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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것이 옳은 것은 아니라는 말

등록일 2026-05-06 17:54 게재일 2026-05-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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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인문학자

최근 옳은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말을 두 사람에게서 연거푸 들었다. 두 사람이 말하는 의도는 조금 달랐는데, 한 사람은 아무리 옳아도 힘이 없으면 소용 없으니 자신의 옳음을 관철하려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아야 진짜 옳음이 된다는 뜻이었고, 또 다른 사람은 옳음에도 적절한 때가 있어서 그렇지 않으면 옳음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두 사람의 표현은 비슷해도 의미는 많이 다르다. 
 

전자의 의견을 말한 의도에 맞게 고쳐보면, 옳은 것은 힘이 있어야 옳은 것이 되고 힘이 없으면 옳다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많은 소수자들의 주장이 이런 사례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지만 소수이고 힘이 없으니 그들의 주장은 소음으로만 치부된다. 그래서 그 옳음을 관철시키려면 힘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이 의견은 자칫 힘이 옳음이라고 생각될 여지는 있지만, 상당히 현실적인 조언이다.
 

두 번째 의견은 좀 복잡하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이런 경우다. 어떤 조합을 운영하는데 A가 정당한 절차를 주장할 때 임원들은 A의 주장이 사업을 방해한다면서 A의 옳음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경우이다. 
 

이런 두 번째 의견은 생각할 거리가 많다. 근본적으로 보면, 부처님도 때가 아니면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알아들을 사람한테만 말하라고까지 했으니, 적당한 시기, 적당한 대상이 아니라면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옳지 않은 말이 될 것을 주의해야 한다. 그러니 옳음에도 적절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조합에서 새 임원 선출을 위한 선거에서 일반 조합원의 선거권을 박탈하고 기존 임원의 유임을 결정했을 때 이를 항의하는 A를 사업 방해꾼으로 치부한다거나, ‘의안서’와 ‘의사록’을 구분해야 한다고 해도 4년 넘게 의안서를 의사록이라고 했어도 아무 일 없었다고 무시당하는 상황까지 맞닥뜨리면 옳음의 적절성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심한 회의가 든다.
 

물론 작은 불의에 집착하다가 큰 불의를 놓칠 수 있다면 작은 불의는 넘어가는 것이 현명하다. 문제는 불의의 크고 작음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작은 불의를 넘어가다 보면 큰 불의도 넘어가게 되는 문제도 있다. 
 

옳음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는 논리는 한국의 현대사에서 격렬한 이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잘살게 된 것은 속도전을 벌였기 때문이라는 논리는 승자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잘살게 된 것은 맞지만,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고 빈부격차는 더 극심해지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한국의 빈부격차가 극심한데, 상위 20%와 하위 20%의 순자산 격차가 45배에 달하여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치라고 한다. 중위소득 50% 이하 인구 비율을 상대적 빈곤율이라고 하는데, 3%대인 노르웨이에 비해 한국은 2024년 기준 15.3%로 OECD 회원국 중에서 상대적 빈곤율이 상당히 높다.
 

사회적 약자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옳음의 적절성을 따지기보다 옳다면 옳게 해야 한다.

/유영희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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