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 이후 임기를 2년 이상 남긴 채 대통령실을 떠나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8년 만에 불행이 되풀이되는 장면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헌재의 결론은 명확했다. 헌재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국회 봉쇄 등 핵심적인 탄핵 사유 5개를 모두 인정했다.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반대 의견을 남긴 재판관은 없었고 일부 재판관들이 결론에는 동의하면서 세부 쟁점에 대해서만 보충의견을 추가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절차적 쟁점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윤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 휩쓸려 극심한 국론분열을 겪어 왔다. 국민은 탄핵 찬성과 반대를 놓고 보수·진보 진영별로, 지역별로 극명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헌재 선고 이후 탄핵 찬반 세력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인 것은 다행이다. 현재로선 국정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대통령 부재 상황인 한국을 극단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며 우리를 위협한다.
이제 우리는 60일 안에 조기대선을 치러야 한다. 6월 3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만약 조기대선이 이데올로기 전쟁터가 되고 국론분열을 더 가속화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진다. 대선에 나설 후보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우리 사회의 통합을 최우선 가치로 내걸고 갈등치유에 힘써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윤 전 대통령 파면이 민주당의 독주에 힘을 실어준 것은 절대 아니다. 헌재는 대통령과 국회 간 대립을 일방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명히 밝혔다.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지 않으면, 국회의 존재가치도 없어진다.