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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계몽이란 무엇인가?

허민문학연구자 “제가 임신과 출산과 육아를 하느라 몰랐던 민주당이 저지른 패악을 일당 독재의 파쇼 행위를 확인하고 아이와 함께 하려고 비워둔 시간을 나누어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저는 계몽되었습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사의 최종변론이다. 성스러운 비상계엄으로 ‘야당의 독재 파쇼 행위’라는 성립 불가능한 상황을 인지하고 계몽되었단다. ‘윤통’의 은혜에 감복한 간증처럼 들리기도 했고, 일제 말 대동아전쟁을 거룩한 ‘성전(聖戰)’으로 선전하던 ‘총독의 소리’가 연상되기도 했다. 자기의 무지에 관해 회의할 수는 있겠지만, 왜 가만있는 대중의 지성을 시험하려는지 모르겠다. 선민의식과 노예근성, 엘리트주의와 독선이 ‘짬뽕’ 된 변종의 어용적 세계관이라 하겠다. 내란 정국에서 별의별 궤변과 요설과 망언 때문에 고달팠고, 그 과정에서 소용된 말들의 오염과 오용도 참기 어려웠는데, 그 대미를 장식해준 것 같다. 이를 기리며(?) 별안간 ‘핫’해진 ‘계몽’이란 무엇인지에 관해 몇 자 적어두고자 한다. 칸트는 “계몽이란 우리가 마땅히 스스로 책임져야 할 미성년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 정의한 바 있다. 이때 ‘미성년 상태’란 “다른 사람의 지도 없이는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그러면서 “이 미성년 상태의 책임을 마땅히 스스로 져야 하는 것은, 이 미성년의 원인이 지성의 결핍에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지도 없이도 지성을 사용할 수 있는 결단과 용기의 결핍에 있을 경우”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미성숙이란 다만 지성의 부재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미성숙의 상태에서 성숙으로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봤다. 물론 칸트는 자신이 속한 시대를 ‘계몽된 시대’가 아니라, ‘계몽의 시대(=프리드리히 왕의 세기)’로 파악함으로써 계몽의 주체로서 이성의 공적 사용을 보증할 수 있는 힘은 왕에게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타인의 도움 없이 이성을 사용할 수 있는 용기는 ‘계몽된 시대’의 도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둠으로써, 인간에 고유한 지성의 능력을 미래로부터 확보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칸트에게 계몽은 누구에게나 잠재된, 보편적인 능력으로서 공정하게 열려있는 유예된 성장의 기회를 의미한 것이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랑시에르는 칸트의 계몽에 관한 바로 이 노트로부터, 인간 지성에 내재된 평등의 원리를 식별해 낸 바 있다. “무언가를 혼자 힘으로 설명해주는 스승 없이 배워보지 못한 사람은 지구상에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반면 무능력이란 가르치려는 자의 가치관이 지어낸 허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나는 인간이다, 고로 생각한다”라는 인식으로 뒤집은 것이다. 이런 역전이야말로 지적 능력의 본성상 평등을 의식하는 해방이라 할 수 있겠다. 12·3 비상계엄으로 계몽된 사실이 있다면, 이는 5년 단임 선출직 공무원의 몽니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한 데 있을 뿐이다. 철학의 빈곤이 야기한 허언 속에서 집단지성의 위력에 대한 대통령의 무지가 드러났다.

2025-03-03

미나리와 겨울나기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지난 겨울 초입에 야생 미나리 뿌리를 한 줌 캐 왔다. 들에 자생하는 미나리는 기온이 내려가면 잎은 다 시들고 뿌리만 땅속에서 월동을 한다. 아시아가 원산인 미나리는 맛과 향이 좋아 식용작물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도랑에 저절로 난 미나리는 사람이 가꾼 것보다 질기긴 하지만 향은 더 진하다. 여름철에 수북하게 자라면 베어다가 생으로 매운탕에도 넣고 데쳐서 무치기도 했다. 적당한 시기에 자르지 않으면 장다리가 나와 꽃이 피고 쇠어서 먹을 수가 없게 된다. 반으로 자른 페트병에 물을 붓고 미나리 뿌리를 담가 놓으니 며칠 후부터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따금 물만 갈아 주는데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 올랐다. 두어 주일이 지나자 페트병을 가득 채운 미나리 파란 싹이 어둑한 내 방에 생기와 긴장을 불어 넣었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오래 전에 배운 동요가 떠올라 절로 흥얼거리기도 했다. ‘엄마 엄마 이리 와 요것 보세요./ 병아리떼 뿅뿅뿅 놀고 간 뒤에/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났어요./ 미나리 파람 싹이 돋아났어요.’ 살면서 수시로 접하게 되는 주변의 사물과 현상들이 문득 새롭게 보일 때면 그와 관련된 동요가 떠오르곤 한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동요를 배우면서 그때까지 무심히 보아 넘기던 것들이 새롭게 인식되고 각인되어서 기억과 정서에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밤하늘을 쳐다보면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이라는 동요가 떠오르고, 고향 생각을 하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이 따라 나온다. 첫돌맞이 아기처럼 방싱방실 웃는 민들레,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스르르 잠이 드는 섬집 아기,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가는 다람쥐, 새벽에 토끼가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옹달샘…. 얼마나 맑고 곱고 정감어린 동심의 세계인가. 페트병에다 미나리 뿌리 한 줌을 키우는 일은 지극히 사소한 일이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정성이나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약이나 식용으로 쓸 것도 아니라서 쓸데없는 짓이라고 할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겨우내 파릇하게 자라는 미나리와 함께 호흡하고 생기를 나누는 일은 결코 사소하지가 않다는 생각이다. 설령 수억 원짜리 명화를 걸어 놓고 날마다 쳐다본다고 한들 이보다 더 좋은 감동과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미나리 뿌리를 캐온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물이 마른 도랑에 죽은 듯 시들어버린 미나리 잎을 보고 문득 뿌리를 캐다가 방안에 두면 싹이 나올 거란 생각을 하게 된 것뿐이다. 그렇다. 우리가 평소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도 관심을 가지고 일상 속에 들여 놓으면 삶이 한층 생기롭고 깊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나는 미나리 싹이 자라는 걸 볼 때마다 ‘엄마 엄마 이리 와 요것 보셔요’ 동요를 흥얼거리며,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 나이도 잊고 아이처럼 순진무구해져서 겨울을 지나왔다. 이제 봄이 왔으니 다시 들녘으로 돌려보낼 테지만, 어둡고 긴 겨울 동안 더없이 해맑고 싱그러운 이웃이 되어준 미나리 싹의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2025-03-03

이재명의 실용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신년기자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고 하면서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을 인용하여 실용주의를 주장했다. 나아가 2월 10일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탈이념·탈진영의 실용주의가 성장발전의 동력”이라면서 실용정치를 거듭 역설했다. 심지어 당의 이념 정체성까지도 ‘중도·보수’로 규정함으로써 스스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처럼 그는 왜 갑자기 ‘우(右)클릭’해서 실용주의자로 변신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지지율 정체로 인해 조기대선이 실시될 경우 승패를 결정짓는 중도층에 대한 외연확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실용주의 정책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특히 진영정치가 판치는 우리의 현실에서 실용정치는 타협의 가능성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재명의 실용주의에는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말’과 ‘행동’이 달라서 ‘진정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말로는 ‘우파 실용주의’를, 그리고 행동은 ‘좌파 포퓰리즘’을 추구하는데 누가 믿겠는가. 그가 주장하는 ‘국가주도 성장과 개혁’이라는 것은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키노’와 같은 형용모순이다. 민주당에서도 왼쪽으로 분류되던 그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당 내부에서조차 ‘진보의 자기부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말로는 덩샤오핑을 표방하면서 행동은 마오쩌둥(毛澤東)을 닮았으니 양두구육(羊頭狗肉)이다. 더욱이 그의 실용주의는 ‘일관성’이 없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한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추경에 포함시켰고, 전향적 검토를 약속했던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예외허용’도 없던 일이 되었다. ‘진보적 기본사회’를 외치다가 갑자기 ‘보수적 성장론’으로 선회하고, 다시 반발이 나오면 이 둘을 적당히 버무려 붙인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가 불리하면 뒤집고, 주한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한 그가 요즘은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치행태는 실용주의자가 아니라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의 모습이다. 이재명의 실용주의는 중도확장전략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부도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위해 민주당의 정체성까지 ‘중도·보수’로 규정하고 있지만 당내 반발이 거세다. 당의 이념 정체성도 통일하지 못하면서 보수의 성장담론을 추구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실용주의가 거짓이 아니라면 민주당 강령부터 중도·보수로 바꾸는 동시에 실제 정책의 추진에서도 그 진정성이 증명되어야 한다. ‘이념으로 분열’된 나라는 ‘실용으로 통합’의 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집권에만 혈안이 된 이재명의 ‘정략적인 오락가락 실용주의’로서는 통합을 기대하기 어렵다.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주자파(走資派)’로 몰려 실각당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깊은 통찰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2025-03-03

