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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재난에 대비하여

등록일 2025-07-22 17:01 게재일 2025-07-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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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정사정없는 괴물 같은 수마에 할퀴고 휩쓸려 무너진 상흔이 처참하기만 하다. 6월초부터 폭염으로 심상치 않던 날씨가 ‘극한폭우’의 가공스러운 물폭탄으로 국토 곳곳을 불과 몇일만에 무자비하게 초토화시키고 말았다.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고 산사태로 순식간에 삶터가 사라지는가 하면, 애지중지 가꾸고 키우던 농작물과 가축들은 흔적 자취조차 없어졌으니, 억장이 무너지는 실의와 비통함을 그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더욱이 경남 산청군은 지난 3월 장기간의 산불이 난 지역에 기록적인 ‘700mm 괴물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커져서 안타깝기만 하다. 예고된 장마나 태풍급의 영향도 아닌데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걷잡을 수 없는 이상기후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자연재난의 위협과 경고에 망연자실할 따름이다. 수해현장을 보면서 하루하루 무탈하게 일상을 보내며 주어진 삶을 온전하게 지켜간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이른바 기후변화는 자연현상의 한 부분으로 일정한 지역에서 시시각각 또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기상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폭염, 폭우,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의 증가로 바람직하지 못한 기상이변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인간활동이나 산업화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되며, 해수면 상승, 생태계 파괴 등을 초래해 인간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음산한 구름떼/회오리에 휘감겨//비바람 사정없이 마구마구 쏟아지고 휘몰아쳐/땅과 하늘이 할퀴고 소스라치니 골(谷)과 내(川)가 요동치고/강과 산이 술렁거려 패이고 깎이고 흔들리고 꺾이다가···./적시고 파고들어 불어나 넘쳐 둥둥 떠서 여지없이 휩쓸려 떠내려가는/과욕의 부유(浮遊)같고 오욕의 민낯 같은 잡동사니의 난무(亂舞)-//삼킬 듯 날름거리는/황토빛 하류의 혀”-拙시조 ‘하류(下流)’ 전문

시대가 녹록지않고 사회적인 분위기마저 어수선해지니 날씨마저 갈수록 돌변하는가. 온통 집어삼킬 듯 괴력을 보이며 산하를 어지럽게 휘젓어놓은 자연재난 앞에 속수무책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재난에 대비하고 위협에 대응하는 태세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거나 상시적인 피해가 재발되는 인재(人災)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상습 침수나 홍수경보는 물론이고 산불이나 산사태 대응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예측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단기적인 조치와 중장기적인 복원계획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산불과 산사태는 하나의 연쇄고리로 작용해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재해와 재난은 일상 속에 늘 도사리고 있다. 자칫 방심하거나 소홀한 틈을 타고 어김없이 파고드는 사고와 재난의 위험 앞에 늘 조심하고 안전한 마음을 가다듬는 자세와 교육ㆍ훈련을 통해 대응하고 지속적으로 대처해가는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갖고 기상이변을 염두에 두며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이 다루지 않으며, 다각적인 방안과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후변화와 자연재난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비태세를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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