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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선택

등록일 2026-02-25 16:19 게재일 2026-02-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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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본사 고문

지방선거라지만, 누구도 이 선거를 지방행사로만 이해하지 않는다. 전국이 같은 날 투표하고, 같은 정부를 평가하며, 같은 정치뉴스에 노출된다. 지방선거는 늘 전국정치의 연장선에 선다. 지역마다 그 정치가 번역되는 언어가 다를 뿐이다. 6월 지방선거의 전국적 화두는 분명하다. 경제와 민생, 그리고 현 정부에 대한 평가다. 포항과 경북에서 이슈는 훨씬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뀐다. ‘이 도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포항에서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일상이다. 산업단지의 불 꺼진 공장, 텅 빈 원도심 상가, 그리고 도시를 떠나는 청년들의 선택이 그것이다. 말들은 많이 하지만, 철강 이후의 포항은 준비되고 있는가. 이차전지와 수소, 신산업이라는 말은 들어왔지만, 산업이 실제 일자리와 생활로 연결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한 가지 장면만 떠올려 보자. 도심 한복판의 오래된 시설과 유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두고 수년째 논의만 반복되는 현실이다. 어떤 이는 개발을 말하고, 어떤 이는 이전을 말하며, 또 다른 이는 현상 유지를 택한다. 그러나 결정은 늘 미뤄졌고, 그러는 동안 도심은 늙어만 간다. 장면은 포항이 겪고 있는 문제의 축소판이다. 언사는 넘치지만 실행은 부족하고, 논의는 많지만 책임지는 결정은 없다.

균형발전이라는 말도 포항에서는 추상적일 수 없다. 인구감소는 이미 현실이고, 대학과 병원의 위축은 체감되는 불안이다. 이 상황에서 지방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하지 않았는가를 묻는 일이 지나치지 않다. 지방선거는 바로 질문을 공식적으로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정치적 장치가 아닐까. 이번 선거에서 포항과 경북의 유권자들이 후보들에게 요구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중앙정치의 언어를 반복하는가, 아니면 지역의 문제를 자신의 행동으로 풀어내는가. 그럴듯한 비전만 나열하는가, 아니면 실행경로와 책임구조를 제시하는가. 선거가 지나간 뒤에도 실천하고 결과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지침을 기다리는 하청기관이 아니다. 지역의 과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중앙과 협상하며,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정치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방선거는 포항이 그런 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어야 한다. 지방선거는 물론 정권에 대한 찬반을 드러내는 장이며, 동시에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를 선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포항과 경북의 선택은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선택은 전국 정치에 신호를 보내고, 다음 국면의 방향을 암시한다. 유권자의 한 표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긴다. 중앙을 향한 평가와 지역을 향한 결단. 두 의미를 분리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는 것, 그것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포항과 경북이 반드시 보여주어야 할 정치적 책임이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을 바라보며 시민 유권자는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철을 따라 표만 구하는 정치꾼을 걸러내야 하며, 실제로 시민의 일상을 고민하며 성심으로 일하려는 일꾼을 찾아내야 한다. 지방선거는 때가 되면 돌아오는 요식행위가 아니라, 지역의 내일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회가 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임을 입증해야 한다.

/장규열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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