청년들 죽음 내몬 ‘전세왕’의 형량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대에겐 전세보증금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그걸 사기에 의해 모두 잃는다고 가정해 보자. 크나큰 절망감과 견디기 힘든 고통에 빠질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니, 그런 사기를 주도하거나 조력한 자들의 죄는 결코 작지 않다. 3년 전, 다수의 청년 세입자를 패닉에 빠뜨린 이른바 ‘전세 사기’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 사회 문제가 됐다. 몇몇 청년들은 대출 등으로 겨우 마련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통곡했다. 그때 사기 혐의로 검거된 이들을 세상은 ‘빌라왕’ ‘전세왕’이라 불렀다. 최근 그 악질 전세 사기범들이 줄줄이 재판 후 형을 선고받고 있다. 그런데, 형량이 국민들의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세 사기 주범은 10년 안팎의 징역형, 사기를 방조하거나 도운 공인중개사 등은 집행유예나 무죄를 받은 것. 일례로 인천 미추홀구에서 세입자 191명을 기망해 전세보증금 148억원을 가로챈 60대 사기꾼 남씨에겐 2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다. 1심 형량 15년이 2심에서 절반 이상 깎인 것이다. 피해자들이 “대한민국이 사기 공화국이란 걸 법원이 선언했다”며 반발한 건 당연지사. 법조계에선 "현행법상 사기죄 가중 처단형은 징역 15년이다. 입법 한계가 있어 높은 형량을 선고할 방법이 없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기죄의 양형 기준을 대폭 고치거나, 국회가 사기죄를 엄벌하는 형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과 피해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외면해선 안 될 때가 된 듯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3-03

폐수 무단방류 엄벌해 재발 막아야

대구염색산업단지 주변 하수관로에서 염색 염료로 추정되는 폐수가 무단 방류되는 사례가 올들어 네 번이나 발생했다. 1월 8일 보랏빛을 띠는 폐수가 흘러나온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24일에는 분홍빛, 25일과 27일에는 검은빛의 폐수가 흘러나와 인근 주민을 불안케 했다. 동일한 장소에서 염료로 추정되는 폐수가 무단방류되는 일이 연거푸 벌어졌으나 관계 당국은 아직도 원인 규명이나 무단 방류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수천 인근 주민들은 무단방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도 비슷한 방법의 폐수 무단방류가 네 번이나 일어난 것은 “고의성 있는 행위로 봐야 한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구시는 서구청과 대구환경공단 등 합동점검반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2곳에서 물환경보전법 위반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체를 특정하지는 못했다. 한 곳은 폐수 염료 제조배합실에서 배출된 폐수가 하수관로로 유출되도록 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작업시간이 일지에 적혀있지 않아 이번 사건과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한 곳은 폐수운영일지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시는 두 곳에 대해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폐수를 배출하는 80곳의 시설에 대해서도 전수조사 벌일 것을 검토 중이라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연관성 있는 업체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염색산단 내 입주업체들은 산단 내 자체 공동폐수처리시설로 폐수를 보내도록 규정하고 있어 보다 정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폐수관리에 대한 기업의 전반적인 인식이 과거보다 좋아졌다고 하나 아직도 하수관로로 몰래 내버리는 나쁜 관행이 없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경오염에 대한 업체들의 경각심이 더 높아져야 한다. 환경오염으로 빚어지는 시민건강 위협과 사회적 비용 등을 생각하면 환경오염 사범에 대한 처벌도 더 엄해져야 한다. 업체들의 환경 의식 제고와 엄중한 행정처분으로 무단방류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대구염색산단이 이전한다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가든 기업은 환경의식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2025-03-03

계속되는 헌재의 공정성 논란…‘후폭풍’ 우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7일 “선관위는 감사원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정한 데 따른 논란이 심상찮다. 선관위의 가족 특혜채용과 ‘소쿠리 투표함’ 사건 등의 비리에 이어, 지난주에는 선관위 전 사무총장이 정치인 연락용 ‘세컨드폰’을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이번 헌재결정이 공정성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헌재 결정 탓에 선관위가 무소불위의 절대적 권력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헌재는 국회 국정조사나 수사기관을 통해 선관위에 대한 외부적 통제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선거 때마다 선관위 감독을 받는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철저하게 할 가능성은 작다. 헌재 판결 바로 하루 뒤 민주당은 선관위를 감사원 직무감찰 범위에서 제외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해, ‘카르텔 의혹’을 낳게 한다. 헌재는 같은 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결정에 대해서도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결정해 정파성 논란에 휩싸였다. 최 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민주당이 추천한 마 후보자에 대해 ‘여야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임명을 보류했었다. 지금 헌재에는 마 후보자 사건보다 먼저 제기된 탄핵심판 사건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이다. 한 총리 탄핵심판은 국정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히 결론을 내야 하는 사안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골수 좌파 재판관이 한 명 더 있어야 대통령을 확실하게 파면시킬 수 있다는 헌재의 조급함이 드러났다”고 했고, 윤석열 대통령 측도 “대통령 탄핵심판의 의결정족수(6명)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꼼수”라고 비판했다. 헌재의 정치 중립성은 법에 대한 국민신뢰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지금처럼 헌재가 사건심리 때마다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다면 헌법적 질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헌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40%를 넘는 경우도 나온다. 헌재의 공정성 논란은 앞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2025-03-03

불교가 처한 현실

탄탄 스님(전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장) 한국불교가 처한 상황은 매우 암울하다. 한치 앞을 볼수도 없는 지경이다.  사회적 이슈나 문제가 불교안에서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시점이라 해야 한다. 신도들의 고령화는 이십년도 더 전부터 꺼내들던 아젠다 였으니 이젠 초고령화를 넘어 50대 40대 신도조차 아예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도 없는 지경이며, 승려들간의 부익부 빈익부의 문제도 보통의 수사로는 표현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항간에 널리 퍼진 수백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하고 사찰의 염불과 의식을 맡고 있는 부전스님들은 하루 몇 시간을 공 염불을 하며 그야말로 불안한 노후나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이 하루 하루 연명할 뿐이다. 불교의 고질적 병폐는 전국의 교구 본사에서 맹위를 떨치는 몇몇 권승들이 군웅할거하듯 나눈 이권과 종단의 거대한 이익을 앞두고 벌이는 이합집산이 원인이다. 한줌도 안되는 그들의 이해관계와 힘의 논리에 대다수의 대중스님들은 생존 자체도 버거운 현실이다. 그러나 어두울수록 검푸른 밤하늘에 별이 밝게 빛나는 법이다. 이 시대의 어둠에 처한 불교에는 진정한 스타가 없다. 고작 가볍고 천박하거나 철학의 빈곤한 또는 빈약한 사상으로 무장한 이들이 회통을 치는 '아수라 판'이라고나 해야할 시점이다. 세상이 나날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의 모순으로 첨예화 지고 계급 모순이 발생하듯 부처의 평등사상을 실천하다는 구실로 출가를 한 승려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시급해 부수어야 한다. 불교 위기의 극복은 부자 절과 가난한 절의 주지 임기를 2년 정도로 하여 순환하고 두만기 세만기씩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노름장의 잭팟 터지듯 상상할 수도 없는 수십억대 사찰의 주지는 전권을 다가지고 거액을 사유화 해도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제도적 문제에서 발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원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여져야 함에도 비 민주적이고 몰지각한 권승들의 권력구조 개편 없이는 불가능하고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종단 행정의 전면적 혁신 없이는 불교 개혁이나 당면한 현실적 대안도 부재된 상황이다. 교구의 맹주몇,교구장 이십여명,교구를 대표한다는 중앙종회의원, 상원격의 원로의원,종단의 실,부장급고위직 승려 등 채 백여명 남짓한 대표적 권승들의 작태로 불교가 망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세속보다 더 세속적인 불교는 가라 앉고 있지만,권승들은 태연자약하게 멀뚱이 가라 앉는 불교에서 그들위 먹거리인 재물과 자리만 탐하고 있다. 전면적인 체질 갸선을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혁신적인 불교 시민 사회 운동이 개진 되어야 한다. 다 쳐부수지 않고는 불교 본연의 가르침은 마구니와 그들을 따르는 잔당들의 이권 카르텔에 더욱 잠식할 것이며 이시점에서 양식 있는 불자들은 이들을 고사시키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계획하여 전면전을 선포해야 마땅하다. 한 대오를 만들고 힘을 모아 전력 질주하여 불교 개혁의 기치를 올려야 할 마지막 시점이다.

2025-03-01

大百본점, 대구 도심의 랜드마크로 부활하길

대구백화점(대백) 측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대백의 주요자산인 동성로 본점을 비롯해 신천동 아웃렛(현대 아웃렛 임차), 신서동 물류센터(CJ대한통운 임차) 매각설이 최근 흘러나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대백저축은행이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식을 장내 매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각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증권가에도 이 소문이 퍼지면서 대백 주가가 상승가도를 달렸다. 지난 26일엔 한때 1만1000원까지 올라 최고가를 경신했다. 인수의사가 있는 기업이 대구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모 건설사라는 말도 나온다. ‘빅3(신세계, 현대, 롯데)’ 백화점의 대구진출로 경영난을 겪다 지난 2021년 7월 본점 문을 닫게 된 대백은 그동안 여러 차례 매각설이 있었다. 지난 2022년에는 제이에이치비홀딩스와 동성로 본점 매각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인수자측의 자금사정으로 계약이 무산됐다. 2023년과 지난해도 인수의향을 밝힌 기업이 나타났지만, 가격 협상과정에 난항을 겪다 결국 매각이 불발됐다. 현재 대백이 보유한 자산 중에는 부동산 값만 해도 6000~7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백 본점이 4년째 빈 건물로 방치되면서 대구도심 상권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 취임이후 지난 2023년부터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프로젝트 핵심인 대백 본점건물 활용에 발목이 잡혀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동성로 일대를 유럽의 대학도시와 비슷한 ‘캠퍼스 타운’으로 만드는 구상을 하고 있다. 대백 본점 매각 소식이 다시 들리자 동성로 상인들을 비롯해 대구시민 모두가 반기고 있다. 대구 도심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대백 본점을 핵심으로 한 동성로는 1960년대 이후 40여 년 이상 대구시민의 쇼핑 중심지였다. 대백 본점이 하루빨리 새 주인을 찾아 과거처럼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랜드마크로 부활하길 바란다.

