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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생명은 예외다

등록일 2026-04-29 17:48 게재일 2026-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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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본사 고문

광대하고 막막한 우주를 떠올릴 때마다 한 가지 불편한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생명’이 사실은 우주의 기본값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 이 푸른 행성이 오히려 예외이며 우주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죽음의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별과 별 사이의 거리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멀고 멀며 우주 공간은 절대영도에 가까운 냉기와 치명적인 방사선으로 가득하다는 게 아닌가. 산소도, 물도, 생명을 유지할 그 어떤 조건도 없다. 광막한 공간인 우주를 기준으로 보면, 지구 위에서 숨 쉬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는 통계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사건이다. 생명은 자연스럽고 편만한 결과가 아니라, 지극히 드물고 이상하며 예외적인 사건이다.

생명의 탄생과 진화가 얼마나 복잡하고 우연적인 조건에 의존하는지를 생각해 본다. 우주 공간에서 목격되는 항성 간의 거리, 안정된 공전궤도와 자전궤적, 거대한 행성의 움직임, 자기장과 판구조 운동까지, 경이롭고 불가사이한 현상들이 모두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가운데 벌어진다. 셀 수 없는 조건들이 동시에 맞아떨어져야만 생명은 겨우 존재한다.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생명은 급전직하 침묵의 공간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무엇을 오해하고 있었을까. 우리는 일상 가운데 ‘생명이 퍼져 있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지 않았을까. 차갑게 우주를 바라보면, 생명은 퍼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고립되어 있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지구 위의 생명은 철저히 외로운 존재다. 끝모를 우주 공간에 오직 지구에만 존재하는 온갖 생명들이 사실은 그만큼 고독하며 고립된 처지인 셈이다.

지구와 생명은, 그만큼 외롭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을까. 여기 존재하는 생명들 가운데 특히 인간은 더욱 독특하다. 우주를 경이롭게 바라본다면, 인간은 겸허해 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흔히 자신을 세계의 중심에 놓고 사고한다. 그러나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물론이고 지구 전체가 하나의 미세한 예외일 뿐이다. 그런 예외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의미를 만들고, 다투고 갈등하고, 때로는 서로를 미워하고 파괴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기적에 가까운 조건 속에서 탄생하고 살아있는 존재들이 그 특별함의 가치를 제대로 새기고 이해하지 못한 채 소모되고 스러져 간다. 질문은 다시 되돌아온다. 이처럼 먹먹해 지도록 드문 조건 속에서 존재하는 생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살아남는 것을 넘어, 그 희귀성을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책임이 아닐까. 생명은 흔한 것이 아니라서 소중한 것이 아니라, 우주 가운데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다.

우주는 침묵하고 있다. 침묵 속에서 오직 지구에서만 소란하다. 영겁의 시간에 비하면, 사람이 살고 가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 견주면, 지구는 얼마나 작은 곳인가. 우주의 침묵과 암흑 가운데, 처절하도록 외로운 지구는 오늘도 살아 소란스럽다. 전쟁과 살육, 차별과 혐오, 가난과 질병, 갈등과 폭력으로 특별하고 외로운 이 시간과 공간을 허비하고 있다. 지구와 인간의 이토록 특별한 조건을 인식하면서, 우리만이라도 일상과 주변을 조화롭게 만들어 보았으면 싶다. 

/장규열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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