신 전직 대통령 2인이 파면당하고, 1인이 징역 17년을 선고받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왜 이들 최고 권력자는 파면과 형사재판 그리고 구속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것일까?!

그들의 공통점은 무교양, 부패, 무능, 타락, 패거리주의로 무장했다는 사실이다. 권력의 사유화를 통해 물적인 이권을 취하고(이명박), 세월호 대참사로 고교생 딸 유민을 잃어버린 아버지 김영오씨의 대면 요청을 차벽(車壁)으로 막아버리는 냉혹함을 과시하고(박근혜), 입만 벌리면 구라로 일관하면서 검찰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흔든 파렴치한(破廉恥漢)(윤석열).

저급하고 부도덕하며, 불의하고, 역사의식도, 국민을 최우선으로 받드는 공동체주의도 없는 자들을 수장으로 떠받들어 온 타락한 정치세력의 중핵 역시 똑같은 수준의 인간들이다. 이참에 진짜 사회 대개혁을 실행하여 최소한의 교양을 갖춘 이들만을 정치 지도자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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