2025-02-27

청도의 가짜 조각품 소동

우정구 논설위원 인구 4만 정도의 청도군에서 군을 상대로 한 가짜 조각품 소동이 벌어져 화제다. 가짜 조각품 소동은 자칭 파리 7대학 교수를 역임한 세계적 유명 조각가가 자신의 어머니 고향에 작품을 기증하고 싶다고 군에 접근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의 호의가 발판이 돼 군은 그의 작품을 구입하게 됐고, 3억원 가까운 예산을 쓰게 된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머니의 고향도 청도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특히 이번 사기 사건은 특이하게 행정기관을 상대로 가짜 예술품을 팔았고 청도뿐 아니라 똑같은 피해가 전남 신안군에서도 발생했다는 점에서 매스컴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신안군은 청도보다 앞서 19억원의 예산을 들여 조각 작품을 납품받았다고 한다. 그가 납품한 조각품은 모두 중국 공장에서 만든 중국산 수입 조각상으로 밝혀졌다. 청도군은 그를 사기죄로 고발하고 집행된 예산을 되돌려 받기 위해 민사소송까지 제기했으나 예산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민 다수는 행정기관이 어떻게 그렇게 깜쪽같이 사기 수법에 넘어갈 수 있었는지 의아심을 표하고 있다. 청도군은 집행과정에 이견도 나왔으나 한번 더 검증하는 기회를 갖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잘 수습할 수 있을 지가 걱정이다. 사기를 친 당사자는 법원의 판결로 유죄를 받았지만 군으로부터 받은 돈을 이미 다 써버렸다면 예산 찾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사람이야 당연히 처벌받겠지만 주민이 낸 세금을 헛되이 쓴 행정당국의 책임은 누가 지나? 가짜가 판치는 세상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2-27

영동할매 내려온다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벌써 2월의 끝날, 차가운 날씨가 조금 풀려 봄이 저만치 고개를 내미는 듯하고 이번 주말과 삼일절 연휴에는 전국적으로 약한 비가 예보되어있기도 하다. 음력 2월은 영동달(영등달), 제석달이라 하여, 초하룻날은 영동할매가 하늘에서 내려와 농사를 돌아보고 가정의 평온을 가져다주는 날이라고 한다. 예부터 경상 전라의 남도 지방에서는 영동할매를 맞이하기 위해 정성 들여 굿을 하거나 마을마다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지금도 시골 마을 노인들은 새벽에 정화수 떠놓고 집안 두루 복됨을 비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농촌에서는 풍년을 빌며 농업신으로 받들어 영등고사를 지내고 제주도와 해안 지방에서는 풍신에게 풍어를 빌며 영등굿을 하곤 했다. 영동할매는 바람을 관장하는 여신으로 음력 2월 초하루에 며느리나 딸을 데리고 내려와 온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보름날에 하늘로 올라 가버린다는데, 며느리를 데려오면 깨끗한 다홍치마가 얼룩지도록 비를 내리고 딸을 데려올 때는 봄바람을 살랑살랑 불어서 예쁜 치마가 휘날리도록 한다는데, 영동할매도 며느리가 미웠나 보다. 그런데 며느리 치마를 젖게 한 비에는 풍년이 들고 예쁜 딸 자랑하려던 바람에는 흉년이 든다 했으니 ‘우순풍조(雨順風調)’, 즉 비가 때맞추어 고르게 내리고 바람이 곱게 불도록 영등제(靈登祭), 풍신제(風神祭)를 잘 지내야겠다. 그래야 봄이 오는 길목, 농한기가 지나서 밭 갈고 씨 뿌리는 계절이 평온할 것이 아닌가. 어릴 때 봄학기가 시작될 즈음, 학교에 가려고 나서는 나를 붙잡고 “영동할매 내려온다. 바람 부니까 조심해서 다니거래이….” 하시며 뺨을 부비고 옷을 추려주시던 우리 할매의 손길이 그립다. 그래서 ‘영동할매’라고 알고 있었는데 ‘영등할매’로도 부른다. 그때 엄마는 새벽녘에 우물가 장독대 위에 밥 한 그릇, 나물 한 접시, 물 한 사발 떠놓고 꿇어앉아 두 손 비비며 가족의 복을 빌었고 얇은 종이를 태워 날리며 높이 날아가라고 손을 휘저었던 소지(燒紙) 모습….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없는 우리 민속이지만 상상 속의 영동할매 모습이 보고 싶다. 이날을 머슴날, 노비날, 구럭달개 등 많은 방언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올해는 영동할매가 곱고 착한 며느리와 딸을 데리고 와서 따뜻한 바람과 함께 봄비를 듬뿍 뿌려 온 가정에 평온과 함께 사랑이 넘치게 하고, 어지러운 이 나라에 밝은 기운을 뿌려주고 올라가면 좋겠다. 음력 2월 영등절을 맞아 국가 안위에 두 손을 모아 본다. 지난 25일 대통령 탄핵 심판의 최종 변론이 종결되었다. 11차 변론까지 거치면서 엎치락뒤치락 말싸움을 해왔던 양측은 아직도 합당한 결론으로 이끌지 못하고 재판부의 평의를 거쳐 추후 3월 중순경 고지할 것이라 하는데 만장일치의 인용을 할지 기각, 각하 등의 심판이 내려질지는 예측이 어렵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도 시작되었으니, 두 싸움이 잘 풀려서 새로운 봄날이 피어나야 될 텐데. 2월 말 지나 다시 추워질 수도 있다는 꽃샘추위도 온다지만, 이제 농한기도 지나고 있으니 쌓인 눈 녹이고 새싹을 틔우는 따뜻한 비와 바람을 보내주시기를…, “영동할매, 부탁해요.”

2025-02-27

대구·경북도 출생아 수 반등, 추세 이어가야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인구동향 조사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을 포함해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와 합계 출산율 등이 9년만에 모두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3만8000명. 전년도보다 3.6%가 증가했고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도 0.75명을 기록, 전년보다 0.03명이 올랐다. 지난해 대구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1만100명, 경북은 1만300명으로 조사돼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출생아 수가 지역에서도 처음으로 반등세를 보였다. 합계 출산율도 대구 0.75명, 경북 0.90명으로 나타나 전년보다 대구 0.05명, 경북 0.04명이 각각 증가했다. 출생아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혼인 건수도 전국적으로 14.9%가 증가했고 대구는 14%, 경북은 11.6%가 증가했다. 통계청은 출생아 수 증가에 대해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1990년대 초반 출생자가 결혼·출산 연령대로 진입한 인구구조 효과와 코로나19로 미뤘던 결혼이 한꺼번에 치러지면서 나타난 효과로 분석했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추진한 출산장려책과 사회적 인식변화 등이 영향을 미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특정 연령층에 인구가 쏠린 인구구조적 현상으로 지금의 반등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9년만의 반등세가 추세적 반등세로 이어가게 하려면 국가 차원의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과거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생률을 끌어올리지 못한 정책에 대한 반성도 꼭 필요하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올랐다고 하지만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합계 출산율이 1명이 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실효적 성과를 이뤄내야 한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남자 육아휴직과 같은 출산제도가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는 기업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9년만에 등장한 반등세를 추세로 이어가는 정책 발상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2025-02-27

