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이란을 침공한 일부터 그 이후 보여준 행보에 대해 미국 내 인사들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그를 치매라느니, 정신병자라느니, 요양원에 보내야 한다느니 하는 식의 비난이 뉴스를 달구고 있다.
실제로 어떤 네티즌은 오락가락하는 트럼프의 발언을 날짜별로 정리해서 게시했다. 일부를 인용하면, 3월 3일 “우리가 전쟁에서 이겼다.”, 3월 9일 “우리는 이란을 공격해야 한다.”, 3월 12일 “우리가 이기긴 했는데, 아직 완전히 이긴 것은 아니다.”, 3월 14일 “우리를 도와달라.”, 3월 16일 “사실 우린 어떤 도움도 필요 없다.”, “누가 내 말을 듣는지 테스트해 봤다.”, “나토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주 나쁜 일을 겪게 될 거다.”, 3월 17일 “우리는 나토의 도움이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등이다.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둘러싸고도 말이 여러 번 바뀌었으니 누가 봐도 트럼프는 정신없는 사람 같다.
지난 12일에는 자신을 예수처럼 표현한 AI 합성 사진을 올렸다가 보수 기독교계의 뭇매를 맞고 12시간 만에 내리더니 15일에는 눈을 감고 예수 품에 안겨 있는 AI 합성 사진을 올리고 뿌듯해하고 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이런 모습을 보면 트럼프에게 정신 병원에 가라는 비난이 지나친 것 같지는 않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비난은 지난 9일 중앙의 한 일간지에서 대서특필한 ‘치매설’ 보도다. ‘마가(MAGA)’ 진영의 대표적 보수 논객 알렉스 존스조차 ‘이란 문명을 멸망시키겠다’는 트럼프를 비난하면서 자신을 공격하는 트럼프에게 ‘치매’라고 응수했다는 뉴스다.
어떤 사람의 행보를 비판할 때 비유를 사용하는 것은 직설적인 표현보다 강력한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치매라는 비유는 적절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면죄부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염려스럽다. 더 큰 문제는 치매와 치매 환자에 대한 인식을 엄청나게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보여준 트럼프의 행동이 정상적인 판단력이라고 생각하기 어렵고, 오락가락하는 급격한 감정 변화는 비정상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최고령으로 현재 79세이니, 치매가 발병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이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도 치매 환자의 특징과 트럼프의 광포함은 공통점은커녕 비슷한 점도 하나 없다. 치매 환자는 길을 잃고 판단력을 잃고 자신조차 잃지만, 트럼프가 가는 길은 명확하고 확실한 이해관계가 있으며 극단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가 얼마나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인지 생각하면, 트럼프를 치매라고 하는 것은 치매 환자를 욕보이는 것이다.
한때 ‘개 같다.’ 등 개를 비하하는 욕설에 개가 얼마나 충직한 동물인데 개를 모욕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개만도 못하다.’는 욕설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물 비유조차 이러한데 하물며 사람이랴. 정치지도자의 비정상적인 선택을 비판할 때는 비유법보다 직설법이 백배 낫다.
/유영희 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