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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의 바다로 흘러가기를

등록일 2026-05-28 17:41 게재일 2026-05-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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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인문학자

그런 문장이 나오리라 전혀 기대하지 않은 책에서 우연히 만난 문장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하창수 작가의 소설 ‘해방전’ 맨 끝에 나오는 문장도 그중 하나다. ‘바다가 무슨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착각이야. 모든 걸 받아들인 바다는 그보다 더 큰 것이 없을 정도로 커졌지만, 마치 한계가 없는 듯 또 그저 밀려드는 물길들을 막지 않아.’ 이 말은 주인공 김지량이 제주도에 막 내렸을 때 어디선가 들려온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같은 책 다른 페이지의 이 문장과 같이 읽어야 의미가 완성된다. ‘상대성을 받아들이면 현실을 잘 인식할 수는 있죠. 거기에 맞춰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데도 확실히 유리하고요. 하지만 자신의 진정, 정체, 본질과 괴리될 위험성은 오히려 더 높아지죠.’ 이 말은 또 다른 주인공 오오모리 소슈가 순임에게 한 말이다. 오오모리는 일본인이면서 조선 여성과 결혼하고 조선 독립을 위해 싸운 사람이다.
 이 두 문장을 말한 사람은 다르지만 의미는 맞닿아있다. 오오모리는 상대적인 것에 주목하면 쉽게 성공할 것 같지만, 우리는 절대적인 가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이고, 제주도 항구에서 들은 말은 절대성이야말로 방향을 잃지 않게 한다는 뜻이다. 모두 절대성의 가치와 영원함을 강조한 말이다.
 절대의 가치는 현실 감각이 없는 이상주의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사는 상대적 유불리를 계산한 사람들보다 끝내 절대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움직인다. 독립운동도 그랬고, 민주주의도 그렇게 발전해왔다. 
 

절대의 가치는 역사 속에서 꾸준히 시험받아 왔다. 당장 치러질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도 그렇다. 이미 법원에서 12·3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판결했는데도 이에 대한 책임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부 정치세력은 그것을 끝내 분명히 인정하지 않거나 책임을 흐리려고 한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야당의 주요 당직자들은 12·3이 내란이라는 것을 아직도 판단 유보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있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했던 인사들, 계엄 사태를 옹호하거나 책임을 부정했던 인물들이 이번 선거에서 후보로 나섰다. 여러 관련 인사들이 국회의원 후보나 지자체장으로 공천된 것만으로도 혹시 역사가 거꾸로 흐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돌이켜보면 소설 속 배경도 이와 닮아 있었다.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지 35년째, 해방을 1년 앞두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알 수 없었던 그때, 그래서 모두가 독립은 불가능하리라 체념하던 그때, 주인공들은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물에 휩쓸리면서도 그 강물이 언젠가는 영원한 절대의 바다로 흘러가리라고 믿고, 출신이 낮은 사람도, 적대국 사람도, 동성의 파트너도 모두 절대의 바다로 함께 향했다.
 

절대의 바다는 자신과 다른 물을 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끝내 그것을 품어 더 큰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든다. 보수의 언어로 진보를 말하려고 노력한다는 어느 지식인의 방식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다. 이번 지방선거가 더 큰 바다로 흘러가는 시간이기를 바란다.

/유영희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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