울릉도 나리마을 유엔대표 관광마을 선정돼야…천혜의 보고 세계유례를 찾을 수 없는 마을

경북부 김두한 기자 울릉도 나리분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자연 자원을 갖고 있다.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활화산 분지 안에 마을이 형성돼 그 가치만으로도 세계를 대표하는 관광마을이다. 나리분지는 신생대 제3기 말의 화산활동으로 인해 점성(粘性)이 강한 조면암·안산암·응회암이 분출되면서 칼데라 화구(火口)가 함몰, 형성된 화구원(火口原)이다.  울릉도에서는 유일하게 넓은 평야지대를 이루고 있다. 나리분지의 규모는 동서의 폭이 1.5㎞, 남북의 길이가 2㎞, 면적이 1.5∼2.0㎢크기다. 나리분지는 주변에 해발고도 약 500~1000m의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그 중 가장 높은 곳이 남쪽에 있는 성인봉(987m)이다. 분지 안에는 북남쪽으로 치우쳐 알봉(611m)이 위치하고 있다. 알봉의 남쪽 산록에는 지름 100∼200m, 깊이 10m 전후의 작은 분화구있다. 분화구 속 분화구인 셈이다. 이곳에서 흘러나온 용암(조면암)이 100m 정도의 두께로 쌓여, 화구원을 북동쪽의 ‘나리마을’과 남서쪽의 ‘알봉마을’로 분리시키고 있다.  나리분지는 겨울철 눈이 녹아 스며드는 물과 빗물이 외부로 나갈 출구가 없어 집중호우에는 일시적으로 호수를 형성하지만 즉시 빠진다.  지하로 스며든 물은 북쪽 사면 250m 지점에서 용출(용출소)돼 추산발전소의 원천은 물론 울릉도 전역에 깨끗하고 맑은 풍부한 물을 공급하고 있다. 약 60만평 규모의 나리분지가 울릉도 수원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나리분지는 형성 과정 등이 백두산 천지연, 한라산 백록담과 거의 엇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차이점이라면 나리분지는 오랜 기간 흙과 먼지 나뭇잎 등이 퇴적되면서 땅이 기름지다보니 이곳을 일궈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나리분지는 무억보다 750종의 식물을 품은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특히 나리분지내에 조성된  나리마을은 울릉도 지역의 자연경관과 농업유산, 지역특산물과 특화 체험을 핵심 구성요소로 세분화하고 있다.  장점은 나열이 어렵다. 칼데라 분지의 아름다운 자연을 연계한 경사가 아주 원만한 트레킹 코스도 있는가 하면  자생하는 식물을 활용한 음식 브랜드화, 눈꽃잔치 등 다설지 특색을 반영한 액티비티 개발 등 다양하다.  나리분지를 포함한 지질공원의 우수성도 갖췄다.   제9호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울릉 화산섬 밭 농업 등의 문화자원, 1차 산업 강화 및 특산물도 나리마을만의 상품이다.   나리마을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분화구 속 마을이라는 점과 지질의 우수성, 신령수 생명의 숲길, 다양한 생물자원의 보고 등의 차별화된 특성을 갖추고 있어 세계 최우수마을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고 세계적인 지질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곳인 이 나리마을이 유엔이 지정하는 최우수관광마을로 선정돼 많은 외국인도 나리마을의 자연과 신비성, 우수성을 체험하고 함께 공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2025-02-27

대학의 새로운 역할, 전세대 교육

장규열 고문 저출산이 한국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깊어진다. 여파가 대학에까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신입생 숫자가 급감하고, 일부 대학들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벚꽃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표현이 현실이 되어 간다. 위기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대학이 그 역할과 기능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대학은 지난 세기 동안 산업화와 세계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많은 인재를 배출하며 국가발전에 기여했고, 국민의 평균적인 교육수준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고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간다. 저출산과 디지털혁명은 대학이 과거의 방식대로 운영될 수 없게 만들었다. 디지털환경의 변화와 AI기술의 발전은 산업과 직업의 형태를 빠르게 바꾼다. 한번 습득한 지식과 기술만으로 생업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4차산업혁명은 누구나 여러 번 직업을 바꾸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지속적인 학습과 재교육이 필수가 되었다. 대학이 여전히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청년들만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한다면, 대학의 역할은 점점 더 축소될 터이다. 대학은 ‘젊은이들의 배움터’에서 벗어나, 전 생애에 걸쳐 학습을 지원하는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모든 세대를 위한 평생교육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4년제 학위중심 학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산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짧은 기간에 특정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모듈형 과정과 마이크로크레덴셜(소규모 인증과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성인학습자들이 언제든지 돌아와 대학의 교육과정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성인학습자에게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크다. 온라인과 대면교육을 결합한 유연한 학습방식이 필요하다. 기업과 협력해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직장인들이 부담없이 학습할 수 있도록 야간·주말 과정과 단기집중 과정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기술변화로 인해 기존 직무가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등장한다. 대학은 단순히 학위수여기관이 아니라 직장인과 경력전환을 원하는 이들에게 실무중심의 재교육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AI, 데이터분석, 디지털마케팅,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과정 등이 필요하다. 대학이 산업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기업과 협력하여 현장실습,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인턴십 등을 포함한 실질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 교육과 시장 간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학위 과정을 운영하거나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사라질 수도 있다. ‘전세대 학습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대학은 더 이상 학위를 따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지속적인 배움과 전세대의 성장을 지원하는 마당이어야 한다. 대학의 위기가 현실이 되었지만, 새로운 역할을 찾아간다면 넓은 기회의 터전이 펼쳐질 것이다.

2025-02-26

“국정정상화 위해 이젠 헌재 결정에 승복을”

윤석열 대통령이 그저께(25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최종변론을 했다. 윤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솥 안 개구리처럼 벼랑 끝으로 가는 나라가 보였고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며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은 과거의 부정적인 계엄 트라우마를 악용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1시간여에 걸친 변론 대부분을 ‘비상계엄은 범죄가 아닌 합법적 권한행사’라는 점과 국회 탄핵 소추의 부당성을 지적하는데 할애했다. 많은 국민은 이날 윤 대통령의 최종변론 메시지가 계엄 탄핵사태로 분열된 우리사회를 통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윤 대통령은 헌재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국회 측 정청래 탄핵소추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변론에 앞서 “윤 대통령은 헌법을 파괴하고 국회를 유린하려 했다. 파면돼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헌재는 재판관 평의를 통해 윤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할지 기각할지를 결정한다. 선고기일은 늦어도 2주 뒤인 3월 13일 전후에 잡힐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는 비상계엄 사태 후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가 망가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으로 국민 삶과 직결되는 경제·외교 분야는 당장 응급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위기상황이다. 정상적인 국가시스템 작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요즘은 모두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국론분열이 격화돼 날마다 길거리에 살벌한 시위가 벌어지는 점이다. 헌재가 탄핵심판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헌재는 이런 국민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면 철저한 헌법정신에 입각해 개인의 법관 양심에 따라 심판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탄핵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국민도 국정정상화를 위해 탄핵결론이 어떻게 나든 그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

2025-02-26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 한국인 삶의 질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당신은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는가? 이처럼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 또 있을까. 그러나, 존재하는 개별 인간은 누구나 거의 매일 스스로에 묻는다. “난 행복한 것일까? 내 삶의 질은 높은 걸까?” 이 물음에 관한 답변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통계청은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의 의하면 202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4235만원. 전년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가구별 순자산도 1년 전보다 300만원 증가했다고 한다. 개발도상국에 비하면 높은 소득과 증가한 자산이 있음에도 한국인은 스스로를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 같다. ‘삶의 만족도’가 4년 만에 하락한 것. 조사가 진행된 해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6.4점으로 이전에 비해 0.1점 낮아졌다. 반면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은 27.3명으로 높아져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삶의 만족도는 소득이 적을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형태를 드러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이 행복을 느끼기란 쉽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 누구 할 것 없이 생을 추동하는 에너지가 희미해지는 법. 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평균을 밑돈다. 순위로 말하면 38개 국가 중 33위. 함께 발표된 ‘가족 관계 만족도’와 ‘하루 평균 여가 시간’도 낮아지거나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지갑은 두둑해졌지만, 행복을 느끼는 감각은 갈수록 무뎌지는 이 세태는 어떤 방법으로 극복이 가능할까? 누가 나서도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2-26

대구농산물시장, 전국 최대 첨단물류 허브로

대구시 북구 매천동 대구농산물도매시장(일명 매천시장) 이전이 국토교통부 주관의 지역전략산업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대구농산물 도매시장이 이전할 예정지인 달성군 하빈면 일대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해지면서 대구농산물도매시장 이전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988년 설립된 대구농산물도매시장은 이전이냐 재건축이냐를 놓고 오랫동안 논란을 벌였던 지역 숙원 사업의 하나다.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후 이전으로 결론이 나면서 2023년 3월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 27만8000㎡ 부지를 예정지로 결정했다. 투기 방지를 위해 그 일대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는 선제 조치까지 취했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에 대구농산물도매시장 이전이 포함되고, 그해 10월 기획재정부 주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도 선정됐다. 국토부가 전국 15곳의 그린벨트를 풀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지역의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부진한 지역의 경기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대구시는 대구농산물도매시장의 이전이 지역전략산업에 선정된 것을 기회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농산물 선진유통시스템 도입이나 스마트 물류시설 구축 등 최첨단 유통시설 구축은 물론이거니와 이전 첨단 도매시장의 장점을 활용해 전국 농산물도매기능을 이곳에서 선도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대구농산물도매시장은 거래 규모가 1조1000억원을 상회하고 전국에서 3번째로 농수산물의 유통 물량이 많은 시장이다. 이전에 따른 인력수급 문제나 전국 어디서나 쉽게 들락거릴 수 있는 교통 접근성도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이전지 일대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투기를 막고 주변지역 토지가격을 지속적으로 안정시키는 일도 대구시가 할 일이다. 4400억원이 투입되는 대구농산물도매시장 이전 사업이 지역경제에 선순환 효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한 시장 이전이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5-02-26

