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특별하다. 스물두 명이 뛰지만, 사실상 공 하나만을 향해 달린다. 정교한 규칙이 존재하지만, 축구 경기 안에는 기대와 거절, 경쟁과 협력, 기쁨과 낙망이 모두 담겨있다. 무승부로도 끝나지만, 우리는 모두 승부를 원한다. 전략을 짜고 위치에 따라 움직이지만, 모든 시선은 공 하나로 모인다. 스타 선수가 존재하지만 혼자서는 무엇도 할 수 없다.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누군가 빛나는 골을 넣지만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희생을 해야만 한다. 축구는 스포츠를 넘어 인간 일상의 축소판이다.
월드컵 시즌이면 더욱 그렇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지내던 사람들이 한 경기를 보며 함께 웃고 함께 탄식한다. 출신도 다르고 세대도 다르며 견해도 다르지만, 국가대표팀의 경기 앞에서는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축구로 인해 우리가 한 공동체였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대한민국 축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감회가 깊다. 한때 우리는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큰 성취라 여겼다. 본선 무대에서 한 경기라도 이겨보는 것이 오랜 숙원이었다. 1954년 첫 출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월드컵은 꿈의 무대였고, 강호들과의 격차는 너무도 컸다. 우리 축구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많은 선수와 지도자, 축구를 사랑한 국민들의 응원 속에서 조금씩 일어섰다. 차범근이 있었고 박지성이 있었다. 오늘은 손흥민이 세계 축구의 중심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깃발을 높이고 있다.
축구는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타들 뒤에는 수많은 선수들이 있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선수들, 프로와 아마추어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린 동료들, 어린 선수들을 길러낸 지도자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가족이 함께 빚어낸 결과다. 축구는 개인의 재능과 집단의 협력이 만나야 완성되는 스포츠가 아닌가.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어제처럼 생생하다. 거리마다 붉은 물결이 넘쳤고, 국민들은 새벽까지 잠을 잊으며 국대팀을 응원했다. 4강 신화에 열광했고,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 올라섰음을 보여주었다. 어느새 24년이 흘렀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 그 사이 한국 축구는 또 한 번 성장했다. 본선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조별리그 통과를 기대하며 강팀과의 대결에서도 당당한 승리를 꿈꾼다. 한때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을 만나면 선전하기만 바랐지만, 이제는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기대를 건다.
멕시코와 경기가 코앞이다. 여러 가닥 계산이 오가지만, 축구의 본질은 승리를 향한 도전이다. 우리는 이미 수없이 경험했다. 비기고 나서 경우의 수를 따지고, 패배한 뒤 다른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지리했었는지. 강팀은 일단 이긴 후에, 다음 수를 생각한다. 한국은 그런 축구로 나아가야 한다. 상대를 두려워하기보다 우리 축구를 믿고, 경우의 수를 따지기보다 승리를 목표로 삼는 축구를 해야 한다. 멕시코전이 어찌 되든지 대한민국 축구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기는 축구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격만큼 축구도 성장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누구도 업신여기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한 팀이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장규열 본사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