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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고치며

등록일 2026-02-25 16:18 게재일 2026-02-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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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인문학자

5년 전,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집을 샀다. 오래된 낡은 연립주택 3층이다. 겉은 무척 낡았으나 내부는 아주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이전 소유주가 매수하면서 싱크대며 화장실이며 도배며 샷시며 모두 새것으로 바꾼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화장실이었는데, 약간 볼록하면서도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하얀 타일을 벽면에 사용해서 화장실 전체 분위기가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되어 보였다.

그런데 3년쯤 지나자 비만 오면 옥상에서 물이 스며들어 천장 여기저기에 얼룩이 지기 시작했다. 옥상 방수공사비를 알아보니 400만 원을 달라고 한다. 얼마나 오래 거주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400만 원이 아까워서 이웃에 의논하니 싸게 해주는 곳을 소개해준다. 그 업자는 200만 원으로 해준다기에 얼씨구나 하고 공사를 맡겼다. 그런데 몇 달 못 가서 또 비가 새서 천장 얼룩이 더 커졌다. 업자에게 사후서비스를 요청해서 그 후로도 두 번이나 추가 보수를 해야만 했다.

그 다음에는 아래층 화장실 천장에서도 물이 뚝뚝 떨어진다고 연락이 왔다. 한 업자를 불렀더니 타일 한 곳의 틈을 가리키며 여기만 막으면 된다고 10여 분 처리하더니 30만 원을 달라고 한다. 아주 간단한 작업이라기에 미리 비용을 물어보지도 않은 내 잘못도 있지만, 작업이 다 끝난 후라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후 아래층 화장실 천장에서 또 물이 샌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업자를 불렀는데, 제대로 하면 300만 원이 넘으니 아래층 천장을 임시방편으로 처리하라고 권한다. 비용 생각에 그 권유를 받아들였는데 그 비용도 140만 원이었다. 하지만 다시 일 년도 못 돼서 다시 물이 떨어진다고 연락이 왔다. 그것도 그전보다 아주 심하게 뚝 뚝 뚝 물이 떨어진다면서 아래층 집주인은 누전될까 무섭다고 하소연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누수 부위를 잡아보니, 예전 리모델링 업자가 겉만 번드르르하게 하고 내부는 부실 공사한 것을 발견했다. 결국 280만 원을 들여 하수 배관을 다시 했다.

그런데 이번에 온 업자가 집 여기저기를 살펴보기 위해 옥상에 올라갔다가 더 큰 문제를 발견했으니, 옥상 방수 공사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화장실 같은 실내에서 쓰는 방수 재질로 옥상을 방수 처리해서 햇빛에 다 들떠 있다며 올해 장마가 길면 누수가 심각할 거라고 경고해준다. 옥상 방수해 준 사람이 싸게 해준다면서 엉뚱한 재질로 공사한 것이다. 어찌해야 할지 당황스럽다.

옥상에서, 아래층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그렇게 새는데 비용 좀 아끼겠다고 보이는 곳만 어설프게 처리한 결과 피해는 입을 만큼 입고 돈은 돈대로 들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들지 알 수 없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여러 가지를 돌아보게 된다. 사진 잘 나오는 행사에만 관심 있는 자치단체장들, 철근을 누락하여 무너지는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 무엇보다 지난 내 삶을 돌아본다. 탄탄한 실력은 쌓지 못하고 그때그때 요령으로만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개인이나 사회나 만사불여튼튼이다.

/유영희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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