일에는 스토리가 있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일에는 스토리가 있다’는 말은 모든 일에는 그 자체의 맥락과 배경이 있으며,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과정과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일이 단순한 반복적인 노동이 아니라 사람들의 경험, 목표, 감정, 가치 등이 담긴 하나의 이야기라는 의미이다. 스토리가 없는 일이나 활동들은 물거품처럼 사람의 뇌리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고 사라진다. 모든 일에는 배경과 이유가 있고 과정이 있고 결과가 있다. 그 일이 어디에 기여했는지 가치를 인증하게 되면 좋은 인식과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생각을 넣어 또 다른 발전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일에 스토리를 만드는 필요성과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는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둘째, 팀워크 강화이다. 조직 내에서 공통의 스토리를 공유하면 협력과 소속감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창의성과 혁신적 사고 유도이다. 단순한 업무 수행이 아니라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더 나은 방식과 아이디어를 찾게 된다. 넷째, 브랜딩과 마케팅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스토리가 있으면 고객이 더 공감하고 신뢰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기업에서 컨설팅을 할 때 ‘1234 스토리 법칙’을 자주 얘기한다. 1은 하는 이유이고, 2는 일을 하는 시작과 과정을 말한다. 3은 성과를 말하고 4는 그 성과가 기업의 비전과 목표, 전략 등 어디에 기여하는가이다. 일에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조직의 가치와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가령,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와 철학이 명확하면 직원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스토리를 돌아보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와 방향성을 찾을 수도 있다. 고객과의 관계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는 데, 스토리가 있는 제품과 서비스는 소비자의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한다. 스토리를 잘 만드는 기업이 성공하는 사례는 많다. 애플(Apple)은 단순한 전자기기 회사가 아니라, ‘혁신과 창의성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철학과 비전이 제품과 기업문화에 반영되면서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 판매가 아니라, 집과 직장 외에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제3의 공간 제공’이라는 스토리를 내세워 고객의 생활과 연결시킨 성공한 케이스다. 일론 머스크는 단순한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기 보다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테슬라를 경영한다. 나이키(Nike)는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Just Do It’이라는 스토리를 통해 고객들에게 도전과 열정의 의미를 전달하며 공감대를 높였다. 어떤 일이든 스토리를 부여하면 더욱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 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신의 일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목적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때 더 큰 성취와 신뢰를 얻어 발전할 수 있다. 일에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발전에 영향을 준다.

2025-02-26

봄과 다이어트 음식관리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봄이 왔다. 겨우내 두툼한 옷에 가려졌던 몸을 드러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다. 그동안 다이어트 관련 글에서 말했듯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채소와 고기를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다. 단순히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먹는 순서까지 고려하면 다이어트 효과는 더욱 커진다. 여름이 오기 전까지 체중의 10% 감량을 위해서 달려 보자. 첫 번째 원칙은 채소를 먼저 먹는 것이다. 식사를 시작하면 우선 채소를 충분히 먹는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는 위를 적당히 채워주고, 혈당 상승을 억제해 폭식을 방지한다. 상추, 깻잎, 브로콜리, 오이 같은 녹색 채소뿐만 아니라, 양배추, 당근, 파프리카 같은 다양한 색의 채소를 곁들이면 영양 균형도 맞출 수 있다. 나물로 먹어도 좋고 샐러드 형식으로 먹어도 좋다. 애피타이저 느낌으로 식사를 할 때 채소를 먼저 모아 먹는 것이 좋다. 티비를 보면서 우적우적 10~20분 가량 씹어 먹을 분량을 준비해서 먹자. 채소를 다 먹고 난 뒤 단백질을 섭취한다. 닭가슴살,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 등 다양한 단백질원을 선택할 수 있다. 단백질은 근육을 유지하고 신진대사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단 조리법이 중요하다. 튀기거나 양념이 과한 고기는 피하고 구이, 삶기, 찜 등의 조리법을 선택해야 한다. 너무 퍽퍽하다면 올리브유를 살짝 곁들이거나 향신료를 활용하면 맛을 살릴 수 있다. 채소위주로 먹다가 고기를 반찬 식으로 곁들여 먹자.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먹는다. 이때 탄수화물은 최소한으로, 그리고 좋은 탄수화물을 선택해야 한다. 정제 탄수화물인 흰쌀밥, 빵, 국수보다는 비 정제 탄수화물이나 당지수가 낮은 현미, 고구마, 퀴노아 같은 복합 탄수화물이 적합하다. 탄수화물을 너무 극단적으로 제한하면 에너지가 부족해지고 폭식 위험이 커질 수 있으니, 활동량에 맞게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식사법에 한방 다이어트를 병행하면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한방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체질을 개선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데 집중한다. 한약을 활용하면 식욕을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고, 몸속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지방 연소를 돕는다. 요즘은 먹기 좋게 환으로 만들어 처방을 하니 부담 없는 가격에 근처 한의원에서 처방 받을 수 있다.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이 한방 다이어트란 건 이미 검증된 바가 있다. 살을 빼는 것만이 아니라 나의 건강을 위해 한방의 도움을 받아보자. 봄은 다이어트를 시작하기에 최적의 계절이다. 활동량이 늘어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굶거나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면 지속하기 어렵고, 요요 현상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올바른 식단을 유지하면서 한방 다이어트 같은 방법을 활용하면,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 이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면 여름이 오기 전까지 탄탄하고 가벼운 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살을 뺀 후 건강해지는 나의 육체와 정신은 덤이다.

2025-02-26

서로의 문장을 해독하는 중

정미영 수필가 딸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늘 소파 한쪽에 기대어 책을 읽었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반복해서 읽고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글자를 삐뚤빼뚤 따라 적는 모습도 앙증맞았다. 아이가 자라서 이제는 두꺼운 책도 제법 막힘없이 읽는다. 나는 그런 딸을 보면 흐뭇했다. 딸은 책 속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잘 이해했기에, 학교생활에서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쉽게 헤아릴 수 있을 것만 같아 안심이 되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소통할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학교가 아닌, 나와의 소통에 문제가 생겼다. 나는 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완전 짜증나는 일이 있었어.” “무슨 일인데?” “아, 말해도 몰라.” 딸의 대답은 짧았고, 표정은 쉽게 변했다. 웃다가도 갑자기 화를 냈고, 어떤 날은 하염없이 한숨을 쉬며 침묵을 지켰다. 엄마인 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았지만, 딸은 나를 밀어내듯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치 읽히기를 거부하는 책처럼. 나도 갱년기라는 변화무쌍한 강을 건너고 있는 중이었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났다.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게 나도 싫었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건 딸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전에는 딸의 마음이 또렷하게 읽혔다. 목소리를 듣거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딸은 사춘기가 되었고, 나는 갱년기가 되었다. 우리의 대화는 암호문을 해독하는 것처럼 어려웠다. 딸의 말은 나에게 난해한 시처럼 다가와 해석되지 않았고, 나의 말은 딸에게 낡은 서체의 흐릿한 활자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엄마, 왜 이렇게 예민해?” 딸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엄마인 나의 감정 문장이 고리타분한 글처럼 느껴졌는지 읽으려 하지 않았다. 내가 한숨을 쉬어도 딸은 그저 고개를 들어 나를 한번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으로 다시 시선을 고정시켰다. 나는 나의 마음을 딸이 읽지 못하는 게 서운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도 딸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은 특정한 서체를 사용하면 읽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명조체를 고딕체로 바꾸면 문장이 선명해진단다. 한 글자 안에서 초성-중성-종성의 간격과 줄 간격, 글자 간의 간격이 모두 넓으면 읽기가 수월하다. 나도 딸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다. 먼저 딸의 말에 쉼표를 두기로 했다. “왜 그래?” 하고 다그치듯 묻는 대신에 “괜찮아?” 하고 기다려 보았다. 질문의 형태를 조금 바꾸었을 뿐인데도 딸은 훨씬 덜 부담스러운 듯했다. 가끔 딸이 좋아하는 소설을 슬쩍 펼쳐 보았다. 어떤 문장에 밑줄이 그어져 있는지 살펴보며, 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헤아리기도 했다. 내가 변하기 시작하자 딸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몰라도 돼.”라고 말했던 아이가, “엄마, 내가 좀 예민한 거 같아.” 하고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나는 그럴 때 가만히 듣기만 했다. 활자의 간격을 넓히듯 딸의 말을 서두르지 않고 읽어 내려가기로 했다. 나는 여전히 딸의 마음을 완벽히 읽지 못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딸의 마음을 읽고 싶어 노력한다는 점이다. 딸도 아직은 내 감정을 쉽게 해석하지 못한다. 그러나 가끔 내 옆에 앉아 “엄마, 오늘은 괜히 피곤해 보여.” 라고 말한다. 나는 그 말 속에서 딸이 나를 읽으려 애쓰는 모습을 엿본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는 중이다. 어쩌면 우리의 글씨체는 평생 다를지 모른다. 하지만 조급해 하지 말고 활자의 간격을 넓혀 문맥을 살피리라.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두 사람의 마음을 또렷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같은 문장을, 같은 속도로, 읽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나는 희망한다. 그때까지 서로의 책장을 계속해서 넘길 것이다.

