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겨울 난방은 항상 ‘연료비’와 ‘불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대구 도심은 주택용 도시가스 보급률이 98%에 달해 스위치 하나로 따뜻함을 쉽게 누린다. 반면, 경북의 수많은 면 단위 농어촌 지역은 아직도 도시가스 혜택에서 소외된 채 등유나 LPG 같은 비싼 개별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매서운 추위가 찾아올 때마다 급등하는 난방비와 눈길 속 연료 수급 걱정에 지역민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최근 정부가 2035년까지 350만 대 보급을 선언하며 ‘히트펌프(Heat Pump)’를 열에너지 탈탄소화의 핵심 구원투수로 지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히트펌프’란 과연 무엇일까? 공기나 물, 혹은 땅속에 존재하는 자연의 열을 끌어와 전기를 이용해 실내로 옮겨 쓰는 방식이다. 에어컨을 거꾸로 돌려 뜨거운 바람을 안으로 불어넣는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히트펌프’의 가장 큰 무기는 화석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아 집 안에서 이산화탄소나 유해 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동일한 열을 만들 때 에너지를 훨씬 덜 쓰는 ‘압도적인 효율’이 백미다. 투입한 전기 에너지보다 무려 3~4배나 많은 열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일반 가스보일러에 비해 초기 설치비가 상당히 비싸고, 누진제가 촘촘하게 적용되는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 체계 아래에서는 겨울철 운영비 변동에 극도로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미 주요 해외 선진국들은 막대한 보조금과 과감한 규제 완화 패키지를 동원해 ‘히트펌프’를 난방의 새로운 표준으로 굳혀가고 있다. 대구·경북이 이러한 혜택을 온전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 고밀도 아파트가 주를 이루는 대구는 실외기 설치 공간 확보, 소음, 하중 문제를 해결할 ‘공동주택 맞춤형 표준 설계모델’ 마련이 시급하다. 동시에 산간 지대가 넓은 경북은 혹한의 날씨에도 난방 효율이 급감하지 않도록 철저한 ‘저온 성능 실측 및 검증’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교한 단계적 확산 로드맵을 짜야 한다. 1단계로 태양광이 기설치된 경북의 비도시가스 단독주택과 마을회관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2단계로 요양원 등 에너지 다소비 시설과 소상공인, 마지막 3단계로 대구의 일반 공동주택까지 점진적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히트펌프’의 도입은 기후위기 적응과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미래를 열어갈 중대한 뼈대이자 도전과제다. 지자체 차원의 과감한 ‘핀셋 재정지원조례’를 제정하고, ‘분산에너지특구’ 지정을 발판 삼아 ‘지역별 차등전기요금제’를 쟁취해 내는 등 굵직한 정책적 뒷받침이 실행되어야만 초기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을 넘을 수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의 ‘전력 자립도’와 탄탄한 ‘냉동공조 제조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대구·경북은 ‘히트펌프 경제’를 선도할 최적 무대다. 이제 지역민, 지자체, 그리고 산업계가 하나로 뭉쳐 거대한 열에너지 대전환에 선제적이면서 영리하게 대응해야 한다. 화석연료가 뿜어내던 매연의 시대를 넘어, 경제적이고 깨끗한 열에너지를 동력 삼아 대구·경북의 지속 가능하고 따뜻한 내일을 만들어 가야 한다.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