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름의 단체가 눈과 귀를 자극한다. 듣도 보도 못한 ‘리박 스쿨 Rhee Park School’이다. ‘리박 스쿨’은 ‘이승만 박정희 학교’를 어설픈 영어로 단순화한 것이다. 2023년 7월에 개설된 그들의 홈페이지에는 ‘대한민국 역사 지킴이’라는 부제(副題)가 달려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대상이 역사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을 예고하는 부제다.
이 조직의 본질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자유를 지키고 싶다면 이승만과 박정희를 배우라.” 이 구절 바로 다음에 “이승만 건국 대통령의 근대화와 자유 정신, 한강의 기적을 만든 박정희 부국 대통령의 산업화를 연구하는 아카데미 단체입니다.” 하는 설명이 뒤따른다. ‘리박 스쿨’은 부패하고 타락한 전직 대통령들의 가르침을 추종하는 단체다.
그들이 설립한 연구소와 협회는 역사 체험을 바탕으로 한 조직적인 이념 전파, 한국과 일본의 친교와 상생을 목적으로 한다. 이런 과업 수행을 위해 그자들은 주니어 역사 교실, 바로 보는 현대사 같은 사업에 매진해 왔다. 이승만과 박정희로 대표되는 친일 극우 이념을 역사로 포장하여 나이 든 세대는 물론이려니와 어린 세대까지 세뇌하려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탐사 전문 매체에 따르면, ‘리박 스쿨’은 국민의 힘 같은 보수 정치권을 지지하는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 손가락 군대)’을 운영해 왔다. ‘리박 스쿨’은 최소 4년 전부터 다수 보수단체에 ‘자손군’ 양성 방법을 강의함으로써 조직적인 댓글 공작원들을 길러온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일부 언론 매체는 ‘리박 스쿨’을 ‘자손군’ 양성 사관학교로 규정한다.
이와 아울러 ‘리박 스쿨’은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해 초등학교에서 왜곡된 친일 극우 역사관을 전파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선 댓글 조작 의혹을 받는 ‘리박 스쿨’ 손효숙 대표는 여러 가지 이름의 보수단체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뉴라이트 역사관을 전파해 왔다고 한다.
내란 수괴가 즐겨 사용한 용어 ‘자유’가 ‘리박 스쿨’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자유 정신, 자유 손가락, 자유 대한민국 같은 표현에 담긴 ‘자유’를 다시 생각한다. 자유의 대전제는 책임과 의무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는 한도 내에서 우리는 자유를 선언하고, 실천하며 살아간다. 특정 집단과 조직만을 위한 자유는 정신적 폭력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승만이 건국한 나라가 아니라, 3·1 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가 세운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이승만은 3·15 부정선거를 일으켰다가 시민들에게 쫓겨난 독재자에 불과하다. 그들이 부국 대통령 운운하는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획책하다가 부하에게 사살된 타락한 권력자다. 수많은 노동자와 농민의 피땀 어린 희생 덕분에 우리는 가난과 후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유 대한을 부르짖는 자들이 내세우는 한국과 일본의 상생과 친교는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무장한 자들의 최종목표를 드러낸다. 일본의 일개 신민(臣民)으로 살고 싶은 친일 부역 극우 맹동주의자들의 망발과 망언과 책동이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바란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