2025-02-26

검정고무신-오천초등학교 가을운동회

신새벽 찬물 한 그릇 마시고 안개를 뚫고 어제 씻어 놓은 찹쌀떡처럼 찰진 검정고무신을 신고 양철대문을 밀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직도 걷고 있습니다 식구들에게 여러 모로 미안스럽지만 결코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뻔뻔하기도 하고 많이 닳았지요 때는 덜 타지만 도무지 멋대가리 없는 검정고무신이 아직도 신작로를 걷고 있습니다. 이슬에 미끄러지는 것이 약점이고 빗물에 강한 것이 장점이지만 어정쩡한 위상(位相)과 얕잡아 보는 시선에는 속수무책이었지요 난들 왜 기차표 운동화이고 싶지 않았겠어요 단지 질기다는 경제적 이유로 발바닥과 열을 낸 나날들 그렇게 소모되어도 따뜻한 것이 되고 싶었지요 가끔 송사리를 가두는 유용한 도구이기도 했음이 너무 기특했어요 아직 걷고 있음이 사양하고픈 축복이지만 그렇지만 날이 저물어도 우리는 가야 해요 열심히 달리면 공짜로 공책과 연필도 생기는 그 화려한 축제는 가을 하늘에 고스란히 남아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해요. 소풍과 더불어 운동회는 김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둘러앉아 음식을 나눈다. 알싸한 사이다는 왜 그리도 달콤한지, 세상을 다 얻은 듯 했다. 펄럭이는 만국기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뛰었다.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 꿈이 얼마나 원대한 것인지 절실히 느껴진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2-26

대구 염색공단 무단 방류, 이대로 괜찮은가

황인무 대구본사 대구 서구에서 염료로 추정되는 폐수 유출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직선 거리로 약 1㎞ 거리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이 사고로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와 염색산단이 인접해 있는데다 그 주변에는 각종 환경기초시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주민들이 가진 행정당국에 대한 불신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에도 비슷한 폐수방류 사고가 일어났으나 행정당국이 아직까지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인근 다른 구로 편입됐으면 좋겠다’, ‘구청의 방관으로 염색공단 업체들이 법을 어기며 계속 운영한다’, ‘당국이 원인을 파악해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환경청, 대구시, 서구청, 대구염색산단관리공단,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달서천 사업소가 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로선 속 시원한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알다시피 지난번처럼 흘러나온 폐수가 하천으로 떠내려가 원인 규명할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폐수가 흘러간 이후 뒷북 조사로 원인도 찾지 못하고 사실상 흐지부지된 모양새다. 이번에는 지난번 보다 기관간 협조와 초동 대응이 빨라진 것은 사실이다. 달서천사업소와 북구청이 시료채취나 간이검사, 현장상황 전달 등으로 기민하게 대응했지만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왜일까. 사고발생에 대한 체계적인 사전준비가 없었던 탓이 아닐까. 제3의 폐수 방류사고가 또 다시 생긴다면 행정이 요란하게 움직이다가 원인 규명을 못한 채 끝나는 일이 반복될 지 우려된다. 이번에도 지난달처럼 원인 규명을 못한다면 주민들의 원성이 더 커질 것은 뻔한 일이고 관련기관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질 것이다. 당국의 끈질긴 점검과 조사로 이번에는 반드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행정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him7942@kbmaeil.com

2025-02-25

고군산군도 핫플레이스, 말도·보농도·명도를 가다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옥도면에는 수많은 섬이 있다. 이름하여 ‘고군산군도’다. 63개 섬으로 이루어졌는데 그중에 16개가 유인도다. 경관이 빼어난 유명 관광지로, 국가지질공원이기도 하다. 화산암으로 이뤄진 섬 하나하나를 다 소개하기에는 벅차다. 그래서 선별한 섬이 말도, 보농도, 명도다. 지난해 고군산군도 섬 중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3개의 섬으로, 2025년에도 그 여세를 몰아 가장 뜨겁게 부상되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차를 타고 장자도 선착장으로 가는 길도 화려하다. 새만금 방조대와 야미도,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를 거친다. 배에서 조망하는 ‘무산십이봉(無山十二峯)’은 또 어떤가.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곳을 고군산 8경이라 부르는데, 방축도, 명도, 말도의 12개 봉우리가 마치 무사들이 도열 한 것처럼 보여 붙여진 명칭이다. 세계 최초로 다섯 개 섬을, 4개의 순수 인도교로만 연결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제1교는 말도~보농도, 제2교는 보농도~명도, 제3교는 명도~광대섬, 제4교는 광대섬~방축도로 총연장 1,278m이다. 이와는 별도로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이들 도서에서, 힐링·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명품 트레킹 코스도 조성 중이다. 현재 미연결 구간은 제3교인 명도와 광대섬을 잇는 477m 뿐이다. 나머지 구간은 다 연결되었지만, 갑자기 문제가 터졌다. 보농도와 명도를 연결한 다리가 준공검사가 끝난 상황에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통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들은, 그곳을 다녀와 수많은 후기를 올렸다. 그곳에는 과연 어떤 경치가 펼쳐지는지, 그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 오전 10시 40분, 장자도항에서 명도와 말도로 가는 1항차 고군산카훼리호를 탔다. 배는 출발하면서부터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선박 우측으로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 펼쳐지는 지척의 대장도 대장봉과 그 뒤쪽의 선유도 망주봉이 탐방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도 남는다. 선상에서 만끽하는 전망치고는 극치에 가깝다고나 할까. 배는 10분이면 ‘관리도’에 닿는다. 해안에 곶이 많아 곶지도(串芝島)였는데, 화살을 꽂아댄다고 ‘꽃지섬’이 되었다가 한자를 음으로 읽어 다시 ‘관리도’가 되었다고 한다. 깃대봉과 투구봉을 연결하는 등산로 주변에는 바다에서 융기한 듯 솟아오른 바위벽과 기암들이 금강산을 방불케 하는 곳이다. 두 번째 기착지는 방축도, 관리도에서는 배로 10분 정도 걸린다. 정면으로 보이는 방축도를 중심으로 좌측에는 말도와 보농도, 명도와 광대도가 도열하고, 우측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횡경도가 바다 위에서 뱀처럼 꿈틀거린다. 파도가 강한 섬으로 독립문바위와 시루떡바위 등 기암괴석을 구경할 수 있다. 배에서 조망하는 볼거리는 방축도의 랜드마크인 독립문바위다. 장자도 항을 출발한 지 약 30 여분이면 명도다. 말도와 방축도 중간 지점에 자리하는데, 마치 달과 해가 합해져 있는 것같이 물의 맑기가 깨끗하다 하여 명도라 부른다. 선착장을 지나면 좌측으로 화장실 건물과 안내도가 보이고, 마을 안쪽으로 연결된 임도를 따른다. ‘구렁이 전설 전망대’를 지나 봉우리 하나를 더 오르면 철탑과 더불어 데크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보농도와 말도, 그리고 주탑 두 개가 세워져 있는 인도교가 그림처럼 다가와 펼쳐진다. 인도교가 가까워질수록 주변 해벽들도 절경이다. 다리가 정식으로 개통되지 않았음인지 작은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제외하면 부족함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10여 년 가까이 지체되고 있는 인도교의 전면 개통도 시급하지만, 용역 결과에 따라 케이블 등의 대대적인 정비나 전면 재시공에 대한 검토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무인도인 보농도는 암릉과 숲길로 이루어졌다. 자연 그대로의 등산로도 있지만 오름길과 내림 길의 대부분은 가파른 데크계단이다.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말도로 연결된 제1 인도교는 보는 것만으로도 환상적이다. 다리로 내려설 때와 건널 때도 마찬가지다. 말도로 올라서면서 뒤돌아보는 경치는 이번 탐방 최고의 절경이다. 독수리 모양의 달섬과 천연기념물인 주변의 습곡구조로 이루어진 책갈피 바위도 볼만하지만, 한꺼번에 펼쳐지는 보농도와 명도, 대장도와 선유도의 비경은 그 어느 것과도 비견할 수가 없다. 말도는 고군산군도의 끝에 위치해 ‘끝섬’으로도 불린다. 30여 가구가 거주하는 섬으로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큰 등대가 들어서 있어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1909년에 세워진 것으로, 등대 불빛을 발하는 등명기는 37km 거리에서도 불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단도와 등대 사이의 도끼섬은 갈매기의 서식처로, 천년송이 자라고 있어 꼭 한번 가까이에서 살펴볼 만하다. 지홍석 수필가 말도와 명도로 가기 위해서는 배편 예약이 필수다. 하루에 두 번 운행하는 배 시간 때문이다.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정원은 178명, 이 중에 온라인으로 150명, 현장 발권은 28명에 불과하다. 섬 탐방에 주어지는 시간은 세 시간 남짓이다. 1항차로 들어가 명도에서 내려 트레킹을 시작하거나, 말도에서 내려 주변을 돌아보고 2항차의 말도 배시간(14:20)에 맞춰 여유 있게 빠져나오는 것이다. 명도에서 시작하는 총 트레킹 거리는 약 3.11km로, 2시간 전후가 소요된다. 꼭 섬에 내려서 탐방하지 않더라도 정기 여객선을 타고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워낙 비경이 펼쳐지는지라 충분히 그 가치를 하고도 남는다. 제2 인도교인 명도~보농도 구간은, 케이블 절단 및 뒤틀림 문제로 인해 공식적으로는 다리의 통행이 불가하다. 2024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알음알음 다녀오기도 했지만, 사전에 꼭 확인해 보고 다녀오길 권한다. 말도, 보농도, 명도, 광대도, 방축도를 연결하는 연도교와 트레일은 2025년 6월에 완성될 예정이다. 방축도에서 시작해 다섯 개 섬을 연계한다면 서해 최고의 히트상품이 될 것은 자명하다. 명품 트레킹 코스를 겸비한 K-관광 섬 육성사업의 주요 관광자원이 되어, 고군산군도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할 수 있음을 의심치 않으며 몇 달 후를 기다린다. /수필가 지홍석

