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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은 말이 없는데

등록일 2026-05-27 18:43 게재일 2026-05-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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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열 본사 고문

우주는 얼마나 넓은 것일까. 막막한 하늘 위에 끝은 있을까. 무섭도록 깊고 먼 공간은 어디까지 펼쳐졌을까. 사람은 오래전부터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질문을 던져왔다. 과학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지만, 인간은 아직도 우주의 끝을 모른다. ‘끝’이라는 생각이 틀린 것이라, 아예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밤하늘의 별들은 불빛만이 아니다. 수천 년, 수만 년 전에 출발한 빛들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오늘이 아니라 우주의 오래된 과거다. 밤하늘은 커다란 ‘우주의 역사책’이었다. 인간은 짧은 현재 속에서 살아가지만, 우주는 인간에게 끝없이 긴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별빛을 올려보면 마음이 낮아진다. 인간의 걱정과 욕망과 다툼이 우주의 시간 속에서는 얼마나 짧은 것인지 보이기 때문이다.

낮하늘은 어떤가. 밤하늘이 시간의 깊이를 보여 준다면, 푸른 창공은 공간의 드넓음을 드러낸다. 구름 사이로 펼쳐진 아득한 하늘은 어디까지 이어졌을까.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고 인공위성을 우주로 보내지만, 인간이 경험한 공간은 우주의 작디작은 먼지 한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떠올리면 먹먹함이 밀려온다. 인간은 늘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내 생각이 가장 옳다고 믿고, 나의 감정이 가장 절박하다고 여긴다. 하늘에서 내려보면 인간은 보이지도 않을 터에. 나라와 도시와 권력과 경쟁도 우주의 크기 속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미세한 흔들림에 불과할 터에. 우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침묵 그 자체로 인간의 오만과 교만을 흔들어 놓는다.

지방선거의 계절을 지나면서 하늘을 떠올리게 된다. 거리에 현수막이 걸리고, 후보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지지자들은 흥분하고, 서로를 향한 비난은 거칠다. 누가 더 옳은지, 누가 더 자격이 있는지, 누가 도시를 책임질 사람인지를 두고 날카롭게 맞선다. 선거,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선택하는 과정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눈앞만 바라보는 게 아닐까. 고작 몇 년 권력을 두고, 잠시 사람들 앞에 서는 자리 앞에,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만큼 싸워야 하는지. 누구를 탓할 것도 없다. 나 자신부터 돌아보게 된다. 내 생각을 외치느라 남의 마음을 보지 못했던 순간들, 내 주장에 몰두한 나머지 타인의 아픔에 눈감았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세상에 미안하고 하늘에 부끄럽다.

인간은 이상한 존재다. 우주 앞에서는 티끌보다 작으면서, 자기 확신은 산처럼 거대하다. 잠시 맡을 권력을 영원한 것처럼 행동하고, 진영의 승리가 역사의 마지막 장인 듯 아우성이다. 우주의 공간 앞에서 보면 사람의 권력은 찰나일 것을. 인생이 길어야 백 년 남짓이고, 도시의 역사조차 우주의 앞에서는 한순간의 먼지다. 정치도 조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더 겸손해지고, 더 따뜻해지고, 더 길게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오늘 밤도 별빛은 말없이 우주를 건너온다. 세상의 소란과 분노와 욕망과 갈등을 아득히 내려다보면서. 우주는 침묵하는데, 인간만 시끄럽다. 때로 정치가 하늘을 올려다볼 필요가 있다. 내 생각만큼 남의 마음도 돌아보면서 진영의 승리만큼 공동체의 시간을 길게 바라보았으면 한다.

/장규열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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