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다 못해 처참했다. 비통하고 참담하기만 했다.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옛 숨결이 스민 문화재며 고택이나 가옥 등을 가리지 않고 화마는 닥치는대로 순식간에 집어삼키며 광란의 불춤을 추고 있었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백주 대낮에도 화산처럼 먹구름이 솟아 오르고 불기둥이 솟구치는 괴물 같은 불길 앞에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마저 숯검댕이로 타들어 가는 절체절명의 현실 앞에 망연자실하며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만물이 소생의 몸짓으로 새순과 싹을 틔우는 생동의 길목에 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만고에 푸른산이며 대대손손 가꾸고 지켜온 터전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고 무참하게 일그러지며 무너져버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분신처럼 키우던 가축이며 산속이 집이었던 토끼, 다람쥐, 고라니 따위의 짐승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디로 정처 없이 떠나 갔을까? 불길 앞에 온몸이 타들어가도 의연히 버티는 나무들의 외마디 절규 같은 타닥거림을 누가 애처로이 들어주기라도 했던 것일까?
사상최악의 피해를 낸 경북 북동부 대형산불은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지역을 초토화시키며 149시간만에 꺼졌다. 26명의 사망자와 4천여 명에 이르는 이재민, 3천채가 넘는 건물의 소실 등으로 천문학적인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한 순간의 부주의와 실화로 인해 그 여파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바뀌게 됨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자나 깨나 불조심’ 처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산불로 인한 상상 초월의 인적·물적인 피해가 따르게 됨을 경고하며 심각성과 경각심을 시사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방천지 느닷없이 연막을 둘러치며/걷잡을 수 없는 불길 가증의 혀 날름대니//애타게 울부짖으며/숯덩이로 스러지고//대대의 보금자리 잿더미로 주저앉고/골골이 외마디소리 뼈저리게 타들어가도//무참히 집어삼키며/삶마저도 할퀴네” -拙시조 ‘화마(火魔)의 혀’전문
우리나라 산불의 대부분은 사람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된다고 한다. 입산자에 의한 실화, 쓰레기 소각, 논·밭두렁 소각 등 절반 이상이 사람에 의한 실화 또는 소각행위에서 비롯된다. 즉, 인위적인 요소가 가장 큰 산불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감시체계와 입산통제, 감시원 배치 등으로 집중 감시하고 계도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보다는, 사전 점검과 예찰을 선제적으로 실시하여 조기에 산불 발생의 징후를 인지 및 즉각적인 대응으로 대형산불을 예방하는 것이중요하리라고 본다.
3~4월의 고온건조한 날씨와 편서풍의 영향으로 연간 산불 발생의 절반 이상이 봄철에 나타나게 된다. 본격적인 농번기로 농부들의 움직임이 많아지고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의 바깥 나들이 활동이 늘어나면서 산불 발생의 위험도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니 만큼, 각별한 주위와 산불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인정사정 없이 할퀴고 위협하며 잿더미로 만드는 화마에게 한평생 일궈온 우리의 삶과 재산을 제물로 바칠 수야 없지 않을까? ‘꺼진 불도 다시 보고 너도 나도 불조심’하여 국민 모두가 평온한 일상을 지켜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