2025-02-25

무해력(無害力)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손자가 얼굴에 잔뜩 불만과 울분을 담은 채로 내 방으로 왔다. 왜 그러냐고 깜짝 놀라 물었더니 우왕 울음보 먼저 터뜨렸다. 뒤따라 온 제 사촌누나가 사연을 얘기해 주었다. 가지고 온 토토로인형을 바다에 빠뜨렸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들으며 더 크게 울기에 일단 말없이 등만 토닥이며 울음이 그치길 기다렸다. 지난 달 1월 나의 칠순 기념으로 베트남 하롱베이 크루즈 여행 때 있었던 대사건이었다. 저희 방 뱃전의 테라스에서 가지고 놀던 인형이 바다로 떨어진가 보았다. 울음이 잦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었다. 배를 돌려 그 자리에 가서 인형을 건져올려야 한다길래 그건 불가능하다며, 다시 사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울음은 잦아들었으나 여전히 흐느끼면서 꼭 같은 걸 사려면 일본에 가야한다고 했다. 아마 지난여름 일본 가족 여행 갔다가 사온 인형이었나 보았다. 잘됐다. 한 달 후에 할머니가 일본엘 가니 꼭 같은 걸 반드시 사다 주겠다고 약속하고서야 진정되었다. 그 후에도 베트남 얘기만 하면 잃어버린 토토로가 생각난다며 입을 삐죽거렸다. 8살 사내아이가 로봇이나 자동차를 가지고 놀아야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집에 와서 잘 때면 안고 자는 인형 몇 개를 꼭 갖고 왔다. 가져오지 않았을 때는 자지 않거나 저희 아빠가 밤중에라도 기어이 가져다 줘야 잠들곤 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 멀리까지 인형을 가지고 갈 줄은 몰랐다. 여동생에 사촌도 모두 여형제라 동화되었나 사내답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됐다. 서울 손녀들도 대구에 올 땐 저희 가방에 몇 개의 애착인형을 반드시 가지고 오곤 했으며 대구 손녀는 보드라운 질감의 작은 인형이나 말랑말랑한 촉감의 작은 캐릭터 한둘은 항상 손에 들고 다닌다. 집집마다 동물인형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음에도 장난감가게에 가면 가장 먼저 발길을 멈추는 곳이 봉제인형 코너여서 빨리 커서 인형을 찾지 않을 날이 왔으면 바라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2025년 대한민국소비트렌드를 전망하는 ‘트렌드코리아2025’(김난도 외, 미래의 창)에서 손주들이 애착인형을 품에 안고 손에서 조물거리고 놓지 않으려는 심리를 알게 되었다. 무해력(無害力)이란다. 작고 귀엽고 순수해서 해롭지 않은 것이 가지는 힘. 사방에서 온통 공격해 올 것만 같은 이 험한 세상에서 작고 연약하고 귀여운 것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으니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힘이 된단다.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 해악을 주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힘이 있단다. ‘앙증깜찍 무해력’은 작아서, ‘귀염뽀짝 무해력’은 귀여워서, ‘순수대충 무해력’은 서툴러서 무해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책가방에, 아니 어른들도 백팩에 작은 동물 키링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이 바로 무해력 때문이란다. 지난 주 일본여행에서 손자의 잃어버린 무해력을 되찾아 주려 동행한 어른들이 힘을 모았다. 몇 개의 쇼핑몰에서 인형을 찾으러 이리저리 뛰었고 어찌저찌 비슷한 토토로인형을 구해 주었다. 똑같은 것이 아니라 손자가 실망할까 마음 졸였더니 인형을 두 손으로 받으며 활짝 웃는다. 아이고 할머니가 색깔을 착각했구나. 작아서 더 이쁘네….

2025-02-25

靜中動의 봄 채비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고요와 침잠으로 이어지는 겨울의 끝자락이다. 미련인지 아쉬움인지 함부로 물러서지 않는 동장군이 벽창호 같은 몸짓으로 막바지 추위의 기세를 드러내고 있지만, 매화의 등걸에서는 이미 망울이 맺히고 섣부른 가지에서는 벌써 한, 두송이 꽃이 피어나고 있다. 한설과 북풍의 회오리에 꿈적도 않을 것 같은 대지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며 동토의 장막을 밀어내고 있다. 조용한 가운데 어떠한 움직임이나 작용을 하게 되는 정중동(靜中動)의 몸짓이 일어나고 있다. 겨울은 어쩌면 정중동의 계절이다. 그토록 푸르청청하던 나무의 잎새가 떨어져 땅을 감싸며 뿌리의 활착과 번성을 조용히 돕고, 거세게 흐르던 폭포수도 온몸으로 얼어붙어 물보라의 비산을 막으며 나지막한 음조로 낙수의 흐름을 챙기고 있다. 움직이고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듯 호수 위에 떠있는 백조가 더없이 평온하게 보이지만, 수면 아래서는 쉼없이 물갈퀴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요함 속에서도 움직임이 있고 움직이는 가운데도 고요함이 스며들어 계절이 바뀌고 나무가 자라나며 세상이 굴러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산다는 것은/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창조하는 일/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자신에게 자신을 만들어준다./이 창조의 노력이 멎을 때 나무건 사람이건,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 온다./겉으로 보기에 나무들은 표정을 잃은 채 덤덤히 서 있는 것 같지만,/안으로는 잠시도 창조의 일손을 멈추지 않는다./땅의 은밀한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새봄의 싹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시절 인연이 오면 안으로 다스리던 생명력을/대지 위에 활짝 펼쳐 보일 것이다.’ - 법정 스님 ‘산중 한담’중 혹한의 계절에 동면이나 동안거(冬安居)에 드는 것은 결코 움츠림이나 위축되는 것이 아니다. 숨가빴던 호흡을 가누고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며 나름의 생존법이나 수양을 일삼으며 더 단단하고 단호해지기 위해 내밀한 힘을 키우는 시간이다. 그것은 어쩌면 망중한(忙中閑)의 여유로운 안도일 수도 있고, 한중망(閑中忙)의 새로운 시도일 수도 있다. 아무리 바쁜 가운데도 잠깐 틈을 얻어내 여유를 부릴 수 있고, 한가함 속에서도 열심으로 움직이며 뭔가를 준비하고 추구하는 노력은 전적으로 자신의 안목과 의지, 처세술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바쁘고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일수록 정중동과 망중한의 의미를 되새기며 살아가면 어떨까 싶다. 온갖 정보와 광고가 난무하고 디지털, 스마트사회를 넘어 AI시대가 도래한다고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차분하고 침착하게 본연의 평정심으로 주변의 사물과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의 루틴을 세워 ‘바쁜 듯이 느긋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스스로에게만 바쁜 듯이 대하고, 주변이나 이웃들에게는 여유를 보이며 ‘느긋하게 바쁜 듯이’ 넉넉하게 대한다면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지 않을까 싶다. 우수와 경칩 사이, 아직은 바람이 여전히 차갑지만 남도 매화의 꽃 소식에 따스해지는 마음이다. 긴 겨울 깊은 적요에 들었던 만물이 정중동의 일깨움으로 차츰 봄 채비를 하듯이, 망중한의 여유로움으로 기지개를 켜며 조붓한 오솔길로 찾아오는 봄을 마중해야 하지 않을까? 봄은 출생이며 새로운 희망이다.

2025-02-25

與, 자칫 ‘중도 확장’ 타이밍 놓칠라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국민의힘에 대한 민심이 심상찮다. 최근 보수층 결집도가 느슨해지면서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말(2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TK지역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50%, 민주당 22%로 나타났다. 여당 지지율이 우세하긴 하지만 갤럽의 그 전주 조사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25%(75%→50%) 하락했고, 민주당은 8%(14%→22%) 상승했다. 보수안방의 ‘집토끼’가 부동층 또는 민주당 쪽으로 대거 이탈한 것이다. 이번 갤럽조사에서는 국민의힘에 대한 중도층의 민심변화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정당별 지지도는 국민의힘 34%, 민주당 40%로 집계됐지만, 중도층만 분석해 보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20%p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중도층 민심은 변동성이 크다고 하지만 충격적인 결과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중도층은 비상계엄에 대한 거부감이 아주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만약 지금 대선이 치러진다면, 여당 후보의 승산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여당을 극우정당으로 몰아붙이며 중도보수를 겨냥해 펜스를 넓히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상속세 감면 정책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과세표준 18억원까지는 상속세를 면제해 웬만한 집 한 채 소유자가 사망해도 상속세 때문에 집을 팔고 떠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상속세에 민감한 청장년층을 비롯해 중도·보수표를 충분히 잠식할 수 있는 정책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진영에서 공약으로 내건 ‘감세 의제’를 통해 중도층 공략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몸은 좌파이면서 입으로만 보수를 외친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실제 이에 맞설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강성 지지층을 붙잡는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 일부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강성 지지층만으론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소수다. 지난주 본격적인 대선 출마 행보를 시작한 안철수 의원이 “강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어 이들과 단결하면 이길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사실 수적으로는 30% 정도”라고 한 발언에 일리가 있다. 탄핵심판 최종 선고가 임박하자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지지세력을 규합하는데 올인하고 있는 당내 친윤계와 다수의 TK의원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조기 대선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 중도층 민심을 잡을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 그러려면 우선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계엄의 바다’를 건너지 않고는 외연확장에 한계가 있다.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은 침묵하면서도 국민의힘 행보를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중도층을 공략할 구체적인 민생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꼭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야당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심어줘선 안 된다.

2025-02-25

한달만에 또 폐수 방류, 당국 대책 겉도나

지난달 보라색 염료로 추정되는 폐수가 흘러나온 대구염색산업단지 하수관로에서 이번에는 붉은색의 폐수가 흘러나와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붉은색의 무단 방류 폐수는 24일 오후 2시 20분쯤 대구 서구 대구염색산단 하수관로에서 붉은색의 폐수가 방류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알려졌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은 “악취는 나지 않으나 진한 분홍빛 폐수가 흘러나왔다”고 말했다. 현장에 나온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달서천사업소가 실시간 간이검사에서 PH 11이 나왔다. PH 11은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이 장소는 지난달 8일에도 보라색의 폐수가 무단으로 방류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당국이 현장조사를 벌였지만 폐수가 하천으로 모두 흘러가버려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 당국의 늦은 대처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음에 따라 지역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구염색산단에는 자체 공동폐수처리 시설이 있어 입주업체들은 폐수를 해당시설로 보내야 한다. 이번에 발견된 붉은색 폐수는 누군가가 이런 규정을 무시하고 하수관로로 폐수를 흘러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당국의 보다 철저한 조사와 점검이 있어야 한다. 폐수분석을 통한 유입경로 확인 등 과학적 점검이 있어야 재발 방지 효과도 있는 법이다. 대구염색산단은 지난해 시민건강과 쾌적한 환경조성을 이유로 대구시가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곳은 공단조성 이후 수많은 공해 관련 민원이 제기된 산업단지다. 주민들이 환경공해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다. 1980년 공단이 처음 조성될 무렵에는 대구 외곽지에 위치했으나 지금은 도시가 팽창되면서 주변에 많은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공단 이전문제까지 심도 있게 논의될 정도이다. 하지만 공단이 존속하는 한 공해 문제는 철저한 관리가 꼭 필요하다. 이주환 서구의원은 “폐수 방류가 반복된다는 것은 고의성이 의심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사고가 발생 때마다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지 말고 실효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25-02-25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무더기 무투표당선’

오는 3월 5일 치러지는 제1회 전국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인해 주목을 받지 못하는 탓도 있지만, 입후보 자격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경쟁률이 낮은 게 주원인이다. 이번 선거는 평균 자산 2000억원 이상(2023년 기준)인 금고에 한해 처음으로 조합원 직선제로 치러진다. 다만, 자산기준에 미달하는 금고는 직선제와 대의원 간선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선거관리도 처음으로 선관위가 맡아서 한다. 직선제 대상 금고는 대구 86곳 중 41곳, 경북 104곳 중 20곳이다. 문제는 첫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경쟁률이 지극히 저조하다는 것이다. 이사장 선거에 나오려면 금고에서 4년 이상 일하거나 다른 금융 관련 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금고에 따라서는 이사 등 별도의 추가 자격 조건도 있다. 상당수 금고는 현 이사장에 유리한 조건을 달아 놓았다. 이러니 ‘이사장이 3선연임으로 출마하지 못하는 금고만 후보들이 나선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 대구는 53곳, 경북은 74곳이 무투표 당선 금고다. 전체 금고 중 67%정도가 무투표 당선된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대구에서는 후보자가 없어 재선거가 치러지는 곳도 있다. 경쟁률이 낮다보니 지난 24일 현재, 선관위에 신고된 선거법 위반 사례가 한 건도 없다.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직선제를 도입한 것은 금고경영의 투명성을 위해서다. 그러나 출마조건 장벽이 지금처럼 높을 경우, 앞으로도 전·현직 이사장 위주의 무투표 당선 금고가 속출할 게 뻔하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사장 선거제도가 부실경영자를 가리지 못하면 금고의 내부통제 시스템이라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횡령이나 부당대출 등의 사고예방을 위해 현재 행정안전부가 관리하고 있는 금고 금융파트를 금융감독원이 관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새마을금고가 원래 취지대로 서민을 위한 금융이 되려면 상시적인 감시활동을 할 공권력이 있어야 한다.

2025-02-25

대구마라톤의 신기록 도전

우정구 논설위원 마라톤과 육상 100m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대표적 종목이다. “이 세상에 깨지지 않은 기록은 없다”는 말이 과연 맞을까. 육상 100m의 10초 벽이 깨진 것은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개최 이후 약 70년만이다. 미국의 짐 하인스가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세운 9초95 기록이 그것이다. 지금은 2009년 우사인 볼트가 세운 9.58이 세계 공인 신기록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역대 100m를 10초대 이내에 돌파한 선수 125명 가운데 흑인이 120명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마라톤의 신기록을 살펴보면 100년만에 50분 정도 단축됐다. 2009년 에티오피아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선수가 세운 2시간 3분 50초 기록은 1908년 영국런던올림픽의 우승 기록인 2시간 55분 18초와 비교할 때 50분 정도 줄어든 기록이다. 현재까지 최고 신기록은 2023년 케냐의 켈빈 쿱툼선수가 시카고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0분 35초다. 쿱툼 선수의 기록을 100m로 환산하면 평균 17.1초. 평균 스피드는 시속 20.9km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 당시 그는 인간의 한계로 보는 2시간 벽을 돌파할 가장 유력한 선수로 손꼽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다음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전문가들은 기후와 선수 컨디션, 도로사정 등이 최적 조건으로 맞춰질 경우 1시간 57분까지 돌파도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2025 대구마라톤’의 최고 기록이 2시간 5분 20초로 나타났다. 2시간 벽을 넘어서기에는 더 많은 도전이 있어야 한다. 세계 명품 마라톤을 꿈꾸는 대구마라톤의 신기록 도전에 기대를 걸어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2-25

조기대선 출마 선언 홍준표 “TK현안 해결”

홍준표 대구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최종 탄핵재판을 하루 앞둔 24일 “조기 대선이 열리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잠룡’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중 가장 빠른 출마선언이다. 조기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공직자는 선거일 30일 전까지 사퇴하면 된다. 홍 시장의 이날 출마선언은 자신의 온라인 소통채널 ‘청년의꿈’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에서, 한 지지자의 게시물에 대한 답변형식으로 발표됐다. 홍 시장은 그동안 SNS나 방송출연 등을 통해 지지층을 넓혀왔다.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도 이날 대구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홍 시장의 조기대선에 대한 입장은 초지일관이다. 시장직을 유지하고 경선에 나가는 안일한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시장은 자신을 포함해 대구시에 근무하는 정무직 15명의 거취에 대해서도 “시장이 사퇴하면 정무직은 당연히 사퇴한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며칠 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 기각으로 윤통(윤석열 대통령)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지만,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열릴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결코 윤통의 탄핵 인용을 바라는 게 아니라는 걸 당원과 국민께서 혜량해달라”고 했었다. 홍 시장은 이날 출마선언과 함께 “집권하면 TK현안은 모두 해결된다”고 했다. 이 발언은 그의 출마로 인한 대구시정 공백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차원에서 나왔지만, 당내 경선에 대비한 공약으로도 해석된다. 지난해 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 7ㆍ23 전당대회에서 TK선거인단(책임당원)은 20.6%로 서울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었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현재 TK를 이끄는 대표주자는 홍 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다. 지역민들 입장에선 둘 다 대선에 뜻이 있다는데 고민이 있다. 중학교 선후배인 홍 시장과 이 지사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 간의 사전 조율 여부가 큰 관심사다. 홍 시장은 그동안 수 없는 도전과 격랑의 정치판을 헤치며 걸어왔다. 시장직까지 사임하고 당내 경선에 나서는 이 길이 어쩌면 정치에서는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다. 홍 시장은 그 여정에 TK 지역민들이 함께 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집권하면 TK현안은 모두 해결된다”는 그 말 속에 대구경북을 향한 애정과 바람이 다 담겨 있는 것이다. /정치에디터겸 논설위원 심충택

2025-02-24

위독한 프란치스코 교황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소탈하고 탈권위적인 행보로 가톨릭 신도만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준 프란치스코 교황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멀리 바티칸에서 들려왔다. 최근 교황청은 “교황은 오랜 시간 천식과 호흡기 문제를 겪었으며, 호흡이 불안정해 산소 치료를 받았다. 혈액 검사 결과 혈소판 감소증이 발견돼 수혈도 받았다. 현재 의식은 있지만, 예후는 조심스럽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상태를 설명했다. 20대에 늑막염을 앓으며 폐의 일부를 절제한 교황은 매번 겨울이 되면 세균과 바이러스에 복합적으로 감염된 만성 호흡기질환에 고통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코로나19 사태’ 이후론 이런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교황의 담당 의사가 “가장 큰 위협은 호흡기에 있는 세균이 혈류로 침투해 패혈증을 유발하는 것”이란 우려를 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교황청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진 사임설에 대해선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덧붙여 “현재는 교황의 건강과 회복, 바티칸으로의 복귀에만 집중하고 있는 중”이라 부연했다. 가톨릭 제266대 교황인 프란치스코는 올해 여든아홉 살이다. 적지 않은 나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걱정이 크다. 불치병을 안고 사는 이들의 이마에 기꺼이 입을 맞추고, 누구보다 아이들을 따뜻하게 대하며, 서민들의 아픔에 공감을 드러내곤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진정한 권위는 봉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난하고, 약하고,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사람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말로 많은 사람을 감동시킨 교황이 곧 불어올 봄바람에 힘입어 훌훌 털고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